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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10/07
    성명, 초상의 상품화-퍼블리시티권(2)
    달*2
  2. 2005/10/07
    의약연구개발조약에 관하여
    달*2

성명, 초상의 상품화-퍼블리시티권

네트워커 10월호에 기고한 글...

뭐 그럴듯한 내용은 없지만 오랫동안 비워 둔 이곳이 곰팡이라도 피는 것 같아서

그냥 올려본다.

 

 

 

영화 ‘친구’는 부산에 거점을 둔 조직폭력배 칠성파의 이야기를 다뤘다가 대박을 냈지만 그 제작진들은 곤욕을 겪기도 했다. 감독의 친구이며 당시 교도소에 수감 중이었던 칠성파 부두목과의 사이에 흥행수입을 둘러싼 분쟁을 겪고 그 재판이 아직도 계속 중이다. 칠성파 부두목이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만큼 흥행수입의 일정 부분을 나눠달라고 감독을 협박하여 제작사로부터 돈을 뜯어내려고 했다는 내용이 마치 기정사실인양 보도되기도 했는데, 복잡한 사실관계 탓에 아직 최종적으로 법원의 판단이 내려진 것은 아니다.

이 코너에서 갑자기 영화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칠성파의 요구가 최근 논의되는 퍼블리시티권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퍼블리시티권(the right of publicity)이란 성명이나 초상 등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권리를 말한다. 실제하는 인물의 모습이나 성명에 관한 권리는 전통적으로 비경제적인 초상권의 보호대상이었다. 그러던 것이 실제 인물의 경제적 가치, 즉 상품선전력 내지는 고객흡인력 등에 착안하게 되면서 저명한 인물이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상업적 가치를 통제할 수 있는 권리의 개념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퍼블리시티권은 미국 판례법에서 인정되고 있는 개념이며, 우리나라의 경우 법적 근거가 없어 그 인정 여부에 관해 논란이 있다.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한다면 초상을 침해당한 사람이 구할 수 있는 손해배상의 범위가 달라진다. 초상권은 인격권의 한 내용에 불과해서 손해배상은 위자료 청구에 국한된다. 그 초상이 인격권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사용된 결과 얼마나 큰 정신적 손해를 받았는가가 손해액 산정의 근거가 된다. 반면 퍼블리시티권은 초상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권리인 만큼 그러한 권리를 침해한 경우에는 그 침해행위로 이득한 액수가 손해액으로 인정될 수 있게 된다.

퍼블리시티권의 법제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벌어들이는 상금이 엄청나다고 하지만 그가 나이키 골프 의류에 ‘우즈’라는 이름을 빌려주고 벌어들이는 수익에는 비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곤 한다.

최근 한류열풍과 중국, 동남아시아에서 한국 연예인들의 초상권 침해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을 계기로 국내에서는 퍼블리시티권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퍼블리시티권과 관련한 소송도 국내에서 몇 차례 있었다. 배우 이영애씨가 계약기간이 끝났는데도 계속 자신의 모습을 내보내 광고한 화장품 회사를 상대로 퍼블리시티권 침해를 이유로 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가 승소한 사건이 있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전형적인 퍼블리시티권 사례로 보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

더 전형적인 사례는 속옷 브랜드인 ‘제임스 딘’ 사건이다. 유명한 미국의 영화배우 제임스 딘은 죽어서도 그 유명세 탓에 편할 날이 없는 것 같다. 제임스 딘의 상속인인 아버지는 1988년 제임스 딘의 고모와 고종 사촌에게 제임스 딘의 초상 및 성명, 퍼블리시티권을 양도하였고, 현재는 이러한 재산을 기본재산으로 하는 ‘제임스딘재단’이 설립되어 그 재단이 제임스 딘에 관한 퍼블리시티권을 행사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제임스 딘’에 대한 상표권은 개그맨 주병진씨에게 있다. 즉, 주병진씨가 특허청에 지정등록한 의류, 화장품, 신발 등에 대해서는 ‘제임스 딘’이라는 표장을 넣어 상표를 사용할 권리가 그에게만 있다는 뜻이다. 만일 다른 사람이 그의 허락없이 의류나 화장품에 제임스 딘이라는 표장을 넣어 상표로 사용했다가는 상표권 침해로 민형사상 책임을 지게 된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제임스딘재단은 주병진씨가 설립한 주식회사 좋은 사람들과 주식회사 신안 어패럴을 상대로 퍼블리시티권의 침해를 주장하면서 더 이상 제임스 딘을 속옷 등의 상표로 사용하지 말 것을 청구했다. 결론은 피고 승소. 서울고등법원은 원고가 주장하는 권리는 법률에 규정이 없어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제3자에 대하여 어떤 이익의 침해를 이유로 그 행위를 금지시킬 수 있는 권리는 법률에 근거가 없는 이상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이것을 물권법정주의라고 한다). 불문법 국가인 미국이 판례로 인정한다고 하여 성문법국가인 우리나라에서 법률적 근거 없이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

