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FTA 반대전선의 성격에 대해

 

한미FTA 협상을 두고 논란이 많다. 스크린쿼터 폐지 논란, 미국산 쇠고기수입 논란, 미국산 쌀의 소비자 판매 등등... 한미FTA협상에 앞서 세상을 뒤숭숭하게 한 일련의 사건들이다.

 

최근에 번역을 할 기회가 있어서 읽게된 글이 있었는데 무역자유화의 상대적 충격이라는 논문이다. 협상을 체결하면 GDP가 얼마가 올라가고 교역량이 증가해서 국익에 이득이된다며 노무현정부가 FTA를 칭송하고 협약체결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그것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통계를 조작해가면서까지!!!) 무역자유화의 충격이 개발도상국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한 이 글은 3년 전 논문이지만 매우 유효하고 정확한 지적을 담고 있다.

 

그런데 이 글을 읽으면 국내 자본가들조차 무역자유화, 한미FTA를 반대하게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유명 영화배우들이 시위에 나서서 세간의 주목을 이끌었던 스크린쿼터 폐지 운동에 뒤이어 한미FTA 반대 범국민대책위도 발족하는 등 반FTA 전선이 광범위하게 형성되고 있는 듯하다. 심지어 청와대에 몸담았던 정태인씨 조차 FTA 반대진영으로 넘어오는 등 그냥 보기에도 한미FTA반대 전선은 크게 힘을 받을 것 같다.

 

한미FTA의 구체적인 협상분야는 잘 모르나, 농수산물 개방으로 인한 농업파탄 문제보다도 서비스분야(의료, 교육, 법률 등등) 개방, 지적재산권 보호 등으로 인한 손실이나 관세철폐로 인한 공산품 경쟁면에서의 손실부문이 훨씬더 문제가 되는 것으로 알고있다.(농업은 전 국민의 식량공급 안정성과 관련이 있어 여전히 중요한 부문이기는 하지만 전체 GDP 비중은 다른 분야에 비해 작다)

 

막대한 잉여가치가 초국적 자본이나 선진국들에게 이전되고 궁극적인 피해의 당사자는 민중들이지만, 자본들 역시 경쟁과 이윤압박 속에서 구조조정의 위협에 내몰릴 것이다. 가령 스크린쿼터의 폐지는 국내 영화제작자들의 위기이고 의료시장개방은 병원자본과 자본가의사들의 위기이며, 교육서비스의 개방은 국내 사학재단의 위기이며 법률시장개방 역시 법률자본의 위기인 것이다. 심지어 관세가 철폐될 경우 미국보다 관세률이 높은 한국의 자동차산업 자본가들은 미국자동차의 국내시장 잠식 위험에 노출된다.

 

지금 한미FTA반대 전선을 구축하고 있는 진영은 노동자, 농민 등 기층민중진영이다.

FTA를 통한 이익이 누구에게로 돌아가는 가와 국내 자본가들이 처하게 되는 위협을 생각해보니, 어쩌면 한국의 민중진영은 국내 자본가들의 이해까지도 대변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자. 보건의료노조가 의료시장 개방을 반대하는 투쟁을 한다고 할 때 병원자본가들이 막을까? 아니 속으로 아주 좋아하며 병원 영업에 차질을 주지 않는 범위내에서 잘 싸워주기를 내심 기대하지나 않을까?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투쟁에 나선 영화산업 스텝노동자들이 스크린쿼터 축소를 쟁취해낸다고 해서 가장 큰 수혜자들인 영화제작자들이 저임금 스텝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획기적으로 개선시켜줄까? 완성차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면 국내 자동차산업 자본가들이 마냥 반대할까?

 

옛날 임진왜란 때 노비들이 앞장서서 전쟁터에 나가 왜군들과 싸웠다고 한다. 노비들이 남달리 조선을 사랑하는 애국심이 드높아서였던 것이 아니라, 노비신분으로부터 해방시켜준다는 약속 때문이었다.

부르주아 혁명기에 지주계급에 맞서서 농민과 노동자들은 신흥부르주아들과 함께 열심히 투쟁하였다. 그러나 그들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애만낳을 수 있는 무산자인 프롤레타리아라는 이름만 남았다.

 

한국의 민중들이 한미FTA 투쟁에 나서고 있다. 분명 이 투쟁은 국내 자본가들의 이해도 대변하는 투쟁이다. 그러나 그 댓가로 약속되어 있는 것이 무엇이 있는가?

그러다 보니, 이 한미FTA 반대전선에는 그 뿌리깊은 애국주의도 녹아들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애국심 논리는 아무런 댓가없이 국가를 위해 몸바칠 것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던가? 황우석 사태에서도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던 국가주의, 애국주의.... 부정하고, 탈피하고자 해도 여전히 그림자처럼 민중들을 따라다니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