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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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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7/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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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2007/06/30
    곡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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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2007/04/08
    청명
    꽃마리

처서

 
                                   8월 23일
8월 23일은 더위가 물러간다는 처서이다. 한 낮에는 여전히 따갑지만 아침저녁으로 차가운 기운이 느껴져서 문을 열고 잠을 잤다가는 감기에 걸리기 십상이다. 찌는 듯한 더위가 누그러질 뿐만 아니라 장마가 지난 지 오래라 점점 땅이 말라가기 시작한다. 그런데 지구온난화현상은 이러한 우리의 상식을 뒤집고 있다. 처서가 지난 다음에도 비가 계속 오고 온도는  더운 날엔 35도가 넘어 연일 폭염주의보이다. 예전에는 8월 초순이 제일 덥고 중순이 되면 더위가 가시기 시작하면서 8월 말이 되면 이제 가을에 들어서는 구나 느낄 정도 였는데 올해는 8월 하순이 초순보다 오히려 더 덥다. 뉴스를 보니 해수욕장 폐장이 늦춰졌다고 한다. 이제 지구온난화가 우리 생활양식에 구체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보통 여름휴가철은 8월 초순에 몰려있는데 이대로라면 8월 말이 본격적인 휴가철이 될지도 모르겠다.

처서의 농사력에 대해서 살펴보자
밭농사를 보면 참깨를 베어 말리고 김장용 무·배추를 심고 논농사는 피뽑기, 논두렁풀 베기를 한다.
옛날에는 처서가 지나면 풀이 더 자라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논 밭두렁에 풀을 베고 산소에 벌초도 하는 것이다.  
이 시기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맑은 날이 많았기 때문에 여름동안 장마에 젖은 옷이나 책을 말린다.

처서에 관한 속담을 보면 날씨에 관한 것이 압도적이다. 처서절기에 비바람이 없는 것이 일 년 농사에 결정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비닐하우스의 영향으로 벼꽃이 일찍 패지만 예전에는 처서 때 벼꽃이 패기 때문에 이 때 비가 오면 수정이 어렵고 또한 광합성에 많은 지장을 받기 때문에 벼쭉정이가 많이 생겼다고 한다. 이 시기 날씨에 관한 속담에 맑은 날씨에 대한 강한 바람이 담겨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처서에 비가 오면 십 리 안 곡식 천 석을 감한다.”
“처서에 비가 오면 항아리 쌀도 준다.”
“처서에 비가 오면 흉년이 든다.”
“처서에 비가 오면 독 안 곡식도 준다.”
“처서에 비가 오면 천 가지가 해롭다.”  
“처서에 비바람 치면 폐농한다.”

이 시기에는 밤낮의 온도차가 심하기 때문에 냉해를 입을 수도 있다. 그래서 논물을 관리하는 것 역시 중요했는데 다음의 두 가지 속담은 논물 관리에 관한 지혜를 담고 있다,

“처서에 물은 먼저 대게 마련이다.”  
“처서 물은 오전 오후가 다르다.”  

처서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환절기 이다. 산골짜기에 살면서 자연과 민감하게 교류하면서 살아온 농민들은 자연현상에 대한 예민한 관찰을 통해서 이 시기를 파악했는데 다음의 속담들이 바로 그것이다.
“처서가 지나면 풀도 울며 돌아간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삐뚤어진다.”
그런데 입추절기 보다 처서가 더 날씨가 더워 모기가 더욱더 기승을 부리는 요즘의 날씨에는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처서에 하늘 한가운데서 발견할 수 있는 별자리는 입추와 마찬가지로 미수이다. 그래서 오늘은 칠석이 지난 지 얼마 안 되기 때문에 견우직녀성을 찾기로 했다.
직녀별은 찾기가 아주 쉽다. 여름하늘 한가운데에 떠있는 별들 가운데 가장 밝은 별을 찾으면 된다. 워낙 밝아서 서양에서는 ‘여름밤의 여왕’ ‘전 하늘에서 하나 뿐인 다이아몬드’ 등의 형용사가 붙어있다. 이 별자리는 서양에서는 거문고자리의 알파별인 베가이다. 직녀별 밑에는 삼각형을 이루고 있는 작은 별이 두 개가 있는데 선녀와 나무꾼 전설이 전해내려 오고 있다. 나무꾼이 자식 셋을 낳은 다음에 날개옷을 돌려주라는 사슴의 말을 무시하고 두 명의 자식을 낳은 선녀의 간청에 못 이겨 날개옷을 돌려준 이야기는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날개옷을 받은 선녀는 양팔에 아이들 하나씩을 끼고 하늘에 올라갔는데 그 선녀가 직녀별이고 작은 별 두 개가 두 명의 아이들 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왜 사슴은 자식 셋을 낳은 다음에 날개옷을 돌려주라고 했을까? 아이가 셋일 경우 하나를 남겨둘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선녀가 하늘나라로 올라가는 것을 포기할 것이라는 사슴의 판단 (당시 사람들의 집단적 의식)이었던 것인데 여성 해방론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볼 건지 궁금하다.

다음은 견우별자리를 찾아보자 견우별은 서양별자리로는 염소자리의 으뜸별인 알게디이다. 알게디는 3등성 이어서 어둡기 때문에 찾기가 쉽지 않다. 직녀성에서 하고대성(요즘 견우별자리로 오인되고 있는 그 별) 사이에 직선을 긋고 약간 꺽은 다음 그 반 정도의 길이를 직선으로 연결하면 어두운 별 몇 개가 X자를 이루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견우 별자리이다. 견우별자리는 하늘나라에서 농사를 맡고 있는 별자리이기 때문에 주변에는 논에 물을 대는 도랑 물자리인 구감, 하늘나라의 밭인 천전, 저수지별자리인 나언, 닭장 별자리등을 찾을 수 있다. 이 견우직녀별자리에는 유명한 이야기가 전해내려 온다.

아주 먼 옛날 하늘나라 옥황상제에게는 직녀라는 예쁜 딸이 있었다. 직녀는 하늘을 장식하는 옷감을 짜는 일을 하는데 계절이 바뀔 때 마다 새로운 색깔의 옷감을 짜서 하늘을 장식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직녀는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강둑으로 소를 끌고 가는 견우를 보았다. 두 사람은 처음 보는 순간 사랑에 빠졌고 이 사실을 안 옥황상제는 소를 잘 돌보는 부지런한 견우가 마음에 들어 사위로 삼았다. 그런데 혼인을 한 후부터 견우는 전혀 소를 돌보지 않았고 직녀는 옷감을 짜지 않았다. 그 때문에 하늘의 색은 초라해지고 노을은 전혀 아름답지 않게 된 것을 안 옥황상제는 너무 화가 나서 둘을 떼어 놓았다. 그래서 견우는 은하수 너머에서 소를 몰게 되었고 직녀는 여기에서 옷감을 짜게 만들었다. 직녀는 하루하루 눈물로 옷감을 짰고 이로 인해 하늘 옷감은 전처럼 아름답지 않았다. 옥황상제는 직녀를 불러서 음력 7월 7일에는 만나도 좋다고 허락했는데 대신 옷감을 열심히 짜지 않으면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거라고 했다. 직녀는 이 말을 듣고 열심히 옷감을 짰다 덕분에 하늘은 다시 예쁜 색을 되찾았고 드디어 음력 7월 7일이 되었다. 그런데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7월 7일이 되면 은하수 물길이 거세져서 도저히 만날 수 없었다. 결국 일 년에 한 번도 만날 수 없게 되자 견우와 직녀는 밤새도록 울기만 했다. 그 눈물이 큰 비가 되어 지상에 내렸다. 이를 불쌍히 여긴 까마귀와 까치는 직녀와 견우를 만나게 해주려고 자신들의 몸으로 다리를 놔주었다. 그래서 칠월 칠서기 지나면 까마귀와 까치의 머리깃털이 벗겨진다고 하는데 실제로 이때가 털갈이를 하는 시기라서 뒷산에 올라가면 까치의 털들을 여기저기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에 언제부터 왜 전해져 내려왔을까? 고구려 고분벽화에는 4세기 후반에 그려진 덕흥리 고분벽화에 견우직녀그림이 있다. 견우는 한쪽 손을 들고 소와 함께 서있는데 은하수 건너편에는 직녀가 하염없이 견우 쪽을 바라보고 있다. 이 그림을 볼 때 적어도 1600년 전에는 널리 알려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는 데는 사회적 기능이 있다. 어른들이 일보다는 연애와 놀기를 좋아하는 청소년들에게 노동의 중요성과 규율을 강조하는 이야기였을 것이다. 실제로 옛날에는 남자일은 농사일이고 여자의 일은 베를 짜는 일이라고 했으니 모든 사람들에게 노동의 규율을 교육하고 강요하기에 적절한 캐릭터와 이야기구조를 갖고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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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

