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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초록이는 빨간 광역버스만 타면 서울 가는 줄 안다.
서울 가면 언제나 '이명박 어쩌구~' 하러 가는줄 안다.
테레비에서 시위 장면만 나오면 '이명박은 물러가라'라는 말이 튀어나온다.
이 녀석은 반정부 반이명박 유아다.
내가 '세뇌' 시킨 것은 아니다.
그저 작년에 청계광장에 한번 데려갔을 뿐이다.
1년이 지난 지금도 서울 가는 버스를 탈 때면 '우리 이명박~'하러 가는 거야?' 하고 묻는다.
2. 초록이가 빨간 버스 타는 사람들의 행태를 유심히 관찰한 결과를 발표했다.
어제 그랬다.
아빠, 이 버스는 빨간 버스야?(우리가 탄 버스는 서울가는 광역빨간버스가 아니고 초록색 버스였다)
왜?
저기 봐, 사람들이 다 자고 있잖어. 그니깐 빨간 버스지.
그게 말이지...ㅎ
3. 사법시험 성적도 겁나게 좋았을 머리 좋은 서울 검사들 여러개가 1년씩이나 목숨걸고 매달린 피디수첩 수사결과들을 발표했다. 개인적인 이메일을 조사해보았더니 제작동기가 불순한 것이 '추론'되더라는 것이다. 불순한 것들이 만든 프로그램도 역시 불순할 것이라는 추정이다.
4. 초록이의 관찰과, 그 관찰 결과를 연관시키는 때로 '놀라운' 추론에는 아낌없이 웃어주고 칭찬해줄수 있지만, 정운천이라는 키위 수입업자 '명예훼손' 사건에 1년씩이나 달라붙은 검사 영감 여럿들이 초록이 비슷한 추론을 해내면 어찌해야 하나.
5. 초록이는 자고 있는 사람들의 행태를 보아 자기가 타고 있는 버스가 빨간 버스라고 추론했을지언정, 자고 있는 사람들이 빨간버스를 타고 이명박 물러가라고 서울 가는 사람들일 것이라는 결론까지는 내리지 않았다(속으로야 무슨 생각을 했든지 발설하지는 않았다). 검사들은 반이명박 이메일을 쓴 사람들은 반정부 성향의 인사들이며, 그들이 타고 가는 버스는 틀림없이 이명박 물러가라고 선동하는 프로그램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널리 알렸다.
6. 우리 동네 버스는 초록이의 추론과 관계없이 서울이 아니라 민속촌 방향으로 내려 간다.
버스에서 내리면 초록이는 '고민'을 끝내고, 언제나 손을 흔들며 예의바르게 인사한다. '초록버스 000번 안녕!'
검사들도 영 형편없고 소질없는 소설 쓰기 '정신 노동' 그만 두고 이제 버스에서 내리보길 바란다.
좋은 머리로 할 일도 많을텐데, 좁은 버스 안에서 네살짜리랑 추론 능력을 겨뤄서야 쓰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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