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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16/01/28
    상대성이론
    곰탱이
  2. 2016/01/27
    변증법
    곰탱이
  3. 2016/01/27
    한결같음
    곰탱이
  4. 2016/01/22
    초월론적(Transzendental)인 것
    곰탱이
  5. 2016/01/21
    자유(주의자)
    곰탱이
  6. 2016/01/20
    소리
    곰탱이
  7. 2016/01/20
    참 문장
    곰탱이
  8. 2016/01/20
    물자체(Ding an sich, Thing itself)
    곰탱이
  9. 2016/01/20
    질투와 사랑
    곰탱이
  10. 2016/01/20
    황홀함.
    곰탱이

상대성이론

<<목격자들 2>>에서 발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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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가득 찬 뭇별이 모두 하나의 세계라네. 별들로부터 본다면, 지구 또한 하나의 별이지. 단 하나의 중심 따윈 없네. 무한한 우주에서 모두가 저마다의 중심이니, 지금 여기에서 중심의 삶을 충실히 살고 정성껏 이야기 나누면 그것으로 아름답네."

 

(4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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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증법

<<목격자들 2>>(김탁환 지음, 민음사)에서 발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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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모든 곳과 통한다. 또한 바다는 모든 곳으로부터 끊어진다' 이 문장 어떠한가?"

 

(2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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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같음

<<목격자들 2>(김탁환 지음, 민음사)에서 발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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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선생(담헌 홍대용-글쓴이 삽입)의 타고난 천재성을 높이 사지만, 나는 그의 한결같음이 탁월함의 가장 중요한 발판이라고 믿는다. 김진도 일찍이 말했다. 한결같지 않은 이는 천문을 관측하기 힘들다고. 좋든 싫든 꾸준히 밤하늘을 우러른 이에게만 밝은 별은 더 밝게 보이고 어두운 별도 제 모습을 드러내는 법이라고.

 

(12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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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론적(Transzendental)인 것

<<열하광인 2>>(김탁환 지음, 민음사)에서 발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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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은 강산도 모르고 그림도 모르는구려. 어디 강산이 그림에서 나온 것인가. 그림이 강산에서 나왔지. 흔히들 흡사하다느니[似] 같다느니[如] 유사하다느니[類] 닮았다느니[肖] 똑같다느니[若] 하는 말들은 모두 같다는 의미를 말함일세. 그러나 비슷한 것으로써 비슷한 것을 비유함은 실은 같은 듯해도 같은 것이 아닐세.

 

- 박지원, <관내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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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같은 책(<<열하광인 1>>)에서 계속 발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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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무는 도도하게 유행하는 풍속을 싫어하고 마음의 본바탕이 자유롭고 트인 것을 좋아하여, 뜻을 굳건히 지키고 운명을 믿어 담담히 욕심이 없으며, 쓸쓸한 오두막집에 살면서 빈천을 감수하였다.

- 박지원, <형암 행장>

 

(291쪽)

 

덧붙이는 말 : <형암>은 이덕무의 호이다. 또한 청장관이라는 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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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계속 같은 책(<<열하광인>>)에서 발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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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아끼는 소리는, 어떤 이들은 그것도 소리냐고 비웃지만 분명 내 귀에는 똑똑히 들리는 소리는, 글자를 쓰는 붓 소리다. 점을 찍을 때 획을 내리그을 때 둥글게 감아 올릴 때 붓이 내는 소리는 모두 다르다. 서책을 펴 먼저 서체부터 살핀다. 글자 위로 붓이, 그 붓을 잡은 손이, 그 손을 바라보는 눈이 하나가 되어 움직인다. 필사의 즐거움은 단순히 멋지고 아름다운 글을 옮겨 적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나는 글자의 의미를 새기기에 앞서 종이를 메워 나가는 붓 소리를 듣는다. 비 그친 하늘을 낮게 나는 제비처럼 날렵한 소리도 있고 바위로 누르는 무거운 소리도 있다. 이덕무처럼 작디작지만 맵시 있는 소리도 있고 박지원처럼 호방하고 거칠지만 짚을 건 다 짚는 소리도 있다. 그 소리를 하나하나 되살리며 붓을 놀린다. 어떤 놈은 전혀 다르다. 방금 쓴 글자를 그어 버리고 다시 벼루에 먹을 찍는다. 눈을 감고 허공에 글자를 쓴다. 손목에 힘을 빼고 두 어깨를 가지런하게 맞추고 들숨과 날숨을 조절하면서 쓰고 또 쓰다 보면 까마득한 어둠 속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글자를 적어 내려간 지은이의 심정까지 잡힌다. 밤을 꼬박 새워 필사를 해도 지치지 않는 까닭은 새로운 소리에 휩싸이기 때문이다. 오래전 지은이가 만든 소리를 내 서책에 옮겨 오는 작업은 거문고를 뜯고 폭포 속에서 소리를 가다듬는 일과 다르지 않다.