 
                                     8월 8일    
8월 8일은 가을에 들어선다는 입추이다. 우리나라는 입추를 전후해 날씨가 가장 덥기 때문에 가을에 들어선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을 때가 많다.
중국은 대륙성 기후이기 때문에 땅이 일찍 데워져 여름도 일찍 찾아오지만 식기도 빨리 식어서 가을도 일찍 찾아온다. 7월 달 평균기온이 25.9도인데 비해 8월 달 평균기온이 24.6도로 떨어지니 계절의 변화를 누구나 쉽게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도 낮에는 여전히 덥지만 8월 15일 이후에는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고 이슬이 내려 더위가 점차 약해져서 가을에 들어선다는 것을 나름대로 수긍 할 수 있다. 그래서 입추이후의 더위는 늦더위라고 했다.
그런데 요즘 날씨는 이러한 상식을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장마가 7월이면 끝나고 입추절기가 되면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날씨가 맑은 날이 많았는데 올해는 입추 절기 까지 계속 비가 내렸다. 장마 뒤에 더 큰 장마가 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였다. 그리고 아무리 장마 때라도 3일에 1번 정도 밖에 비가 오지 않는데 이 ‘더 큰 장마’ 에는 3일에 2번씩이나 비가 내렸다. 거기에다가 일일 강수량도 장마 때보다 2배 이상 많았다. 또한 기온역시 예전에는 8월 초순이 가장 높고 중순, 하순으로 갈수록 기온이 낮아졌는데 올해는 초순보다는 중순이, 중순보다는 하순이 기온이 높게 나타난다. 이것은 지구온난화가 우리나라의 기후를 온대의 장마가 아닌 아열대지방의 건기와 우기형태로 바꿔놓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시기의 농사력을 살펴보면 밭농사는 입추 후 4,5일 경에 메밀을 심고 삼밭에 무씨를 뿌린다. 이때쯤 김장용 무, 배추를 심기 시작하는 것이다. 논농사는 김매기도 끝나서 물을 조절하는 것 외에는 별로 할 일이 없다. 전국적으로 전해지는 “어정 7월”이라는 말은 이시기의 한가함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때쯤 칠월 칠석, 칠월 백중행사가 성대하게 벌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 때 비가 오거나 태풍이 불면 논농사를 망칠 수 있다. 벼가 패서 이제 본격적으로 햇빛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시기의 날씨가 1년 농사를 좌우 할 정도로 중요했기 때문에 입추가 지나서 비가 닷새만 계속 되도 왕이나 각 고을의 수령들은 비를 멎게 해달라는 기청제(祈晴祭)를 올렸다.
'춘추번로라는 옛 중국문헌에 기청제를 지내는 방법을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성안으로 통하는 수로(水路)를 막고 성안의 모든 샘물을 덮게 한다. 그리고 제를 지내는 동안은 모든 성안사람은 물을 써서는 안 되고 또 소변을 보아서도 안 된다. 심지어 부부관계까지도 운우지정이란 말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비를 유감한다 해서 부부도 기청제 지내는 전날 밤에는  각방을 써야 했다. 그리고 양방(陽方)인 남문(南門)을 열고 음방(陰方)인 북문은 닫는다. 이날 음(陰)인 부녀자의 시장 나들이는 일체 금한다. 제장(祭場)에는 양색(陽色)인 붉은 깃발을 휘날리고 제주(祭主)도 붉은 옷차림이어야 했다. 양(陽)의 기운인 남방(南方), 적색(赤色)을 드리우면서 태양(太陽)의 볕을 갈망한 것이다. 올해처럼 입추절기에 비가 많이 오면 농사를 아는 사람들은 그 해의 농사가 잘 안 될 것임을 미리 알고 기청제를 지내 불안을 달랬던 것이다.”

이 시기의 속담을 보면 벼농사와 관련된 속담이 많다. 특히 이 때 벼가 패는 시기이므로 이와 관련된 속담을 먼저 발견 할 수 있다.
“입추가 되면 벼가 패기 시작한다.”  
“입추 때는 벼 자라는 소리에 개가 짖는다.”
벼농사에 관한 농민들의 감수성이 얼마나 민감한지 벼가 자라는 소리에 개가 짖는다고 했다.
비와 바람의 순조로움을 원하는 농민들의 절실한 바람을 갈무리한 속담을 찾을 수 있다. 옛날 동네 앞에는 솟대를 세워 우순풍조를 기원했는데 모심을 때 비 오는 것과 입추 처서 때 비가 덜 오는 것 그리고 태풍이 오는 8~9월에 바람이 적절히 부는 것이야 말로 농사꾼들의 가장 큰 소망이었다.    
“입추에 동풍이 불면 풍년 든다.”
“입추에 비가 조금 오면 풍년든다.”
“입추 때 비가 와야 채소가 풍년 든다.”
그런데 이러한 농민들의 바람에는 일종의 모순이 있었다. 이 때 비가 많이 오면 채소가 잘
되고 벼농사는 잘 안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전에는 3~4월 보릿고개와 함께 7월에 있는 칠궁이 가장 힘들 때였다. 그래도 보릿고개 때에는 봄나물도 많고 보리이삭은 팬지 20일만 되도 풋보리로 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칠궁에는 나물들도 쇠어서 못 먹고 벼이삭은 팬지 40일이나 되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칠궁이 민중들의 삶에 끼친 흔적이 컸기 때문에 이에 대한 속담도 여러 가지가 있다.
“칠궁이 춘궁보다 더 무섭다.”
“칠월 사돈은 꿈에 볼까 무섭다.”
“육칠월 손님은 범보다도 무섭다.”
물론 “3일 굶으면 먹을 것 싸들고 오는 사람이 있다.” 는 긍정적인 속담도 있지만 손님이 범보다도 무서웠다고 했으니 이때 농민들의 마음이 실감나게 다가온다.

입추에 하늘 한 가운데서 발견할 수 있는 별자리는 미수이다. 미수는 동방청룡의 꼬리인데 서양별자리로는 전갈자리의 꼬리에 해당한다. 미수는 여름하늘에서 가장 인상적인 별자리이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다. 하늘 한가운데서 남쪽으로 직선을 그으면 전갈 또는 파충류를 닮은 밝은 별자리가 있는데 그 별자리의 끝 부분이 미수이다.
옛날 중국에서는 미수를 황제의 부인들이 사는 후궁이라고 보았는데 미수의 여러 별자리들을 후, 비, 빈, 부인 등으로 이름을 붙였다. 그래서 별이 어두우면 황후에게 근심과 질병이 있게 되고 목성이 범하거나 달무리가 이 주변에서 일어나면 황후와 왕비가 죽게 되고 화성이 범하면 궁중에 내란이 일어난다고 했다. 그래서 고대 중국에서는 후궁의 여자들이 온갖 열성을 다해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해와달이 된 오누이라는 이야기가 전한다. 이이야기에서 호랑이한테 쫓기던 오누이가 살아나는 방법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동아줄이다. 그런데 이러한 동아줄은 다른 신화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야국 신화에는 김수로를 비롯한 육가야의 왕들이 줄을 타고 내려오고 곡모신에 대한 신화인 세경본풀이에도 주인공인 자청비의 신랑인 문도령이 하늘에 올라갈 때도 노각성자부줄이라는 줄을 사용한다. 경덕왕의 소원을 들어주려고 하늘에 올라갔다는 표훈스님의 이야기에도 구체적인 방법은 나오지 않지만 하늘에 올라가는 방법은 아마도 줄이 아니었을까? 나무꾼과 선녀이야기에서도 나무꾼이 하늘에 올라가는 것은 두레박에 달린 줄이었으니 옛날 사람들이 하늘세계와 소통하는 수단이이 줄이라고 믿었던 것은 분명했던 것 같다.
일본에서는 미수를 노인이 낚시질을 하려고 은하수에 던져놓은 낚시줄이라고 보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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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

 

                              7월 22일

오늘은 1년 가운데 가장 덥다는 대서이다. 절기별로 하루 평균기온을 봤더니 섭씨 26도 이하로 내려가는 날이 하루도 없는 것은 대서가 유일하다. 대서 며칠 전부터 그 20일 후 까지는 평균기온이 26도가 넘는 시기로서 ‘찜통더위’ ‘불볕더위’ 라는 말이 실감나는 때이다. 그러다 보니 밤에도 열대야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때는 가장 습기가 많을 때이기도 하다. 장마철에다가 왕성한 광합성작용으로 인해 식물에서 증발되는 수증기의 양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습기 때문에 대서가 있는 음력 6월은 썩은 달이라고도 한다. 음식도 잘 썩고 숲의 낙엽층도 이 때 썩어서 나무에 영양분을 공급한다. 이 불쾌한 습기가 우리 숲의 왕성한 활동력을 보장하는 고마운 기운이라고 생각하니 이 더위도 즐겁게 넘 길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러나 이 더위와 습기는 또한 농작물에 병을 가져오기도 한다. 잦은 비와 습기가 많은 날씨에 벼에 바람하나 통할 수 없게 되면 벼 줄기가 썩는데 이 병을 문고병이라고 한다.  그래서 장마철에는 잠깐 해가 뜨면 농약이나 제초제를 치는 장면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대서의 농사력을 보면 올기장, 올조를 거두어들이고 그루갈이로 메밀을 심는다.

그리고 논두렁의 풀도 베어준다. 웃자란 풀들이 벼를 덮어 생육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논두렁에 심어둔 콩.팥, 고구마밭의 풀 등도 이때 메고 복돋아 주어야 한다.

이 때는 또한 수박, 참외 등 각종 과일들이 나올 때 인데 이러한 작물을 심는 농가들은 밭에 원두막을 지어놓고 누가 훔쳐가지 못하도록 감시도 하고 원두막에서 더위를 식히기도 한다. 이 때 동네악동들은 밤에 몰래 수박서리, 참외서리를 하는데 보통 그 집 아들하고 같이 하기 때문에 잡혀도 크게 혼나지 않았다. 하지만 새마을운동이 본격화 되고 농촌에도 돈바람이 불면서 그냥 웃어넘겼던 수박서리, 참외서리가 파출소에 끌려가서 혼나기도 하고 손해도 배상해야하는 범죄로 인식되기 시작한다.


대서 절기에는 1년 중 속담이 가장 적은데다가 소서와 그 의미를 공유하는 속담이라는 것이 그 특징이다. 그리고 그 내용을 보더라도 더위와 장마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다.

“오뉴월더위에 염소 뿔이 녹는다.” 는 속담은 이 시기의 찜통더위를 잘 알려주는 속담이다. 그 단단한 염소의 뿔이 햇빛에 녹는다는 말이 과장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것이 이 때의 더위이다. 

“산초 꽃이 피면 장마도 간다.”

“원추리 꽃이 지면 장마도 간다.”

“유월은 썩은 달”

“오뉴월장마에 돌도 큰다.”는 속담은 장마에 관한 것이다. 이러한 속담들은 이 시기의 생태와 그 특징을 잘 보여준다.


