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二千七年 生態觀察日誌

                                                                              五月 九日
옛날 사람들 특히 선비들은 꽃을 친구라고 여겼다. 퇴계 이황의 경우를 보면 잘 알수 있다. 그는 제자들을 가르치기 위해 도산 서당을 지은 뒤 집 앞에 작은 연못을 만들고 연꽃을 심었다. 그리고 연못에서 동쪽으로 작은 화단을 만들고 대나무,소나무,매화,난초등을 심었다. 연못에는 정우당이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맑은 친구의 집이라는 뜻이고 화단은 절우사 라고 이름을 지었다. 절개있는 친구들의 모임 요즘 식으로 말하면 절개있는 친구들이라고나 할까
우리아빠도 꽃이 친구인 것 같다. 집 둘레에 나는 풀꽃, 나무꽃들이 필때 항상 친구가 찾아오는 것처럼 관심을 갖고 대한다. 요즘엔 은방울꽃이 한참인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창문을 열고 바라보고 바로 나가서 꽃의 향기도 맡고 주변의 풀도 뽑는다. 어린이날에는 가까운 사람들을 초청해서 은방울꽃도 같이 보고 술을 마시는 모임을 가졌다. 그 때 아이들이 많이 와서 신나게 놀고 어린이날 청주교대에서 받은 고추모도 심었다. 가온이도 세 개를 심었는데 너무 가까이 심은 데다가 물로 반죽을 해서 칠하는 바람에 물이 제대로 침투할수 있는지 모르겠다.

아빠가 아침에 나를 깨우면서 마당에 새로운 친구가 찾아왔다고 했다. 마당에 나가보았더니 집 동쪽울타리에 해당화꽃이 한송이 피어있었다. 앵두와 쥐똥나무 군락사이에서 붉게 피어있는 해당화는 진짜 예뻤다. 해당화는 특히 아침에 이슬을 머금고 있을 때가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 해당화는 장미과에 속하는데 장미꽃과 다른 것은 소엽의 개수가 장미는 5개인데 해당화는 7개 이고 암술과 수술이 흐트러진 것처럼 무질서 하게 나있는데 아마 해당화의 원시적인 특성이 반영되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바로 옆에 불두화꽃이 연한 녹색에서 흰색으로 변하고 있다. 자세히 보면 내가 그린 석굴암 부처의 머리를 닮았다. 그래서 불두화란 이름이 붙은 것 같다. 부처님의 머리는 나발이라고 하는데 이를 볼때 부처님의 머리는 곱슬머리였던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곱슬머리가 뭉쳐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 나발이기 때문이다.          

함박꽃은 꽃이 피기 일보직전이었다. 함박꽃봉오리가 벌어지면서 분홍색 꽃잎이 선명하게 보인다. 꽃봉오리마다 즙을 먹으려고 하는 개미떼로 붐볐다. 함박꽃을 옛날 선비들은 귀할귀자를 써서 귀우 라고 했다. 그러고 보면 우리집을 찾아오는 꽃친구들은 절기마다 다르다. 우수때는 큰개불알풀이 찾아오고 청명에는 목련 곡우 에는 은방울꽃과 둥글레가 찾아온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친구가 많이 찾아오는 때가 입하이다. 해당화가 동쪽울타리에서 한송이 두송이 피어나면 불두화가 만발하고 함박꽃이 꽃망울을 터뜨린다. 함박꽃은 우리집에서 봄이 다 지나가고 여름이 찾아오는 것을 알려주는 전령이고 우리가족들이 가장 반기는 친구이다. 함박꽃이 필 때 쯤은 우리 집사람들이 들뜬 마음으로 사는 것이 느껴진다. 틈만나면 창밖을 내다보고 나가서 다시보고 그래서 함박꽃은 우리가족들이 일년 대화에도 중요한 주제가 된다.  

탱자나무에 탱자열매가 열렸는데 탱자들을 살펴보니 올해는 탱자가 많이 열릴 것 같다. 작년 까지만 해도 너 댓개 열렸는데 올해는 얼핏봐도  수십 개가 넘는다. 엄마는 벌써부터 탱자주를 담그겠다며 야무진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런데 탱자나무를 아무리 살펴보아도 호랑나비의 알은 보이지 않았다. 알을 아직 낳지 않은 모양인데 잎새가 거의 다 자라고 봄형호랑나비가 나온지 오래인데 왜 아직 알을 낳지 않았을까?

마당을 돌아보니 풀꽃들 가운데는 씀바귀 꽃이 한창이다. 그러고 보면 이 때쯤에는 노란 꽃을 피우는 풀꽃들의 전성기인 것 같다. 씀바귀 꽃, 서양민들레, 붉은괭이밥, 괭이밥, 애기똥풀이 노란꽃을 맘껏 피우고 있다. 그중간중간에 피어있는 흰민들레는 더욱 산뜻한 느낌이다.