 

(168~1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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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문장

계속해서 같은 책(<<열하광인 1>>)에서 발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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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가 부러웠던 것은 문장과 문장이 걸쇠로 단닪히 이어졌을 뿐만 아니라 가장 멀리 가장 높이 혹은 가장 색다르게 다음 문장으로 넘어간다는 점이다. 완벽하려면 보폭을 좁게 하고 호탕하려면 틈이 생기더라도 보폭을 멀리 두라 했건만, 이 서책은 보폭이 넓되 틈도 없다. <<열하>>를 읽기 전에는 나름대로 내 문장에 자신이 있었다. 명문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는 충분하다 여겼다. 그러나 이 책은 문장에 대한 내 생각을 온통 흔들어 버렸다. 문장은 단순히 글자들의 합이 아니었다. 문장은 지은이의 뜻을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었다. 문장은 즐겨 외우며 내 삶에 적용시키는 거울이 아니었다. 문장은 놀라운 변신 그 자체였다. 나무가 그냥 서 있을 대는 나무였지만, 강으로 첨벙 뛰어들자 배가 되었고 구르니 바퀴가 되었으며 타오르니 횃불이 되었다. 잠시도 쉬지 않고 변신의 극한을 보여 주는 문장이야말로 참 문장이다. 이 책은 그런 문장들로 넘쳐났고 나는 그 앞에서 내 문장을 잊었다.

 

(1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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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자체(Ding an sich, Thing itself)

같은 책(<<열하광인 1>>)에서 계속 발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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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란 거창할 필요가 없으며, 도는 털끝만한 차이로도 나뉘는 법이니, 말로써 도를 표현할 수 있다면 부서진 기와나 벽돌인들 어찌 버리겠는가.

- 박지원, <공작관문고자서>

 

(1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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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와 사랑

같은 책(<<열하광인 1>>)에서 계속 발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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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열하>>가 미웠다.

 

나 혼자 읽을 때는 이런 생각을 단 한 순간도 한 적이 없지만, 그녀가 온통 책에만 빠져, 나를 무시하고, 나와 운우지락을 나눌 때처럼 흥분할 때, 책이야말로 만만치 않은 연적(戀敵)이었다. 단 둘이 있을 때는 책 대신 나만 보라 말할 수도 없다. 책을 질투하는 사내가 세상에 어디 있는가. 이런 내 마음이 때론 우습고 때론 한심했다. 더욱 비참한 사실은 이 책이야말로 너무 멋지고 사랑스러워, 내가 여자라도 매혹당하리라는 것이다. 그녀는 하루에도 몇 번씩 틈만 나면 책과 사귀었다. 깨끗하게 멀찍이 두고 조심스럽게 한 장 한 장 넘기는 식이 아니라 연모하는 사내 대하듯 그 책에 자신의 감정을 옮겼다. 겉표지에 입 맞추고 손바닥으로 쓸고 글자 하나하나를 검지로 만지며 내려가고 옆구리에 끼거나 젖가슴에 댄 채 잠들고 머리맡에 두었다가 새벽잠에서 깨자마자 냄새 맡고 여백에는 검지로 도장 찍는 흉내를 내며, 이 책과 영원히 함께 머무를게요 맹세했다. 그 책에 비하자면 나와의 사랑은 드문드문 헐거웠다. 그녀와 나 사이에 책이 낀 것이 아니라 그녀와 책 사이에 내가 불청객처럼 찾아드는 격이다. 내가 슬쩍 책을 서안 밑으로 두기라도 하면 그녀는 냉큼 책을 찾아서 품에 안고 아이처럼 웃었다.

 

"이 책을 만나기 전에는 분명 저는 살았겠죠. 한데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아요. 제 삶의 첫자리엔 이 책이 놓였고, 그때부터 전 비로소 숨 쉬고 걷고 밥 먹기 시작하였답니다."

 

내가 들은 가장 아름다운 사랑 고백이었다.

 

(109~1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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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함.

계속해서 <<열하광인 1>>에서 발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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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공철은 <<열하>>의 몇몇 편을 분전태사지(粉牋太史紙)에 승두세자로 옮겨 비단에 싸 두었다고 했었다. 비단으로 싸기엔 너무 뜨겁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뜨거움을 식히고자 고래 열두 마리를 비단에 수놓았다며 웃었다. 우리는 책이 토하는 불꽃이 얼마나 찬란하고 섬뜩하며 긴 여운을 남기는지를 다투어 떠들어댔다. 단어 단어를 외우며 내 흉터가 더 짙고 크다 주장했고 문장 문장을 읊으며 내 살이 더 빨리 지글지글 타들어 갔노라 외쳤다. 남공철이 외우며 읊을 때 내 몸에 옮겨 붙은 불똥과 내가 읊고 외울 때 남공철 몸에 가 닿은 장작불이 더 큰 책을 만들었다. 사람들은 그 책을 인생이라고도 했고 깨달음이라고도 했다. 우리에게는 그저 책이었다. 책보다 더 황홀한 이름은 없었다.

 

(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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