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에 해당되는 글 58건

  1. 잘 하고 있어 2010/12/01
  2. 사람들 속의 나 2010/12/01
  3. 영혼이 따뜻했던 날 (1) 2010/11/20
  4. 허무 (2) 2010/11/19
  5. D-DAY 2010/11/18
  6. D-1 2010/11/17
  7. 고마움 2010/11/16
  8. 약간의 바쁨 (2) 2010/11/16
  9. 고구마 어떻게 드세요? (4) 2010/11/15
  10. 앓음다움 2010/11/15

잘 하고 있어

from diary 2010/12/01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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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종 1차 떨어졌다. '잘 된 일' 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솔직히 아쉽기도 하지만 잘 됐다. 종합대학 가서 심리학이랑 사회학 좀 배우고 영화감독이 되는게 더 좋을 것 같단 생각을 예전부터 했었으니까. 한예종에 떨어진다해서 무언가가 잘못되는건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사실은 떨어져도 아무렇지 않다. 약간 아쉬울 뿐!

 


 

 

다다 프로젝트 포스터에 날짜가 뒤바껴서 인쇄 되는 바람에 그 수많은 포스터와 편지 봉투에 넣어서 보낼 안내문을 펼쳐놓고 날짜가 적힌 라벨지를 하나하나 자르고 붙여야했다. 처음엔 내가 왜 이런 단순노동을 하고 앉아 있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건 우리가 해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우리가 하지 않으면 우리가 아닌 누군가는 해야하고, 그 누군가에게도 분명 힘들고 귀찮은 일일테니 이왕 해야하는거 내가 즐거운 마음으로 하자 라고 생각했다. 마지막엔 체력도 딸리고 하기 싫어져서 우쿨렐레를 치긴 했다만. 흐흐.

 

독서토론 기획팀이라 해서 독서토론만 기획하는건줄 알았는데 인문학 강좌도 홍보해야하고, 워크샵도 신경써야하고 해야할 일이 더 늘어났다. 솔직히 처음에는 좀 피곤하다, 내가 왜 이런걸 해야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독서토론이 주가 되야 하는데 다른 것들을 더 신경써야 하는 것 같아서. 그리고 그러한 것 때문에 내 시간이 없어지는 것 같아서. 그런데 이것도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것들인 것 같다. 그리고 독서토론 기획 회의도 길어질거라 생각은 했지만 생각대로 길어지니까 좀 피곤했다. 일단 체력적으로 수능 끝나고 여행 일주일 하고 거의 집에 붙어 있은 적이 없다보니 좀 지쳐있던 상태여서 더 그랬다.

 

그런데 그것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것 같다. 어떠한 일을 기획하고 홍보하는 것 속에서 어떠한 힘이 키워지는 것 같다, 그리고 기획팀 회의할 때도 의견이 안맞는게 있으면 스트레스 받고 피곤해했는데 그 과정에서 의견을 조율하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해줄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히히. 이뻐이뻐. 궁디팡팡.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내가 기획하고 그것을 누군가와 함께 할 수 있다 라는게 너무 좋다. 일단 지금까지는! 히히. 긍정적인 생각하면서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고 싶다. 그게 독서토론 기획이든 영상반이든 사람과의 관계든 뭐든 간에.

 

 


 

 

정권이랑 친해졌다. 정권이가 장난삼아 '축구 할래?' 라고 물었는데 내가 바로 '응!!!!!!' 이라고 답해서 같이 운동장 가서 축구했다. 둘이서 하려다가 초등학교 운동장에 초등학생들이 있길래 '같이 할래?' 하고 끌어들여서 같이 축구했다. 팀 짜서! 흐흐. 그 친구들이랑도 나름 친해졌다. 아 나의 친화력은 초딩들에게도 먹히는구나. 으흐흐. 오랜만에 활동적인 운동을 해서 기분이 좋았다. 정권이랑 해서 더더욱! 축구 재밌다. 다음에는 배드민턴 같이 하기로 했다. 아아 그리고 혁진이네 탁구장에서 혁진이랑 탁구 치기로 약속했다. 히히 기대중! 준호가 들으면 질투하겠지만 남자애들이랑 노는게 너무 재밌다. 편하고! 여자보다 남자가 편한 것 같다.

