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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7/11/26
    레즈비언 연애운도 봐주길 바래~(5)
    달달
  2. 2007/11/09
    뭉크 '사춘기'
    달달
  3. 2007/11/08
    퀴어들이여, 움직여라!(1)
    달달
  4. 2007/11/07
    수능 일주일 전(5)
    달달
  5. 2007/11/07
    양심적 소비의 어려움 - 이랜드의 힘이란!(3)
    달달
  6. 2007/11/06
    진보넷이 좋다...!
    달달
  7. 2007/11/05
    세상은 좋아지지 않았어요
    달달
  8. 2007/11/04
    가슴이 뜨거워지는 헌법, 하지만 유리된 현실
    달달
  9. 2007/11/03
    '소녀, 소녀를 사랑하다'(3)
    달달
  10. 2007/11/03
    20071103 :: 교육환경에 대한 미련과 반발(1)
    달달

레즈비언 연애운도 봐주길 바래~

 

오랜만에 만난 친구랑 장난삼아 사주팔자를 봤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장난삼아 봤던 건데,

내 성격이며 전공까지 알아맞추는 데는 '와, 제법 용하다' 싶었다.

심지어 작년에서 올해까지 짝사랑에 빠져 있었던 것까지 알아맞추시길래,

이 점쟁이 아주머니가 길거리에서 만원짜리 사주나 봐주고 계실 분이 맞나 싶었을 정도.

 

그런데 이 점쟁이 아주머니가 연애운을 읊으실 때 확 깨버린 거다.

물론 내가 여자니까 일반적으로는 남자 만날 운세를 짚어 주시는 게 맞겠지만,

내가 누군가. 이 땅의 당당한 레즈비언 아닌가.

아주머니가 연애운 짚어주신다길래 신났다가 한순간 확 깨버린 거다.

평소에는 애인 고르는 데 엄청 까다로운 척 하다가,

엉뚱하게도 단순하고 운동 잘하는 타입에 확 꽂힌다는 말은 정확하다.

근데 그게 왜 남자냐구요 ㅠㅠㅠㅠㅠㅠㅠㅠ

심지어 2010년에 연하 두 명이 생긴댄다.

아주머니........그거 레즈비언한테도 유효한 건가요?

삼년 뒤에 연하'남'말고 귀여운 소녀들 두 명 옆구리에 행복하게 끼고 다니면 안되겠니? ㅠㅠ

 

언제쯤이면 사주팔자 짚어주시는 아주머니도

'OO씨는 여자를 좋아해요, 남자를 좋아해요?' 라고 물어 볼까.

아니면 사주팔자 짚어 보다가 '아이구, 타고난 레즈네!' 라고 말해 주는 용한 보살님은 없을까?

 

어여쁜 레즈비언 처녀보살님한테 속시원하게 팔자풀이 듣고 싶다. 으헝헝.

지금이야 점집 차려놓고 '레즈보살'이라고 걸어 놓으면

호모포빅들한테 온갖 폭력 당하기 딱 좋겠지만.....

점집 가면 아무렇지도 않게 동성 커플 궁합 보고, 그럴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언능 왔으면 좋겠다. 으헝헝.

 

내 전공이며 성격이며, 연애운 빼고 다른 건 다 정확하게 들어맞췄던 그 아주머니가

시간이 흘러 세상이 조금씩 바뀌고 나면,

내 연애운도 정확히 봐주실 수 있는 개방적 보살님이 되어 있길 바라면서,

 

실은, 만원 내고 연애운도 제대로 못 본게 억울해서 하소연해 본다. 흑흑.