대서에 하늘 한가운데 떠있는 별자리는 방수이다. 동방청룡의 배에 해당하는 별자리인데 찾기는 아주 쉽다. 하늘 한가운데에서 남쪽 낮은 하늘로 선을 그으면 붉게  빛나는 1등성을 기준으로 세 별이 나란히 있는 것을 발견 할 수 있다. 그 앞쪽에 네 개의 별이 가로누워 있는데 그 별자리가 방수이다. 동양에서는 방수의 남쪽 두별 사이를 양도라고 하고 북쪽 두별 사이를 음도라고 하여 별점을 쳤다. 해와 달 다섯 행성이 양도를 지나면 가물고 초상이 많이 나며 음도를 지나면 홍수가 나거나 병란이 일어난다고 여겼는데 장마철에 딱 맞는 별점이라고 생각된다.

서양에서는 이 별자리가 전갈자리의 머리 부분이다. 여기에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옛날 오리온이라는 거인사냥꾼이 있었다. 오리온은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와 사랑하는 사이 였는데 오빠인 아폴론은 이 둘이 가까워지는 것을 싫어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폴론은 전갈을 보내서 오리온을 독살했는데 아르테미스는 이 것을 보고 오리온을 별자리를 만들어주었다. 아폴론은 전갈을 별자리로 만들어 주었다. 오리온은 전갈이 무서워서 전갈자리가 동쪽하늘에 뜨면 급히 서쪽 지평선으로 달아났는데 전갈자리가 뜨면 오리온자리가 지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반대로 오리온자리가 뜨면 전갈자리가 지는데 여기에도 이야기가 얽혀있다. 아스클레피오스가 전갈의 독에 당한 오리온을 살려주고 오리온을 죽인 전갈을 발로 뭉개버렸다. 오리온이 활기를 되찾아 다시 동쪽에 떠오르고 아스클레피오스의 발에 밟힌 전갈이 서쪽 땅밑으로 사라지는 것이 이 때문이다. 하늘의 양끝에 있는 별자리를 관찰하고 이렇게 방대한 상상력을 펼친 옛날사람들의 관찰력이 정말 놀랍다.

방수 다음의 별자리가 심수이다. 이 심수는 신라시대 향가인 혜성가와 관련된 이야기가 있다.


옛날 동해 물가

건달파가 노닐던 성을 바라보고

왜군이 왔다!

봉화를 든 변방이 있어라

세 화랑 산 구경 오심을 들고

달도 잦아들려 하는데

길 밝히는 별 바라보고

혜성이여! 사뢴 사람이 있구나,

아아, 달은 흘러가버렸더라

이와 어울릴 무슨 혜성이 있었으리


옛날에  거열랑, 실처랑, (돌처랑이라고도 함) 보동랑 등 세 명의 화랑이 금강산을 놀러갈려고 했다. 그런데 출발하려는 시기에 혜성이 나타나 심대성을 범했다고 한다. 즉 지금 심수자리에 이름을 확인 할 수 없는 혜성이 나타난 것이다. 옛날 중국에서는 심수를 하늘나라 임금이라고 생각했고 혜성이 이를 범하면 천하가 전란에 휩싸여 나라전체가 황폐해 질 것이라고 보았고 왕족들을 하늘의 아들이라고 보았던 신라에서도 이 심수를 왕과 신라영토자체를 상징하는 별로 여겼을 것이기 때문에 이는 매우 중대한 사태였다. 이에 세 화랑과 낭도들이 당혹스러워 금강산 유람을 중지하려고 했는데 그때 그 집단의 볍사인 융천사가 노래를 지어 불렀는데 그 것이 바로 혜성가이다.

노래를 부른 이후 혜성은 심수 주변에서 사라지고 침범해오던 왜구들도 제 나라로 돌아가 버렸다고 하는데 당시 군주인 진평왕은 기뻐하며 화랑과 그 낭도들을 풍악으로 보내어 놀게 했다는 것이다. 당시 사람들의 별에 대한 신앙과 향가의 기능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자료가 되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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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서

 
                                 7월 7일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다는 소서이다. 그런데 내가 알기에는 우리나라는 7월에 비해서 8월 평균기온이 높다. 서울의 평균기온을 보면 7월 달 평균기온이 24.9도이고 8월 평균기온이 25.4도 이다. 사실이 이런데도  왜 7월에 가장 덥다는 소서와 대서 절기가 몰려있는 걸까?
비밀은 24절기가 중국북경의 기온을 중심으로 만들어 졌기 때문이다. 북경의 평균기온을 찾아보니 7월이 25.9도 8월 평균기온이 24.6도이다. 한달에 평균기온이 1.3도 차이라면 중국인들이 7월을 가장 더운 때라고 느낄만한 차이이다.
소서는 장마가 시작되어 장기간 머물러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채소와 과일이 왕성하게 자라서 풍부한 먹을거리를 제공한다. 산이나 들에는 산딸기가 지천이고 복숭아, 자두, 참외, 수박 등이 나온다.

이 때 농사력을 보면 늦모심기가 한창이다. 하지부터 소서까지 심는 모를 늦모라고 하는데 오랜 가뭄에 논물이 없거나 일손이 늦어진 사람들이 늦모심기에 마음이 바쁘다. 모를 다 심어 놓은 논에도 물대기에 바빴다. 이 때 사용한 농기구는 용두레, 맞두레, 무자위 등이었는데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호미였다. 지금은 제초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그 풍경이 사라졌지만 예전에는 이 때 김매기가 한참이었다. 모 뿌리에 잡초가 얽히면 농사를 망칠 수 있기 때문에 마을사람들이 모두 나서서 함께 김매기를 했다. 옛날에 마을마다 있었던 두레는 이러한 잡초에 대항해서 풍년을 이루기 위한 마을사람들의 의지가 담긴 노동조직이었다. 밭농사는 삼베길쌈을 위해 돌삼을 베고 목화밭의 김을 맨다.  

이 시기의 속담을 통해 소서절기에 담긴 옛날 사람들의 생활과 의식에 대해서 살펴보자
늦모와 관련된 속담이 먼저 눈에 띈다.
“소서 전 늦심기다.”
“소서가 넘으면 새 각시도 모심는다.”
“소서 모는 지나가는 행인도 달려 든다.”
“소서 물 보고 천봉지기(천수답)에 모 심는다.”
“유월 장마는 쌀창고다.”
“상강 구십 일 두고 모심어도 잡곡보다는 낫다.”
소서절기에 심는 모는 늦모이기 때문에 바깥나들이를 못하게 하는 새 각시도 달려들고 지나가는 행인들도 달려들어 심는 다는 것은 그 만큼 다급한 농민들의 심정이 담겨있는 속담이다. 지나가는 행인이 달려들어 모를 심고 원님도 늦모를 보면 달려들어 심어야 한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모내기는 모든 사람들의 관심이 쏠려 있는 공동체의 가장 중요한 일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늦모라도 심는 것은 소서 절기에 장마가 있기 때문인데 이 물을 믿고 모를 심는 것이며 소서절기에 심는 모는 올심기나 중심기보다 수확이 적었지만 그래도 잡곡보다는 나았다고 한다.

“육칠월 더위에 암소 뿔이 빠진다.”
“육칠월에 들판을 들어가면 얼굴이 후끈거려야 벼가 잘 자란다.”
“유월 서리다.”
“소서(小暑)께 들판이 얼룩소가 되면 풍년이 든다.”
벼는 아열대 작물이기 때문에 평균온도가 25도가 넘어야 이삭을 낼 수 있는데 소서절기 전후해서 그 정도의 기온이 된다. 그래서 암소 뿔이 빠질 정도로 지독한 더위가 계속되지만 이러한 더위는 풍년을 약속하는 것이었다. 6~7월에 들판에 들어가면 얼굴이 후끈 거려야 벼가 잘 자란다는 것은 농민들의 삶속에서 터득한 지혜였다. 소서 때는 앞서 심은 모는 아주 짙은 녹색이고 늦게 심은 모는 연두색이라 마치 들판이 얼룩소처럼 되는데 이는 농사가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경관이었다.  

“반하생(7월 9일경)이 지나면 콩 심지 않는다.”
소서절기에 속하는 7월 중순이 지나면 콩을 심지 않는다. 장마가 끝날 때가 되어 씨앗을 심어도 잘 자라지 않기 때문이다.  