 


 

어제부터 요가를 시작했는데 정말 좋다. 허리랑 어깨 뭉친 근육들이 다 풀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불안했던 마음이 괜찮았고. 요가 가기 전까지만 해도 갑자기 사람들 속에 들어있는 나를 보면서 조금은 불안해했다. 뭔가 계속 붕 떠 있는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차분히 가라앉은 것 같다. 몸도 개운해졌고, 정신도 건강해진 느낌. 보미가 학교 가서 저녁타임 하려고 했는데 보미는 보미대로 하고 나는 나대로 오전 타임에 운동하기로 했다. 어차피 운동은 혼자 하는 것이니까. 그리고 오전에 하면 광합성도 되고 하루를 힘차게 시작할 수 있다. 사람도 별로 없어서 쌤이 더 자세히 봐줄 수도 있고. 쌤이 오전에 사람이 별로 없다고 심심하다고 오라고 하셔서 가는거기도 하다. 히히. 새로운 쌤도 너무 좋다. 나의 친화력은 요가 학원에서도 발휘. 어제 만나자마자 바로 친해졌다. 낄낄. 아 그리고 오늘 장쌤 드디어 봤다. 으헝헝 너무 반가웠다. 내일 또 쌤 볼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 진짜 요가도 쌤도 너무 좋다! 히히.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 랑 <경계에 선 아이들> 병행 중. 둘 다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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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1 22:54 2010/12/01 22:54

사람들 속의 나

from diary 2010/12/01 09:52

 

 

수능 끝나자마자 비엔날레 보러 간다고 부산 가고, 한예종 시험 보러 간다고 서울 가고. 서울 간 김에 일주일간 돌아다니다 울산 와서는 독서토론 기획한다고 계속 집 밖에 있었다. 집에 있는게 그렇게 지겨워 미칠 것 같더니 수능 끝나고 나서는 집에 오래 붙어 있었던 적이 하루도 없다. 오늘도 곧 있으면 기획회의하러 페다고지 간다. 집 안의 내가 아닌 집 밖의 내가 조금은 신선하다. 그치만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다. 정신적으로는 조금 더 편안해진 것 같긴 하지만 갑자기 집 밖으로,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니까 약간의 스트레스도 있다. 그치만 지금까지는 활력소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사람들 속에서 내 안의 힘을 키우려 노력 중.

 


 

어떤 사람에 대한 누군가의 판단은 그 사람을 더욱더 그렇게 만드는 것 같다.  어떤 방향으로든. '힘내', '우울해 하지마' 라고 하면 나는 힘을 더 잃어가고 우울해했던 것 같다. 그리고 '넌 좀 짱인듯', '친화력 짱이야!' 라고 하면 난 정말 짱인 사람이 되고 친화력도 더 좋아지는 것 같다. 그만큼 타인에게 휘둘린다 라고 볼 수도 있겠지. 이건 나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이 그럴 것 같다. 칭찬해주면 그만큼 더 잘하고 싶어지고, 그게 아닌 그 사람의 감정과 상태를 판단하는 말을 하면 그 감정은 더욱더 깊어지는 것 같다. 그런데 축 쳐져 있는 친구에게 힘내라는 말을 하는게 사실은 아무 도움이 안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하게 된다. 어떡하지.

 

그리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느낀거. 다 나 같지는 않다는거다. 다 나처럼 이상적이거나 감성적이지 않다. 책만 하루종일 읽고 싶어하는 나도 있지만 수능이 끝나서 책이든 뭐든 글로 된 것들은 들여다보고 싶지도 않고 드라마나 TV에 빠져 지내고 싶은 사람들도 있는거다. 가치관도 너무나도 다르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였다 하더라도 서로 관심있어 하는 분야는 천차만별. 대화하다보면 가치관이 다르다는게 너무나도 확연히 드러나고. 솔직히 깜짝깜짝 놀랐던 순간이 몇 있었다. 그 순간 '아!' 하게 됐고.. 그 다음 '아...' 하게 됐다. '아! 이런 사람도 있구나!' 에서 '아.. 나랑은 다르구나.' 에 이어 '나와 비슷한 친구가 있어 참 다행이다..' 까지.

 

나와 다른 사람들 속에서 생각을 나누는 것도 좋지만 나와 비슷한 친구와 함께 있는 안정감이 지금은 조금 더 좋은 것 같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고. 그치만 모두와 함께 어울리고 싶다. 인정할건 인정하고 받아들일건 받아들이고. 그리고 내가 말하고 싶은건 지금처럼 또 그런식으로 말하고. 다다 프로젝트의 의미처럼 내 안의 다름은 더 키우고 내 밖의 다양성에 물들고 싶다. 2010년의 마지막 달을 의미 있게 보내게 될 것 같아 벅차다. 그리고 1월도 2월도 그리고 또 앞으로의 내 삶도 풍요로움이 가득할 것이라 믿는다.

 


 

어제 페다고지에서 독서토론 열림식 끝나고 소극장 품에서 임순례 감독의 <날아라 펭귄>을 봤다. 아 오랜만에 좋은 영화를 본 것 같아서 기분이 굉장히 좋았다. 그리고 교육단체에서 후원해주셔서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어서 또 좋았다. 나마스까르 가서 난과 커리를 맛있게 먹었다. 너무 맛있어서 밥도 좀 더 시켜서 거의 싹쓸이 했다. 흐흐.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는 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인 것 같다. 좋았다. 근데 난 참 많이, 그리고 잘 먹는 것 같다. 히히.