레즈비언도 속시원하게 속속들이 사주팔자 봐주길 바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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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크 '사춘기'

 

 

 

뭉크의 ‘사춘기’는 발가벗은 소녀가 두 손을 교차해서 몸을 가리고 침대에 앉아있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아직 덜 성숙한 소녀의 젖가슴과 앙상한 팔. 겁에 질린 듯 커다란 눈동자엔 슬픔과 두려움이 담겨 있다. 소녀는 막막한 얼굴이다. 이제 더는 아이가 아니다. 몸에 생긴 변화만큼 마음에도 여러 변화가 찾아왔지만 소녀의 이야기를 들어줄 어른들은 곁에 없다. 소녀는 낯설고 무섭다. 도대체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자기 삶을 책임져야 한다는 무거운 충고가 한꺼번에 소녀를 짓누른다. 이 사춘기 소녀의 침대 뒤 오른 쪽 벽에 그려진 어두운 그림자처럼 무언가 순식간에 들이닥쳐 송두리째 삶을 망쳐버리게 되면 그땐 어떻게 되는 걸까? 그러나 마냥 어둡고 답답할 것만 같던 사춘기가 지나면 네가 어떻게 변해 있을지 아무도 모르지. 그저 방문을 잠그기 시작하는 너의 비밀을 존중해주며 기다리는 수밖엔.

 

삶이 언제는 우리에게 우호적이던가. 때론 끝없이 추락할 것만 같이 위태롭고 우리가 바치는 열정을 비웃듯 차갑고 냉랭한 시선을 던져도 우리는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담담히 걸어가야 한다. 끔찍했던 순간들이 돌아보면 아득하게 느껴지는 때도 있는 것처럼.

 

한겨레, 2007년 11월 0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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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들이여, 움직여라!

 

 



 

 

 

 

레주파 카페에서 레즈판님이 만들어 올려주신 이미지 몇 개 가지고 왔어요.

 

'차별금지법이 차별법이 되어도 좋은가' 라는 문구가 확 와닿습니다.

 

처음에 법무부에서 차별금지법 입법했을 때는,

 

드디어 세상이 조금씩 바뀌어가는가... 라며 희망찬 기분에 들떴었는데

 

현재 돌아가는 상태는.... 그야말로 비통한 한숨이 나올 뿐이죠.

 

사회에 잔뜩 끼인 호모포비아의 독가스가 숨구멍을 틀어막고 있는 기분입니다.

 

오늘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이 열린다고 들었어요.

 

아마 지금 한창 진행중이겠네요.

 

지금 열심히 발로 뛰고 있으실 분들에게 화이팅을 보내며,

 

우리 모두 차별금지법에 '성적 지향'이라는 네 글자를 포함시키기 위해 단결해요!

 

많은 것을 바라는 것도 아니죠.

 

그저, 나 자신의 모습 있는 그대로 인간답게 살아가고 싶을 뿐이에요.

 

그 소박한 꿈을 위해 달려요 언니들! (오빠들도!!!)

 

 

 

더 많은 이미지 보고 퍼뜨려 주실 분은 요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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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일주일 전

 

수능이 일주일 남았다.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이라면 엄연히

지금은 블로그질 따위 할 시간조차 없을 만큼 눈코뜰 새 없이 바빠야 정상이겠지만,

아직 수시 발표가 나지 않았기 때문일까,

마음을 다잡고 공부에 열중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 즈음 되면 정말 대입의 비인간성을 철저히 느끼게 된다.

주위 사람들 중 가장 여유롭던 친구들조차 하나 둘 날카로워지고,

하나같이 눈 밑이 퀭한 채 유령처럼 교복을 걸치고 교정을 떠돌아다닌다.

음... 심지어 너무 심하게 여유로워서 "너 인생 막장치냐-_-"라는 소리를 듣는 나조차

피곤해 보인다는 소리, 날카롭다는 소리를 듣는 요즘이니까.

 

공부하기 싫고, 얼마 전 사 놓고 펼쳐 보지도 못한 '리진'에 자꾸만 손이 간다.

사실 그것이 전혀 부정적인 행동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자책해야 하고,

흥미를 느끼지도 못하는 수학 모의고사 문제집 안으로

스스로를 채찍질해 들어가야만 한다.

 

음,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토나온다.

-_-

 

적성이고 뭐고 다 필요없다, 사실.

특기자 전형이며 수시 전형이 아무리 많이 생겨나도,

결국엔 수치로 획일화된 붕어빵틀로 찍어낸 사람을 원하고 있다.

