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에 해당되는 글 58건

  1. 한 숨 2010/12/23
  2. 다름의 평화로운 공존? 2010/12/22
  3. 문제가 아닌 문제 2010/12/20
  4. 기타치는 수진이 (2) 2010/12/19
  5. 12월 2010/12/16
  6. 2박 3일 2010/12/16
  7. 위로 (3) 2010/12/13
  8. 어딘가로 2010/12/13
  9. 지금 이대로 괜찮나? (8) 2010/12/12
  10. 합격 (8) 2010/12/11

한 숨

from diary 2010/12/23 18:17

 

 

기숙사 2인실 할까 4인실 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2인실로 등록했다. 언니오빠들한테도 물어보고 트위터에도 물어봤는데 대부분 2인실을 추천하길래 2인실. 하긴 지금도 사람들 많이 만나는 것이 불편해하는데 그 때라고 달라질까. 성격상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는 하지만 그게 아주 잠깐이어야 행복해하는 것 같다. 4명이랑 같이 사는건 좀 힘들 것 같다. 이 친구 저 친구 다 신경쓰고 그에서 부속되는 관계들하며 아 생각만해도 머리 터질 것 같다. 아무래도 4명이서 같이 지내면 알고 싶지 않은 것들도 많이 알게 될거고. 물론 좋은 것도 많이 보긴 하겠지만.

 

처음에는 4인실 하면 다양한 과 친구들을 사귈 수 있을 것 같아서 좋을 것 같았는데 다시 생각해보니까 다른 과 라는 건 정말 '다른' 거니까 피곤할 것 같다. 처음에 2인실 해보고 다음에 4인실 하던지 해야지. 처음부터 4인실 하면 적응 못해서 자퇴하고 싶어질 듯한. 허허. 깊은 관계를 추구하는 난 4인실 하면 더 외로워질 것 같다. 차라리 2인실이 낫겠다는 결론. 그 친구랑 사이가 안좋다 하더라도 그 친구로 끝이 나니까. 그리고 좀 조용할거고. 낮에 학교 다니면서 사람들 많이 만나면 밤에는 좀 혼자 있고 싶고 조용히 있고 싶을 것 같다. 2인실. 마음이 맞는 친구이기를. 근데 왜 최악의 상황일 경우를 생각하며 선택했는지 모르겠네.

 


 

그동안 밤낮이 바껴서 연일 12시 다되서 일어나는 바람에 요가를 계속 못갔다. 그리고 저녁에는 페다고지에서 토론한다고 못갔고. 정말 한 달 중에 간 날보다 안 간날이 더 많은 것 같다. 회비 납부일도 다 되가는 것 같은데 진짜 간 날보다 안 간 날이 더 많으니 뭔가 이건 아니다 싶네. 어쩌다 내가 이렇게 바쁜 인간이 되었는지. 밤에 집에 오면 지쳐서 바로 잠들고 싶은데 몸은 몸대로 마음은 마음대로 지쳐도 생각이 많아서 그런지 왜그런지 잠이 안오고. 새벽 늦게 자거나 밤을 새고 낮에 잔다. 그러다보니 오전시간은 날리고. 그래서 내가 지금 우울한가. 버겁군.

 

오늘부터 25일까지는 집에만 틀어박혀있을거다. 근데 문제는 요가를 계속 결석해서 나가야되는데 또 가기가 싫다는거. 지금까지 못갔는데 오늘은 안가겠다니. 가야겠긴 한데 갈 힘도 없고 가기도 싫고. 쌤도 보고싶고 내 몸도 요가 하기를 원하는데 내 마음은 가기 싫어한다. 그러면 난 늘 그 쪽에 손을 들어준다. 조금이라도 가기 싫다던지 하기 싫으면 안한다. 그게 내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한데 요즘은 이러한 것을 좀 고치고 싶다. 솔직히 이러한 성격 사는데 아무 지장 없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좀 지장 있는 것 같다. 하고 싶은 것만 살수는 없는 것 같기도 하고.

 

고등학교 다닐 가치 없는 것 같고, 도대체 왜 다니는지 모르겠고, 다니기 싫어서 두 달 다니고 뛰쳐나왔다. 그까지는 괜찮다. 그런데 대학 마저 두 달 다니고 뛰쳐나오면 진짜 난 인간도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 것 같다. 또 그럴까봐 되게 두렵고. 어떻게 해서든 학교를 그만두지 않고 계속 다닐 이유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사실은 잘 모르겠다. 그렇게 3년 동안 생고생을 하며 외로워해놓고는 외로워서 학교 다니는게 말이 되는건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나도 미쳤지. 덜 힘들었나 진짜. 허허.

 

또 자퇴하면 어쩌지 하는 불안함과 두려움. 내가 학교 라는 곳을 잘 다닐 수 있을까? 하는 걱정. 이런 잔걱정이 많아서 내가 정신적 피로도가 높은건가. 그래 지금 내가 남일 바라보고 상담해줄 때가 아니라 나를 들여다봐야한다. 내 단도리도 못하는 주제에. 몰라. 차라리 바로 입학해버렸으면 좋겠다. 뭔가 그래 참. 고등학생도 대학생도 아닌 것이 소비만 하는 애 같고 뭔가 뭔가 어정쩡. 그래서 내가 요즘 계속 답답해하는건가. 휴. 어쨌든 그간 계속 사람 만나고 토론한다고 너무 애 쓴 것 같다. 그럴 필요 없는데.

 

쉬면 괜찮아지겠지. 근데 또 갑자기 쉬니까 우울하네. 좀 외롭고. 미쳤나봐 정말.