이 판결 이후에 법제화에 대한 주장이 본격화되는 듯하다. 지난 6월달 박찬숙 의원(한나라당·문화관광위) 주최로 퍼블리시티권 법제화를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박찬숙 의원은 “문화생산국, 문화선진국을 꿈꾸는 우리나라에서 퍼블리티권의 도입은 늦었지만 반드시 추진해야 할 문화정책”이라며 “비단 한류스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휴대폰·음반·자동차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도용당하고 있는 우리 산업의 보호망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의원은 주장은 그리 설득력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퍼블리시티권을 입법화한다고 해도 한류스타가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 퍼블리시티권 침해를 주장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법원은 자국법에 따라 판결할 뿐이므로 자국법과 판례가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만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제임스딘과 같은 외국유명인들에게 퍼블리시티권의 침해를 이유로 손해배상 해 주어야할 일이 빈번하게 일어날 수도 있다. 손익계산서를 뽑아봐도 한류열풍에 애국심과 민족감정을 대강 버무려 외치는 법제화 주장이 장사가 될 일인지는 의문이다. 뿐만 아니라 퍼블리시티권이 법률로서 규정할 수 있을만큼 명확한 권리인가도 문제이다.

미국 판례법상 인정되고 있는 퍼블리시티권은 초상이나 성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특정인의 얼굴이나 외모, 특이한 행동거지를 사진이나 그림을 통하여 허락없이 묘사하거나 그와 비슷하게 모방하는 것도 퍼블리시티권의 침해가 될 수 있다. 즉, 함부로 유명인을 모방한 ‘개인기’를 선보였다간 퍼블리시티권의 침해가 될 수도 있고 배칠수씨는 배철수씨의 맘먹기에 따라 밥그릇을 잃을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영화감독이자 배우인 우디 알렌이 원고가 된 유명한 사건이 있다. 비디오 테이프 대여체인점을 영업으로 하는 피고가 자신들의 고객카드를 선전하기 위하여 우디 알렌과 매우 닮은 사람을 광고에 등장시켜 알렌의 독특한 몸짓을 하게 하였는데, 법원은 이것이 알렌의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하였다고 판시했다.

어떤 배우가 특정한 역할이나 배역을 단골로 함으로써 그 배역하면 곧 그 배우를 연상하여 인식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면 그 배역이나 역할을 모방하는 것이 퍼블리시티권의 침해가 될 수 있다. 비록 기각되기는 했지만 일련의 드라큘라 시리즈 영화에서 드라큘라백작의 역할을 맡은 바 있는 배우의 드라큘라연기를 모방한 것이 그 배우의 퍼블리시티권 침해가 아닌가 문제된 예가 있었다.

퍼블리시티권을 개념상 인정할 수 있다고 해도 그 범위는 이렇듯 광범위할 뿐 아니라 국내에서는 이론적 검토가 충분히 이루어지지도 않은 상태이다. 더구나 민사상 불법행위로 규율해야 할 사항을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저작권법 개정을 통해 입법하려는 것은 법체계를 무시하고 손 쉬운 길을 찾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공평의 원칙에 비추어 보면 누군가의 초상을 이유로 많은 돈을 벌었을 때는 그 돈을 나누어 가질 필요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돈이 된다고 하면 무엇이나 한 사람에게 독점적 권리를 인정해도 좋은가, 그것이 우리 모두의 문화와 산업의 발전을 위해 긍정적인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법제화에 앞서 이루어져야 할 것 같다.

