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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예행경기 가나-한국전을 앞두고

오늘 밤 열시반에 가나-한국전을 한다고 벌써부터 시청앞광장에 벌떼같이 모여들었다고 한다. 조금뒤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우리 짱구도 좋아하는) 유일한 프로그램인 개콘을 할텐데, 지난주 일요일 아침, 한 대형마트에서 목격했던 일이 기억나서 잠시 끄적거린다.

 

요새, 주머니사정이 점점 궁해지고 있어서 전에 자주가던 마트에 발길을 거의 끊다시피 했더랬는데, 그날 시어머니와 함께 장을 보러갔다. 일요일 오전 10시는 손님도 뜸하고 아마도 직원들 조회와 서비스교육 등이 이루어지는 시간인 듯했는데, 월드컵 음악과 함께 매장 직원들이 곳곳에서 줄을 서서 꼭짓점 댄스를 추고 있었다.

 

예전 같으면 신세계 체조? 또는 국민체조를 했을텐데 이젠 꼭짓점 댄스라.....

아줌마 직원들, 젊은 직원들 한 것없이 팀장으로 보이는 듯한 사람의 지휘하에 팔을 좌우로 흔들고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갔다가... 그렇지만 텔레비에 연예인들이 하는 듯한 열정이나 과잉된 행동은 하나도 없고 그저 엉거주춤... 가는둥 마는 둥... 요란하고 경쾌한 음악소리에 비해 귀를 잡아당겨서 하는 수 없이 하는 듯한 모습. 그 사람들은 이 매장의 정규직일까 아니면 협력업체 또는 아르바이트 생들일까?

 

월드컵 열풍이 기업과 자본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문화코드로 확실하게 자리잡은 듯 하다. 근래에 월드컵 만큼 사람들로 하여금 한국인이라는, 한국의 승승장구를 염원하는 애국심을 부글부글 끓어오르게 하는 것이 없는 것 같다. 애국심은 자본에게 매력적인 상품이자 여러모로 활용도가 높을테니 말이다.

그저 텔레비전에서 보이는 꼭짓점 댄스.. 심지어 군바리(? ^^)들이 대거 떼지어 군무를 펼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권위주의가 점점 사라지는 모습이라고만 생각했더랬는데, 대형 마트에서조차 꼭짓점 댄스가 국민체조를 대신하는 모습을 보면서(그 마트는 삼성계열사에서 운영하는 홈플러스다!!) 이건 권위주의와의 단절이 아니라 새로운 질서(애국과도 연루된...)를 강제하고 있는 것 같다는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이 꼭짓점 댄스가 국민체조의 '왝 왝'거리는 구령소리와 뭐가다른가 말인가?

 

다행히, 문화연대(? 들어는 봤는데 사실 잘 모른다. 내가 문화쪽은 영 무뇌충이라서...)에서 안티 월드컵 운동을 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곳 활동가들이 안티스티커 붙이다가 괜시리 붉은 옷(!!!!)을 입은 응원대와 마주치기라도 하면 몰매맞을까봐 걱정마저도 든다.

 

2002년 월드컵 때에도 나는 그저 경기를 지켜봤을 뿐이었고,  Be the Reds!라고 쓰인 붉은 티셔츠를 보면서 흠...'빨갱이가 되라!'라니... 하며 그렇게 해서라도 빨갱이에 대한 붉은 색에 대한 안좋은 사회인식이 바뀌면 뭐 나쁠 것 없다고 생각했을 따름이었다. 그런데.. 이젠 그 붉은 색이 이젠 내가 싫어지려고 한다.

 

헤구.. 우리딸이 개콘 시작했다고 팔을 잡아끌고 난리다...

개콘에선 제발 월드컵..  운운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대한민국...'하는 소리가 이방에도 들리네...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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