소서초저녁에 하늘 한가운데 떠있는 별자리는 저수이다. 청룡의 가슴부위에 해당한다. 저수는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에 방수를 먼저 찾고 방수와 각수사이를 잘 살펴보면 사다리꼴 모양의 별자리를 볼 수 있는데 이것이 저수이고 서양별자리로는 천칭에 해당한다. 옛날에는 저수가 밝으면 신하와 비빈들이 임금을 잘 섬기고 절개를 잃지 않으며 저수에 일식 또는 월식이 있으면 내란이 일어날 징조라고 했다. 그리스시대에는 원래 이 별자리도 전갈자리의 속했다. 천칭자리의 그리스 이름이 캐라에인데 이는 전갈의 집게발이라는 뜻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마치 전갈자리의 두 집게발 같은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줄리어스 캐사르 시기에 로마인들이 이 별자리를 따로 분리시키고 천칭자리라고 불렀다. 천칭자리에는 정의의 여신인 아스트라에아의 이야기가 전한다. 먼 옛날 지상에는 황금의 시대와 은의 시대가 있었다. 이 시대의 인간들은 매우 착하고 성실했기 때문에 신들은 인간과 더불어 땅에 내려와 함께 살았다고 한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 철의 시대가 도래하게 되면서 인간은 매우 부도덕해졌고, 신들은 더 이상 타락한 땅 위에서 인간과 더불어 살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더러움을 모르는 정의의 여신 아스트라에아는 인간들에게 사이좋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일을 꾸준히 가르쳤다. 하지만 그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간들은 차츰 강한자가 약한자를 억누르게 되었고, 신은 안중에도 없는 듯 자기 멋대로 설치고 다니게 되었다. 결국 참다못한 신들은 인간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지상을 떠나버렸다. 그래도 아스트라에아는 인간을 내버리지 않고 혼자 남아서 정의를 계속 설교하였는데 전쟁이 끊임없이 일어나자 더 이상 지상에 머무르지 않고 하늘로 올라갔다. 지금의 처녀자리는 아스트라에아 여신의 모습이고 그가 들고 다니던 천칭역시 하늘의 별자리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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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6얼 22일
하지이다. 오늘은 1년 가운데 낮이 가장 길고 밤이 가장 짧은 날이다. 규표를 세워놓고 해의 그림자를 1년 동안 재면 겨울에는 길어지고 여름에는 짧아진다. 동지는 겨울에 그 그림자가 가장 길 때이고 여름은 가장 짧을 때 이다. 우리나라 명절 가운데에는 보름이 많은데 이는 달을 모시는 날이었고 정월 초하루 3월 삼짇날  5월 단오는 태양신에 대한 의례를 행하는 날이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1, 2, 3 으로 이어지는 수에서 홀수는 남성의 수, 짝수는 여성의 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건물이나 탑처럼 하늘로 올라가는 것은 남성적인 것을 상징하고 남성적인 숫자로 표현했다. 또 땅은 여성적인 측면으로 이해되기 때문에 평면은 당연히 짝수로 표현되는 것이 당시 사람들의 상징체계와 걸맞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탑을 볼 때 층수는 3,5,7,9등 홀수로 이어지고 평면은 4각,8각등 짝수로 이어지는 것은 이러한 까닭이다.
그런데 이러한 수의 상징은 우리 문화만의 특징은 아니다. 만물의 근원은 수라고 한 피타고라스는 ‘홀수는 선하고 곧바르고 하늘의 성질을 가진 남성의 수이고, 짝수는 악하고 구부러지고 땅의 성질을 가진 여성의 수’라고 말했다. 그리고 피타고라스의 영향을 받은 플라톤도 ‘홀수는 천상의 수로서 성스럽고 행복을 가져오고, 짝수는 지상의 수로서 불행과 세속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양과 서양을 막론하고 홀수는 남성의 수였고 이러한 상징체계는 역법에도 적용되어 홀수가 두 번 겹치면 성스러운 날, 생명력이 넘치는 날로 의미가 부여됩니다. 1월 1일, 3월 3일, 5월 5일, 7월 7일, 9월 9일을 양이 겹친 날이라고 해서 중양절이라고 하고, 그 날을 명절로 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서양의 경우 태양과 관련된 의례는 동지, 춘분, 하지였는데 왜 동양은 하지에 의례가 없고 단오에 의례가 행해질까? 5라는 것은 남성의 수일뿐 아니라 정오를 나타내는 한자말 ‘오’의 뜻과도 연결되어 하늘 한가운데 떠 있는 태양을 상징한다. 단오의 다른 이름 가운데 천중절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것은 해가 하늘 가운데 즉 가장 높이 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해가 하늘 한가운데 오는 날은 하지이다. 단오는 하지절기에 걸리기는 하지만 하지보다 좀 이른 경우가 보통이다. 올해도 단오는 하지 3일 전이다. 그런데 단오를 천중절이라고 한 것은 해가 하늘 한가운데 온다는 실제 관측 사실보다는 숫자에 부여한 상징적 의미가 사람들에게 훨씬 더 강한 문화적 영향력을 미쳤기 때문일까?
단오는 태양이 1년 중 가장 생명력이 넘치는 날이다. 이렇게 태양의 힘이 왕성하므로 만물 또한 번성하고 성장한다. 여기에 맞춰서 만물의 성장을 기원하는 의례를 행한다. 단오에 사람들은 태양신의 또 다른 모습인 산신에게 제사를 지내고 남자들은 씨름 여자들은 그네뛰기를 한다. 씨름은 해가 가장 높이 떠있는 정오에 한다. 1년 중 가장 높이 떠있는 태양 밑에서 남성적 에너지가 넘치는 씨름을 한다는 것은 태양이 에너지를 공동체와 농작물의 성장에 활용하려는 것이다.    
여성들은 그네뛰기를 했다. 그네뛰기는 여성의 놀이 가운데 가장 많이 비트는 놀이이고, 하늘을 향해 치솟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한 행위 자체가 여성적 에너지를 고조시키면서 최고조에 달한 남성적 에너지를 받아들여서 음양화합을 이루는 것을 상징한다. 또한 5월 단오전후에 쑥을 캐서 말리는 것은 이 때가 태양에너지를 가장 많이 받아 약효가 높기 때문이라고 본 것이다. 우리의 단오풍속은 서양의 하지축제 풍습과 비슷한 것 같다. 옛날 북유럽에 있었던 하지축제에 대한 기록을 보면 그 때 아홉 가지 나무를 하고, 동네광장에  세운다음 불을 붙인다. 그리고 그 불에 쑥등 약초들을 던진다. 그리고 그 둘레에서 춤을 추는데 우리와 닮은 것은 게르만 족도 하지 전후에 쑥을 채취했다는 것이다.
게르만 족은 약초 가지고 있는 약효를 그 약초안에 요정이나 여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믿었다. 예를 들면 쑥이 약효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르테미스 여신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것이고, 그것은 쑥의 속명이 ‘아르테미시아’라고 하는 것에서도 잘 알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기독교로 가면 요하네스 약초라고 바뀐다. 약초를 통한 치료가 효과가 있는 상태에서 기존의 신앙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으니까 그것을 기독교적인 의미로 바꾼 것이다.
우리나라도 단오날 정오에 캐는 쑥이 약효가 좋다고 했다. 단오 이전에 캐면 약효가 별로 없고, 단오 이후에 캐면 독소가 많다고 믿었다. 이것은 쑥이 장일식물이고 하지가 지나면 성장을 멈추고 리그닌이나 헤미셀룰로오스와 같이 목질을 이루는 성분을 축적하는 것에 대한 생태적 지혜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면 단오를 포함한 하지전후에는 어떤 일을 할까?
밭농사에는 보리를 급히 거두어들이고 그루갈이로 우선 콩이나 팥을 심고 그 다음에는 기장, 조를 그 뒤에는 녹두를 심고 들깨를 모종한다. 목화밭의 김을 매는 것도 이 때하는 일이다. 벼농사는 늦벼의 모를 낸다. 이렇게 농사에 바쁜 때이다 보니 속담역시 많을 뿐만 아니라 그 뜻이 절실하다.
우선 이 때 한참 모심기를 할 때이므로 가장 중요한 것이 물이다. 이와 관련된 속담으로는
“ 하지에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
“단오에 물 잡으면 농사 다 짓는다.”가 있다. 하지 전인 단오까지 논에 물이 차있으면 논매기 할때까지 여유가 있는데 이때 까지 비가 오지 않으면 농사를 망칠 가능성이 있으므로 마을 전체가 긴장하게 된다. 그래서 기우제를 지내는데 우리동네에는 아주머니들이 둥그레봉 정상에 올라서 솥을 뒤집어쓰고 춤을 추었다고 한다. 그래도 비가 오지 않으면 금강에 가서 키로 물을 떠서 뿌리는 방식으로 기우제를 지냈다고 하는데 이 쯤 되면 장마철이 되기 때문에 웬만하면 비가 왔다고 한다. 옛날 사람들은 장마를 어떻게 예측했을까? 어떤 꽃들이 오늘날 기상대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것을 알수 있는 것이 다음과 같은 속담이다.
“밤꽃이 질 때면 장마가 시작된다.”
“원추리꽃이 피면 장마가 오고, 꽃이 지면 장마도 간다.”
이 때는 1년중 가장 바쁠 때라 마음도 바쁘고 동네사람들하고 다툴 가능성도 많다.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기위한 지혜를 담은 속담도 있다.
“오뉴월에는 발등에 오줌 싸기도 바쁘다.”
“하지가 지나면 발을 물에 담그고 산다.”
“하지가 지나면 오전에 심은 모와 오후에 심은 모가 다르다.”
“오뉴월 발바닥이 사흘만 뜨거우면 가만히 누워서 먹는다.”
“오뉴월 품앗이는 당일로 갚으랬다.”
“오뉴월 품앗이도 순서가 있다.”
발등에 오줌 싸기도 바쁘고 발을 물에 담그고 살아야할 정도로 바쁠 때 오뉴월 발바닥이 4일만 뜨거우면 가만히 누워먹는다는 말로 스스로를 달랬고 품앗이를 순서를 어기거나 미루지 않으므로서 갈등을 방지했다.