우리가 길을 걷다보면 반드시 공로(公路)로만 걷는 것이 아니다. 길로 사용되고 있어서 공로로 착각하지만 사유지인 경우도 있고 꼭 도로가 아니더라도 남의 마당이나 주차장을 지나다닐 때도 많다. 그 때마다 남의 땅이라고 해서 돌아가야 한다면 삶이 얼마나 팍팍할 것인가. 다행히 우리 형법은 자기 땅이라고 해도 길로 사용하던 곳을 막으면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산권이 아무리 중요한 권리라고 해도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수인해야 할 부담의 범위라는 것이 있음을 그 형법규정은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영화 ‘친구’의 흥행이 ‘친구’의 실화에 힘입었다면 공평의 원칙상 흥행수입을 좀 나눠줄 수도 있겠으나, 이런 문제는 법이 아닌 친구간의 우정 정도로 해결할 수도 있는 사회를 기대한다면 나는 지금의 계속된 재판을 설명할 수 없는 비현실주의자가 될 뿐인가, 아니면 사람들이 누구나 꿈꾸는 평범한 소망을 간직한 보통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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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연구개발조약에 관하여

 음... 약간 구라가 섞여 있음을 먼저 고백한다.

시민과학에 기고한 글인데, 사실 써놓고 며칠 동안 묵히면서 망설이다 보냈다.

원고 달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여기 올리는 건? 포스팅하라니... 어쩔 수 없이..^^

 

 

지난 2001년, 2002년은 한국의 백혈병 환자들에게 잊지 못할 해가 될 것이다. 백혈병 환자들에게 기적의 신약인 글리벡이라는 의약품이 개발이 되었지만, 이를 복용하기 위해서는 한달에 수백만원이라는 높은 약가를 부담해야만 했다. 백혈병 환자들은 글리벡을 생산하고 있는 노바티스를 상대로 목숨을 건 투쟁을 벌여야만 했다. 결국 얼마간의 약가를 낮추고 정부로부터 보험적용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지만 높은 약가의 근본적인 문제였던 특허제도를 변화시킬 수는 없었다. 의약품 접근권과 충돌하는 특허제도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대안적인 의약품 연구개발 제도를 제안하고 있는 단체가 있다. 미국 시민단체인 '기술에대한소비자프로젝트'(CPTech)는 최근 특허제도의 대안으로서 의약연구개발조약(Medical R&D Treaty)(안)을 제안했다.


현재 특허권 옹호론의 핵심적 근거는 강력한 인센티브가 있어야만 기술발전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특허권의 지나친 확대와 강화가 가져온 폐해는 극복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렇다면 대안적인 인센티브 제도는 어떠해야 하는가? 이 연구개발조약안은 하나의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이 안은 특허권에 의한 독점적 연구개발 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적인 연구개발 보상제도이다.

이 조약안에 따르면 조약에 가입한 회원국은 매년 일정 규모 이상의 의약연구개발비를 지출해야 한다. 이렇게 출연된 재원으로 개발된 기술과 지식은 특허권과 저작권의 보호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를 위해 각 국은 특허법을 개정해야 한다. 저작권의 경우 이용허락을 하도록 강제하는 방식을 통해 자유사용이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누구나 그러한 지식과 기술을 이용하여 카피의약품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된다. 시장에는 여러 카피의약품이 경쟁관계에 놓이고 시장가격은 하락할 것이며, 의약품 접근권이 확대될 것이다. 나아가, 보건문제 해결에는 중요하면서도 그 동안 투자는 소홀히 하였던 분야로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방법도 포함하고 있다.




첫째, 이 조약에 가입한 회원국들은 일정한 의약연구개발(Qualified Medical Research and Development; QMRD) 분야에 대한 재정지원을 해야 한다. 이 QMRD 영역이란 생의약 연구, 생의약 데이터베이스와 연구 툴의 개발, 의약품, 백신, 의료진단 도구의 개발, 이러한 제품의 의학적 평가, 민간요법의 보존과 확산 등을 말한다.

