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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크 '사춘기'

 

 

 

뭉크의 ‘사춘기’는 발가벗은 소녀가 두 손을 교차해서 몸을 가리고 침대에 앉아있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아직 덜 성숙한 소녀의 젖가슴과 앙상한 팔. 겁에 질린 듯 커다란 눈동자엔 슬픔과 두려움이 담겨 있다. 소녀는 막막한 얼굴이다. 이제 더는 아이가 아니다. 몸에 생긴 변화만큼 마음에도 여러 변화가 찾아왔지만 소녀의 이야기를 들어줄 어른들은 곁에 없다. 소녀는 낯설고 무섭다. 도대체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자기 삶을 책임져야 한다는 무거운 충고가 한꺼번에 소녀를 짓누른다. 이 사춘기 소녀의 침대 뒤 오른 쪽 벽에 그려진 어두운 그림자처럼 무언가 순식간에 들이닥쳐 송두리째 삶을 망쳐버리게 되면 그땐 어떻게 되는 걸까? 그러나 마냥 어둡고 답답할 것만 같던 사춘기가 지나면 네가 어떻게 변해 있을지 아무도 모르지. 그저 방문을 잠그기 시작하는 너의 비밀을 존중해주며 기다리는 수밖엔.

 

삶이 언제는 우리에게 우호적이던가. 때론 끝없이 추락할 것만 같이 위태롭고 우리가 바치는 열정을 비웃듯 차갑고 냉랭한 시선을 던져도 우리는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담담히 걸어가야 한다. 끔찍했던 순간들이 돌아보면 아득하게 느껴지는 때도 있는 것처럼.

 

한겨레, 2007년 11월 0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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