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계란 한 판 같은 사람.

 

나이 서른이 훌쩍 넘어 마흔길을 바라보는 노총각 두 명의 결혼 소식이 도착했다.

정말 평생 결혼하지 않고 살아갈 것만 같은 분들이었는데,

두 분 모두 엄청 급작스럽게, 게다가 한꺼번에 결혼 뉴스를 들고 등장하셨다.

그야말로 서프라이즈.

두 분 모두 혼자서도 즐겁게 살아가는 화려한(?) 싱글이셨기에

나의 비혼가정에 대한 로망이 깨지는 듯해서 쪼끔 서운하긴 하지만,

그야말로 겹경사라 하겠다.

 

언제나처럼 능글능글한 말투로 전화를 걸어온 노총각 아저씨의 깜짝 결혼 발표에

깜짝 놀란 나머지 "응? 결호오온~~?!??" 이라고 하이톤으로 대답하니

능청스러운 그분의 말씀, "야, 삼촌이 계란 한 판 넘어 두 판으로 갈 때까지 혼자일 수 없잖냐~"

 

'계란 한 판'이라는 표현.

나이 서른을 그렇게 표현한단다.

그 표현을 처음 들어 봤는데,

굉장히 좋은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

서른 즈음이 되었을 때,

정말 꼭 계란 한 판 같은 사람으로 성장해 있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계란 한 판. 그것을 떠올리면, 굉장히 풍성하고 따뜻한 느낌이 든다.

아무리 먹을 것이 없어도 집에 계란 한 판만 있으면 순식간에 식탁이 풍성해진다.

계란 후라이 대충 부쳐서 간장이랑 참기름이랑 넣고 밥 비벼 먹어도 한 끼가 해결되며,

계란말이, 계란찜, 계란으로 만들 수 있는 어머니표 밥반찬들은 얼마나 다양하고, 또 하나하나 얼마나 맛난가.

요즘에는 아토피다 뭐다 해서 계란 들어간 거 잘 못 먹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더만,

대부분의 경우 계란을 싫어하는 사람은 드물다.

친구들과 함께 찜질방이며 목욕탕에서 수다를 떨며 까먹는 계란은 얼마나 감칠맛 나는지.

라면으로 초라한 한 끼를 때울 때에도 계란 하나 깨 넣으면 뭔가 풍성해지는 느낌이 든다.

가난한 농촌 가정의 막내아들로 태어난 아버지의 학창시절,

막내아들을 유난히 아끼시던 할머니께서 가끔 형들 몰래 도시락에 챙겨 주셨던 계란 프라이는

지금도 아버님의 포근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래, 내가 서른이 되었을때,

계란 한 판의 느낌처럼 그렇게

여러모로 쓸모 많고, 어디서나 환영받으며,

어디에 있던 주위 사람들에게 따뜻하고 풍성하며 포근한 느낌을 안겨 줄 수 있는

그런 성숙한 사람으로 성장해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

 

 

 계란 한 판 같이 포근하고 성숙해져 있는 내 자신을 꿈꾸며 ^^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