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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6얼 22일
하지이다. 오늘은 1년 가운데 낮이 가장 길고 밤이 가장 짧은 날이다. 규표를 세워놓고 해의 그림자를 1년 동안 재면 겨울에는 길어지고 여름에는 짧아진다. 동지는 겨울에 그 그림자가 가장 길 때이고 여름은 가장 짧을 때 이다. 우리나라 명절 가운데에는 보름이 많은데 이는 달을 모시는 날이었고 정월 초하루 3월 삼짇날  5월 단오는 태양신에 대한 의례를 행하는 날이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1, 2, 3 으로 이어지는 수에서 홀수는 남성의 수, 짝수는 여성의 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건물이나 탑처럼 하늘로 올라가는 것은 남성적인 것을 상징하고 남성적인 숫자로 표현했다. 또 땅은 여성적인 측면으로 이해되기 때문에 평면은 당연히 짝수로 표현되는 것이 당시 사람들의 상징체계와 걸맞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탑을 볼 때 층수는 3,5,7,9등 홀수로 이어지고 평면은 4각,8각등 짝수로 이어지는 것은 이러한 까닭이다.
그런데 이러한 수의 상징은 우리 문화만의 특징은 아니다. 만물의 근원은 수라고 한 피타고라스는 ‘홀수는 선하고 곧바르고 하늘의 성질을 가진 남성의 수이고, 짝수는 악하고 구부러지고 땅의 성질을 가진 여성의 수’라고 말했다. 그리고 피타고라스의 영향을 받은 플라톤도 ‘홀수는 천상의 수로서 성스럽고 행복을 가져오고, 짝수는 지상의 수로서 불행과 세속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양과 서양을 막론하고 홀수는 남성의 수였고 이러한 상징체계는 역법에도 적용되어 홀수가 두 번 겹치면 성스러운 날, 생명력이 넘치는 날로 의미가 부여됩니다. 1월 1일, 3월 3일, 5월 5일, 7월 7일, 9월 9일을 양이 겹친 날이라고 해서 중양절이라고 하고, 그 날을 명절로 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서양의 경우 태양과 관련된 의례는 동지, 춘분, 하지였는데 왜 동양은 하지에 의례가 없고 단오에 의례가 행해질까? 5라는 것은 남성의 수일뿐 아니라 정오를 나타내는 한자말 ‘오’의 뜻과도 연결되어 하늘 한가운데 떠 있는 태양을 상징한다. 단오의 다른 이름 가운데 천중절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것은 해가 하늘 가운데 즉 가장 높이 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해가 하늘 한가운데 오는 날은 하지이다. 단오는 하지절기에 걸리기는 하지만 하지보다 좀 이른 경우가 보통이다. 올해도 단오는 하지 3일 전이다. 그런데 단오를 천중절이라고 한 것은 해가 하늘 한가운데 온다는 실제 관측 사실보다는 숫자에 부여한 상징적 의미가 사람들에게 훨씬 더 강한 문화적 영향력을 미쳤기 때문일까?
단오는 태양이 1년 중 가장 생명력이 넘치는 날이다. 이렇게 태양의 힘이 왕성하므로 만물 또한 번성하고 성장한다. 여기에 맞춰서 만물의 성장을 기원하는 의례를 행한다. 단오에 사람들은 태양신의 또 다른 모습인 산신에게 제사를 지내고 남자들은 씨름 여자들은 그네뛰기를 한다. 씨름은 해가 가장 높이 떠있는 정오에 한다. 1년 중 가장 높이 떠있는 태양 밑에서 남성적 에너지가 넘치는 씨름을 한다는 것은 태양이 에너지를 공동체와 농작물의 성장에 활용하려는 것이다.    
