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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생태관찰일지13

                                7월 30일
오늘은 일년 중 가장 더운 대서이다. 이번 대서까지 지속되어 왔던 지긋지긋한 장마가 끝나가면서 곤충들도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아침저녁으로 매미울음소리가 들리는데 특히 말매미와 쓰름매미 울음소리가 많이 들린다. 여름 꽃들도 여기저기 피어나고 있다. 여름꽃은 봄꽃보다 크고 화려하다.  뜨거운 햇빛과 습기를 바탕으로 왕성하게 광합성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서는 1년 중에서 가장 뜨겁고 습기가 많아서 1년중 가장 더운 시기라서 찜통더위이라고 하면 이 때인데 이 더운 시기에 생태계는 어떤 변화를 보여줄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생태관찰을 시작했다. 오늘은 솔뫼가 방학이라서 함께 나들이를 하기로 했다.

서양민들레는 아직도 마당에서 노란 꽃을 계속 피우고 있다. 우리 집 마당은 원래 우리 토착종인 흰민들레가 많은데 흰민들레가 봄에만 한번 꽃을 피우는 것과 달리 서양민들레는 몇차례 꽃을 피운다. 그래서 봄이 지나면 우리 집 마당은 서양민들레의 차지가 된다. 게다가 서양민들레 씨앗도 많이 생산하고 가벼워서 훨씬 멀리 날아갈수 있기 때문에 생존에 유리하다. 서양민들레와 재래민들레의 구분법은 간단하다. 서양민들레는 꽃받침이 뒤로 젖혀져 있는데 재래민들레는 젖혀져있지 않기 때문에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내가 아는 민들레 전설은 2개가 있다.

전설1: 옛날 어는 임금은 무슨 일을 하든지 평생에 딱 한번밖에 명령을 내릴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났다. 그래서 임금은 자신의 운명을 그렇게 만들어준 별을 원망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임금은 별에게 앙갚음을 하기위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명령을 내렸다.

“별아 하늘에서 떨어져 꽃이 되거라. 그러면 내가 너를 밟아주겠다.”

그러자 별은 임금의 명령대로 땅에 떨어져 노란빛의 꽃을 피웠고, 임금은 양치기로 변하 여 꽃을 밟고 다닐 수 있었다. 이 꽃이 바로 민들레였다고 한다. (서양민들레 이야기인 것 같음)

전설2:

옛날 노아의 대홍수 때 온 천지에 물이 차오자 모두들 도망을 갔는데 민들레만은 발이 빠지지 않아 도망을 가지 못했다. 사나운 물결이 목까지 차오자 민들레는 그만 너무
무서워서 머리를 하얗게 세어 버렸다. 민들레는 마지막으로 구원의 기도를 했는데 하나님은 가엾게 여겨 그 씨앗을 바람에 날려 멀리 산 중턱 양지바른 곳에 피게 해
주었다. 민들레는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오늘까지도 얼굴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 보며 살게 되었다고 한다.
민들레는 어린잎을 나물로 먹는데 나도 한번 먹어봐야겠다.
한방에서는 꽃이 피기 전의 전초와 뿌리를 포 공영이라고 해서 강장, 발한, 해열, 이뇨, 건위에 약으로 쓴다.

드디어 상사화의 꽃이 피었다. 꽃이 피기 전에 잎사귀가 마를 때부터 꽃이 필 때까지 아주 애타게 기다렸는데 이제야 꽃이 핀 것이다. 상사화의 상사는 상사병할 때 그 상사인데 왜 이런 이름이 붙었냐 하면은 사람들이 상사화의 잎이 다 마르고 꽃이 피는 것을 보고서는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못 만나는 것처럼 잎과 꽃이 만나지 못하고 그리워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참나리의 꽃이 활짝 피었다. 참나리의 특징은 수술이 모양은 도끼같이 생기고 길게 튀어나온 수술과 꽃이 거꾸로 뒤집혀있다는 것이다. 참나리의 꽃이 거꾸로 되어있고 수술과 암술이 길게 튀어나온 이유는 꿀 도둑인 나비에게 그냥 꿀을 뺐기지 않기 위해서이다. 참나리의 꽃가루매개곤충은 호랑나비와 같은 대형나비이다. 호랑나비는 거꾸로 뒤집혀있는 꽃에서 수술과 암술을 발판삼고 힘들게 꿀을 빨아먹지 않으면 안 된다. 참나리는 나비가 힘들게 꿀을 빨아먹는 사이에 나비의 몸에 꽃가루를 슬쩍 묻힌다. 나도 제비나비가 참나리 꽃에 앉아서 꿀을 빨아먹는 모습을 봤는데 날개를 파닥파닥 거리면서 꿀을 빠는 모습이 아주 힘들어 보였다.