 


 

보미랑 요가 같이 다니기로 했다. 오랜만에 하니까 조금 힘들었다. 그치만 오랜만에 느끼는 그 안정감…. 아 정말 반가웠다. 유월에 점점 날이 더워지면서 빈혈이 심해져서 요가 할 때마다 어지러워서 비틀거렸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더워서 가기 싫어서 안갔다 라는 말은 반농담이고 사실은 가기 싫은 이유가 아프고 힘들어서 였다. 다시 겨울이 와서 요가를 할 수 있게 되서 기쁘다. 흐흐. 근데 오랜만에 했더니 죽을 것 같다. 허리가 제일 아프고 지금 온몸의 근육 마디마디들이 아우 정말 아우성이다. 저녁되서 또 하면 괜찮아지겠지. 아아 요가를 다시 시작하게 되서 기쁘다. 정말로! 무슨 일이 있어도 요가는 절대 빠지지 않을 생각이다. 그 어떤것보다도 지금 내게 중요한건 휘어진 척추를 교정하는 것이고, 갑자기 많은 사람들 속에 들어간 나를 안정시킬 시간이 필요하다. 갑자기 뭔가 붕 떠있는 것 같아서 조금 불안해졌다. 좋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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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1 09:52 2010/12/01 09:52

영혼이 따뜻했던 날

from diary 2010/11/20 12:26

 

 

성은이랑 부산비엔날레 다녀와서 피곤한 몸으로 집에 오니 엄마가 혼자서 술을 마시고 있었어. 그리고 우린 많은 대화를 나눴지. 영혼과 영혼이 만나는 순간이었어. 그 어느때보다도 우리의 영혼은 따뜻했어. 삼년간 난 참 많이도 외로워했어. 일주일에 다섯번은 울었어. 거의 매일 울다시피 지냈지. 한달에 울지 않은 날이 손에 꼽을 정도일 정도로 많이 힘들어했어.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지켜보는 엄마 또한 힘들었지. 물론 아빠도 힘들었고. 엄마가 그러더라. 내가 얼마나 서러워하고 외로워하고 쓸쓸해했는지 알았다고. 내 영혼의 작은 움직임들까지 다 느낄 수 있었는데, 어떤 순간은 외면하고 싶었대. 그래서 외면했대. 난 어릴 때부터 엄마한테 감기는 애였대. 내 모든 것을 받아줬어야 했는데, 그런것을 알면서도 외면해서 미안하대. 마음이 너무 아팠어.

 

엄마가 나의 아주 미묘한 영혼의 울림까지 감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어. 느껴지니까. 엄마가 나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잘 알아. 그리고 내가 엄마를 얼마나 많이 괴롭혔는지도. 엄마는 한시라도 나에게서 벗어난 적이 없어. 나만큼이나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엄마를 나는 무려 삼년 동안이나 붙들고 있었어. 이제는 놓아주려해. 어쩔 수 없었어. 이건 엄마도 잘 알고 있어.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곤 엄마 뿐이었으니까. 준호에게도 올 일년 동안은 많이 의지했지. 엄마와 준호에게 미안해. 아 나는 있잖아. 너무 슬펐어. 응. 이건 정말 글로서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이다. 너에게 내가 느낀 모든 것들을 말해주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것 같아.

 

날 이해했어. 아주 깊숙한 곳까지. 지금 생각해도 눈물 나는데 너무 힘들었다. 엄마는 삼년간의 그 고통의 시간들이 앞으로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줄거래. 엄마의 말을 들으니까 정말 힘이 났어. 얻은 것도 많겠지만 잃은 것이 더 많았던 것처럼 느껴져서 무척이나 공허했었거든. 그 모든 것들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것들이라 여기려고 했는데 잘 안됐어. 근데 이제는 그럴 수 있을 것 같아. 수능 끝나고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확실히 그 시간들은 나를 성장시킨 것 같아. 학교를 다니고 있는 친구들이 하는 생각들을 들어보면 내가 일 년 전에 했던 생각들과 너무나도 같더라고. 난 친구들보다 일년 더, 아니 어쩌면 그보다 훨씬 더 깊은 삶을 살아냈던 것 같아. 일찍 고생한게 좋은 것 같기도 해. 어차피 겪게 될 것이니까.