대입의 아이러니란 뭔가 알 수 없다. 하나로 규정할 수 없다.

음.... 결국 하나로 귀결되긴 한다.

모든 것을 다 잘 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정도?

아니면 외국 유학을 갔다 와서 영어를 끝내주게 잘하던지 말이다.

부유층이 아니라면....음, 모든 것을 다 잘 하세요! 기계가 되세요! 와하하!

뭐 이런 기분을 들게끔 한달까?

 

글을 엄청나게 잘 써서 김소월문학상을 수상한 친구도

논술 때문에 대학에서 떨어지곤 한다.

왜냐하면, 논술은 글 쓰는 재주와 사고력보다는

체계적으로 '정답'을 써 내는 '분석력'(개뿔의!)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결국 학원이랄까.

정말 엄청나게 공부를 잘 하고, 온갖 상을 휩쓸었으며,

토플 점수도 높아서, '이야 ~ '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친구도

특목고 간 죄로 내신이 안 나와서 대학에 떨어지기도 한다. 친구 왈, 노무현 때문이랜다.

뭔가 반박하고 싶었지만 그 친구의 절망 앞에 차마 정치적인 얘기를 꺼낼 수 없었다.

반면 누군가는 내신 좋고 모든 것을 성실히 했지만

고등학교 평판이 안 좋아서 대학에 떨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외국 유학 갔다 온 어떤 날라리 XX는

그냥 Y대 국제학부에 입학했다. 음, 팔자 좋다.

 

이 모양이다, 이런 꼬라지이다.

아무도 알 수 없는. 그러니 모든 것을 잘 해야 하는.

그야말로 '죽음의 트라이앵글'

그 속에서 막다른 골목으로 달려가는 우리 고등학생들, 80만 명의 아해들.

 

하아.

이런 대입 전쟁 속에서

(요즘엔 초등학교 6학년 내 동생 다니는 학원에도 서울대반 있더라!)

레즈비언 친구의 성 정체성도 개방적인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시민의식과 인성을 함양한다는 것은

정말 뜬구름 잡는, 이상적인 소리가 아닐까.

뭐랄까

대학 가고 싶어서 울고 싶어졌고

이렇게 수동적으로, 기계적으로, 비인간적으로 자라나

갑자기 성인이 되고 사회에 던져질 아이들에게

무슨 시민의식 따위를 바라겠나, 라는 생각에

앞으로의 세상이 더 암울해서 또 울고 싶어졌다.

 

수능이 일주일 남았다.

 

그 일주일 동안 전국 고등학생들 눈 밑의 다크써클은 더욱 짙어질 테고

수능날에는 어김없이 추위가 찾아올 테다

이 틈을 틈타 장사꾼들은 어김없이 떡이며 엿을 과대포장해서

어처구니없는 가격에 팔아먹을 테고

그 상술에 어쩔 수 없이 넘어가는 수많은 학부모와 수험생의 친구들이 있다

고등학생들의 어깨는 점점 내려앉을 테고

자세는 점점 구부정해질 테고

그리고 그렇게 수능이 끝나면

아이들은 수험표를 들고 여기저기로 흩어져

이제껏 쌓아왔던 스트레스를 배설하고 다닐 것이다.

수험표 할인을 내건 미용실에서 퍼머를 하고 옷을 사 입고

어쨌든 어른들의 상술 속에서 그렇게 놀아나다가

대학생이 되어 아무것도 모른 채 사회에 툭, 내던져질 것이다

 

수능이, 대입이 인생의 끝이 아닌데

그 이후에도 알 수 없는 미래는 가득하건만

지금 우리는

마치 대학만이 인생의 마지막인 양

막다른 골목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뭐 이래저래 암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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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소비의 어려움 - 이랜드의 힘이란!

 

 

이랜드와 연을 끊은 지 벌써 두 달이 사뿐히 넘어가고 있습니다.

처음 이랜드 불매운동에 참가하겠다고 다짐했을 때에는 쉬울 것으로 생각했습니다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다 보니 그것 참 생각보다 쉽지가 않더군요.