여성들은 그네뛰기를 했다. 그네뛰기는 여성의 놀이 가운데 가장 많이 비트는 놀이이고, 하늘을 향해 치솟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한 행위 자체가 여성적 에너지를 고조시키면서 최고조에 달한 남성적 에너지를 받아들여서 음양화합을 이루는 것을 상징한다. 또한 5월 단오전후에 쑥을 캐서 말리는 것은 이 때가 태양에너지를 가장 많이 받아 약효가 높기 때문이라고 본 것이다. 우리의 단오풍속은 서양의 하지축제 풍습과 비슷한 것 같다. 옛날 북유럽에 있었던 하지축제에 대한 기록을 보면 그 때 아홉 가지 나무를 하고, 동네광장에  세운다음 불을 붙인다. 그리고 그 불에 쑥등 약초들을 던진다. 그리고 그 둘레에서 춤을 추는데 우리와 닮은 것은 게르만 족도 하지 전후에 쑥을 채취했다는 것이다.
게르만 족은 약초 가지고 있는 약효를 그 약초안에 요정이나 여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믿었다. 예를 들면 쑥이 약효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르테미스 여신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것이고, 그것은 쑥의 속명이 ‘아르테미시아’라고 하는 것에서도 잘 알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기독교로 가면 요하네스 약초라고 바뀐다. 약초를 통한 치료가 효과가 있는 상태에서 기존의 신앙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으니까 그것을 기독교적인 의미로 바꾼 것이다.
우리나라도 단오날 정오에 캐는 쑥이 약효가 좋다고 했다. 단오 이전에 캐면 약효가 별로 없고, 단오 이후에 캐면 독소가 많다고 믿었다. 이것은 쑥이 장일식물이고 하지가 지나면 성장을 멈추고 리그닌이나 헤미셀룰로오스와 같이 목질을 이루는 성분을 축적하는 것에 대한 생태적 지혜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면 단오를 포함한 하지전후에는 어떤 일을 할까?
밭농사에는 보리를 급히 거두어들이고 그루갈이로 우선 콩이나 팥을 심고 그 다음에는 기장, 조를 그 뒤에는 녹두를 심고 들깨를 모종한다. 목화밭의 김을 매는 것도 이 때하는 일이다. 벼농사는 늦벼의 모를 낸다. 이렇게 농사에 바쁜 때이다 보니 속담역시 많을 뿐만 아니라 그 뜻이 절실하다.
우선 이 때 한참 모심기를 할 때이므로 가장 중요한 것이 물이다. 이와 관련된 속담으로는
“ 하지에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
“단오에 물 잡으면 농사 다 짓는다.”가 있다. 하지 전인 단오까지 논에 물이 차있으면 논매기 할때까지 여유가 있는데 이때 까지 비가 오지 않으면 농사를 망칠 가능성이 있으므로 마을 전체가 긴장하게 된다. 그래서 기우제를 지내는데 우리동네에는 아주머니들이 둥그레봉 정상에 올라서 솥을 뒤집어쓰고 춤을 추었다고 한다. 그래도 비가 오지 않으면 금강에 가서 키로 물을 떠서 뿌리는 방식으로 기우제를 지냈다고 하는데 이 쯤 되면 장마철이 되기 때문에 웬만하면 비가 왔다고 한다. 옛날 사람들은 장마를 어떻게 예측했을까? 어떤 꽃들이 오늘날 기상대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것을 알수 있는 것이 다음과 같은 속담이다.
“밤꽃이 질 때면 장마가 시작된다.”
“원추리꽃이 피면 장마가 오고, 꽃이 지면 장마도 간다.”
이 때는 1년중 가장 바쁠 때라 마음도 바쁘고 동네사람들하고 다툴 가능성도 많다.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기위한 지혜를 담은 속담도 있다.
“오뉴월에는 발등에 오줌 싸기도 바쁘다.”
“하지가 지나면 발을 물에 담그고 산다.”
“하지가 지나면 오전에 심은 모와 오후에 심은 모가 다르다.”
“오뉴월 발바닥이 사흘만 뜨거우면 가만히 누워서 먹는다.”
