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오덕질을 위한 변명

고대하던 휴가를 나와서, 저번 일기에서 예고했던 대로 오덕질을 위한 글분류를 새로 정비했다. 일단 본격적인 블로그 오덕질을 시작하기 전에, 나름 뭔가 이 어둠의 취미(?!)에 대한 자기변호가 필요할 것 같아서 몇 자 끄적여 본다.

 

사실.... 오타쿠 취미는, 당사자인 내가 말하는 것도 좀 그렇지만, 별로 떳떳한 것은 못 된다. 몇몇 오타쿠들은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핍박을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영양가 없는 환상의 세계에 빠져서 소비 문화에 침잠해 있는 오타쿠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게다가 그 내용물이라는 것 역시 대체로 극히 통속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시각들 뿐이고,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은 남성 소비자를 위한 모에함이라는 성적 코드의 매매 행위가 오덕질의 본질인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떳떳하지 못한 취미를 버리지 않고 심지어 블로그에 게시까지 하겠다고 나서는 이유는 무엇이냐.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런 거다.

 

"사람이 어떻게 매일 웰빙 음식만 먹고 사나? 쫀듸기도 먹고 아폴로도 먹는 거지."

 

사실 불량식품, 몸에 안 좋은 거 다 안다. 정크푸드도 그렇고 술 담배도 마찬가지. 하지만 그렇다고 매일같이 선식 비스무리한 것만 먹고 해롭다는 거엔 손도 안 대는 거? 깝깝해서 어떻게 그렇게 사냐. 간혹 그렇게 사시는 분들도 계시긴 하다만 난 그런 거 보고 있으면 솔직히 좀 소름 끼친다. 인간의 쾌락에 대한 추구에 항상 빠지지 않는 것이 자기파괴의 충동 아니던가? 그 분들께선 왜 그토록 자신의 이드에 가혹하신 것인가? 자기파괴의 충동이 억압되어 전이되면 타인에 대한 파괴충동으로 전이한다는 얘기도 어디서 들어본 것 같지 않은가?

 

정도껏 하면 된다. 사실 오타쿠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이 잘 못 되는 이유 중의 하나가 항상 너무 심해서 아니겠는가? 술이야 다들 먹는 거지만 알콜 중독자는 치료가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쫀듸기가 스테이크보다 맛있다고 하는 놈은 문제가 있겠지만 그렇다고 살면서 쫀듸기 한 번 안 먹어 봤다는 사람도 나름 문제 있는 거 아니겠나?

 

매일매일을 진지하게 살아야 할 것 같고 모든 일에 정치적 함의를 따져봐야 할 것 같은 속칭 진보파들도 마찬가지다. 자본주의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서 부유층에 대한 환상을 불러 일으키는 드라마 안 보고, 대상화된 여성을 소비한다며 모에 애니들을 죄다 폐기처분하고, 폭력을 일상화한다며 치고 박는 게임들 전부 지워버리고.... 대중문화는 인민을 순종시키는 마약이라며 목청 높이며, 꼭 그렇게 살아야 하나? 싸우는 것도 좋은데, 뭐든지 다 그렇게 잡아 뜯으려고 하면 인생 피곤해진다.

 

괜시리 큰 의미 부여하지 말고, 정말 말초적인 쾌감을 위한 취미 한 둘쯤 있어도 나쁠 거 없잖겠는가. 보면 재미있다, 예쁘고 귀여워서 기분 좋다, 그냥 여기서 끝나는 아주 단순한 쾌감. 불량식품 사 먹는 기분으로 즐겨 보는거다.

 

더 이상 길게 쓰면 뭔가 더 찌질해질 것 같고, 그냥 원사운드의 불후의 명대사를 인용하며 마무리 지으려 한다.

 

"오덕질 그런 거 왜 해요?"

 

"시바... 오덕질하는 데 이유가 어딨어! 그냥 하는 거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