 

단지 빨리 겪었을 뿐이지. 그러한 고통들은 언제일지 몰라도 어느 순간 갑자기 찾아오겠지. 난 그걸 10대에 겪었을 뿐이고. 10대에 겪어서 감사하다는 생각까지 들어. 이제는. 엄마에게 많은 위로를 받았어. 그리고 나 또한 엄마를 위로했고. 힘들어하는 날 보면서 엄마는 얼마나 마음이 아팠겠어. 엄마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해도 내게 힘이 되지 않을거란걸 알고 있었대. 그래서 아무말도 할 수 없었대. 근데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것이 있어. 그래서 난 괜찮아. 그리고 엄마가 외면한 순간들마저도 난 이해할 수 있어. 엄마가 나를 이해하는만큼 나 또한 엄마를 이해하고 있으니까. 난 엄마가 참 좋아. 엄마를 사랑해. 정말로.

 

이제 모든게 정말 끝이 났어. 곧 있으면 한예종 시험치러 서울 올라가. 내일이면 시험을 칠거고. 내가 한예종을 가게 될지 대구대를 가게 될지 대구가톨릭대를 가게 될지, 아니면 세 곳 다 떨어질지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야. 엄마가 그랬어. 그 세 곳 모두 다 떨어져도 새로운 길이 있을거라고. 그리고 지금 이 순간들부터는 내게 좋은 일만 일어날거라고. 그 어떤것도 지금까지의 시간보다 힘들지는 않을거라고. 엄마 말이 맞아. 내게는 어떠한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이 생겼거든. 응, 정말 그런게 느껴져. 그 어떤 어려움도 꿋꿋하게 이겨낼 수 있는 힘. 그래, 내 안의 힘이 생긴 것 같아. 내가 그토록 바랬던 그 힘 말이야.

 

엄마가 얼마나 깊은 사람인지 너에게 말해주고 싶다. 너에게 보여주고 싶다. 아 정말 난 복 받은 사람이야. 엄마를 만난건 내 인생에 있어 가장 큰 복인 것 같아. 아 뭔가 할 말이 많은데 마음이 뭉클뭉클해서 글을 못쓰겠어. 그냥 갑자기 지난 삼년간의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면서 그냥 참...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너에게도 고마워. 날 오랜시간동안 지켜봐줘서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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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0 12:26 2010/11/20 12:26

허무

from diary 2010/11/19 01:14

 

 

이 허무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뛰어내리면 자살했다는 기사가 보도되는거겠지. 겉으로 표현하진 않았지만 굉장히 허무하다. 다들 그렇겠지. 휴ㅡ. 어쨌든 나는 끝났다. 최저등급이야 평소실력대로 봤으니 당연히 맞췄다. 대구에 있는 대학교에 가게 될 듯. 이럴거였으면 작년에 수시 쓸걸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내년에 2학년이 될텐데. 뭔가 빙 둘러서 도착한 느낌. 둘러가면서 본 것도 많고 느낀 것도 많겠지만 그런것보다 허무감과 우울감이 더 큰 것 같아서 기분이 좋지 않다. 끝은 났다만.

 

재수 한다는 친구들. 걍 닥치고 하향 지원해서 대학 다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 속 모르는건 아닌데 결국 지금의 나처럼 생각하게 될걸. 일 년만 더 해봐라. 그걸 후회하게 될거다 진짜. 휴 조곤조곤 잘 말한다고 했는데 알아들을리가. 이건 자퇴하겠다고 결정했을 때 주변에서 다시 생각해봐라 후회할지도 모른다 신중히 생각해봐라 했을 때 아무것도 들리지 않던 것과 다르지 않은 거다. 내가 일 년 전에 했던 생각들을 하는 친구들을 보니 괜히 안타깝기도 하고 거리감 느껴지기도 하고 괜히 씁쓸한 것이 참 그렇다. 내가 아끼는 사람들은 내가 겪었던 고통과 슬픔, 우울함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은데 그들은 내가 어떤 말을 해도 그 말이 마음에 와닿지 않을거고 결국엔 나와 같은 선택을 하겠지. 그리고 후회하게 될거다. 아마도.

 

설령 성공적인 일 년을 보낸다 하더라도 마음엔 상처가 많이 나게 될거다. 물론 또 그만큼 단단해지겠지만. 에휴ㅡ. 몰라. 괜히 오지랖인것 같기도 하고 나랑은 다를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한데 그다지 성공한 케이스를 못봐서 재수에는 회의적이다. 더군다나 학교를 다니던 애가 졸업하고 혼자서 공부한다는 건 더 쉽지 않은 일일텐데. 일년 바짝 하면 될 것 같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힘든 일이란거 안다 라고 말하지만 모르고 하는 소리다. 후회하게 될게 너무 눈에 뻔하게 보이는데 그런 선택을 말릴 수도 없고, 말린다 하더라도 내 말을 들을 것 같지 않고. 안타깝다. 그들이 그 길을 선택하면 난 또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주긴 하겠지만 아 제발 그러지 마. 진짜 그 말 듣는 순간 내 마음이 더 아프다. 끔찍하다, 진짜. 고통스러움. 휴ㅡ. 우는거 전화로 다 들어줄 준비는 되있다. 근데 이럴 필요 없잖아. 지금 힘들어도 조금만 자존심에 기스내면 되는데. 인서울 못하면 죽니? 몰라. 그런게 열정인가.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의지인가 이런게. 이게 자신을 위한 일인걸까. 아 어쨌든 우울증 100% 걸릴거라 확신한다. 알아서해. 난 모르겠다.