 

 


 

준호가 손난로를 선물해줬다. 충전식 손난로인데 귀엽게 생겼다. 귀요미 손난로! 아직 사용해보진 않았는데 추워지면 써봐야지. 그러고보면 준호는 날 참 잘 챙겨주는 것 같다. 난 준호가 춥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같은거 한번도 해본 적 없는데. 하하. 아무튼 쓰면서 계속 준호 생각해야지. 쉽게 고장이 나지 않는다면 내년에도 그리고 그 다음 해에도 쓸 수 있겠지? 쓸 때마다 생각해야지!

 

준호의 편지를 보면서 '아..' 하는 생각을 했다. 약간의 염려가 담긴 편지. 카드의 반이 바람과 걱정이었다.

 

'자, 넌 올해를 어떻게 보냈고, 또 내년은 어떻게 보낼 것 같니? 힘든 재수생활도 끝났으니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으려나? 난 네가 대학교에 가면 대학교를 즐겨봤으면 좋겠어. 고등학교 때 못해봤던 동아리도 가입해보고, 수업도 즐기고, 알바도 해보고, 여행도 가보고. 너무 책에만 파묻혀있지만은 않았으면 좋겠네. 그리고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잘 꾹 참고 견뎌냈으면 좋겠다. 미래에는 무엇을 먹고 살아갈지 진지하게 고민도 해보구. 한예종에 들어가겠다면 당장 대학을 졸업하지 않고 대학 중간에 들어갈 수도 있지 않아? 정말 의지가 있다면 대학 4년 동안 가능한 빨리 들어 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

 

올해 어떻게 보냈어? 라는 말에 학교에 다니는 고3 친구들은 이렇다할 말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난 정말이지 별로 할 말이 없다. 일 년 내내 외로워서 울었고, 공부라고는 안했다. 그러한 힘든 시간이 나를 강하게 만들어주었다 라고는 말할 수는 있겠지만 그런식의 질문은 아닌 것 같고. 어쨌든 올해 무사히 잘 넘겨서, 그리고 대학에 합격해서 다행이다. 그리고 내년? 내년을 어떻게 보내야겠다 하는 계획은 없다. 솔직히 겁도 나고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도 된다. 근데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그 때 가서 뭐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생각. 어떻게 되든 다 괜찮다. 그리고 나도 학교 다니기 싫어도 꾹 참고 견뎠으면 좋겠다. 아니 그만두지 않을 이유를 꼭 찾고 싶다. 그만두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꾹 참을 일이 없게. 난 절대 꾹 참는 짓 따위 하지 못하니까.

 

그리고 한예종 영화과는 심리학과 졸업하고 가고싶다. 이건 희망사항인데 학문을 깊게 배우고 싶다. 재미없으면 학교 휴학하거나 자퇴하겠지. (엄마아빠가 들으면 기절하실듯. 휴학하면서 쉬엄쉬엄 다닌다 했다가 '얘가 무슨 소릴 하나' 하는 소리 들었다. 흐흐.) 그리고 한예종 갈 수도 있고 안 갈 수도 있고. 꼭 가야지 하는건 아니다. 어찌됐든 영화감독이 꿈이긴 한데 이걸 언제 이뤄내야지! 하는 욕심이랄까 목표랄까 그런건 없다. 되는대로 살고싶다. 왜 한예종에 빨리 들어가야하고, 그러한 의지가 있어야하는지 모르겠다. 그냥 난 현재에 만족하며 행복하게 살고싶다. 주어진 상황에 만족하면서 즐기면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게 내 스무살이길 바란다. 타인보다는 나를 생각하는 스무살이길 바란다. 이건 열아홉이 되기 전에도 했던 말인 것 같은데 스무살도 그렇게 살기를. 마음을 들여다보며 살기. 휩쓸리지 않기. 주체적으로 살기. 그리고 이건 꼭 지킬건데 스물 두살에는 혼자 여행갈거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0/12/23 18:17 2010/12/23 18:17

다름의 평화로운 공존?

from diary 2010/12/22 02:55

 

 

 

다름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하여 - 노자와 장자의 제언 에 대한 철학 강의를 들었다. 고민해결을 위해 강연을 들었는데 해결되지는 않았다. 이럴거라 예상은 했지만 그대로니까 조금 답답하네. 몰라. 일단 나는 다름의 평화로운 공존이 가능하다는 것에 회의적이다. 노자와 장자의 사상을 모두가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않는 이상 다름의 평화로운 공존은 불가능하다. 노자와 장자의 사상을 이해한다고 해도 그것을 실천할 능력이 없으면 또 안되는거고. 결국 끊임없이 수행하며 살아야하는데 그 말은 곧 수행을 하는 동안에는 다름의 평화로운 공존은 어렵다 라는 것이 된다. 불가능하다 는 아니겠지. 근데 솔직히 내가 만나는 사람들 만 하더라도 그 속에서 다름의 평화로운 공존이 가능했나? 일단 나부터가 안된다. 너와 내가 다르면 감정적으로 '친해지고 싶지 않다' 라는 감정이 생기기 때문에 평화로워질 수는 없지. 어쩔 수가 없잖아. 그러한 순간적인 생각을 어떡해. 싫은데 어쩌라고.

 

애 같지만, 모르겠다. 그러한 순간적인 판단을 하고 난 후에 '이 판단은 옳지 않아' 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싫은건 싫으니 답이 없다. 도대체가 어떻게 저런 식으로 생각할 수 있지? 싶으니까. 결국 그러한 것이 극복이 안되면 끼리끼리 모이게 되는 것 같다. 이런 생각 때문에 비슷한 사람들만 만나려 하겠지. 그런데 그러면 안되는걸까. 그러고싶다. 그러고싶으면 그러면 되는걸까. 내 삶인데 안될 것 까지는 없겠지. 그러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드는건 주입된 생각일까. 두루두루 친해야한다는? 그런데 그게 가능할까. 두루두루 친하다는건 정말 능력인 것 같다. 생각이 다른 너들과 함께 무언가를 한다는 것. 의미 있는 일 같은데 꽤나 피곤한 일 같다. '다름' 이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아 피곤해' 라는게 반사적으로 튀어나온게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 최근 일 인 것 같은데 최근 일 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을 것 같다. 3년동안 혼자 지내고 늘 같은 사람이랑만 지냈기 때문에 나랑 다른 사람을 만날 일이 없었으니 내가 이런 사람이란것도 몰랐다. 근데 예전부터 난 이런 사람이었을지도. 솔직히 내가 이런 사람이라는 것에 조금은 실망스럽다. 다름을 존중하지 못하다니. 말도 안 돼.