 

제일 먼저 뉴코아아울렛에서 싸게싸게 사던 옷들의 유혹을 떨쳐내야 했지요.

생각해 보면, 그렇게 옷을 싸게 팔면서도 이윤을 내기 위해서는

어디에선가 누군가는 착취당하고 있다는 것인데,

단기적인 이윤에 눈이 먼 자본주의적 탐욕에 가득찬 인간은 그것을 자꾸 잊으려 듭니다.

서민으로써, 세일 깃발을 크게 내건 이랜드 매장을 외면하기란 참 힘든 일이죠.

거기에 납품업체들의 어려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가 깔려 있다는 걸 알면서도

싼 가격은 자꾸 내 눈을 끕니다.

 

그래요.

자본이 이 사회를 움직이고, 오직 화폐 증식이 사회의 지상 목표가 되며,

'합법적' 방법을 통한 이윤 추구는 오히려 바람직한 것으로 여겨지는 이 사회에서는

'돈', '가격', 그 아래 있는 착취구조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아니, 안다고 해도 거기에 대항하기 힘듭니다.

 

처음 한 달 동안, 저는 정말로 심각하게 '이랜드 금단현상' 에 시달렸습니다.

우리 동네 유일한 할인마트 홈에버와 뉴코아 아울렛을 거절하고

버스를 타고 좀 나가야 하는 재래시장에 가거나,

똑같은 옷에 돈을 더 내고 산다는 건 뭐랄까,

눈 딱 감고 이랜드 매장에 걸어가고 싶도록 만들더군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힘이란 이처럼 강력합니다.

제 생활 곳곳에 이렇게 부도덕한 자본주의가 침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참 섬뜩한 기분이었어요.

나름대로 유기농 제품을 사고 생협에 참가하는 등 노력해 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이렇게 착취구조의 일부로 기능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그 악순환에서 벗어나기란 제법 힘든 일이었구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심적 소비란 중요합니다.

그것이야말로 그 강력한 돈, 돈 돈에 매몰된 인간성을 살리는 길일 테니까요.

우리 옆집 아주머니일 수도 우리 어머니일 수도 있는 이랜드 아주머니들이

바코드 찍는 기계가 아닌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노동하며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드는 것이 돈 몇만원보다 훨씬 중요할 테니까요.

그리고 지금 고등학생인 제가 졸업한 이후

저 자신이 스스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길이겠지요.

 

그래, 그런데,

기계화된 자본주의 사회의 일원인 동시에 양심적 개인으로 살아가려니 참.

아니, 사실 생각해 보면 '양심적 개인'처럼 거창한 걸 갖다붙일 필요도 없어요.

그저 나를 위해, 내가 인간답게 살기 위한 일인데,

생각해 보면 참 당연한 일인데,

화폐 증식 회로 안에서 쳇바퀴 돌리는 쥐처럼

오늘도 이랜드 매장에 가시는 아파트 아주머니들을 보노라면

참 한숨이 나옵니다.

단돈 몇천원의 의미를 알기에, 따라서 그분들을 비난할 수 없는 노릇이기에.

 

 

그래서 참 무섭습니다.

이랜드라는 것이, 자본주의라는 것이.

과연 인간은 인간이 만들어낸 자본주의에 대항해 이길 수 있을까요.

과연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오늘도 힘겹게 뉴코아아울렛에서 발걸음을 돌리며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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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넷이 좋다...!

 

 

이곳이 너무너무 좋다, 는 것을 깨달았다.

 

블로그홈에 들어오면 메인에 뜨는 여러 가지 포스트들을 보면서 느낀 것인데,

 

여기엔 참 많은 종류의 블로거들이 함께 어우러져 화면을 구성하고 있다.

 

페이지 이름 자체가 '진보'블로그라, 거창한 담론만 오갈 줄 알았는데,

 

인간적이면서도 자신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든 면이 잘 나타나 있어서이다.

 

딱딱한 담론이 넘치는 곳도, 가벼운 허상만이 존재하는 곳도 아니다.