 


 

 

트위터 한동안 안들어가야겠다. 인터넷 포털도 안돌아다녀야지. 수능에 관한 글 보면 토나올 것 같다. 어제는 메가스터디 보고 깜짝 놀랐다.  D-357이라고 뜨더라. 오늘은 D-365. 미친. 진짜 욕나온다. 오늘 비엔날레 가려고 했었는데 허리가 안좋아서 못갈 것 같다. 주말에 한예종 시험 치는것도 조금 걱정되고. 컨디션 조절 해야지. 그리고 마음 정리도. 정리할게 꽤 많은 것 같다. 글로 정리하려했는데 뭐부터 정리해야할지 모르겠다. 많이 불안하고 혼란스럽다. 내 안의 힘을 키워야지. 정말. 자립해야겠다. 준호에게 기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준호가 내게 기댈 수 있게 내가 튼튼해져야겠다. 힘들어서 연애 그만하고 싶은데 그것도 못하겠다. 안맞으면 맞춰서 잘 지내고 싶다. 멀어질까봐 불안하다. 통화도 계속 못해서 우울하다.

 


 

 

작년에는 정문으로 안들어오고 옆문으로 들어와서 고사장의 분위기 같은걸 별로 못느꼈는데 올해는 정문으로 들어와서 2학년 친구들의 응원을 들었다. 북소리를 들으니 왠지 짠하더라. 그리고 대체 수능이 뭐라고 새벽부터 나와서 그 추운데 오들오들 떨어가며 우리들을 응원하는지. 이게 응원 받아야하는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조금 슬퍼졌다. 그래도 누군가 나를 응원한다는 생각에 짠해져 교문을 지나고 나서 눈물이 핑 돌았다. 기를 쓰며 응원하는 그 아이들이 안쓰럽기도 했다. 내년에는 그 아이들이 또 다른 아이들에게 응원을 받으며 교문을 지나겠지. 그리고 나처럼 교문 지나고 나서야 눈물이 핑 돌겠지. 아ㅡ 하게 될듯.

 


 

작년엔 허무함보다는 막막함이 더 컸는데 올해는 막막함보다는 허무함이 더. 홀가분해지고 싶다. 일단 한예종 시험 치고 나면 조금은 홀가분해질듯. 내일은 집에서 푹 쉬고 토요일에 서울 올라가서 양숙 아줌마 집에서 자고 일요일에 시험 치고 일산 가서 외삼촌집에서 하루 자고 그 다음은 파주 고모집 가서 하루 자고 올 계획. 그리고 울산 와서 마음 정리하고 책 읽고 영화 보는데에 집중해야지. 계획 세워둔거 지키고. 아ㅡ 일단 지금 좀 자고싶다. 사실 허리도 너무 아프고 몸이 많이 안좋은데 아까 얘기하다가 우울해져버려서 또 못자고 있다. 아 어제도 그랬는데. 요즘 매일 그런다. 정말 연애 그만해야하나. 힘들다. 수능 끝나자마자 주영이 보미 지인이 만나서 3시간 풀로 수다 떨었는데 또 보고싶다. 사람들에게 위로받고 싶다. 아니 위로를 받고 싶다기보다는 그냥 함께 있고 싶다. 그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니까. 내일 페다고지 가야지. 비엔날레 가고 싶은데 으아 무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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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9 01:14 2010/11/19 01:14

D-DAY

from diary 2010/11/18 18:13

 

 

 

 

순응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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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8 18:13 2010/11/18 18:13

D-1

from diary 2010/11/17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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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하루전인데 전혀 긴장 안된다. 작년보다 더 긴장을 안하는 듯. 작년보다 공부를 안해서 긴장도 안하는건가. 잘쳐야겠다는 생각도 없다. 그냥 무사히 끝내고 싶은 마음 뿐. 내일 시험 끝나고 성은이랑 같이 집에 와서 가채점하고 좀 쉰 다음에(가채점 따위 하지 말까) 애들 만나서 밥 먹고 헤어지면 나 혼자 초능력자 보러 가야지. 미리 예매할까나. 이미 매진 됐으려나. 아이고.