 

다름을 '존중' 한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나랑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아 그래? 난 아닌데. 아 넌 그렇구나.' 하고 넘긴다. 인정해버리는거다. 그런데 그게 뭔가 허무하다. 이런식으로 생각하는게 존중하는것이 맞는건지 모르겠다. 그래 너는 너지. 나는 나고. 이렇게 되버리니까 다름을 존중하는것도 피곤해지는거다. 다름을 보는 것만으로도 피곤한데 존중하려니 더 피곤하다. 그래서 아예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게 되는 것 같다. 이런게 더 심해진다면, 정말 나랑 같은 사람만 만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겠지. 근데 정말 그러함으로서 내가 행복하고 안정을 느낀다면 그렇게 살아도 되는걸까? 으 모르겠다. 토론하면서 D가 했던 '그래도 행복하면 되는거 아니에요?' 가 계속 머릿속에서 맴돈다. 다름을 존중하지 못하면 같은 사람끼리 지내면서 행복하면 되는거 아니에요? 이렇게 말하면서도 다름을 존중하려고 힘들어하면서도 노력하겠지만 그게 계속 잘 안되면 정말 이런 말을 하면서 같음만을 추구할지도.

 

다름을 '존중' 하는 것과 '이해' 하는 것에서 혼돈이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존중은 1단계이고 이해는 2단계인 것 같은데 난 지금 1단계 까지는 한건가? 결국 너와 내가 다름을 인정했고 그 차이를 알고 있으니까 나는 존중한건가? 이건 별로 중요하지 않은건가? 어쨌든 다름이 '평화롭게' 공존하려면 상대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해줘야하는 것 같다. 이해 까지는 불가능하겠지. 내가 그걸 내 식대로 '이해'하려고 해서 '다름→피곤함' 이 되버린건가? '아, A는 나랑 다르구나. 난 b라고 생각하는데 A는 a라고 생각하네? 그렇구나.' 하고 쿨하게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한가? 그러면 평화로워지는건가? 결국 이 평화라는건 A는 a를 '선' 이라고 생각하니까 그걸 추구하게 내버려두고 B인 나는 b를 선이라고 생각하니까 그걸 추구하면 유지되는건가. A가 생각하는 a라는 선이 내가 추구하는 b와 같지 않다해서 그것을 '악'으로 보지 않고 또 다른 선으로 보는 것. 그게 다름의 평화로운 공존인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0/12/22 02:55 2010/12/22 02:55

문제가 아닌 문제

from diary 2010/12/20 14:46

 

 
誰も知らない (아무도 모른다 Toy Piano Ver.)를 오후내내 듣고 있다. 이 글을 쓰는 내내 이 음악을 들었다.
 

 

그러니까 늘 이게 문제야.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것들이 일처럼 되버리니까 하기 싫어지는거지. 즐겁게 하려고 해도 해야할 일들이 너무 많다거나 그것들이 내 시간을 없애버린다러나 하면 그만하고 싶어져. 그런데 그것들이 내 시간이 될 수는 없다는게 더 슬퍼. 그러니까 내 시간이라는건 오롯이 혼자 있는 시간을 뜻하는건가봐.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러한 것들은 내 시간이라고 느껴지지 않아. 나를 위한 것 같지 않다고. 나를 갉아먹고 있어. 힘드네. 그래 힘들어. 이걸 그만둘 수도 있지. 그런데 이걸 그만두면 그건 또 나를 위한 것 같지 않을걸. 결국 지금은 나를 갉아먹는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도 이것을 지속시켜나가야해. 지속시켜나갈 힘이 필요한데 그걸 타인에게서 얻으려 한다면 난 더 피곤해질것이 분명해. 그래서 나는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는 것이겠지. 그래 늘 이런게 반복되는거구나.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러니까 늘 이게 문제야' 라고 할 만큼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아 그냥 그렇다는거지. 그렇다ㅡ.

 


 

집을 부숴라 부숴. 어째서 집에서라도 고요해야할 연말에 공사질이니. 너희는 지금 다른 집에서 고요하게 지내고 있겠지. 여기가 시끄럽다는 것 조차 너희는 모르겠지. 그것에 대해 나는 화가 나. 그래 나는 지금 화풀이 대상을 너희로 잡았어. 어차피 너희는 내 말을 듣지 못할테니. 이왕 너희에게 화를 내기로 한 거 더 말할게. 있잖아. 살면서 기본적으로 지켜야할 그러니까 최소한의 예의라는게 있잖아. 윗집에서 쿵쿵거리면 아랫집이 시끄러우니 사뿐사뿐 걸어야한다던지 그러한 아주 기본적인 것들. 너희는 지금 날 아주 못살게 굴고 있어. 난 지금 굉장히 예민한 상태인데 그 드르르륵 거리는 소리로 날 더 힘들게 하고 있다고. 날 좀 쉬게 내버려둘 수 없어? 집에서는 고요하게 보내고 싶은데 어째서 내 집인데도 그게 안되는거지. 그러니까 나는 그냥 지금은 좀 쉬고 싶다고. 그냥 그냥 그렇다고. 모르겠어?

