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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감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원래는 어디서 오셨을까 그리고 어디로 가셨을까

그곳은 아마도 열살도 되기 전에 떠나신 당신의 어머니 아버지가 계신곳.

그 촌 구석에서 글깨나 했다고 하나

평생 자기 땅이라고는 제대로 못 가져어 부자 현씨

소작이나 받아먹으며, 또 다른 소작들을 감독하고, 가을에 볏가마나 세어주는

마름으로 사셨다던 할아버지가 젊어 돌아가 계신 곳에 돌아가셨을 것이다.

건너 마을 면서기 떵떵거리는 김씨들 등쌀에

땔나무 긁을 산도 없는 서러움을 이기고자

일본군에 자원입대했다던 큰 형이 계시는 곳.

어느날은 국군 장교로 지내다가

또 언젠가는 보도연맹이라고 어느 산골 아니면 강가에서

아무도 모르게 사라졌다는 빨갱이 큰 형이 젊디 젊어 돌아가 계신 곳에 역시 돌아가셨을 것이다.

그 빨갱이 동생하기가 서럽고 무서워 집을 나간 작은 형이 계시는 곳

평생을 고향을 숨기고 본적도 숨기고 몰래 몰래 숨어 지내다 아무도 모르게 돌아가셨다는 작은 형

계신 곳에 돌아가셨을 것이다.

빨갱이 큰손자는 안죽었다 늘 외고 다니셨다는 치매 할머니 품으로 돌아가셨을 것이다.

 

동생들 걱정에 밤낮 울었다는 산너머 시집가신 누나 그리운 곁으로

칠십 평생 만들어낸 지게 테죽 양 어깨 그대로

앙상한 광대뼈 그대로 만나셨을 것이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형들과 누나와 어울려

서로서로 배고팠던 이야기 서러웠던 이야기 무서웠던 이야기 원망스러웠던 이야기들

밤을 세워 쏟아내시고 계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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