 


 

 

소영이랑 성은이랑 교육청 가서 재랑이 만나고 수험표 받고 지겨운 주의사항 설명 듣고 길 헤매다가 고사장 갔다가 집에 왔다. 가까운 곳 걸리길 바랬는데 먼 곳 걸려서 기분이 꽝이다. 검정고시생, 재수생들은 근거리 배정 안된단다. 근데 작년엔 해주지 않았어? 근거리 배정 안해줄거면 왜 주소를 적으라고 했어? 너희 좀 이상한거 알지. 그리고 행정처리 좀 똑바로 해. 사람을 한곳에 가득 채워놓고 그런식으로 수험표를 나눠주면 수험생 압사당할 위험 있다는거 몰라? 좀 제대로 하라고. 매년 뭐니 이게.

 

검정고시생들은 감독관이 사진 더 주의깊게 볼거라는 둥, 원래 12시부터 문 여는데 그런거 너희 학교에서 말 안해줬니? 하면서 살짝 비꼬는 둥 아무튼 짜증나는 인간들을 좀 많이 만났더니 벌써부터 피곤하다. 뭐 검고생 감독관이 주의 깊게 보는거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근데 학교에 그 선생은 대체 뭐하는 인간인지. 딱 무시하는 태도와 눈빛 완전 싫다. 성은이가 염색해서 그런가. 아마 우리가 검정고시생이란거 알았을거다. 사복 입고 있었으니까. 일부러 그렇게 말하는 심보는 또 뭐람. 둘 다 망해라.

 

 


 

어제 준호랑 싸우고 나서 계속 기분이 안좋다. 어제는 준호의 표현에 의하면 혼자서 '폭주' 해서 이마에도 뭐가 여러개 난 상태. 지금도 솔직히 너무 짜증난다. 솔직히 왜 삐진건지도 모르겠고. 그 폭주라는 단어에 열받아서 진짜 폭발할 뻔. 자기는 절제했는데 내가 혼자서 폭주했단다. 결국 내가 답장 안하니까 사과하긴 했지만 난 잠 못잤다. 맨날 이런식. 그리고 지친다고? 하 참아야지. 속이 좁아진 것 같다. 서로 예민해서 그런거겠지, 애정이 있어서 그런거겠지 이해하려 노력중. 근데 너무했어.

 


 

삼산고에서 정명이랑 수지 만났다. 완전 반가웠다. 수지는 같은 반 한 적 한번도 없는데 전교회의할 때 많이 봤는지 어쨌는지 아무튼 되게 낯이 익어서.. 아마 학교 다닐 때 대화한적도 있을거다. 아아 아무튼 정명이도 너무 반가웠고. 그리고 버스 안에서 예진이랑 지혜 만났다. 그리고 신호등에서 은실이 만났고. 확실히 올해는 친구들이랑 같이 시험치니까 친구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듯. 좋다. 예진이는 우리 뭔가 어색한 것 같다 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한테 많이 달라진 것 같다 라고 했고. 난 그대로인데 쿠쿠. 오늘 머리 안감았을 뿐이야. 하하핫. 그리고 지혜 완전 고마웠다. 두달 밖에 안 다녔던 학교 부반장이었는데 나 기억해주고 아 자퇴할 당시에도 진짜 제일 고마웠던 사람. 평생 잊지 못할듯. 완전 아오 아무튼 너무 반가웠다 :-)

 

 


 

설사할까봐 밥과 청국장 김치 이런것만 먹고 있다. 선물받은 화과자도 찰떡도 설사할까봐 못먹고. 집에 있는 빵도 못먹고 있다. 수능 끝나면 왕창 먹고 설사해버려야지. 아 그런데 밀가루랑 유제품 어제 안먹었는데 설사한거보면 과민성대장증 걸린 것 같기도. 하 내일이면 끝난다! 뭐 막상 끝나도 할 거 없고 허탈감만 느끼겠지만 그래도 끝이니까. 근데 좀 신기하긴 하네. 드디어 끝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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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7 12:28 2010/11/17 12:28

고마움

from diary 2010/11/16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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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가게 아줌마에게 화과자와 편지를 받았다. 히히. 행복햇!

이것은 글씨 이상하니까 아무한테도 보여주지 말라던 아줌마의 편지!

행운이 가득하라고 카드까지 센스있게 네잎클로버. 으헝 폭풍감동!!!!!!

아줌마 고맙습니다. 늘 저보고 이쁘다 하시는데 아줌마가 더 이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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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청분말은 독일산, 유청농축단백질은 미국산, 호박분말은 중국산인데

호박분말이 1%....................... 이걸 호박엿이라 할 수 있는가T.T.........

맛있긴 맛있더라. 이건 또 다른 아줌마에게 받은거. 아줌마팬 많다 흐흐.

 


 

 

엄마랑 점심에 청국장 먹으러 가면서 한 얘기.

"엄마 나는 아줌마들이 참 좋아하는 것 같아. 아줌마 스타일인가봐."