“오뉴월 품앗이는 당일로 갚으랬다.”
“오뉴월 품앗이도 순서가 있다.”
발등에 오줌 싸기도 바쁘고 발을 물에 담그고 살아야할 정도로 바쁠 때 오뉴월 발바닥이 4일만 뜨거우면 가만히 누워먹는다는 말로 스스로를 달랬고 품앗이를 순서를 어기거나 미루지 않으므로서 갈등을 방지했다.

하지에 하늘한가운데에 뜨는 별자리는 항수이다. 항수는 동방청롱의 목자리에 해당하는 별자리이다. 하늘에서 항수를 찾으려면 먼저 청룡의 뿔자리인 각수를 찾아야 한다. 북두칠성의 손잡이 곡선을 따라가면 밝은 별을 두개 만나는데 첫 번째 별이 대각성이고 그 다음이 각수이다. 이 각수에서 동쪽으로 몇도가면 마치 꺽음쇠 같은 모양의 항수를 찾을 수 있다. 천문류초에는 항수가 하늘에서 돌림병을 다스리는 일을 한다고 적혀있다. 그래서 항수가 밝으면 백성들이 질병이 없게 되지만 항이 움직이거나 별빛이 흐리면 질병이 창궐하고 가뭄과 수해로 인한 피해를 보게 된다고 한다. 내생각에도 별이 인간의 운명을 알려준다고 믿는다면  이제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 되고 장마와 돌림병이 걱정되는 시기에  하늘높이 떠오른 항수가 그러한 일을 관장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  

서양에서는 각수와 함께 처녀 별자리에 해당한다. 처녀자리는 날개를 달고 오른손에는 종려나무잎새 왼손에는 밀을 들고 황도를 따라 길~게 누워있는 모습이다. 이 처녀자리는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문명시기부터 대지와 곡식의 여신으로 여겨저 왔다. 바빌로니아에서는 아름다움과 전쟁의 여신이면서 인간에게 풍작도 가져다주는 이슈타르를 나타내고 (그리스 로마신화에서 아프로디테와 아테나 데메테르의 합본판이네) 그리스에서는 초기에는 이집트의 이시스여신과 동일시했다. 그러나 후기에 오면 데메테르의 딸인 페르세포네로 여겼다. 그런데 로마시대에 오면 이별자리를 케레스(데메테르)라고 여겼다. 인도에서는 처녀자리가 크리슈나신의 어머니 카냐로 알려졌는데 이 여신은 불을 마주하고 있는 모습이 특징이다. 기독교에서는 처녀자리를 성모마리아와 동일시했다. 가장 밝은별인 스피카는 어머니 팔에 안긴 신의아들 즉 예수였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피에타가 생각난다. 이별자리에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는데 가장 잘 알려진 것이 페르세포네의 이야기이다.
어느 맑게 개인 가을날 지하세계 즉 지옥의 왕인 하데스가 산책을 나왔다. 하데스는 마침 그곳에서 꽃을 구경하고 있는 페르세포네를 보고 한눈에 반해서  땅이 갈라진 틈을 통해 자신의 나라인 지하세계로 페르세포네를 납치해서 강제로 자기 아내로 삼았는데 페르세포네는 항상 땅위를 그리워 했다. 한편 페르세포네를 유독 사랑했던 데메테르는 슬픔에 빠져 땅을 돌보지 않아 대지가 많이 황폐해졌다. 제우스는 대지가 더 이상 방관할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형이자 지하세계의 왕인 하데스를 함부로 대할수 없어서 둘을 화해시키는 방법을 썼다. 결국 제우스의 중재로 페르세포네는 1년의 반은 지하세계에서 보내고 또 1년의 반은 지상에서 보내기로 하였다. 그렇게 되서 페르세포네는 매년 봄이면 하늘의 별자리가 되어 지하세계로부터 동쪽하늘로 올라오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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