둘째, 위의 의무이행에 관한 최소한의 투자수준을 정하고 있다. 각 회원국마다 정해진 투자수준 이상으로 의약연구개발 투자를 해야 한다. 이 최저투자수준을 정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현재 제안되어 있는 상태인데, 그 중 하나는 세계은행이 소득에 따라 나눈 국가군별로 정하는 방법이다. 고소득국가는 GDP의 0.15%, 중상소득 국가는 0.1%, 중저소득 국가는 0.05%, 저소득 국가는 0%이다. 최저투자수준을 정하는 나머지 한 방법은 일인당 국민소득에 따라 정하는 방법인데, 1인당 국민소득이 300에서 999달러까지는 GDP의 0.01%, 1000에서 4,999달러까지는 GDP의 0.05%, 5,000에서 9,999달러까지는 0.1%, 10,000 달러에서 19,999달러까지는 0.15%, 20,000달러 이상이면 GDP의 0.2%로 한다. 이 수치는 의약품 개발에 소요된 비용통계를 기초로 한 것이다. 참고로 세계은행이 2000년에 발표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국민소득 2만달러이상인 국가에서 의약품 소비율은 국민소득의 1.16%, 1만달러이상은 1.24%, 5천에서 9천달러인 경우 1.51%, 1천에서 5천달러까지는 1.37%이었다. 따라서 이 조약안에서 말하는 R&D투자비용은 국민소득이 1만달러이상인 국가의 경우 현재 의약품 지출액의 10%정도에 해당하는 규모임을 알 수 있다. 미국의 경우 1년에 600억 달러가 된다고 한다.

셋째, 조약안은 우선적 의약연구 대상(Priority Medical Research)을 규정한다. 나아가 그 중에서도 우선적인 연구개발 목표를 매 2년마다 정하여 추진하도록 한다. 우선적인 의약연구 영역은 (가) 백신 개발, (나) 연구개발이 소홀한 질병 분야, (다) 전지구적인 전염병, (라) 데이터베이스, 연구 툴, 기타 공공재, (마) 보건제도 및 적합한 기술, (바) 민간요법의 보존 및 확산, (사) 기타 적절한 우선적 연구 등이다. 우선적인 의약연구 대상 선정 등은 이 조약에 따라 설치될 의약혁신이사회(Council on Medical Innovation; CMI)가 우선의약연구개발위원회(Committee on Priority Medical Research and Development)를 구성하여 이 위원회로 하여금 하게 한다.

또한 이 우선연구 대상에는 일정 액수 이상의 지원금(최저지원금)을 규정하고 있는데, 그 산정 방식은 앞서 본 최저투자수준과 유사하다. 의약품혁신이사회는 2년에 한번씩 최소지원금 수준을 검토하여 변경할 수 있다.

넷째, 투자 의무 이행방법은 각 회원국의 재량에 맡긴다. 조약안에서 제시하고 있는 적합한 투자 방법에는 ①공공영역의 재정지원, ②세제혜택, ③인도적 기부, ④영리, 비영리단체에 의한 출연, ⑤투자 동기를 불러일으킬 만큼의 관련 의약품의 국가 구매, ⑥혁신 포상이나 기타 혁신 인센티브의 제공 등을 규정하고 있다.

다섯째, 우선연구대상(priority research), 공유(公有)적 연구(open research) 등 조약에서 정한 일정한 분야에 투자한 국가는 그 투자액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특별신용(special credit)을 취득할 수 있으며, 이 신용은 각 회원국이 부담하는 최저투자수준에 충당할 수 있고(즉 특별신용에 상응하는 금액만큼의 투자의무를 면한다는 뜻), 국가간에 거래도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A 국가가 우선연구대상인 에이즈 백신 개발에 1백만달러를 지출한 경우, A국은 그 50% 즉 50만달러의 특별 신용을 획득하게 된다. 그런데 B라는 국가가 자국의 최저투자수준에 50만달러정도 미달하게 된 경우 A국가의 신용을 50만달러를 주고 구입하여 조약에 따른 의무이행에 갈음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조약은 특별신용을 구입하여 충당할 수 있는 최저투자수준의 일정 비율 (예컨대 1/3)을 정한다. 제임스 러브는 이러한 방식은 이산화탄소 방출에 관한 교토의정서에서 아이디어를 따왔다고 설명한다. 그는 이런 방식이 각 국가로 하여금 지금까지는 제대로 투자되지 않았던 영역에 투자를 하게 하는 인센티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섯째, 각 회원국은 이 조약에 따른 연구성과에 대해서는 특허권을 부여하지 않도록 특허법을 개정해야 한다. 이 조약상 의무준수를 위해 각 국가가 공적 자금을 출연하여 얻은 성과를 누군가 가져다가 약간만 변형하여 특허권을 취득하는 사태를 막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프로그램에 관한 그누라이선스와 같이 변형물에 대해서도 독점권을 부정하는 것이다. 또한 연구목적을 위한 사용을 특허권의 예외로 인정하여 허용하도록 특허법을 개정하는 것도 회원국의 의무가 된다.