하지에 하늘한가운데에 뜨는 별자리는 항수이다. 항수는 동방청롱의 목자리에 해당하는 별자리이다. 하늘에서 항수를 찾으려면 먼저 청룡의 뿔자리인 각수를 찾아야 한다. 북두칠성의 손잡이 곡선을 따라가면 밝은 별을 두개 만나는데 첫 번째 별이 대각성이고 그 다음이 각수이다. 이 각수에서 동쪽으로 몇도가면 마치 꺽음쇠 같은 모양의 항수를 찾을 수 있다. 천문류초에는 항수가 하늘에서 돌림병을 다스리는 일을 한다고 적혀있다. 그래서 항수가 밝으면 백성들이 질병이 없게 되지만 항이 움직이거나 별빛이 흐리면 질병이 창궐하고 가뭄과 수해로 인한 피해를 보게 된다고 한다. 내생각에도 별이 인간의 운명을 알려준다고 믿는다면  이제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 되고 장마와 돌림병이 걱정되는 시기에  하늘높이 떠오른 항수가 그러한 일을 관장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  

서양에서는 각수와 함께 처녀 별자리에 해당한다. 처녀자리는 날개를 달고 오른손에는 종려나무잎새 왼손에는 밀을 들고 황도를 따라 길~게 누워있는 모습이다. 이 처녀자리는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문명시기부터 대지와 곡식의 여신으로 여겨저 왔다. 바빌로니아에서는 아름다움과 전쟁의 여신이면서 인간에게 풍작도 가져다주는 이슈타르를 나타내고 (그리스 로마신화에서 아프로디테와 아테나 데메테르의 합본판이네) 그리스에서는 초기에는 이집트의 이시스여신과 동일시했다. 그러나 후기에 오면 데메테르의 딸인 페르세포네로 여겼다. 그런데 로마시대에 오면 이별자리를 케레스(데메테르)라고 여겼다. 인도에서는 처녀자리가 크리슈나신의 어머니 카냐로 알려졌는데 이 여신은 불을 마주하고 있는 모습이 특징이다. 기독교에서는 처녀자리를 성모마리아와 동일시했다. 가장 밝은별인 스피카는 어머니 팔에 안긴 신의아들 즉 예수였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피에타가 생각난다. 이별자리에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는데 가장 잘 알려진 것이 페르세포네의 이야기이다.
어느 맑게 개인 가을날 지하세계 즉 지옥의 왕인 하데스가 산책을 나왔다. 하데스는 마침 그곳에서 꽃을 구경하고 있는 페르세포네를 보고 한눈에 반해서  땅이 갈라진 틈을 통해 자신의 나라인 지하세계로 페르세포네를 납치해서 강제로 자기 아내로 삼았는데 페르세포네는 항상 땅위를 그리워 했다. 한편 페르세포네를 유독 사랑했던 데메테르는 슬픔에 빠져 땅을 돌보지 않아 대지가 많이 황폐해졌다. 제우스는 대지가 더 이상 방관할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형이자 지하세계의 왕인 하데스를 함부로 대할수 없어서 둘을 화해시키는 방법을 썼다. 결국 제우스의 중재로 페르세포네는 1년의 반은 지하세계에서 보내고 또 1년의 반은 지상에서 보내기로 하였다. 그렇게 되서 페르세포네는 매년 봄이면 하늘의 별자리가 되어 지하세계로부터 동쪽하늘로 올라오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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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종

                                                                    6월 6일
밤꽃이 피었다. 매년 망종 무렵이면 밤꽃이 피어 아주 미묘한 냄새를 풍긴다. 이렇게 망종 때마다 밤꽃이 피어있으니 모든 마을사람들이 밤꽃과 농사를 민감하게 연결시켰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망종은 6월 6일 쯤으로 망이란 벼, 보리 등의 까끄라기를 가르키는 말이다. 보리는 이삭이 다 패서 먹게 되고 벼는 한창 심을 때 이다. 옛날에는 논에다가 보리농사를 많이 지었다. 지난 가을 논에다가 심은 보리를 이제 막 수확하고 바로 그 자리에 모심을 준비를 해야 한다. 망종을 넘기면 모내기가 늦어지고, 바람에 보리가 넘어져 수확하기가 어려웠다. 특히 보리는 "씨 뿌릴 때는 백일, 거둘 때는 삼일"이라 할 정도로 수확시간이 여유를 가질 수 없었다.
보리수확과 타작이 끝나면 모내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논 갈고 써레질하고 모심기를 바로 하니 일이 끊임없이 이어져 忘終이라고 했다. 이렇게 바쁘다 보니 발등에 오줌싼다. 불때던 부지깽이도 거든다. 별보고 나가 별보고 들어온다. 는 말이 실감나는 시기 였다. 한마디로 농번기중에 농번기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였다. 그런데 요즘 우리동네는 망종이 그렇게 바쁜 철이 아니다. 벌써 모내기는 끝났고 별보고 나가 별보고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동네아저씨들이 낮에도 그늘에 앉아 쉬고 있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보리농사를 짓지 않는 데다가 수리안전시설이 갖추어져 있고 비닐하우스와 기계를 이용한 모심기라는 새로운 농법 때문에 모심기가 훨씬 더 앞당겨 졌기 때문이다.

이때의 농사력을 보면 논농사는 중생종 모를 내는데 작업과정은 물대기-논갈기-논삶기-논고르기-퇴비주기-모쭈기-모운반-모심기 등이고 사용하는 농기구는 소, 쟁기, 써레, 바지게, 못줄이었다. 못줄은 일제시대 이전까지는 없었는데 일제가 새로운 농법을 보급하면서 생긴 것이다. 밭농사와 관련되서는 보리나 밀을 타작하기 위해 도리깨를 고치고 조밭을 두벌갈이하며 비온 뒤에는 담배모를 심는다. 틈을 내서 들왕골을 베어 자리짤 것을 마련한다.  

그러면 망종시기의 속담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망종가뭄은 꿔다해도 한다.”는 속담이 있다.  

이때가 한참 모를 심을 때인데 옛날에 수리 안전답이 별로 없고 하늘에서 내리는 비만으로 농사를 짓는 천수답을 가지고 있는 사람한테는 비가 생명줄이다. 대보름에 동신에게 비는 것이 비가 순조롭게 내려달라는 것인데 그 가운데서도 모심을 때 비내리는 것 만큼 간절한 것이 없기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기후는 이 때쯤이면 꼭 가뭄이 들었다. 옛날 사람들의 하늘에 대한 원망과 비원 한숨이 담겨있는 속담이다.  망종은 모내기철이므로 농사에 관련된 속담은 모내기에 대한 것이다.

“망종전 올심기다.”
이 속담은 옛날 재래종벼는 망종인 6월6일 이전에 심은 것은 일찍 심은 것으로 간주하고 풍년을 바랄 수 있는 기대감이 담겨있는 속담이다.  

“대추꽃이 피면 모심기를 시작한다.”
“밤꽃이 피면 모내기가 한창이다.”
“치자꽃이 만발하면 모내기가 한창이다.”
“치자꽃이 필 때 놓치면 모내기는 늦다.”      
옛날 사람들은 지금처럼 기상청의 일기예보에 따라 농사를 짓는 것이 아니라 어떤 꽃이 필 때 어떤 농사를 짓는다. 라는 생활의 지혜를 속담으로 갈무리 하여 전승을 했는데 망종에 이러한 속담이 많은 것은 지역적 특성과 이 시기의 긴박성 때문일 것이다. 보은, 옥천처럼 대추나무가 많은 곳은 대추나무꽃이 피는 것을 어떤 농사일을 시작하는 신호로 받아들였던 것이고 남부지방에서는 희고 향기가 좋은 치자꽃이 농사시기를 알려주는 역할을 했던 셈이다. 우리 동네 에서는 그 역할을 밤나무가 했다.

그 외에도 “ 오월에 햇곡식 선돈 쓴다.”라는 속담은 옛날 농민들의 어럽던 생활을 잘 드러내 준다.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농민들은 돈이 없어 오월에 심는 모를 담보로 돈을 빌릴 수 없었던 것이다. 세금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데다가  중앙과 지방의 관청이나 벼슬아치들이 끊임없이 요구하는 여러 물품에 대한 독촉 때문에 빌려서라도 내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가난구제는 나라도 못한다는 말로 책임을 벗어나려 했다. 국가를 무기로 한 지배층의 수탈 이야말로 가난의 원인이었는데 말이다.

망종에 하늘 한가운데에 떠있는 별자리는 까마귀자리(진수)이다. 초여름 남쪽하늘은 밝은 별들이 거의 없다. 진수를 찾는 방법은 북두칠성에서 대각성을 거쳐 각수로 내려오는 봄철의 대 곡선을 이용하면 된다. 이 곡선을 15도 정도 연장하면 사다리꼴의 별무리가 있는데 그게 바로 진수이다. 진수는 4개의 별로 이루어져있는데 하늘나라에서 악부를 맡아. 노래하고 즐기는 일을 주관한다고도 하고 마차와 말 타기를 주관하다고도 한다. 진수 밑에는 중국에서 우리나라를 부르는 이름인 청구별자리가 있다. 28수를 우리나라의 여러 지역에  배당하기도 하는데 전라도 광주, 담양, 동복, 화순, 늠주, 장흥, 순천, 고흥, 보성, 곡성, 구례, 광양이 이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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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만

                                           5월 21일
입하에서 소만에 이르기까지 우리집 주변은 온통 꽃향기 속에 잠긴다. 집 밖을 나가지 않아도 창문만 열면 여러꽃의 향기가 섞여 코를 찌른다. 집 마당에는 함박꽃과 해당화, 불두화 향기가 그윽하고 집 뒤쪽 산 주변에는 아까시나무와 찔레꽃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향기가 진동을 한다. 이 향기는 마당 어느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면서 내 감각을 일깨운다. 특히 우리집 뒤쪽으로는 야산일대에 찔레꽃이 많아 그 향기가 대단하다. 그런데 옛날 사람들한테는 이 찔레꽃과 향기가 보릿고개를 연상시키는 것이었다고 한다. 찔레꽃이 피어있는 입하와 소만절기에는 보릿고개가 있었다. 지난해 농사지었던 곡식이 다 떨어지고 새로운 곡식은 아직 여물지 않은 이 시기는 대다수 가난한사람들이 굶주릴 수 밖에 없었다. 이 때만 넘기면 보리를 수확할수 있기 때문에 배고픔을 면할수 있지만 그 것이 그렇게 어려워서 높디 높은 보릿고개라고 이름 붙였다. 한 시인은 이 보릿고개를 세계에서 제일 높은 에베레스트 산보다 더 높은 고개라고 했다. 이러한 보릿고개가 항상 찔레꽃 피는 시기에 있었으니 찔레꽃과 향기를 즐길만한 여유는 없었을 것이다.

소만이 되면 논일은 늦벼를 모두 파종하고 올벼의 모내기를 시작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모내기철에 접어드는 것이다. 그리고 밭일로는 목화밭을 초벌갈이하고 올조와 이른 콩의 김매기를 한다. 작업과정으로는 모판돌보기-모판물관리-새쫓기-피가리기-비료치기와 모내기-물대기-논갈기-논삶기-논고르기-비료치기-모쭈기-모운반-모심기가 있다. 사용하는 농기구로는 살포, 물괭이, 태, 소, 쟁기, 써래, 지게등이 있다. 이 때쯤되면 밭에는 감자꽃이 피기 시작한다.

