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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말고사 전날 밤

 

건전한 대한민국 여고생 달달의

기말고사 전날 밤 식단은

 

커피 세 잔

커피만 마시면 두통이 생기는 자신을 위한 타이레놀 두 알

초콜릿 하나

커피+초콜릿이라는 아토피의 적을 섭취한 뒤의 후유증을 막기 위한 스테로이드제 한 알

 

...꼭 의사가 아니더라도,

상식적인 건강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악할 만한 구성이라 하겠다.

커피를 받지 않는 몸에 억지로 카페인을 부어넣고

그 고통을 잊으려 진통제를 먹고

피부병을 가라앉히기 위해 스테로이드제를 먹고........

 

 

이렇게까지 무리수를 두며 공부하는 달달의 모습은,

고3을 코앞에 두고 2학년 마지막 기말고사를 치르는 고2 학생들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서로 진통제를 먹는 것에 대해 걱정하면서도,

시험 전날이 되면 다들 각성제에 커피에 진통제 등등은 기본이 되어버린다.

 

그런 우리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오감도>에서 막다른 골목을 향해 달려가는 아해들이 우리의 자화상인 양 느껴진다.

알 수 없는 무언가에 대한 두려움에 떨며,

이유도 모른 채 끝없이 질주하는 아해들.

그저 낙오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떨며

자멸의 길을 향해 다같이 달려가고 있는 그 아해들의 모습은 현재 우리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다.

 

이렇게 스스로 몸을 망가뜨리면서까지 공부해야 하는 현실

언제쯤이면 사라질까?

 

친구 중 한 명은 일주일 전부터 위염으로 고생하고 있는데

너무 아파서 공부가 되지 않는다며 아까 식당에서 울음을 터트렸더랜다

병원에 가고 약국에 갈 시간도 아까워서

진통제로 버티면서, 울면서, 토하면서, 계속해서 공부하고 있다. 아니, 해야만 한다.

 

이건 독한 모범생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낙오자에게는 극도로 냉엄한 입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대한민국 모든 아이들의 몸부림이며, 현실인 것이다.

 

대선을 며칠 남겨두지 않은 요즘 인터넷은 온통 대선 광고로 도배되어 있다.

이명박 후보는 명박 오빠만 믿으라며 청년실업 잡아준대고,

정동영 후보는 나의 행복을 찾아주겠단다.

 

사실 두 사람 모두에게 별로 믿음은 없지만,

누가 대통령이 되든

제발

우리 고등학생들

정상적으로 자신의 건강 고려해 가면서

인간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게끔 해 주었으면 좋겠다

 

세계적인 교육수준이라는 명목을 내세워

우리들을 비인간적인 경쟁 속으로 내몰지 않아 주었으면 좋겠다,

산양 비슷하게 생긴 동물인 스프링벅들은, 풀을 조금이라도 더 먼저 뜯어먹기 위해 달려가다가

결국은 온 무리가 벼랑 끝으로 떨어지는 비극적 집단 자살을 한다고 한다.

우리 또한 이러한 무의미한 경쟁에서 이유도 모른 채 그저 앞으로만 달려가고 있지만

알고 보면 이 길의 끝에는 집단 자멸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의심이 든다.

 

지금 내신에 목을 매며 커피를 몸 속으로 부어넣는 나의 모습,

또한 모든 학생들에게 나처럼 비인간적인 공부 기계가 되기를 종용하는 이 사회, 

이것이 진정 인간적 가치가 중심이 되어야 할 민주주의 사회의 모습이란 말인가?

 

씁쓸하다.

나는 다시 공부로 돌아가야겠다

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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