은방울꽃이 시들고 있다. 넓은 잎새는 탄력을 잃고 눈부신 흰색꽃은 아래로부터 누렇게 변해가고 있다. 거기다가 송화가루까지 덮여있어 더 이상 지난주와 같은 산뜻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은방울꽃은 특히 향기가 좋은데 서양에서는 이 즙을 향수로 사용해서 향수초라고 부른다고 하는데 꽃은 시들고 있어도 향기는 여전히 코를 진동시킨다. 그리고 계단처럼 아래로부터 하늘을 향하는 꽃차례 때문에 천국의 계단이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다. 꽃말은 돌아온 행복인데 그래서 인지 서양에서는 5월 1일이 되면 연인에게 은방울 꽃을 선물하기 위해 젊은 남자들이 산과 들을 누비고 다닌다고 한다. 특히 20세기에 들어서는 메이데이 행사때 남성노동자들이 여성노동자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다는데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시위하다가 죽은 여성노동자의 손에 은방울꽃이 들려있었고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생긴 풍속이란 말도 있다. 5월 1일을 메이데이라고 하듯이 은방울꽃은 5월의 꽃 메이플라워라고도 한다.  

한창 늦잠을 자고 있던 대추나무와 벽오동나무도 움이 텄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천진난만하게 늦잠을 자다가 일어나서 시계를 보며 헉!! 지각이다. 하면서 학교에 뛰어가는 학생 같다. 입하는 늦잠자는 벽오동나무와 대추나무도 깨울힘을 가지고 있다.


아 찔레를 보았는데 꽃봉오리가 나와 있었다. 옛날에는 찔레의 가지를 따서 껍질을 벗겨 안의 연한 살을 먹었다. 아빠가 껍질을 벗겨서 건네 주길래 나도 먹어봤는데 약간 씁쓸하면서도 부드럽고 단맛이 나는게 먹을 만 했다. 찔레나무 군락을 지나 산에 들어섰는데 오늘 산에 올라가면서 궁금한 것이 은대난초의 꽃이 피었나 떡갈나무의 잎새가 나왔나 곤충들이 얼마나 바쁘게 움직이는가 등이다.  

산에 올라가 보니 아니나 다를까 벌써 은대난초 꽃이 피어있었다. 곡우때 올라왔을 때에는 싹도 보이지 않았는데 어느새 이렇게 많이 자라서 꽃을 피웠을 줄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일찍와서 보는 건데....
은대난초 꽃은 곳곳에 피어있었는데 그 중에는 줄기 두개가 한꺼번에 자라나서 꽃을 피운 것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딱 하나의 꽃대가 올라와 하나의 꽃을 피운 것이 훨씬 더 우아하고 예뻤다. 작년보다 군락이 확대되어 작년에 보이지 않던 곳까지 은대난초꽃이 보인다.


참나무수꽃은 이미 꽃가루를 다 뿌리고 말라 있었다. 잎새가 다 자라기 전에 빨리 꽃가루를  퍼뜨리고 자신은 말라버린 것이다. 길을 가다가 상수리나무에서 숲속의 재단사 거위벌레를 보았는데 요람을 만들고 있었다. 우리가 나무를 건드려서 거위벌레가 날아가고 말았는데 그 때는 정말 미안한 느낌이 들었다. 그 거위벌레가 요람을 만들던 잎새를 하나 따왔는데 수맥을 끊어서 그런지 아주 부드러웠다.


입하 때 산에 피는 나무꽃으로는 고추나무가 있다. 고추나무가 꽃을 피울 때 쯤이면 고추나무잎새는 온갖 곤충들의 놀이터가 된다. 특히 가지와 잎새에 가득차있는 애벌레가 인상적인데 등에 노란점이 두 줄로 나란히 박혀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흰 알락나방애벌레인데 독이 있어 만지면 안 된다.

박주가리가 싹이 나왔다. 벌써 한 뼘 정도 자라있었는데 박주가리에서 내가 이름을 알지 못하는 벌레가 짝짓기를 하고 있었다. 한번 찾아봐야겠다.  

윙~하는 소리가 나서 돌아보니 풍뎅이가 날아와서 땅에 머리를 박았다. 그 옆에 보니 파리매도 있었는데 그 풍뎅이는 별줄풍뎅이였다.

산에 올라가다가 산딸기 잎새에서 큰허리 노린재가 짝짓기를 하는 것을 발견했다. 길이가 3cm정도 되는 것 같은데 노린재 가운데 이정도 크기의 대형노린재는 장수허리노린재와 얼룩 대장노린재가 있다.