"(깔깔깔) 엄마는 할매 스타일이다. 할머니들이 다 나보고 좋대."

 

 

근데 진짜 나 아줌마들한테 너무 이쁨 받는다T.T....

청국장집 갔는데 아줌마가 나보고 너무 이쁘다고.... 히히.

그리고 옷가게 아줌마. 문구점 아줌마. 동네에 사는 아줌마.

스파게티집 아줌마. 요가 선생님. 요가 다니는 아줌마들까지!

 

아줌마 스타일 완전 괜찮다. 어딜가나 아줌마는 다 있으니까!

어딜가든 이쁨 받는다. 진짜로! 진짜 아줌마한테 먹히는 스탈!

엄마가 할매 스타일이라니 이건 좀 웃기다ㅋㅋㅋㅋㅋㅋㅋ

 

 


 

 

스파게티 집 하니까 생각난 얘기.

 

"여기 자주 오셨죠?"

 

스파게티 아줌마는 맨날 나보고 자주 오셨죠? 하신다.

두번째 간 날부터 이 말을 갈 때마다 듣는다. 으히히.

내가 그렇게 인상 깊은 외모의 소유자란 말인가!

 

 


 

 

글쓰고 있는데 갑자기 엄마가 헛소리한다. 으헝헝.

 

"내가 나중에 원망들을까봐 원서도 쓰게 해주고 시험도 쳐주게 해주는거지.

한예종은 무슨 한예종. 영화는 무슨 영화. 대구대나 가지. 우리 시험치러 가지 마뿔래?"

 

멍-. 아무튼 한예종 근처에 모텔 예약하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 없게 됐다.

양숙 아줌마 집에서 자기로 했다. 얏 호. 한예종이랑 4정거장 차이 밖에 안난다!

흐흐. 솔직히 조금 걱정했었는데 걱정 싹 사라졌다. 근데 준호 못만날듯? 흐잉

 

 


 

 

날씨가 ○○가 똑 하고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추운데

○○가 뭔지는 준호에게만 말할 수 있다. 으하하. 감기조심합시다!

근데 진보블로그 평행선 좋은데?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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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6 19:24 2010/11/16 19:24

약간의 바쁨

from diary 2010/11/16 11:56

 

 

더 외로워져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사람들 많이 만날텐데 지금에서야?

 


 

곧 있다가 도서관 가서 책 반납하러 가야지. 회원증 3개로 뒤죽박죽 빌려서 뭘 반납해야되는지 모르겠다. 여러권을 동시에 건드리다보니 진도 나가는것도 다른데 다 읽은건 또 반납하고 새 책 빌려와서 완전 뒤죽박죽 됐다. 엄마한테 빌려준 책도 있어서 뭘 갖다줘야하는건지. 다 갖다줘야하나? 유저스토리북에 기록하지 말고 블로그에 독서 기록을 할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짤막하게-

 


 

오늘은 도서관 책 반납해야해서 머리 감아야하고, 내일은 교육청에 수험표 받으러가야해서 머리 감아야하고, 그 다음날은 수능이라서, 금요일은 놀거니까. 토요일은 서울 가야해서, 일요일은 한예종 시험이라서 머리 감아야한다. 머리를 6일 연속으로 감게 생겼다. 뭐 6일동안 안감아도 상관은 없겠지만? 흐흐. 그래도 이 정도의 바쁨은 아무것도 아니지. 그동안 너무 한가하게 지냈다.

 

수능치는건 실감 안나는데 한예종 시험치는건 조금씩 실감.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내가 잘 알고 있어서 별 기대는 없다. 다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꼭 입학할 학교여서 그런지 떨림이 있다. 기분 좋은 떨림. 그나저나 현실감이 이렇게 없는건 문제인 것 같다. 어떻게 이렇게 현실감 없이 살 수가 있는지. 나 같은 애는 없을거야 는 아니라는걸 최근에 알았지만 나 같은 애가 많진 않지. 어서 시험을 치고 싶다. 그리고 공부하고 싶다. 좀 제대로 해보고싶다. 솔직히 이번에 공부 안했지. (좀 웃긴데?)