 

이래서 아파트가 문제야. 진짜. 시골로 가버리겠어ㅡ. 근데 시골로 가면 이러한 소음도 없어서 외로워질까? 이러한 소음을 그리워하게 될까. 그건 정말 미친짓인데 말이지. 사실 나는 지금 미친짓을 하고 있지. 사람들 속에 있는데 사람들 밖의 나를 그리워하고 있어. 그 미칠듯한 우울감을 그리워하고 있다고. 정말 이건 미친 짓 아니야? 이러다가 또 철저히 고립되면 그 때는 또 사람들과 북적거리던 때를 그리워하겠지. 내게 현재의 만족이란 없는걸까? 어째서 늘 반대 방향을 향하려고 애쓰는거지. 정말 이건 내 문제야. 이럴거라 예상은 했지만 너무도 빨리 와버려 당황스럽군.

 


 

준호야 라고 불러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아서 이제는 준호야 라고 불러. 그런데 웃긴건 이러한 작은 변화가 날 행복하게 만든다는거야. 풋풋해진 것 같은 느낌이랄까. 자기야 라고 부르는것보다 준호야 라고 부르니까 더 친밀해진 느낌이야. 확실히 이름은 중요해. 준호도 내게 정현아 라고 부르는데 내 이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 내 이름이 낯설게 느껴지면서도 익숙한 느낌. 이런 모순적인 말 따위 싫은데 그렇게밖에 표현이 안되네. 어쨌든 쉽게 말해 좋다는거야. 으하하하하하. 그리고 난 지금 준호랑 아주 잘 지내고 있지. 우린 아픔을 보듬어주고 있어. 그래, 생각해보니까 준호와 내가 헤어질 수 없는건 같은 아픔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싶어. 그것마저 사라진다면? 글쎄. 아니 그게 없었다면? 글쎄. 어쨌든 나는 준호가 좋으니까. 다른 사람이 채워줄 수 없는 부분을 준호가 채워주니까. 아니 내가 준호로부터 내 마음을 채우려 노력하니까. 내가 말이야. 하긴, 이런게 뭐가 중요하겠어. 어쨌든 좋으면 됐지. 그래 누구말처럼 좋은게 좋은거지 그걸 굳이 따지면서 살 필요는 없는 것 같아. 그래도 좀 생각 없이 사는 사람들은 별로야.

 


 

좋고 싫음이 분명해서 좋고 싫음이 분명하지 않은 사람을 보면 답답해. 분명히 마음속에는 좋고 싫음이 분명할텐데 그것을 뭉술하게 표현하는 사람을 보면 가끔씩은 짜증이 나. 그건 그 사람의 성격이니까 싫어할 수는 없는데 짜증이 날 수는 있는거겠지. 예를 들어 어디 가자 라고 했을 때 거기에 가고 싶지 않으면서도 그래 하고 말하는게 내 눈에는 다 보이니까 내가 피곤해. 그게 안보이면 뭐 짜증도 안나겠지. 그러니까 거짓과 가식이 보인다고. 아니 거짓과 가식이라고 표현하는건 좀 그런가. 그러니까 분명 그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게 보이는데 그걸 맞다 라고 표현하는게 안쓰러워. 그리고 안쓰러움을 넘어 짜증이 나고. 말해버려! 라고 말하고 싶다니까.

 

그리고 있지. 내 성격이 피곤한 성격이란걸 최근에 알게 됐는데 말이지. 그래, 누구말처럼 내가 생각하는 것이 틀릴 수가 있어. 그래 좀 틀렸으면 좋겠군. 그런데 문제는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 자꾸만 들어맞으니까 괴롭다는거야. 그리고 조금은 두렵고. 내가 나의 그러한 예측력이랄까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과신하게 될까봐. 나의 판단력을 믿고 상대를 판단해버리고 단정지어버릴까봐.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정말 순식간에 판단되버리는 것들은 조금 감당할 수 없다. 판단'되'는 그 찰나를 내가 감당할 수는 없지. 그걸 내가 감당하지 못하다니 웃기군.

 

그리고 또 이러한 성격이랄까 능력이랄까 하는 것들이 상대방으로 하여금 무서움을 불러일으킨다는거야. 내 마음을 간파당하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 '정현아 넌 정말 무서워'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말하지 않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말을 들을 때면 혹은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질 때면 뭔가 나의 능력에 우쭐하게 되고(이런걸 난 두려워해) 또 조금은 슬퍼져. 결국은 나를 두려워한다는 것이니까. 물론 그 반대로 나의 그러한 능력을 잘 써먹으려고 하는 사람도 있지. 이건 분명히 주관적인 것이고 객관성이 될 수 없는데 나의 시각을 믿으려고 하는 사람들. 나쁘지는 않지만 그것도 나는 조금 두렵다. 내 판단으로 인해 모든게 결정될까봐. 그래서 그러한 것들을 내뱉지 않으려고 해.

 

상대는 나를 무섭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그러한 것들이 무겁다. 믿음의 무게는 이토록 무거운것일까. 알면 알수록 난 더 힘들어지네. 관찰자적 입장으로 산다는 것은 굉장히 피곤해. 양쪽을 다 보게 되니까. 그리고 그 사람들은 서로를 오해하고 있다. 이해하려 하면 할수록 오해만 하고. 자기식대로 생각한다. 그러면 난 또 답답해져 그건 아니지 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그러한 말을 쉽게 할 수가 없다. 또 내게 뭐라 물어볼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그건 분명 오지랖이지. 내가 그걸 굳이 말할 필요는 없는거다. 관계를 도와주고 풀어주는건 좋은 일처럼 보이지만 그건 자기네들이 알아서해야지. 제3자가 끼어들 일이 아니다. 제3자는 그저 지켜보는 일을 충실히 하면 된다.