오리나무에서 오리나무 잎벌레를 보았는데 잎벌레조차 송화가루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작년에는 오리나무잎벌레 때문에 초토화된 모습을 보았는데 오리나무잎벌레가 별로 없었다. 이 오리나무가 올해에는 고생을 좀 덜했으면 좋겠다.

노루발풀을 보았더니 아직 꽃이 피지 않았다. 한여름이 되어야 꽃이 필려나 빨리 방울같이 생긴 꽃을 보고 싶다. 매화노루발풀도 아직 꽃봉오리만 올라왔지 꽃은 피지 않았다. 그 둘의 꽃을 빨리 보고 싶은데

솜방망이가 노란색 꽃을 피웠다. 아주 밝은 노란색 이었다.

산은 완전히 송화가루에 덮여있었다. 잎새에도 꽃에도 줄기에도 송화가루가 노랗게 덮여있었고 공기중에도 송화가루가 섞여있었다. 숲길은 소나무 잎새로 덮여있는데 밟을 때 마다 먼지버섯을 밟은 것 같이 송화가루가 날렸다. 꽃가루알레르기가 심한 사람은 산에 발도 못 붙여놓을 것 같다. 소나무는 왜 이렇게 엄청나게 꽃가루를 생산할까? 어떻게 보면 너무 비효율적인 방법으로도 보인다. 아마도 소나무가 생겨난 초기에는 숲전체가 소나무 숲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생식방법이 생겨났을 것이다.

오늘 산에 올라갈 때 기대 한 것 중에 하나가 떡갈나무가 잎을 틔웠는지 안틔웠느지 보는 것인데 역시 잎을 다 틔운 후였다. 입하때는 여러번 산에 올라와야 숲생태계의 미묘한 변화를 잘 알게될 것같다.

산을 내려갈 때 까치소리가 요란하길래 그 쪽을 봤더니 까치 네 마리가 영역싸움을 하고 있었다. 결국 원래 있던 까치 2마리가 침입자2마리를 쫓아 냈는데 그녀석들이 싸울때 송화가루가 엄청 날렸다. 에구 가뜩이나 산이 송화가루에 덮여 있는데 그녀석들이 산을 송화가루로 완전히 덮어버리려고 작정을 했나?

구슬봉이가 있는 무덤에 가 보았는데 한달이 넘도록 아직 구슬봉이꽃이 피어있다.

갈졸참나무를 보았다. 갈졸참이란 갈참나무의 특성과 졸참나무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나무인데 갈참나무와 졸참나무가 교배된 것이다. 산에 내려갈 때 상수리나무,졸참나무,갈참나무가,떡갈나무가 헷갈려서 고생했다. 다음 번에는 참나무 잎새들을 비교해서 그려봐야되겠다.

산을 내려왔는데 이번에도 학교로 가로질러 가지 않고 그 옆길로 돌아서 갔는데 금낭화는 아직도 꽃이 피어있었다.

학교앞에 있는 논에서 물칭개나물과 개구리자리를 보았는데 둘다 꽃이 피어있었다. 좀더 가다보니 물칭개나물과 개구리자리가 함께 군락을 이룬 곳이 있었는데 물칭개나물의 짙은 녹색잎과 보라색꽃 개구리 자리의 밝은 녹색과 노란 꽃이 어울린 가운데  배추흰나비 2마리가 날아디니고 있는 모습이 정말 환상적이었다.

가운데 슈퍼  앞에 도랑에서 개망초를 보았는데 꽃이 피어있었다. 개망초 옆에는 아직도 큰개불알풀이 꽃을 피우고 있었는데 2월에 꽃이 피기 시작해서 5월 까지 버티는 것이니 벌써 3달이나 버틴 것이다. 정말 질기네~ 도대체 큰 개불알풀의 꽃은 언제쯤 질까? 살펴봐야겠다.

입하때가 되면 뻐꾸기소리를 듣는데 올해는 아직까지 들리지 않고 있다.
밤에는 소쩍새 낮에는 뻐꾸기 소리가 이시기의 즐거움인데 아직 소쩍새 소리만 들리니 아쉽다. 입하에 생태관찰을 하고 나니 입하때의 생태적인 특징이 정리가 된다. 곡우는 냇물에서 시작된 연두색 흐름이 산꼭대기 까지 확대되고 숲은 초본층부터 작은키나무 큰키나무까지 잎새가 나와 숲이 숲답게 되는 시기인데 입하가 되니 작렬하는 태양아래 잎들이 연두색이 아니라 짙은 녹색옷으로 갈아입는 느낌이다. 특히 은사시나무는 더 이상 연두색이 아니고 참나무도 이제 형광녹색을 벗어나고 있는데 이제 나무들이 리그닌을 생산하면서 곤충들이 자기 잎을 먹지못하도록 방어체계를 가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곤충들은 바쁠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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