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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서

 
                                 7월 7일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다는 소서이다. 그런데 내가 알기에는 우리나라는 7월에 비해서 8월 평균기온이 높다. 서울의 평균기온을 보면 7월 달 평균기온이 24.9도이고 8월 평균기온이 25.4도 이다. 사실이 이런데도  왜 7월에 가장 덥다는 소서와 대서 절기가 몰려있는 걸까?
비밀은 24절기가 중국북경의 기온을 중심으로 만들어 졌기 때문이다. 북경의 평균기온을 찾아보니 7월이 25.9도 8월 평균기온이 24.6도이다. 한달에 평균기온이 1.3도 차이라면 중국인들이 7월을 가장 더운 때라고 느낄만한 차이이다.
소서는 장마가 시작되어 장기간 머물러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채소와 과일이 왕성하게 자라서 풍부한 먹을거리를 제공한다. 산이나 들에는 산딸기가 지천이고 복숭아, 자두, 참외, 수박 등이 나온다.

이 때 농사력을 보면 늦모심기가 한창이다. 하지부터 소서까지 심는 모를 늦모라고 하는데 오랜 가뭄에 논물이 없거나 일손이 늦어진 사람들이 늦모심기에 마음이 바쁘다. 모를 다 심어 놓은 논에도 물대기에 바빴다. 이 때 사용한 농기구는 용두레, 맞두레, 무자위 등이었는데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호미였다. 지금은 제초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그 풍경이 사라졌지만 예전에는 이 때 김매기가 한참이었다. 모 뿌리에 잡초가 얽히면 농사를 망칠 수 있기 때문에 마을사람들이 모두 나서서 함께 김매기를 했다. 옛날에 마을마다 있었던 두레는 이러한 잡초에 대항해서 풍년을 이루기 위한 마을사람들의 의지가 담긴 노동조직이었다. 밭농사는 삼베길쌈을 위해 돌삼을 베고 목화밭의 김을 맨다.  

이 시기의 속담을 통해 소서절기에 담긴 옛날 사람들의 생활과 의식에 대해서 살펴보자
늦모와 관련된 속담이 먼저 눈에 띈다.
“소서 전 늦심기다.”
“소서가 넘으면 새 각시도 모심는다.”
“소서 모는 지나가는 행인도 달려 든다.”
“소서 물 보고 천봉지기(천수답)에 모 심는다.”
“유월 장마는 쌀창고다.”
“상강 구십 일 두고 모심어도 잡곡보다는 낫다.”
소서절기에 심는 모는 늦모이기 때문에 바깥나들이를 못하게 하는 새 각시도 달려들고 지나가는 행인들도 달려들어 심는 다는 것은 그 만큼 다급한 농민들의 심정이 담겨있는 속담이다. 지나가는 행인이 달려들어 모를 심고 원님도 늦모를 보면 달려들어 심어야 한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모내기는 모든 사람들의 관심이 쏠려 있는 공동체의 가장 중요한 일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늦모라도 심는 것은 소서 절기에 장마가 있기 때문인데 이 물을 믿고 모를 심는 것이며 소서절기에 심는 모는 올심기나 중심기보다 수확이 적었지만 그래도 잡곡보다는 나았다고 한다.

“육칠월 더위에 암소 뿔이 빠진다.”
“육칠월에 들판을 들어가면 얼굴이 후끈거려야 벼가 잘 자란다.”
“유월 서리다.”
“소서(小暑)께 들판이 얼룩소가 되면 풍년이 든다.”
벼는 아열대 작물이기 때문에 평균온도가 25도가 넘어야 이삭을 낼 수 있는데 소서절기 전후해서 그 정도의 기온이 된다. 그래서 암소 뿔이 빠질 정도로 지독한 더위가 계속되지만 이러한 더위는 풍년을 약속하는 것이었다. 6~7월에 들판에 들어가면 얼굴이 후끈 거려야 벼가 잘 자란다는 것은 농민들의 삶속에서 터득한 지혜였다. 소서 때는 앞서 심은 모는 아주 짙은 녹색이고 늦게 심은 모는 연두색이라 마치 들판이 얼룩소처럼 되는데 이는 농사가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경관이었다.  

“반하생(7월 9일경)이 지나면 콩 심지 않는다.”
소서절기에 속하는 7월 중순이 지나면 콩을 심지 않는다. 장마가 끝날 때가 되어 씨앗을 심어도 잘 자라지 않기 때문이다.  

소서초저녁에 하늘 한가운데 떠있는 별자리는 저수이다. 청룡의 가슴부위에 해당한다. 저수는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에 방수를 먼저 찾고 방수와 각수사이를 잘 살펴보면 사다리꼴 모양의 별자리를 볼 수 있는데 이것이 저수이고 서양별자리로는 천칭에 해당한다. 옛날에는 저수가 밝으면 신하와 비빈들이 임금을 잘 섬기고 절개를 잃지 않으며 저수에 일식 또는 월식이 있으면 내란이 일어날 징조라고 했다. 그리스시대에는 원래 이 별자리도 전갈자리의 속했다. 천칭자리의 그리스 이름이 캐라에인데 이는 전갈의 집게발이라는 뜻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마치 전갈자리의 두 집게발 같은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줄리어스 캐사르 시기에 로마인들이 이 별자리를 따로 분리시키고 천칭자리라고 불렀다. 천칭자리에는 정의의 여신인 아스트라에아의 이야기가 전한다. 먼 옛날 지상에는 황금의 시대와 은의 시대가 있었다. 이 시대의 인간들은 매우 착하고 성실했기 때문에 신들은 인간과 더불어 땅에 내려와 함께 살았다고 한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 철의 시대가 도래하게 되면서 인간은 매우 부도덕해졌고, 신들은 더 이상 타락한 땅 위에서 인간과 더불어 살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더러움을 모르는 정의의 여신 아스트라에아는 인간들에게 사이좋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일을 꾸준히 가르쳤다. 하지만 그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간들은 차츰 강한자가 약한자를 억누르게 되었고, 신은 안중에도 없는 듯 자기 멋대로 설치고 다니게 되었다. 결국 참다못한 신들은 인간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지상을 떠나버렸다. 그래도 아스트라에아는 인간을 내버리지 않고 혼자 남아서 정의를 계속 설교하였는데 전쟁이 끊임없이 일어나자 더 이상 지상에 머무르지 않고 하늘로 올라갔다. 지금의 처녀자리는 아스트라에아 여신의 모습이고 그가 들고 다니던 천칭역시 하늘의 별자리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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