 

그렇지. 그리고 그러한 것을 말했을 경우, 내 생각일 뿐인 판단을 옳은 것이라 믿을 수 있다. 그래서 난 보고 있을 수 밖에 없다. 음 분명해지는군. 그래 이제는 입을 꾹. 그냥 그대로 지켜보기. 이건 마치 영화를 보는 것과 같다 라고 생각해야겠다. 그래. 영화 좋다. 아마 이러한 관계들을 지켜보는건 내가 영화를 하고 심리학을 하는데에 많은 도움이 되겠지. 아 그렇다고 사람들을 '이용' 한다 라는 의미는 아니고. 아 뭐 이용한다고 치자. 그게 나쁠건 없지. 내가 공부하게 될 심리학과 내가 만들 영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이 된다면 좋은거니까. 음 이런식으로 좋게 생각할수도 있군. 그런데 그 당사자도 당사자지만 보는 나도 힘겹다. 보지 않으려 하는데 그것도 막상 잘 안되고. 즐겨야겠지. 어렵네!

 

상대가 나에게 또 뭐라고 말한다. 그러면 나는 그것을 듣는다. 그러면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 더 선명해진다. 그러면 나는 그 이후에 일어나는 일들이 그 전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더 잘 파악하게 되고.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보고 다른 사람이 듣지 못하는 것을 듣고 다른 사람이 느끼지 못하는 것을 느낀다. 결국 타인에 비해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낀다. 그러니 정신적 피로도가 심할 수 밖에 없다. 난 내 일만 생각해도 충분히 피로도가 심한 사람인데 타인의 생각과 행동 그리고 관계까지 알게 되니까 더 피곤하다. 그러면 난 쉬고싶어지고 잠수타고 싶어지고. 결국 또 혼자 있고 싶어지고 더 외로워지고. 아 정말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결국 그러한 것을 막기 위해서는 눈과 귀와 막아야겠지. 그래야 상대방의 표정이나 마음을 읽지 않을 수 있고 상대방이 말하는 것을 듣지 않을 수 있겠지. 그런데 그게 가능하냐고. 가능하지 않다는게 문제지. 히히. 그래서 결론은 이러한 것을 즐기자 인데 그래 나도 알고 있어. 그리고 누구말처럼 이것을 잘만 활용한다면 능력 있는 심리학도가 되겠지. 심리학도로서 좋은 자질을 갖춘 사람 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 그런데 난 피곤해! 그러니까 나는 내가 피곤하다 라는 것을 너에게 말함으로써 위안을 얻고 싶었다. 네가 무슨 말을 하든 그런건 별 상관이 없어.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되고. 그냥 내가 이렇다 라는 것을 말함으로써, 그 말하는 행위로도 충분히. 아마도.

 


 

지금도 드르르르르르르륵ㅡ....

밖에 나가야겠다. 사람들 속으로. 책 속으로. 나들 속으로.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0/12/20 14:46 2010/12/20 14:46

기타치는 수진이

from diary 2010/12/19 00:33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수진이가 들려주었던 브로콜리너마저의 2009년의 우리들

 

 

 

 

그냥 정말 데이브레이크의 좋다 라는 노래 밖에 생각 안났던 시간.

같이 대화하고 수진이가 기타 연주 하는거 듣고. 같이 있는것 자체만으로도 좋았던 시간. 고마워!

 

니가 있어 좋다
사랑해서 좋다
다른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 기분
너무나도 좋다
너와 함께하는 이 순간
영원히 간직할 이 기분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0/12/19 00:33 2010/12/19 00:33

12월

from diary 2010/12/16 16:25

 

12월 일정

17일 7시 노동 <4천원 인생> 독서토론 모임
18일 수진이랑 페다고지

          2시 여성 <선녀는 왜 나무꾼을 떠났을까> 독서토론 모임

20일 사회심리 <바보들의 심리학> 독서토론 모임

21일 6시 30분 철학 강좌 <다름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하여- 노자와 장자의 제언>

22일 5시 생태 <밥상 혁명> 독서토론 모임

23일 or 24일 경현언니랑 간절곶

26일 4시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독서토론 모임

28일 6시 30분 역사 강좌 <슬라이드로 보는 한국근현대사>

31일 부석사 템플스테이(아마도) with ?

 

 

이번주 토요일에 수진이가 부산에서 온다. 유후! 오전에 페다고지나 카페 가서 수다 떨고 오후 2시에 페다고지에서 '선녀는 왜 나무꾼을 떠났을까' 독서토론하고, 끝나면 또 수다를 떨어야지. 그 날은 특별히 채식이고 뭐고 때려치고 더프라이팬에 가서 닭다리를 뜯어야겠다. 아무래도 채식 포기해야될 것 같다. 집에서야 거의 채식하지만 밖에서는 채식하기 정말 힘든 듯. 아아 어쨌든 닭이든 뭐든 맛있는 것을 먹을 것이다. 냠냠. 만난다는 것 자체만으로 설렌다. 히히.

 

그리고 23일이나 24일에는 경현언니가 서울에서 온다. 그 때는 간절곶 가기로! 시간대가 어떻게 될지 아직 잘은 모르겠지만 간절곶 가는게 좋을 것 같다. 가서 매생이칼국수 먹고 오면 딱일듯. 석남사나 대운산 내원암 계곡도 좋을 것 같은데 서울에서 울산 왔는데 산보다는 바다를 보고 가야 할 것 같은 느낌? 산은 아빠랑 가야지. 수능 끝나자마자 바로 가족등산 가기로 약속했는데 제일 천하태평이던 내가 제일 바빠져서 아빠에게 소홀해진 느낌T.T...