이 조약안에 대한 반응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미국의 거대 제약회사들은 이 조약의 문제점을 파헤쳐 내기 위해 안달이고 부시행정부는 부정적이다. 심지어 세계보건기구가 지난해 이 조약안에 대해 검토하는 회의를 가졌을 때 미 정부는 이 회의에 정부관계자가 참여하지 못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이 회의에 참석하는 경우 해고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한다.


각 국 정부가 많은 공적 자금을 투자해서 그 성과를 아무나 자유롭게 쓰자고 한다면 각 회원국별로 의무 투자액도 서로 다른데, 각 국가들이 과연 이 조약에 동의하게 될까? 더구나 더 많은 의무를 부담하게 될 선진국들이, 제약자본의 지지 속에서 정권을 유지하고 있는 선진국 정부들이 움직이게 될 것인가?

제임스 러브는 우선 실현가능성에 대해 낙관적이다. 선진국의 경우 개도국이나 후진국보다 많은 투자를 해야 하지만, 지금까지 투자하지 않던 저개발국가의 투자를 끌어냄으로써 의약개발비의 공동부담을 이뤄낼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전세계적인 투자규모는 늘리면서 선진국은 현재 투자규모보다 더 적은 의무만 부담하게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조약이 체결되면 가장 이득을 볼 국가가 미국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미국의 경우 지나치게 높은 약가 때문에, 노동자들의 보험금을 지불하는 회사들의 부담이 큰 상태이기 때문에 제약회사를 제외한 다른 제조업체의 경우 이 조약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일 수 있다고 한다.


조약안에 의하면 이 조약에 의해 창설될 운영기구에서 각 국의 의무 이행 수준을 감시하고 평가하지만 각 회원국은 연구개발 정책에 대해 독자적으로 결정하며 돈을 중앙에서 모아 분산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각 국가가 이 조약에 동의하여 가입한다고 해도 그 의무를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있을까? 조약이 체결된다고 해도 실효성이 없으면 그만이다. 세계보건기구 내에서 이 조약안을 검토한 전문가들도 이 문제를 우려한다. 이 문제와 관련, 제임스 러브와 함께 이 조약안을 초안한 팀 허버드(Tim Hubbard) 박사는 의무가 엄격하게 준수되지 못할 위험이 있음을 시인한다. 그러나 그는 보건분야의 연구개발 지원의 중요성에 대한 전세계적 인식이 존재하고 국제적으로 약속한 사항을 이행하라는 국내적 압력이 존재한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한다. 일례로 휴먼게놈프로젝트를 든다. 각 국 정부는 휴먼게놈프로젝트 뿐만 아니라 다른 국제적으로 공유되는 보건 연구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것으로 비춰지고자 하는 바램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의무이행에 관한 평가의 공개와 각 국의 투자규모에 대한 상대 평가를 공표함으로써 상당히 여론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트립스협정 등 기존 조약에 위배되는 문제는 없을 것인가? 위배된다면 기존 조약과의 관계는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이 조약에 따라 연구된 결과에 대해서는 트립스협정의 위반을 문제삼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조약을 체결한 국가들 간에 문제삼을 수 없을 뿐이라는 것이며 조약 비체결국가와의 사이에서는 여전히 트립스협정 위반의 문제가 남는다. 이는 장기적으로 이 조약에 가입한 국가가 늘어남으로써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임스 러브는 낙관한다. 그러나, 여전히 여러 가지 국제법상 문제가 복잡하게 제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조약안은 실현가능성, 실현된다고 해도 체결 후의 각 국의 이행가능성 등 아직 해명되고 보완되어야 할 문제들이 많아 보인다. 그러나 이 조약안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많다. 특허 이외의 새로운 연구개발 인센티브 제도에 대한 상상력이 그 첫 번째이다. 또한 트립스협정에 의해 점차 강화되는 의약품 기술의 독점과 이로 인한 의약품 접근권의 제약은 결국 국제적인 수준에서의 투쟁에 의해서만 궁극적으로 극복이 가능하다고 볼 때 이 조약안은 국제적 수준에서 그 최전방의 전선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투쟁의 과정에서 보다 세련된 안을 마련할 수 있을 지 모른다.

이 조약의 제안자들은 이 조약이 체결되어 운영기구가 설립될 때까지는 세계보건기구가 이 조약체결의 사무국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세계보건기구는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이 조약안에 관한 논의를 하고 있는 중이다. 세계보건기구가 어떤 결론을 낼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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