 

다만, 자신과 세상을 사랑하고 끊임없이 사유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든 면을 존중해 준다 - 라는 느낌이 들게끔 해 주는 화면 구성이라, 참 좋다.

 

 

 

실존주의자들의 철학책에서 본 '인간 실존'이란 참 힘들고 삭막한 것 같았다.

 

하지만 이곳에서, 사유하면서 살아가면서도 여전히 인간적이고 행복한 분들을 보면

 

참 좋은 느낌이다. 이런 것이 '진보'를 추구하는 사람의 느낌이로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머리에 빨간 띠 매고 구호를 외치거나,

 

투쟁! 을 외치며 시사에 대해 비판하는 일 외에도

 

여행하고, 작은 정원에 물을 주며, 아기를 행복하게 키우고, 강아지를 사랑하고. 그런 것들.

 

큰 원칙과 작은 미물들을 함께 사랑할 수 있는 사람들을 본다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이다.

 

 

 

 

일부러 어깨에 힘 넣고 공격적으로 말할 필요도,

 

일부러 가볍게 말할 필요도 없는 공간.

 

인간 존재의 모든 모습이 아름답게 존중받을 수 있는 공간이라서 좋다.

 

이런 사람들과... 진심으로 소통하고 싶다, 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내가 온라인의 흰 여백에 키보드로 입력하는 텍스트가

 

예쁜 엽서에 쓰여진 조그마한 연필 글씨처럼, 그렇게 인간적이고 아날로그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한다.

 

 

 

이곳을 발견해서 다행이다.

 

현실에 대한 사유와 삶에 대한 사유,

 

느리게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존중이 있다고 느껴지는 화면 덕분에,

 

강한 구호와 투쟁들로 채워지기보다는 인간에 대한 배려와 여유가 느껴지는 그런 공간이라,

 

왠지 안식을 얻는 것 같아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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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좋아지지 않았어요

 

 

세상, 참 살기 힘들어지나 보다.

우리 아빠 초등학교 때는 소먹이 뜯으러 다니는 게 주 임무였다고 했다.

고등학교 때는 통학하고 시험보느라 나보다 더 고생하신 건 사실이지만

지방 고등학교였음에도 불구하고 서울대 가는 친구가 여럿 있었댄다.

지방 국립대를 졸업하셨지만 어렵지 않게 취직하셔서 우리들을 키우셨다.

 

나 초등학교 때는 피아노 미술 수영 수학 영어 학원들을 다녔다.

명문 특목고 입학하겠다는 목표로 중학교 시절부터 새벽 한 시까지 학원에서 살았고

고등학교 들어와 보니, 고등학교 간의 양극화는 더욱 심해져

명문대에서는 특목고 아니면 잘 안 뽑아 가려고 하고, 지방고등학교는 인서울도 힘겹다.

대학 학벌?? 이제 말할 필요도 없다. 명문대 출신들도 취직하기 힘든 현실이다.

명문대 들어간다고 해도 미래는 불투명하다. 뭐하고 먹고 살지, 라는 고민.

 

나랑 내 동생은 다섯 살 터울이 나는데,

내 동생은 이제 피아노 미술 수영 학원 다닐 여유조차 없다.

초등학교 6학년이지만, 누나처럼 도서관에서 동화책을 읽거나 미술을 하는 등

다양한 분야를 접해 보기는커녕

벌써부터 토익 공부, 중국어 공부, 영어 학원만 세 개.

특목고 준비 종합반에 들어갈까도 고려 중이다.

다섯 살 밖에 차이 안 나는데, 이렇게 빨리 세상이 변해간다.

더욱 경쟁적으로, 더욱 소모적으로. 아이들의 인간적 성장은 매몰되어 간다.

 

슬플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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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뜨거워지는 헌법, 하지만 유리된 현실

 

 

대한민국 헌법은, 이 나라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원칙이지요.

하지만 어쩌면 이렇게 현실과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헌법 외우기 시험을 본다고 해서, 헌법 전문을 프린트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헌법 전문(前文)을 읽는데.... 가슴이 뜨거워져 오더군요.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좋은 말들입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엄연히 지켜져야 할 말들이구요.