 


 

크리스마스에 부석사로 템플스테이(http://j.mp/eyWeuQ)가려고 했는데 26일에 독서토론 일정이 있었다.  독서토론을 빠지고 가야지 하는 조금 무책임한 생각을 하다가 해넘이해맞이 템플스테이를 발견! http://j.mp/eF1wCj 스케쥴 보니까 해넘이해맞이 템플스테이가 더 좋은 것 같아서 이 날에 가는것도 좋겠다 란 생각을 하는 중. 집 가까이에 동해안에서 가장 해가 빨리 뜨는 간절곶이 있는데 집에서 먼 부석사까지 가서 해를 본다는게 좀 우습지만 이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그냥 간절곶 갈까? 킁. 간절곶 간다면 아빠랑 같이 가거나 온가족이 함께 새벽에 움직여야하는데 우리가족이 과연. 그리고 간절곶 가면 깔려죽거나 얼어죽거나다. 정말로! 아아 모르겠다. 어디로든 갈거다. 아아 그리고 부석사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중에 철수만 철새 탐조 여행 프로그램도 있는데 http://j.mp/gH3kOt  해넘이해맞이 프로그램이 더 좋은 것 같다. 왜냐하면... 고구마를 구워먹으니까(먼산) 여기 가야지 저기 가야지 하는 생각은 많은데 내가 정말 갈지 너무 궁금하고, 간다면 누구랑 가게 될지 그것도 궁금하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0/12/16 16:25 2010/12/16 16:25

2박 3일

from diary 2010/12/16 12:17

 

 

12/13

 

저녁에 준호 도착. 인문학 강좌가 6시 30분에 있었는데 가지 못했던건 준호를 만나야해서 였다. 그 날 몸이 안좋았던건 사실인데 가장 정확한 이유는 준호를 만나야해서 였지. 어제 페다고지에 갔더니 여행간 줄 알았다, 아팠던거 아니냐, 무슨 일 있었냐, 내면탐구로 힘들어했느냐, 등등 여러가지 잠적설이 있었다며 반갑다고 하던데 난 그저 며칠 쉬었을 뿐인데. 흐흐. 그걸 준호와 함께 했을 뿐이고. 쿠쿠.. 아무튼 이 날 준호가 저녁에 왔고 준호랑 난 사소한 문제로 또 다퉜고 어쩌다 또 사이가 좋아져서 러브러브모드! 헤어지자는 얘기는 언제 있었냐는듯. 흐흐.

 


 

12/14

 

오전에 요가 하고 나서 추어탕 집 가서 추어탕 먹었다. 냠냠. 너무 맛있었다. 그리고 대공원 걸었다. 대공원에서 카메라 렌즈 뚜껑 잃어버려주는 센스를 발휘함. 그거 찾는다고 갔던 길 되돌아가는 뻘짓을 했다. 그래도 너무 재밌었다. 그리고 몇시간을 대공원 돌아다니다가 롯데시네마 가서 이층의 악당 봤다. 오옹 재밌었다. 그리고 뭐할까 고민하다가 우리집에 와서 컴퓨터 고쳤다ㅋㅋㅋㅋㅋㅋ 엄마랑 얘기하고 우리끼리 지난 편지들을 읽으며 오글거리는 타임을 가졌다ㅋㅋㅋㅋ 그리고 아빠 올 때까지 기다리고 아빠 보고 준호는 갔당. 우리집에서 자라고 했는데 부담스럽다며... 

 


 

12/15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외 사진과 동영상은 http://j.mp/h1tqa8

 

오전에 요가 하고 나서 준호랑 도담도담에서 새우볶음밥을 먹고 대왕암으로 갔다. 대왕암 가서 추위에 오돌오돌 떨면서 계속 돌아다녔지. 흐흐. 그리고 법원 와서 띠아모에서 고구마라떼와 사과아이스크림을 먹고 헤어졌다. 히히. 너무너무 즐거운 하루였다. 입김이 절로 나는 강추위! 진짜 동상 걸리는 줄 알았다. 바람이 완전 오오오.... 스릴짱!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난 페다고지 가서 놀다가 연극 '신의 아그네스'를 봤다. 으앙 배우님들 너무 멋져잉♥.♥ 연기력에 감탄!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0/12/16 12:17 2010/12/16 12:17

위로

from diary 2010/12/13 21:25

 

준호 품에 안겨서 펑펑 울었다. 마음이 편해졌다. 내일 또 울어야지!

근데 내일은 눈물 안 날 것 같다. 오늘 밤은 안울고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내일 요가 갔다가 점심 맛있는거 같이 먹고 바다가야지. 신난다 신난다!

 


 

컨디션이 안좋아서 인문학강좌 못갔다. 그런데 준호는 만났네? 으잉.

뭔가 내 역할을 다 해내지 못한 것 같아서 죄책감이 드는데 다음엔 준비해야지.

오늘은 컨디션도 너무 안좋았고(어제 너무 울어서 그런가?) 준호도 많이 보고싶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0/12/13 21:25 2010/12/13 21:25

어딘가로

from diary 2010/12/13 01:36

 

25일에 부석사에 가기로 결심했다. 1박 2일 템플스테이.

그리고 2월 12일 이후에 내일로 타고 강원도 여행을 할거다.

아니면 해인사에서 2주 정도 지친 마음을 달랠 것이다. 꼭.

 


 

그토록 힘들었던 시간들도 이제 끝이 났는데. 정말로 '끝'이 났는데 왜 자꾸만 눈물이 나고 힘든건지 모르겠다. 정확히 어떤 것 때문에 이렇게 힘들어하는지 모르겠다. 내 마음에 귀기울이면 귀기울일수록 눈물이 난다. 날 지켜보는 준호가 더 힘들어하는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내가 나를 외면할 수도 없고. 정말 지친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다다프로젝트 기획팀이고 뭐고 다 때려치고 가고 싶은데 지금까지 혼자 있었으면서 또 혼자가 되기 위해 절에 들어가는 것은 뭔가 말이 안되는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이니까. 그리고 지금이여야 할 수 있는 이야기와 감정들이 있으니까. 사람들과 함께 하는게 지치고 힘들지만 함께할 수 있을 때 함께하고 싶다.

