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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여신

법은 사회의 브레이크인가, 엔진인가, 에마뉘엘 피라 지음,이충민 옮김, 모티브 북,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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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95-96

세바스티안 브란트의 '바보들의 배'에는 정의의 여신이 이상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목판 삽화가 실려 있다(알브레히트 뒤러, 정의의 여신, 1494).

이 그림에서는 광대 모자를 쓴 광신도가 여신의 눈을 천으로 가려서 그녀는 앞이 안 보이는 상태에서 칼을 흔들어 대고 있고 손에 든 천칭도 볼 수가 없다. 이 그림은 본래 말도 안되는 궤변을 부리며 소송을 일삼아 수많은 불필요한 논쟁들로 사법기관의 업무를 마비시키는 소송관들을 풍자하는 것이었다.

몇십년이 지나자 눈을 가린 정의의 여신을 그린 그림은 전 유럽에 유행하게 되었는데, 무엇 때문인지 여신의 눈을 가린 안대는 사법기관의 공평성을 상징하게 되었다, 속세에서 떨어져 있기에 진리를 볼 수 있는 고대의 예언자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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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에 따르면 '정의의 여신'은 원치 않았는데도 강제로 눈을 가리게 된 것일 뿐이라는 이야기다. 훗날 동료 인민들을 심판한다고 하는 사법부 관리들이 천칭이 평형 상태에 있는지를 맨정신으로도 제대로 볼 수 없게 되고, 그 이가 휘두르는 칼 끝이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 그것에 맞아 누가 피를 흘리게 될 것인지를 도무지 알 수 없게 된 유래가 된 것이다. 오늘날 원 앞에 혹은 법학대학 앞에 세워진 정의의 여신상 앞에서 '균형과 형평'의 굳은 의지가 아니라 '분노와 슬픔'의 눈물을 흘려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니까 사법관들이 멀쩡한 눈을 가리고도(혹은 가려야) 정의를 지켜낸다는 '유치한' 이야기를 더 이상 믿을 '신비한' 이유는 애당초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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