이 개정헌법을 얻기 위해 뿌렸던 땀과 눈물과 피가 얼마였덥니까.

 

그러나 레즈비언 청소년으로서

이제 나의 미래를 구상하기 시작한 저에게,

이 헌법 전문은 저 멀리에서 우렁우렁 울려오는 아주 먼 곳의 소리인 것만 같습니다.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한 제 2장에서는 또 얼마나 억울하던지요.

'이반'이라는 말이 의미하는 바,

즉 '일반'과 '이반'이 나누어지고 만 이 사회에서,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말에는 헛웃음이 나옵디다.

어느새 무의식적으로 이성애와 동성애를 분리하고

이성애 계급의 입장에서 동성애자들을 억압하고 있는 꼴이 아니던가요 이뭐병...?

 

내 존엄과 가치, 행복을 추구할 권리는 어디로 날아갔는지 다만 억울할 뿐입니다.

내 앞에 보이는 수많은 사회적 폐습과 불의는, 음, 헌법의 예외사항인가요?

 

흑흑흑흑흑

 

헌법 전문을 읽으면서 아, 그래, 이렇게 되어야지, 라고 가슴이 뜨거워져 왔지만,

그와 반대로 내 앞에 놓여 있는 현실을 돌아보며 절망합니다.

 

어쩐지 헌법 외우기 시험은 만점 맞을 것 같네요.

한 구절 한 구절 어찌나 억울한지,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또 한 가지 화나는 것.

헌법에 나오는 Every single word를 달달달 외우는 게 무슨 소용이 있답니까?

헌법의 기본 원리에 대한 어떤 학습도 없이, 이런 암기 테스트는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공부하기 싫고 -_- 그냥 왠지 화가 나서요.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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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소녀를 사랑하다'

 

(네이버 책 검색으로 링크되어 있어요.)

 

 

 

이 책을 이제서야 다 읽었어요.

학교 교재 사러 들어갔던 Yes24에 이 책 배너가 떠 있길래,

옆에 있던 친구한테 무작정 '이 책 갖고 싶다, 사 줘,' 라고 농담하듯 말했었거든요.

그런데 진짜 사 주더라구요;; (고맙다, 친구야.)

친구가 책을 주면서, 책을 사기 전까지 '소녀, 소년을 사랑하다' 인 줄 알았다고 하더군요.

사회가 덧씌운 호모포빅 콩깍지란 무서운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아 그런데 그 녀석,

사실 '소녀'라는 걸 알아차린 뒤 나에 대해 무슨 생각을 했으려나....

 

어쨌든, 선물받은 지는 제법 되었는데, 이제서야 책장을 덮었어요.

주인공들이 선생님들의 집에서 사랑을 나누다,

학교 선생님께 들킨 이후로 왠지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거든요.

벡스터 선생님이라는 '기독교 근본주의자'에 가까운 선생님께서

주인공 소녀들, 리자와 애니를 '현행범'이라고 표현하는 대목을 읽다가 책장을 탁 덮고

막막한 마음에 창 밖을 오래 쳐다보았더랬어요.

 

현실을 피해가며 마냥 미화하려고 한 소설도 아니고,

그렇다고 문제제기하겠어 크아악!! 라고 분노하며 쓴 소설도 아닌 듯 해요.

그저 아기자기하고, 예쁘고, 사랑스럽고, 이런 책이 존재해 주어서 감사한 소설입니다.

해피 엔딩으로 끝나서 너무너무 행복했어요.

제가 처음 여자아이를 좋아한다는 걸 느꼈을 때 들던 그 모든 감정들이,

마치 내가 쓴 듯 표현되어 있어서 작가 언니의 성향에 대한 의심이 들던 ㅋㅋ 책입니다.

(작가 언니에 대해 찾아보지는 않았어요. 뭐 중요한 문제는 아니니까요!)

 

 

*

아빠의 백과사전을 꺼내서 동성애에 대해 찾아봤다.

하지만 거기에는 내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긴 설명 속에 '사랑'이라는 단어는 한 마디도 없었다는 것이다.