 


 

내일은 준호가 울산에 온다. 얼마전에 정자 바다 갔다왔는데 또 바다 보러 갈 생각이다. 대왕암 공원 가서 깊은 바다를 봐야지. 그리고 23일이나 24일에 경현언니 오면 간절곶 갈거다. 25일에는 부석사 갈거고. 부석사 다녀오면 다다프로젝트 워크샵이 시작되니까 워크샵 즐겁게 하다가 2월 되면 해인사 가야지. 아니면 경아랑 같이 강원도 여행하거나. 그리고 서울에 아름언니랑 다나언니 보러 갈거고. 성용오빠는 울산 오면 보면 될 것 같고. 아 그 때 되면 영은이도 미대입시 끝나니까 애들 다 모일 수 있을 것 같다. 애들이랑은 온천 가고 싶다. 휴ㅡ. 몰라 지금은 계속 어딘가로 가고 싶은 마음 밖에 안드네. 솔직히 지금 몇 일에 어디 갈거고 어디 갈거고 정하지만 그 때 되면 안갈 수도 있다. 또 누구 만나야지 누구 만나야지 하지만 그럴 체력이 있을지도 의문이고. 지금 이렇게 가고싶다 하면서 가야지 하는 것 자체로 위안삼고 끝낼지도. 다 뒤로하고 절로 들어가버릴지도. 근데 정말 그러고싶네. 아까 성용오빠랑 통화하면서 미정 언니가 절에 있다는 말 듣고 나도 절에 가야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절, 좋지.

 


 

오전에 계속 못일어나서 요가를 못가고 있다. 그러면 저녁에라도 가야되는데 저녁에는 페다고지에서 친구들이랑 대화한다고 안가고. 그래서 요가를 계속 빠지고 있는데 내일은, 아니 오늘은 꼭 가고 싶다. 준호가 오후에 오니까 저녁 요가는 당연히 못갈거고 아침에 꼭 일어나야하는데 난 또 잠 안자고 이런 글이나 써대고 있으니. 모르겠다. 요즘 자꾸 울고 잠을 안잔다. 평소 같으면 울다 지쳐서 잠이 드는데 요즘은 울다 지치기만하고 잠은 안온다. 정말 큰일이다. 매일 울어서. 대학 합격했는데, 사람들도 많이 만나는데 난 여전히 외로워하고 자꾸만 운다.

 


 

준호랑 문자하거나 통화하면 더 많이 운다. 요즘 너무 힘들다. 왜이런지 모르겠다. 문자 하기만 하면 눈물 난다. 목소리 들으면 아예 펑펑 울어버리고. 목소리 듣고 싶은데 전화할 사정이 못되서 준호가 전화를 못 받으면 더 펑펑 울어버린다. 점점 준호를 지치게만 만들고 있다는 생각에 또 운다. 계속해서 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0/12/13 01:36 2010/12/13 01:36

지금 이대로 괜찮나?

from diary 2010/12/12 12:38

 

 

"지금 이대로 괜찮아 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앞으로 괜찮았으면 좋겠어 라고는 말할 수 있어."

 

그 말은 지금 이대로는 괜찮지 않다는 말이었네. 그 말을 하고 나서 엄마에게 합격했다는 전화가 왔고 난 잠시 괜찮아졌지. 그런데 사실 내가 괜찮지 않았던건 합격하느냐 불합격하느냐 그런것보다는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생각 때문이었어. 오랜 시간동안 사람을 만나지 않아서 그런지 사람을 만나는게 피곤하기만 해. 내 자신은 비어가는 느낌. 더 비어가는건 아니겠지. 그대로인데 그 빈 공간이 더 크게 느껴지는거겠지. 왜 그럴까.

 

솔직하지 않은 사람들을 보는게 싫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내 눈엔 거의 다 보여. 그게 더 피곤해. 말해주면 속이 다 시원해질 것 같은데 다들 왜그렇게 숨기는거지. 소통의 공간인 페다고지에서마저. 자신이 상처받을까봐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는건 정말이지 피곤한 일이다. 피곤한데도 집에 가지 않고 계속 남아 있었던건 그러한 내면의 소리를 듣고싶어서였어. 그런데 끝끝내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어. 이런게 관계니? 우리 토론은 왜 하니? 도대체 너희는 무엇을 위해 페다고지에 오는거지? 그 늦은 시간까지 왜 남아있었던거지? 묻고싶다.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인지 생각해봐야겠다 라는 말을 하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그 말이 지난 시간동안의 우리는 서로에게 필요하지 않은 존재였다 이런 말은 아니겠지. 그렇다면 최근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라고 받아들여도 되는거겠지. 그렇게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왜 서로에게 필요하지 않은 존재가 되버렸나. 아니 예전부터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와서 그러한 생각을 더 깊이 하게 된걸수도 있겠지. 그러면 우리는 언제 왜 그러한 생각이 들었나. 이런것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우리의 관계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말이다.

 

우리의 관계를 지속시키기 위한 노력은 나의 이기심일까. 우리의 관계를 지속시키려는 노력은 서로를 힘들게만 하는 걸까. 지난 일 년 동안 우린 자주 싸우면서도 관계를 지속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 무슨 노력을 했니 라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는데 그 말은 노력의 결과물이 없어서 지금도 이러한 고민을 하고 있다 라고 봐야하는걸까. 그렇다면 우리는 노력을 했는데 왜 아무런 결과물이 없는걸까. 어쨌든 노력의 결과물이 있는지 없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난 일 년동안 서로 애를 썼다 라고는 말할 수 있다. 이건 분명한 사실.