 


 

내일은 교육청에서 재랑이 만날지도 모르겠군. 그리고 수능날에는 수능치고 애들 다 만나기로! 그게 가능하려나. 고사장도 다 다를텐데. 그리고 그 날 차가 많이 밀려서 안될텐데. 어떻게든 되겠지. 근데 얘들은 가채점도 안하고 바로 놀자는 뜻인가. 하긴 해서 뭐하나. 다 끝난마당에! 흐흐. 애들 만나면 사진이나 실컷 찍어야지. 근데 난 수능치고나서 중학교 가고싶다. 잉? 아 그리고 토요일에 준호 만나기로 했다. 일요일 시험 칠 때도 밖에서 기다려준다고 했다. 나같으면 이런 약속 절대 안하는데. 좋다.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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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6 11:56 2010/11/16 11:56

고구마 어떻게 드세요?

from diary 2010/11/15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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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바나나처럼 잘라서 먹어요. 이렇게 먹으면 먹기 좋은 온도가 된답니다 :-) 냠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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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5 14:40 2010/11/15 14:40

앓음다움

from diary 2010/11/15 12:55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건 그에 대한 사랑이기도 하지만 더 정확하게 말하면 나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다. 날 사랑할 수 없을 땐 널 사랑한단 말도 못하겠더라. 어제는 내 안에 '내'가 다시 돌아온 것 같아서 '너'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도 너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자신에게 충실할 수 있을 때 커지는 것 같다. 상대가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느냐 가져주지 않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 몰라. 그런 것 같다, 지금은. 아니 커지는게 아니라 그래야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 같다. 보이는 것처럼 느껴지고. 느껴짐. 아 근데 대상이 중요하다.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대상.

 

모든게 잘되면, 모든게 괜찮아지면 블로그 이사를 하려했다. 뭐든 잘되가는게 아니라 모든게 잘되가면. 근데 아무것도 잘되는게 없는데 블로그 이사를 했다. 새로운 블로그에는 조금 더 발전된 나의 모습들을 담고 싶었는데 그건 욕심이고 또 불가능한 일이란걸 깨달았다. 아 깨달아서 이사를 한건 아니고 그 땐 좀 답답해서. 오늘에서야 완전히 이사한 느낌이 든다. 다시 나를 찾은 느낌. 다른 공간 속에서, 새로운 공간 속에서 진짜의 나를 찾은 느낌. 이걸 느끼고 싶어서 블로그 이사를 한걸지도 모르겠다. 매일 그곳에 로그인해서 이사라고 하기엔 좀 맞지 않지만.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하나 더만들었다 라고 말하는게 더 좋겠다.

 

왠지 지금을 그리워하게 될 것 같다. 혼자 있던 시간들을. 생에 한번쯤은 철저히 고립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뭔가 좀 더 단단해진 느낌. 정말 그 시간들을 살아내고 나면 단단해지는 것 같다. 아 그런데 이것도 지나갈거야, 이 모든 것은 너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될거야 같은 말 따위는 그 상황에 쳐해있을 때는 아무 쓰잘데기 없는 말이다. 그건 지나고나서야 위로가 되는 말이지. 사실 이런말은 힘들어하고 있는 상대에게 해서는 안될 말이라 생각한다. 니가 그 상황에 쳐해봤냐? 하는 생각이 반사적으로 튀어나오게 되니까.  그래놓고 나도 자주 하지만.  이 말이 틀린말은 아닌건 확실하다. 지나고나면 그 모든건 아주 소중한 것들이 되고 아름답다 그립다 라는 말까지 할 수 있게 되니까. 몰라 난 그런 것 같다. 그렇다고 지금 또 그런 시간 보내라 하면 싫다 하겠지만. 

 

지난 삼년간의 시간이 내가 영화를 만들고, 아니 영화 뿐만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밑거름이 될거란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까 마음이 편해진건가. 잘은 모르겠지만 마음이 많이 편해졌다. 이번에도 내가 어떤 행위를 함으로서 이겨낸건 아닌 것 같고 자연스레 그 시간이 지나니까 해결된 것 같다. 내가 한건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있나? 모르겠다. 나중에 쌤 만나서 와 어떻게 했어? 라고 물으면 저번처럼 모르겠어요. 그냥 어느 순간 행복해진 것 같아요 라고 말하게 생겼다. 뭐지?

 

더이상 불안하지도 않고. 그러니까 그냥 되게 편하다. 담백한 상태. 누군가를 괴롭히지 않을 수 있는 상태다. 몰라. 어제 밤에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준호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그러니까 나는 뜬금없이 밉다고 말해버리고 또 뜬금없이 사랑한다고 말해버리는 것 같다. 그 순간순간의 감정들만을 전달하다보니 상대방 입장에서는 얘가 지금 진심으로 하는 말인가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 순간순간의 감정이 어느 정도 일관성이 있으면 믿을 수 있는데 나처럼 이렇게 자주 바뀐다면 그 상대를 믿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 그래도 믿으니까 내 곁에 계속 있어주는거겠지만. 그렇겠지만? ……결론 : 준호는 성인군자!

 

이전 블로그의 블로그명을 '앓음다움'으로 바꿨다. 정말 아름다웠던 시간이 기록된 블로그.

아름다웠던 시간 이라고 말할 수 있어서 기쁘다. 앓음답다 라고는 말할 수 있어도 아름답다 라고 말하긴 힘든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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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5 12:55 2010/11/15 1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