나는 화가 났다. 그 설명을 쓴 사람은 동성연애자들이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는 사람인 것 같았다.

 

 

*

그건 문제가 아니야. 그건 부정적이지 않아. 모르겠니?

사랑을 말하고 있는 거야.

너는 내가 다른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얘기하고 있는 거라고.

나를 구해 내야 하는 병 같은 걸 얘기하는 게 아니란 말이야.

 

 

아.......

주인공 리자의 망설임, 두려움, 분노, 사랑, 그 모든 것들이

혼자 뚝 떨어진 레즈비언 소녀의 가슴에 푹푹 꽂혀 와서

여러 날 침대에서 혼자 눈물 흘리게 했더랍니다.

그런데 이 책 너무 좋다고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도 망설여져서... 슬프더군요.

아니 제목은 왜 이렇게 적나라한 거야! (괜히 화내기... 사실 제목이 제일 마음에 들었지만서두)

 

아, 그리고 더욱 마음에 들었던 건,

요 책이 보물창고 출판사의 'All Ages Classic' 시리즈 중 한 권이라는 거죠.

모든 세대가 읽어야 하는 Classic!

이걸 정말 모든 사람이 읽고 공감한다면 세상이 좀 더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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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03 :: 교육환경에 대한 미련과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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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 되면, 꼭 연대나 이화여대에 붙어서

신촌을 돌아다니며 저의 정체성에 푹 잠겨 볼 상상을 늘 했었습니다만

연대에 똑 떨어져 버리는 바람에 좌절하고 있습니다.

뭐 원서 쓴 대학 발표는 아직 많이 남았으니까, 희망은 있습니다만

신촌 라이프에 대한 미련이 사라지지 않아요.

 

뭐랄까, 고등학교를 아주 머언 ~~ 곳에서 다녔기 때문에

지역적 고립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뼈저리게 느꼈거든요.

수도권에 거주하는 분들, 혹은 적어도 광역시급에서 거주하시는 분들만 해도

나름대로 지역적 커뮤니티나 각종 행사에 참여하기가 쉽습니다만

멀리 ~ 떨어져, 레즈비언 친구라고는 하나도 없는데다 지역적으로 고립되어 있었으니

그것도 나름대로 참 힘들었습니다.

서울 여기저기에서 열리는 행사에 살짝 혼자 참석해 볼 계획을 여러 번 세웠지만

늘 교통과 시간의 압박으로 포기하고 말았었거든요.

물론 .. 이제 다시 수도권으로 올라갈 예정이지만

레즈비언 소사이어티의 지역균형발전 (말은 거창하군요! ㅋㅋ)

에 대해서도 고려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특히...

저처럼 은둔하는 가운데에서도

슬쩍슬쩍 '나와 같은 괴물들'을 만나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말이죠.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 연대 떨어져서, "아악!!! 이대가 바로 옆인데!!! 이럴수가!!!" 라고 머리를 쥐어뜯고 있으려니

친구가 "니가 왜 이화여대 가지구 슬퍼해!" 라고 말해주더군요.

그거야..........나는 여자가 좋으니까 그렇지 친구야........

라고 정말 말하고 싶었습니다. 흑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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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고등학생으로서 이명박 후보의 교육정책에 대해 한 마디 하고 싶어요.

쓰다 보니 길어져서 아래로 내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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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Coffee Talk에 넣어야 할지 ideas into shape에 넣어야 할지 고민이네요.

하지만 이 글의 요지는

"흑흐거 나는 이화여대 아리따운 언니들을 만나기 힘들어져서 슬퍼.....

....그러니까 나 대학 가기 힘들게 만들어 놓은 놈들 다 꺼져!!"

....이므로....

그냥 Coffee Talk 로 받아들여 주세요 ㅋㅋ

 



사실 저는 특목고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은 아닙니다.

고등학생으로서 느껴본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의 실상은,

영재교육의 실시와는 거리가 먼, 정말 하향 평준화라는 느낌밖에는 들지 않았으니까요.