 

준호와 관계를 지속시키고 싶다. 그게 단순히 외로워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외로워서 였다면 울산에 사는 사람을 만나고 있겠지. 뭐하러 울산에 살지도 않는 준호와 관계하겠는가. 단순히 외로움을 채우기 위한 관계는 아니었다. 어쩌다보니 가까워져 나의 외로움을 준호에게 많이 표현했지. 내 외로움을 이해해줬으면 하고 바랐으니까. 욕심이었을까. 그게 준호를 힘들게 한 원인이기도 하다. 준호가 이것 때문에 많이 지쳤지. 그런데 나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었다? 근데 정말 어쩔 수 없었다. 난 그러한 감정을 표현하며 살아야 하는 성격이니까. 울고 싶을 때 울고 외로울 때 외롭다 라고 말하지 않으면 그 감정을 견뎌내지 못하니까.

 

그러한 대상이 준호였다. 단순한 감정풀이용은 아니었는데 준호가 느끼기엔 그런거라고 느낄 수도 있겠다 싶다. 이래서 온마음을 주는건 힘든걸까. 나의 모든 감정과 생각들을 받아내기에는 준호도 너무 힘든 상황이었다. 그걸 멈췄어야 했는데 멈추지 않고 쏟아부었다.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된걸까. 준호가 그러한 것을 힘들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난 준호에게 기댈 수 밖에 없었다. 내 잘못일까. 아니 잘잘못을 떠나서 난 준호에게 미안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든 사랑의 표현이었든 그건 준호에게 힘든 일이었다는것은 사실이니까. 

 

우리가 여기서 더 생각하면 '헤어지자' 라는 결론 말고는 뭐가 나올까. 우리가 이러한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이미 지칠대로 지쳐버린 우리인데. 할 수 있는건 다 하지 않았던가. 우린 그저 다를 뿐이지. 난 모든 것을 말하고 나누고 싶어하는 성격이고 준호는 자신의 얘기는 잘 말하지 않는 성격이고. 내 얘기만 계속 해왔는데 그건 내 자신이 점점 비어가는 것이란걸 최근에 깨달았고. 준호 또한 자신의 얘기는 하지 않고 내 얘기만 듣는건 힘든 일 이라는걸 깨달았겠지. 그래서 우리의 관계에 대해 서로 생각해보자는걸거고. 내가 이렇게 그런걸거고 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것도 준호가 그 이유를 말하지 않기 때문인데, 글쎄 모르겠다. 우리, 뭘 더 생각해야하는걸까.

 


 

심리학과 쓰길 잘한 것 같고. 붙어서 참 다행이다. 붙어서 쓰길 잘한 것 같다는 아니고. 입시미술 2년 하고 완전히 질려버려 미대에 대한 미련은 없다. 어쨌든 소질은 있으니 어디든 써먹으면 되는거고. 사회학과에서 심리학과로 막판에 바꿨는데 왜 바꿨는지는 아직도 잘 모른다. 그냥 그래야될 것 같았다. 심리학과가 성적이 더 높았는데도 불구하고 아무 망설임 없이 썼는데 참 잘한 것 같다. 그리고 쓰고나서 깨달은건데 사회학보다는 심리학이 더 맞는 것 같다. 몰라. 또 배워봐야 알지. 심리학과 가서 여길 내가 왜 왔을까, 원서 쓸 때 내가 미쳤지 아이고 라고 할 수도 있겠지. 주위에서 하도 심리학 배우면 실망한다 라는 말이 많아서 나도 어느 정도는 기대를 안하고 있긴 한데. 나한테 맞는 학문 이라고는 생각하고 있다. 배워두면 유용하게 쓰일 것 같다. 영화 만들 때든, 연애를 하든, 친구를 사귀든, 누군가와의 관계에 있어서 상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힘이 생길 것 같다. 아님 말고.

 

어쨌든 18명 안에 들어서 다행이다. 사실 이럴거면 작년에 지원했어도 합격했는데 일 년 더 방황했어야 하는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작년에도 최저등급은 됐었지. 검정고시 성적도 합격할만한 점수는 됐고. 검정고시 성적은 변하지 않는 것이고 작년이나 올해나 최저등급은 됐었는데 굳이 올해 입학하는 이유? 있겠지. 이것도 잘 된 일,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일 이라고 생각한다. 정말로. 의미를 어떻게 부여하나에 따른거겠지만 일부로 의미를 부여해서 이런 생각이 드는게 아니고 정말로 그런 생각이 든다. 2년간의 외로움만 느꼈다면 삶을 살아가는 힘이 없었을거다. 모든게 시시해보이지 않을까 싶은데. 어쨌든 이제 새로운 시작이군. 비슷하겠지만.

 

 

다른 과 친구들보다는 심리학과 내에 한 명은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아니 룸메가 나랑 잘 맞았으면! T.T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0/12/12 12:38 2010/12/12 12:38

합격

from diary 2010/12/11 22:54

 

 

심리학과 합격했다. 내년에 대구로 간다.

 


 

사람이 싫은건 아닌데 피곤하다. 체력과 정신력이 버텨내질 못하고 있다. 판단하고 싶지 않아도 눈에 보이는 것들 때문에 더 피곤한 것 같다. 나도 모르게 혼자 있으면서 사람 판단력이 생긴건지 분석력이 생긴건지 어쨌든 그러한 능력 때문에 더 지치는 것 같다. 아주 사소한 것까지 캐치해내니까. 내가 보이는 것들의 일부를 말했더니 점집을 차려도 되겠다 이 수준. 생전 처음으로 점집 주인들이 피곤하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돈이고 뭐고 정신적으로 피곤할 것 같은데. 아니 그 사람들은 직업적으로 그걸 즐기는건가. 몰라. 상대방의 마음을 아는 건 분명 좋은거겠지만 이건 너무 피곤한데? 적응하면 괜찮아지려나. 그리고 다른것들이 더 눈에 잘 보이니까 힘들다. 존중해주는것도 지켜보는것도.

 


 

외롭다. 사람을 만나도.

난 그게 사람으로 채워질 줄 알았는데 아니네. 허무해.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0/12/11 22:54 2010/12/11 2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