소만이 모심기가 시작되는 철이므로 속담역시 모심기와 관련된 것이 많다.
“소만 전 모심기다”
“찔레꽃 필 때 모심으면 풍년든다.”
“밤꽃 필 때 심은 모는 풍년 든다.”
지금 우리 집앞에 들을 보면 논마다 물이 가득차있고 본격적으로 기계모를 심고 있다. 그런데 예전에는 소만 절기에 모심기를 하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고 한다. 옛날에는 수리안전답이 별로 없어 이 때 가뭄이 들면 모를 낼수가 없었고 비닐하우스를 통해 변덕스러운 날씨도 조절할수 없었다.  게다가 손모는 기계모와 달리 많이 자란 상태에서 심기 때문에 소만에 모를 낸다는 것은 날씨도 따뜻하고 비도 풍족해서 벼농사 짓기에 가장좋은 상태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찔레꽃, 밤꽃피는 소만전의 모심기는 풍년을 보장하는 것과 같았다. 그러고 보니 밤꽃이 이제 막 이삭같은 화서를 내밀고 있다.

이때는 보릿고개와 관련된 속담도 많다.
“태산보다 높은 보릿고개다.”
“나락이삭 끝을 보고는 죽지만 보리이삭 끝을 보고는 죽지 않는다.”
“보릿고개에는 딸네 집도 가지 못했다.”
“사월 없는 곳에 가서 살면 배는 안 곯는다.”
“삼사월 손님엔 반가운 손님 없다.”
“삼사월 손님은 꿈에 볼까 무섭다.”
“소만이 지나면 보리가 익어간다.”
소만은 음력으로는 사월이다. 이때 본격적인 춘궁기 보릿고개이므로 아무리 반가운 손님이라도 달갑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때는 아버지가 딸네 집에 들르는 것도 부담스러웠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사월 없는 곳에 가서 산다는 생각을 다 했을까? 이런 시기에 들판에는 보리가 익기 시작한다. 이것은 유일한 희망이었다. “나락이삭 끝을 보고는 죽지만 보리이삭 끝을 보고는 죽지 않는다.”는 속담이 이 것을 잘 말해준다. 왜나 하면 벼이삭은 팬지 사십일이 되야 먹게 되지만 보리는 이십일만 되면 보리죽이나 찐보리밥을 해먹을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버틸수 있기 때문이다. 보리이삭이 나면 굶은 사람 잡아가는 염라대왕도 되돌아 간다는 속담까지 있었다.

소만때 초저녁에 하늘 한가운데서 볼수 있는 별자리는 익수이다. 익수를 찾으려면 태미원의 오른쪽 담장 첫째와 둘째별자리를 직선으로 4배정도 연장하면 찾을 수 있는데 서양별자리의  사자의 엉덩이에 있는 두 별자리를 연결하는 방법과 같다.   익수는 주작의 날개에 해당하는데 하늘나라에서 악부 즉 음악과 연극 등 예술을 주관하는 관청이다. 익수가 밝고 커지면 이민족들이 중국에 조공을 바치고 별이 움직이면 사신을 보내오고 이 자리에서 일식이 있으면 신하 중에 임금을 범하는 자가 생기며 여러 가지 재앙이 생긴다고 보았다. 월식이 있으면 날개가 있는 벌레들이 많이 죽게되고 북쪽에서 전쟁이 일어나며 황후가 패악을 저지른다고 보았다.

서양에서는 익수를 컵자리라고 보았다. 자세히 관찰하면 포도주를 담는 유리잔을 닮았다. 그래서 이 컵자리를 디오니소스 혹은 아폴로의 술잔이라고도 한다. 유태인들은 노아의 포도주잔이라고도 하는데  지중해일대의 신화나 전설에 나오는 술잔은 이 컵자리와 연결된다.
이컵자리와 까마귀자리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음악의신 아폴로에게는 애완새가 있었는데 그 애완새는 까마귀였다. 그 때는 까마귀는 새까맣지 않고  하안색이었는데 인간의 말을 할줄아는 영리한 새였다. 하지만 대단히 수다쟁이였고 거짓말쟁이였다. 어느날 아폴로의 연인 코로니스가 바람을 피운다는 까마귀의 거짓보고를 받고 마중나온 코로니스를 죽였는데 코로니스가 죽은후에 아폴로는 까마귀의 거짓보고 였다는 것을 알게됬다. 아폴로는 까마귀를 새까맣게 태워버리고 인간의 말도 못쓰게 해버렸다 .그래도 화가안풀린 아폴로는 더 이상 나쁜 짓을 못하게 하늘에 매달아버렸는데 그게 까마귀자리이다. 까마귀자리에는 또다른 이야기가 있다. 아폴로신이 목이말라 멀리있는 샘물을 마시기 위해 자신이 키우던 까마귀의 다리에 컵을 매달아 날려보낸 적이 있었다. 까마귀는 도중에 탐스러운 열매가 달리기 시작한 무화과나무를 보고 아폴로신의 명령도 잊은채 무화과가 익기를 기다렸다. 며칠 뒤 다익은 무화과를 따먹은 까마귀는 아폴로신의 명령을 기억하고 어떻게 변명할까 궁리했다. 그래서 까마귀는 샘 근처에서 물뱀을 잡아 물컵과 함께 가져갔는데 까마귀가 자기가 늦게온 것을 물뱀에게 돌리려 하자 이미 사실을 알고있던 아폴로신은 화가 나서 컵과 물뱀 까마귀를 모두 하늘로 던져버렸다. 그렇게 되어 물뱀은 하늘에서  물컵을 보호하게 되고 까마귀는 컵을 옆에 두고도 갈증을 해소하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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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하

                                  5월 6일
입하는 이제 여름에 들어섰다는 뜻이다. 요즘은 여름에 가까운 날씨를 보이지만 전통적인  계절감각으로는 완연한 봄이었다. 그럼 왜 이때를 입하라고 했을까?
절기의 이름이 한자로 되어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24절기는 중국의 기후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중국은 대륙성 기후이기 때문에 대륙성 해양기후인 우리나라보다 더위와 추위가 더 일찍 찾아온다. 대륙이 바다보다 햇빛에 의해 더 빨리 데워지고 식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중국이 월평균기온을 보면 1월에 북경이 -4.3도 그리고  2월에 -1.9도로 서울의 1월 -2.5도 2월에 0.3도 이다. 그런데 3월에는 북경 5.1도 서울이 5.2도로 비슷해 졌다가 4월에는 북경 13.6도 5월에는 20.0도가 되고 서울은 4월 12.1도 5월 17.4도가 되어 평균 2.6도나 높아 진다. 평균 20도는 우리나라로 치면 6월 초의 날씨이기 때문에 여름에 들어서는 절기라고 해도 틀림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도 이상기온으로 이때가 되면 초여름의 날씨가 되는 경우가 많다. 기상대에 전화해서 입하날 평균기온을 물어보니 19.6도 였다. 어린이날과 입하에 왠지 덥다 했더니 초여름 날씨였다.
청주 이마트 주변에는 이팝나무꽃이 활짝 피어있다. 입하를 상징하는 꽃이라고 볼 수가 있는데 이팝나무를 달리 밥때기나무 쌀밥나무라고도 부른다. 그래서 이팝나무꽃이 한꺼번에 활짝 피면 쌀농사가 풍년이요 이팝나무 꽃이 피는 정도가 어떤 건 활짝 피고 어떤 건 오므려져있으면 흉년이라고 풍흉을 점치고 이팝나무 앞에서 쌀농사를 잘되게 해달라고 치성을 드리기도 했다고 한다.

입하에 이르면 그간 일교차가 크고 변화많던 날씨가 안정된다. 그래서 열대,아열대에서 온 작물들도 어렵지 않게 자랄 수 있는데 그러다 보니 문제가 되는 것이 곤충들도 많이 찾아오고 잡초도 무성해져서 이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해 질때다 또 천지만물은 무성히 자라기 시작한다.  

농사력을 보면 입하때는 중생도를 파종하고 삼밭을 다시 갈고 비가 오지 않으면 천수답에서는 건답직파 즉 마른논에 씨앗을 뿌리고 물을 뿌려가면서 키운다. 그리고 뒤에 비가 많이 오면 물을 가두어서 벼의 성장을 도모한다. 이때 농사일의 핵심은 모판돌보기이다. 모판의 물을 적절히 관리하는 것부터 종자를 먹기 위해 모여드는 새를 쫓고 벼싹 사이에 나있는 피도 가리고 퇴비도 준다. 이때주로 사용하는 농기구는 살포, 물괭이, 태가 있다.

