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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8/28
    오대산2-엄마의 노래
    초보좌파
  2. 2006/08/28
    오대산1-게아재비
    초보좌파

오대산2-엄마의 노래

오대산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을 지어 먹었다.

내가 묵은 숙소는 00여관이다. 아는 분이 잘 다니는 곳이라 도움을 받았다ㅋㅋㅋ 비수기라서 숙박을 공짜로 해결했걸랑...

요즘 유행한다는 펜션이나 콘도는 아니지만 매우 저렴한(^^) '공짜'라는 숙박 비용을 생각한다면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낮에 계곡에서 심하게 놀았나보다...저녁을 먹고 일찌감치 자리에 누웠다...

 

어디선가 노랫 소리가 들려 온다.

풍부한 성량에 기가 막힌 바이브레이션이 아니지만 구성진 가락은 어디에도 흠잡을 데 없다.

술 마시고 처량하게 아님 기분 만땅의 자뻑 노래가 아니라, 세상에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듯 한껏 제끼는 노랫 소리이다.

한 두 분이 아니다. 어깨춤 들썩이며, 방구들 꺼져라 발구름에, 장구 가락 부럽지 않은 손뼉 장단에, 왁자지껄 웃음 한보따리 노랫 소리가 창을 넘고 길을 넘고 산을 넘고 하늘에 닿는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노래 이음과 올려야 할 때 올리고, 내려야 할 때 내리고, 넘어갈 때 넘어가는 완벽한 호흡은 1~2년 맞춘 것이 아니라 한 평생 어울려야 가능한 경지이다.

가사가 틀린들 어떠랴. 내 인생이 노래인데.

음정이 흔들리면 어떠랴. 까짓것 기분에 부르는 것인데.

노래가 끊긴들 무슨 상관이랴. 주면 받고, 받으면 주면 되는 것을.

시끄럽다고 한들 뭔 걱정인가. 시끄러우면 너도 와서 부르면 되지.

 

아까 보았던 관광버스에 몸을 싣고 이 곳 산자락에 놀러 오신 '엄마'들이다.

 

내 엄마는 노래를 잘 못 부르신다. 노래방에 같이 가면 언제나 부끄러워 하신다. 사실 음정과 박자, 가사를 제대로 맞게 부르신 적은 - 내 기억으로는 - 없다. 엄마가 마이크를 잡으면 그 음정과 박자와 가사에 따라 가야 한다. 따라 가면 된다. 그런들 어떠랴. 조용필의 노래가 어디 조용필만의 것이냐. 엄마가 부르면 엄마의 인생이요, 엄마의 사연이 되는 것을. 그 노래나마 이럴 때 이렇게라도 부르지 않으면, 그저 마늘까며 혼자 중얼거리던 것이 전부였을 엄마의 노래....

 

엄마들의 노랫 소리가 시끄럽지 않은 건....그 엄마들의 인생 어쩌구저쩌구의 시건방진 감정이입이 아니라....목소리가 갈라져도 한껏 웃어 제끼며 풀어놓는 노랫소리가 듣는 나를 기분 좋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한껏 제끼는 그 풀어놓음이 나마저도 흥겹고 즐겁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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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1-게아재비

게아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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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아재비...물사마귀라고도 한다. 작은 수생곤충, 올챙이 등을 잡아 먹으며 성충의 경우, 꽁지의 긴 호흡관을 수면 밖으로 내밀어서 숨을 쉰다.

 

주말에 오대산에 다녀 왔다.

출발하기 전부터 일기예보에서 비가 올 것이라는 소식에 맘이 불편했지만, 이왕 가기로 한 것이기에 일단 출발한 것이다.

역시...일기예보를 믿지 않은 건 잘 한 일이다. 지금껏 일기예보가 제대로 맞은 걸 본 적이 없어서 일기예보를 우습게 알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어디 갈라치면 일기예보를 꼭 확인하게 된다...무슨 심뽀인지...

오대산에 도착해서 작은 계곡에 발을 담글 때 쯤에는 늦여름 햇볕에 등짝이 남아날라나 은근히 걱정될 정도였다.

오대산 입구 전에 월정분교가 있는데 그 분교 옆에 작은 계곡(?)이 있다. 오랜 가뭄에도 불구하고 물살이 제법 쎄다. 물 바닥의 돌멩이들은 돌이끼가 많이 끼어 있어서 닿는 족족 몸 중심잡기가 만만치 않다. 그래서 계곡 본류로의 접근은 포기하고 계곡 옆에 제법 널찍이 고여 있는 물웅덩이로 갔다. 맑고 깨끗하고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니 지나가는 여름이 아쉽기만 하다.

 

호기심은 어쩔 수 없는가 보다. 어릴 적 부산에서 자랐지만, 부산은 산과 계곡이 많아 가재며 물방개며 쫓아다니며 놀았던 기억이 남아있다. 내가 어렸을 때 물망초라는 계곡이 있었는데, 6.25때 폭격으로 산의 절반이 잘려 나간 옆에 그 상흔을 어루만지기라도 하듯 계곡의 개울물이 휘감아 돌아가는 곳이다.

 

물에 발을 담그고 허리를 잔뜩 구부려 물 속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혹시 반가운 옛 것들을 만날 수 있을려나....새끼 손가락 절반만한 크기의 송사리 아가들이 삼삼오오 몰려다니며 놀고 있다. 문명의 폭력 속에 그저 살아남아 준 것이 고마울 따름이다.

하나씩 하나씩 돌멩이들을 들추어가며 숨바꼭질 놀이하듯 기억 속의 것들을 찾아 본다. 가재는 이미 포기한 지 오래라 하더라도 수생곤충들이나마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물은 깨끗하다만, 그건 나에게나 깨끗한 물이지 그네들이 살기에는 참 어려운 환경인가보다. 인간들은 모든 것들이 인간인 줄 아나보다. 개를 보든 고양이를 보든 소를 보든 비둘기를 보든 잠자리를 보든 인간은 자신의 감정을 이입해서 본다. 개나 고양이나 그네들의 모습 그대로를 보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 슬프면 개도 슬퍼야 하고 인간이 기쁘면 고양이도 기쁜 것이다. 개와 소가 서로에게 관심을 보이면 인간들은 서로 다른 종의 사랑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호들갑을 떤다. 정말이지 놀고 있다....

 

한참을 뒤적이다가 정말 반가운 곤충을 만났다. 게아재비....물사마귀라고도 하는 게아재비는 먹잇감이 근처에 오면 사마귀처럼 앞의 두 다리로 먹이를 낚아챈 후, 주둥이의 긴 관으로 먹잇감의 체액을 빨아 먹는다. 그래서 알고 보면 정말 무서운 녀석이다.

 

게아재비도 있는데...라는 생각으로 늦여름 땡볕에 목덜미가 후끈거리는 것도 잊은 채 다른 녀석들도 찾기 시작했다. 어디 있을까? 아무리 뒤적여도 더 이상 내 기억 속의 그네들은 흔적도 찾아 볼 수 없었다.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하다. 어디 갔을까? 깨끗하기로 소문난 오대산 물줄기조차 아니라면 그네들의 선택은 무엇이었을까? 어디로 갔을까?

 

산 좋고 물 좋은 건 나에게만 그런가 보다...인간에게만 그런가 보다...허기사 시멘트와 아스팔트에 둘러싸여 배기 가스로 숨을 쉬며 웰빙을 찾아다니는 인간에게는 어딘들 산 좋고 물 좋은 곳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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