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딸을 위하여

생물학적 인생의 내리막길 초입에 서있음을 깨달은 어느 날,

내가 죽기전에 해야할 일들이 무엇인지 찾아야겠다는 다급함에 사로잡혔다.

 

머릿속은 갖은 번뇌에 휩싸였지만, 그중에 제일 쉽게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일을 일단 시작하자고 결심했는데, 그것은 바로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글을 남기는 것이었다.

 

그다음날로 서둘러 블로그를 만들었고 '블로그를 열며(엄)'이라는 끄적거림이라도

해 놓으니까 마음이 평안해짐을 느꼈다.

 

지금 그 끄적거려놓은 것을 보니,

마치 블로그를 열어두고 짝사랑하는 연인이 언젠가 봐주기를 기다리는

듯한 투여서 영 꺼림칙하다.

 

사실, 내가 글을 남겨주고하 하는 대상은 다름 아닌, 우리 딸아이다.

그래서 엄마가 쓴 글이라는 의미로 (엄)이라는 표시를 해두었다.

 

우리 딸은 아직은 과자부스러기에도 삶의 희비가 교차하는 어린애다.

그리고 그 딸에게 엄마라는 존재는, 곰돌이나 멍멍이 인형을 꼼지락거리며

대화를 나눠주는 친구이기도 하고 어떨 때에는 맴매들고 혼내주는

무섭고 미운 망태이기도 하다.

어린이집에서 늘 보던 '펄럭이면 바람이 나와서 시원해서 좋은 그' 태극기를

왜 엄마는 싫어하는지 딸은 의아스럽기도하다.

 

가족이자 친구를 넘어서 엄마가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이고 어떤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인지 때가 되면 딸이 알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블로그를

열었다. 아빠도 여기에 힘을 보태기로 하였다.

 

  '딸아, 엄마는 너에게 반드시 이래야 한다는 것을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네가 커서 학교에서 받게될 교육내용을 전적으로 믿어서는 안되는 것처럼

  엄마의 생각도 전적으로 너의 판단에 달려있는 것이다.'

 

현명한 판단력을 갖추는데 도움이 되는 것, 충분히 할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 아닐까?

나아가 단지 딸아이 만이 아니라 세상사람들에게도 말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