입하시기의 속담은 모내기와 일년 농사의 풍흉에 관한 것이 많다.  
먼저 모내기와 관련되서는
“입하 바람에 씨나락 몰린다.”
“입하에 물 잡으면 보습에 개똥을 발라 갈아도 안 된다.”
“입하에 물을 써레 싣고 나온다.”
는 속담이 있다. 옛날에 재래종벼로 모심기를 하던 시절에는 입하무렵이 못자리를 한참 할때인데 바람이 불면 씨나락이 물의 흐름을 타고 몰리게 된다. 그럴 경우 모들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게 되는데 이럴때는 못자리 물을 빼서 씨나락이 몰리는 것을 막으라는 농사의 지혜가 담긴 속담이 “입하바람에 씨나락 몰린다”는 속담이고 입하 무렵에 물을 논에 가두어 두면 근 한달동안 가두는 것이기 때문에 퇴비의 손실이 많다. 그래서 조금 늦게 물을 가두어 두라는 속담이 “입하에 물 잡으면 보습에 개똥을 발라 갈아두어도 안 된다.”는 속담인데 요즘 동네앞 들판을 보면 모판 뿐만 아니라 논에도 거의 물을 가두고 있다. 재래종과 달리 요즘은 모내기를 일찍하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가 생긴 것이다. 그리고 입하에 물을 써레 싣고 나온다는 속담은 모심기를 앞두고 물을 가둔 다음에 써레질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속담이다. 그 외에도 파종에 관련된 속담으로는 목화는 입하 이전에 파종해야 한다는 속담이 있다.
풍흉과 관련된 속담으로는
"이팝나무꽃이 필 때 못자리를 하면 섬 뒤주가 모자란다."
"이팝나무꽃이 활짝피면 풍년든다."
“사월 초파일에 비가 오면 벼는 풍년들고 과일은 흉년든다.”
“도토리는 들판을 내다보고 자란다.
“사월 초하룻날 동풍이 불면 콩팥농사가 풍년이 들고, 남풍이 불면 조농사가 풍년이 든다.
“사월 눈은 흉년든다.”
“사월 무지개에 곡식 값이 오른다.”
“초파일에 날이 맑으면 참깨농사가 잘된다.”등이 있다.
이팝나무꽃을 볼때 못자리를 하고 그나무가 꽃핀 모습을 보고 풍흉을 예측할 정도로 이팝나무는 벼농사를 하는데 아주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나무인 셈이다. 이팝나무꽃을 멀리서 보면 꼭 쌀밥이나 쌀튀밥같다. 그래서 이팝나무꽃이 활짝피면 풍년든다고 생각한 것인데 이팝나무 꽃이 만발하면 땅속에 수분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봐도 타당한 것이다. 이와 달리  이팝나무 꽃이 피는 정도가 어떤 건 활짝 피고 어떤 건 오므려져있으면 흉년이라고 생각했다. 옛날에 농촌에서는 이팝나무 앞에서 쌀농사를 잘되게 해달라고 치성을 드리기도 했다.

사월 초파일은 보통 입하절기에서 소만사이에 있다. 이 때 비가 오면 벼는 풍년이 들지만 그때 꽃이 피고 수정하거나 이제 막 열매가 생기기 시작한 과일들은 비가 올 경우 수정도 못하고 작은 열매들이 떨어져 흉년이 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속담이 “사월 초파일에 비가 오면 벼는 풍년 들고 과일은 흉년이 든다는 속담이다.” 도토리는 들판을 내다보고 자란다는 속담역시 비슷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요즘 산에는 참나무 꽃이 한참이다. 이때 비가 오면 벼농사에는 좋겠지만 바람의 도움을 받아 수정을 하는 참나무의 경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벼농사가 풍년이면 도토리가 적고 도토리가 많이나는 해에는 벼농사가 흉년이 들 수밖에 없어 가난한 농민들은 도토리를 주워 구황음식으로 삼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 어려운 시절을 도토리로 나면서 도토리가 어떻게 흉년인지 알고 많이 열려서 겨울을 나게 되었다는 농민들의 마음이 잘 표현된 것이 이 속담이다. 사월 눈이 내리면 흉년 든다는 속담은 입하 때가 되면 일교차가 적어지기 마련인데 눈이 내릴 정도로 이상기온이 되는 것이므로 흉년든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생활속의 진리 였을 것이다.
“사월 초하룻날 동풍이 불면 콩팥농사가 풍년이 들고 남풍이 불면 조농사가 풍년든다.”는 속담은 분명히 의미가 있을 텐데 잘 모르겠다. 동네 어른 들한테 물어서 어떠한 농사의 지혜를 담고 있는 것인지 알아보아야 되겠다. 이속담은 “사월 초 닷새날이 가물면 봄누에가 잘 안된다.” “사월 무지개에 곡식 값이 오른다.” “초파일에 날이 맑으면 참깨 농사가 풍년든다”는 속담과 함께 이 시기의 기후에 민감하게 반응 하면서 농사일을 하던 옛조상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

입하 초저녁에 하늘 한가운데 떠있는 별자리는 역시 주작별자리이고 그중에서도 모이주머니나 밥통에 해당하는 장수이다. 천문유초에 따르면 장수는 천자의 종묘와 명당을 맡은 별자리인데 별이 밝고 커지면 나라가 성해서 강대해지고 색깔을 잃으면 종묘사직이 위태해진다고 한다. 이 별자리에 금성 또는 화성이 머무르게 되면 전쟁이 일어나고 월식이 생기면 큰 장마가 진다. 달이 범하면 장군과 재상이 죽고 혜성이 범하면 나라에서 병사들을 쓸일이 생기며 토성 또는 수성이 범하여도 나라가 편안치 않게 된다고 한다. 찾는 방법은 성수와 익수 사이에 두 팔을 벌린 마름모모양 별자리를 찾으면 된다. 서양별자리로는 바다뱀자리의 몸통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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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우

                                                                          4월 20일
청명이 지나 곡우가 되니 참나무도 다 잎새를 내서 산이 옅은 연두색으로 변했다. 곡우날 평균기온을 보니 13.5도 였고 절기 내에 20도 이상 온도가 올라간다. 이 정도 기온에 비까지 내리면 온대지방이 본고장인 농작물 뿐만아니라 열대,아열대지방에서 온 작물들도 냉해를 입지 않고 잘 자랄수 있는 기후조건이다. 우리가 심고 있는 벼와 채소등이 아열대지방에서 건너온 것이 많기 때문에 이러한 기후조건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곡식을 심을 때 비가 내리는 시기를 곡우라고 이름 붙이고 한해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절기라고 보았다. 이때 비가 내리지 않으면 당연히 일년 농사를 망칠수 있기 때문이다.

일기예보를 보니 오늘하고 내일 사이에 비가 내린다고 한다. 청명 때는 비가 오더라도 흡족한 정도가 아니고 심지어  중국의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건조하고 맑은 날씨가 계속될경우 땅이 바싹 마를 수도 있다. 땅이 마른 만큼 농민들의 마음도 탈수 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곡우에 맞춰서 내리는 비는 공동체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단비가 될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때에는 온 사회가 농사를 잘 짓기 위해 마음을 모은다. 그래서 나라에서도 이때는 농사꾼이 죄를 지어도 잡아들이지 않았고  종자가 없는 빈농을 위해 볍씨를 내어주며 못자리를 만들 것을 권장하였다.

농사력을 보니 곡우 때가 되면 목화씨를 뿌리고 오이와 조 옥수수를 심는다. 습한 땅에는 율무를 파종하고 잠박을 만든다.
곡우때하는 대표 농사일은 볍씨담그기와 못자리 하기 이다.
볍씨담그기를 할때는 금기가 있다.상가(喪家)에 들렀거나 부정한 일을 보았을때는 집 앞에 불을 놓고 그 불을 쬐어 악귀를 태운 후, 정갈히 씻고 볍씨를 담가야 부정이 타지 않는다고 했다. 부정한 채로 볍씨를 담그면 싹이 트지 않아 그해 농사를 망친다고 보았다.
못자리하기 순서를 보면 모판뚝매기-물대기-모판갈가-분뇨치기-모판삶기-바닥고르기-지거름치기-망만들기-망바닥고르기-물빼기-물대기-볍씨치기이다.
곡우 무렵 볍씨를 담그는데, 특히 볍씨를 담글때는 여러 금기사항이 있었다.
이때주로 사용하는 농기구는 삽,가래,쟁기,소,거름통,오줌장군,거름바가지,써레,고무레,새끼줄치기,발번지,못발,소쿠리인데 일년 농사일 가운데
가장많은 도구를 사용할때이다.

동네사람들의 모두 나서서 못자리를 만들때 어떤마음을 가지고 일을 했는지는 곡우때 속담을 보면 알수있다. 이시기의 속담은 누구나 예상할수 있는 것처럼 비에 대한 것이다.
"곡우에 비가 오면 풍년든다."
"곡우에 눈이 오면 풍년든다."
재미있는 것은 눈이와도 풍년이 든다는 속담이다. 눈이라 하더라도 녹으면 땅에 습기를 더하기 때문에 농사에 도움이 된다고 할정도로 비에 대한 간절한 소망이 나타난다. 비가오지 않으면 어떨까?
물이 꼭 필요한 곡우때 비가 내리지 않으면 걱정이 태산같을수 밖에 없는데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 자나 마른다."고 걱정할 정도였다. 쌀농사의 풍흉에 집안과 동네나라의 운명이 걸렸으니 얼마나 애가 탔을까?

또 이때쯤 되면 높새바람이 기승을 부리는데 고온건조한 '높새바람'이 불면 땅이 마르고 농작물에 막대한 해를 입히기도 한다. 그래서 농가에서는 "산내린 바람(높새바람) 맞으면 잔디 끝도 마른다."고 바짝 긴장하기도 했다.

"곡우에는 못자리를 해야한다."
"곡우전에 씨나락을 담궈야 수확이 많다."는 속담은 더이상 설명이 불필요할 정도로 농촌에서는 어린아이들도 곡우의 중요함을 잘 알고있다.

하늘 한가운데를 보니 주작이 날개를 펼치고 있고 동쪽으로는 청룡이 그 머리를 내밀고 솟아오르고 있다. 그리고 서쪽으로는 백호가 아쉬운 듯 하늘 한가운데를 바라보면서 사라지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오늘은 곡우인데 이날 하늘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별자리는 주작별자리 가운데에서도 그 목과 머리 심장부분인 성수이다.

성수를 찾는 방법은 헌원별자리 가운데 가장 밝은 두개의 별자리를 아래 쪽으로 있는 직선을 그으면 그 두 별자리의 2배쯤 되는 거리에 있다. 모양이 북두칠성을 닮아 남쪽 북두칠성이라고도 하는데 왕비와 현명한 선비의 일을 주관하는 별자리이다. 그래서 옛날 별점을 칠 때별이 빛을 잃으면 왕비와 선비들에게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보았다.