그에 반해, 특목고는 입시 학원이라는 비판을 받을지언정

인성적으로나, 교육의 질 차원에서나, 훨씬 나은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대학이 특목고 아이들을 뽑으려 애쓰는 이유이고,

중학생들이 특목고에 입학하기 위해 기를 쓰는 이유이지요.

 

과학 영재가 일반고에 가서

올림피아드 준비와 개인 연구에 집중하는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

교사들이 "학원에 가라" 라고 먼저 말할 겁니다. 아니면 귀찮다고 머리를 툭툭 치든지요.

하지만 특목고에서는 가능한 일입니다. 과학고와 일반고 자연반의 교육환경을 비교해 보세요.

특목고는 학생들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애씁니다.

일반고에 들어가면 중학교 때의 영재들조차 무너지곤 하는 것을 자주 목격한 저로서는

현실에서 특목고를 부정하는 것은 다수를 위해 소수의 희생을 강요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명박 후보의 정책에 부정적이며,

교육 시장화에는 더더욱 부정적입니다.

특목고가 '강남 아이들의 부의 재생산의 터전'이 아니라

진정 평준화의 맹점을 보완할 수 있는 영재교육소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평등한 기회선이라는 것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즉, 이명박 후보가 해야 할 일은 특목고를 더 세우는 것이 아니라

(특목고 더 세워 봤자 특목고끼리 또 서열화될 겁니다. 역효과지요.)

모든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집안 사정에 상관없이

특목고 수준의 교육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터 주는 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자본주의 경쟁에 종속된 노예로 만들어 버리고 말겠죠.

지금도 상당히 그렇구요.

 

우수한 학생 양성, 필요합니다. 영재가 존재한다는 사실,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개천에서 용난다' 라는 환상을

현실에서 불가능한 명제로 바꿔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부유층 아이들에게만 좋은 교육이 주어지고,

그것으로 인해 그들이 좋은 학교에 입학함으로서 부를 재생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그래서 포인트는 여기에 있습니다.

문제는 특목고 그 자체가 아닙니다.

문제는 초등학교 때부터 어쩔 수 없이 경제 수준에 따라

교육격차가 발생하는 환경에 있습니다.

빈곤층 아이들의 조기유학이나 원어민 수업이 불가능하다는 것,

그것에 따라 그 아이들이 경쟁력이 떨어지면 그 이후로부터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대학과 사회가 능력있는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기관이 약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것은 뜬구름 잡는 소리 아니겠습니까.

 

따라서, 이명박 후보는

특목고 증설을 주장하기에 앞서

어떻게 가정 환경에서 발생하는 근본적 교육격차를 줄일 수 있는지,

어떻게 그러한 출발선의 불균등을 해소할 수 있을지의 문제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그럴 때에야, 그리도 사랑하시는 특목고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고,

건전한 경쟁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니까요.

 

+) 아, 그리고 저는 '진보'성향의 교육을 보는 시각에 상당히 불만이 있는데요.

어째서 특목고를 그렇게 사회악으로 치부하시고, 좋은 면은 하나도 보지 않으려 하시나요?

특목고의 제도를 벤치마킹하여 공교육 발전에 활용할 법도 하련만,

저는 한겨레나 프레시안이나 참소리나 그 어디에서도

특목고에 대해 긍정적인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는 것 같네요.

특목고가 귀족 학교라는 것 또한 편견뿐이라는 걸 알고 계세요?

서민으로서 열심히 경쟁해 특목고에 입학한 아이들은 또 다시 열심히 노력하는데도,

그런데 내신이 안 나오는 것도 굉장히 당연한 거거든요.

객관적 경쟁력을 무시하고 무조건적 평등만 내세우는 것 또한 폭력이란 걸 알아주세요.

'학교 순위' 가 낮은 학교의 아이들을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그들의 내신이 의미 없다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경쟁력 있는 인재를 죽이는 것 또한 지양되어야 할 것이 아닌지,

또한 특목고의 경쟁력 있는 제도들을 활용하기 위한 재조명도 필요하지 않은지,

특목고의 좋은 정책이나 장점에 대한 소개는 왜 없는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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