서양의 별자리로 치면 성수는 바다뱀자리의 가슴부분이 되는데 여기에는 헤라클레스와 관련된 이야기가 있다.
옛날 그리스에는 레르나라는 이름을 가진 늪이 있었는데 거기에는 히드라라고 하는 머리 9개 가진 괴물이 살고 있었다. 히드라는 제우스에게 도전했다가 세인트헬레나화산에 깔린 괴물 티폰과 에키드나의 자식으로서 네메아의 사자,케르베로스,스핑크스와는 남매 사이이다. 히드라는 밤이 되면 늪에서 나와 사람들과 가축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었다. 그리스에서 힘이 가장 세다는 헤라클레스는 12가지 과업 중 2번째로 히드라를 해치우는 과업을 받았는데 헤라클레스는 조카 이올라오스와 함께 레르나 늪으로 가서 이올라오스는 횃불을 들고 헤라클레스가 히드라의 머리를 베면 거기에 횃불을 지져 새로운 머리가 못나오게 하였다. 마지막남은 노란색 머리는 불사의 머리인데 횃불을 지져도 머리가 다시 나오길래 커다란 바위로 히드라를 눌러 버렸다. 그러자 몇 번의 비명소리가 들린후에 숨이 끊어 졌다. 헤라클레스는 아주 강한독이 있는 히드라의 피를 화살촉에 묻혀 사용했기 때문에 그 화살촉에 맞은 사람들은 살수가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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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

                                                                                    4월5일
오늘은 청명이다. 청명은 말 그대로 맑고 밝다는 뜻이다. 창문을 열고 밖을 보니 정말 눈부시다. 우리마당에는 제비꽃,흰민들레,서양민들레,붉은괭이밥,괭이밥같은 풀꽃들이 활짝 피었다. 목련꽃은 이제 싱싱함을 다하고 갈색으로 색이 변하고 있는데 늦게 핀 몇송이는 여전히 싱그럽다. 개나리는 이제 만개했고 흰앵두꽃이 피기 시작했다. 들판은 벌써 푸르른 느낌이 나고 산에도 관목들이 잎새를 내고 빠른 교목들역시 잎새를 내기 시작하면서 갈색 이미지가 연초록으로 변하고 있다. 청명이라는 절기이름은 이 시기가 되면 산과들이 맑고 푸른기운으로 넘쳐나니 생긴 것이다. 기상대에 전화를 해보니 청명날 평균기온이 8.9도라고 한다. 수십년간 평균기온이 10.2도인 것에 비하면 낮은 온도이다. 따뜻한 겨울과 2월말 3월초에는 봄에 초여름 날씨를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날씨는 진짜 예측하기 어렵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이러한 예측 불가능성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농촌에서는 청명때부터 본격적으로 봄일을 시작한다. 밭일은 올조,올기장을 건조한 땅에 심고 목화씨를 뿌리고 보리밭을 간다.
벼의 농사력을 보면 가래질과 볍씨준비가 이때 할일이다.
가래질은 논도랑치기-논물대기-논뚝쟁기질-논뚝가래질-논뚝다지기등을 한다. 가래질에 사용하는 농기구는 가래,삽,괭이,소,쟁기,가래,삽,송판등이다.
볍씨준비는 볍씨고르기-볍씨담그기-쭉쩡이건지기-볍씨물갈이-볍씨건지기-볍씨싹틔우기등을 한다. 볍씨준비에 사용하는 농기구는 키,풍구,체,오지독,조리,둥그미,마대자루,소쿠리,삼태기,지게등이다.

이렇게 맑고 푸른 기운이 넘치는 청명에 농촌사람들은 어떤 생각 어떤감정을 가지고 살았을까? 이것을 알기 위해서는 역시 속담이 제격이다. 청명과 관련된 속담은 비에 관한것이 많다.

"청명 무렵에는 비가 잦다."
"봄비가 잦으면 풍년이들어 인심이 좋아진다."
"봄비는 쌀비다."
"봄비는 올수록 따뜻해지고 가을비는 올수록 추워진다."
"봄비는 일비고 여름비는 잠비고 가을비는 떡비고 겨울비는 술비다."
"봄비는 기름이다."
"봄비는 벼농사 밑천이다."

농사를 짓는데 가장중요한 것이 비가 제때오고 바람이 순조로운 것이다. 쳥명무렵에 비가 흡족하게 오면 풍년을 예상할수 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청명 무렵에는 비가 잦다." "봄비는 쌀비다." "봄비는 벼농사 밑천이다." "봄비는 기름이다." "봄비는 일비다."라는 속담이다. 봄비는 일비이고  여름비는 잠비라는  말처럼 봄비는 일을 재촉한다. 이때 부는 부드러운 남풍을 맞으면서는 "청명에 남풍이 불면 풍년든다."는 속담을 떠올렸다.
씨를 뿌릴때 비가 오고 풍년이 들면 동네에 인심이 좋아질 것은 뻔한 이치가 아닌가. 이러한 사회적 기대는 봄비가 잦으면 풍년이 들어 인심이 좋아진다는 속담을 탄생시켰다.

또한 예나 지금이나 청명에는 나무심기를 많이 한다. 쳥명때는 비도 제볍 많이 내리고 평균기온이 10도가 넘는다. 생태학적으로 볼때도 나무심기에 가장 적당한 때이다. 그래서 청명은 식목일이기도 한데 온도와 습도가 나무심기에 적당하다는 말보다는 속담이 진짜 실감이 난다

"청명에는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
"청명,한식에는 아무데나 아무나무를 심어도 산다."

생활속의 경험과 문화속의 내재된 말로 이렇게 속담이라는 생활규범이 만들어 졌으니 이 말을 들으면 나무심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난다.
그런데 요즘 지구온난화로 인해 식목일날 나무심는 경우가 별로 없다고 한다. 나무심기철이 빨라져서 3월 중순에서 말까지 나무심기가 거의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식물학자 가운데는 식목일을 3월 중순으로 옮기자는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다. 요즘은 4월 5일이면 땅속의 물이 많아져 뿌리가 내리기 어려워 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가 청명의 이미지와 문화를 뺴았아가고 있는 것이다. 청명날 속담은 다 어떡하지......

청명,한식과 관련된 속담가운데 특별한 것이 "한식날 논물은 비상보다 더 독하다."는 속담이다. 옛날에 농촌에서는 이때에 논물을 가두어 두면 지력이 소진되고, 논갈이에 힘들어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관(官)에서는 이를 모른 채 일방적으로 "봄철 논물 가두기"를 하는 바람에 농사에 지장을 주어 원성이 자자했다고 한다.

청명초저녁에 바로 우리 머리위에서 볼수있는 별자리는 춘분 때와 마찬가지로 정수이다. 다음곡우에는 성수이므로  귀수와 류수가 빠진 셈이다. 그래서 오늘은 귀수와 류수를 관찰하기로 했다. 귀수를 사신도 별자리 안에서 찾아보면 주작의 눈에 해당한다. 정수와 마찬가지로 귀수도 1~2등성이 없고 4개의 4등성과 그 것보다 더 희미한 별들로 이루어져 있어 눈에 잘 띄지 않는 별자리이다. 귀수를 찾으려면 북하별자리와 헌원대성을 직선으로 연결해보면 그 중간지점 바로 아래에서 약간 삐뚤어진 사각형모양의 귀수를 찾을 수 있다. 귀수는 하늘의 귀신별자리란 뜻이 있는데 다른 이름은 여귀라고 해서 귀신이 탄 가마즉 상여를 의미하기도 한다. 귀수안을 살펴보면 뭔가 뿌연 기운이 서려있는데 시체가 쌓여있는 기운이란 뜻의 적시기라고 한다. 사실은 기운이 아니라 별이 모여서 떼를 이루는 성단인데 옛날에는 천체망원경이 없어 이것이 성단이라는 것을 알수 없었던 것이다. 옛날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이 별자리가 영혼들이 하늘에서 생활하다가 인간으로 탄생하기위해 통과하는 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스에서는 다리하나가 짤린 게라고 생각했는데 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과업가운데 2번째인 물뱀 히드라를 물리칠 때의 이야기가 전한다. 헤라클레스가 히드라를 공격할때 한손에는 횃불을 들고 다른 한손에는 칼을 들고 싸웠는데 칼로 머리를 베면 횃불로 지져서 머리가 다시 살아나는 걸 막았는데 헤라클레스를 싫어하는 헤라가 큰게를 보내서 다리를 물게 했다. 헤라클레스는 게의 등딱지를 밟아서 죽였는데 헤라가 게를 불쌍히 여겨 별자리로 만들어 주었다. 그리스인들은 프레세페성단을 등딱지가 부서저 드러난 게의 속살이라고 생각했다. 별자리를 자세히 보면 다리하나가 없는 게를 연상할수있다. 다음은

류수를 찾아보자 헌원대성과 태미원가운데 오제좌를 이어보면 버드나무가지가 땅을 향해 드리운 것 같은 별자리가 있다. 그래서 별자리이름도 버드나무란 뜻의 柳(버들 류)수이다. 류수는 봉황별자리의 속하는데 주작의 부리에 해당한다. 서양별자리로는 물뱀자리즉 히드라의 머리이다. 옛날부터 버드나무는 귀신을 쫓는 힘이 있다고 여겼는데 그래서 귀수별자리 가까이 류수가 있는 걸까? 류수에는 한가지 이야기가 전해저 내려오고 있다.
옛날 성종때의 일이다. 성종은 민간인의 복장을 하고 백성들의 인심을 살폈다. 이를 미행이라고 하는데 성종이 미행을 하다가 종묘앞에 이르렀을 때 일이다. 한 노인 부부가 별자리를 보고 있었는데 성종은 그 노부부를 가만이 지켜보았다. 그런데 할머니가 할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미성이 류성 밑에 숨어 있으니 이상한 일이네요."
할아버지는 아무말 없이 빙긋 미소를 지을 뿐이 었다.
그 말을 듣고 성종이 위를 보았더니 자신이 버드나무 아래에 있었다.
자미성은 임금을 가리키고 류성은 버드나무별이다. 성종은 그 할머니가 별을 보는 능력이 뛰어난 것을 알고 그 당시 천문대인 일영대에서 일하게 했다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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