원추리 꽃이 1송이밖에 남기지 않고 전부 졌다. 원추리는 꽃이 통째로 지기 때문에 꽃이 떨어진 자국이 남는다. 그 자국의 개수를 세어보면 하나의 꽃대가 몇 개의 꽃을 피웠나 확인할 수 있다. 원추리 꽃대는 중간에 새총모양으로 갈라지는데 그 가지마다 8개정도 꽃이 열려서 꽃대마다 평균 15~16개의 꽃자국이 있었다.  장마가 오기 시작할 때 몇 송이씩 피기 시작해서 한참일 때는 매일 수십 송이 씩 피더니 장마가 질 때가 되니까 며칠 싹 한두 송이만 피운다. 이제 더 필 꽃도 없으니 원추리 꽃이 지면 장마가 간다는 속담이 딱 맞는다.

뻐꾸기 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그건 또 탁란을 했다는 것인데 뻐꾸기도 1년에 여러 번 번식을 한다는 증거이다. 오늘 밤에는 소쩍새 소리까지 들렸다. 아빠는 며칠 전 새벽에 올빼미소리까지 들으셨다고 한다. 나도 한번 새벽까지 잠을 참았다가 올빼미소리를 들어봐야겠다.

동네 앞으로 가는 길에 고추밭이 있었는데 고추가 빨갛게 익어가고 있었다. 이걸 보고 아빠가 솔뫼에게 수수께끼를 냈다. “빨간 주머니 안에 금돈이 가득 들어있는 건 뭐게~?” 그러자 솔뫼가 “고추”하고 바로 맞췄다. 작년에도 솔뫼랑 같이 뒷산으로 생태관찰을 갔었다. 곤충을 발견하면 쫓아버리고 계속 생태관찰을 방해했었는데 이번 생태관찰 때는 방해하지 않아서 생태관찰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작년에 천사의 나팔꽃을 봤던 외지사람 집에서 털 비름을 보았는데 개비름과 달리 잎사귀 뒷면에 털이 나있고 잎새 끝이 뾰족했다. 개비름은 전체에 털이 없고 잎새 모양은 털비름의 잎새 끝을 떼어낸 듯한 모습이다.

여러 개의 꽈리열매가 익어가고 있었다. 등잔 같은 껍질을 까보면 안에 동그란게 구슬 같은것이 들어있는데 그게 열매이다. 열매를 덮고 있는 등잔 껍질은 꽃받침이 열매를 덮어버린 것이다. 같이 갔었던 솔뫼는 꽃받침을 까면서 노느라 정신이 없었다. 꽈리에는 “담장 밑에 빨갛게 불 키고 있는 것은 뭐게~?”라는 수수께끼가 하나 있는데 솔뫼한테 내봤더니 방금 봤으면서도 모른다고 했다. 빨갛게 다 익은 열매의 씨앗을 빼내고 아랫입술 지긋이 누르면 소리가 나서 가지고 놀기에 좋다.

큰 메꽃이 피었다. 큰메 꽃은 애기메꽃과 착각하기 쉬운데  3가지 차이점만 알아두면 구별하기 쉽다. 애기메꽃은 6월에 피는데 큰 메꽃은 7~8월에 피고 큰 메꽃은 애기메꽃보다 크기가 크다. 잎새의 생김새가 다르다.


달개비의 꽃이 피었다. 달개비의 꽃가루 매개곤충은 꽃등에이다. 달개비의 수술은 특징이 있는데 수술이 모두 똑같은 모양이 아니고 알파벳 O, X, Y자 모양 수술 3개가 있다.  윗꽃잎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X자형 수술이 꽃등에를 유인하면 O자형 수술과 Y자형수술이 재빨리 꽃등에의 몸에 꽃가루를 묻힌다. 오후까지 꽃등에가 오지 않으면 꽃이 녹으면서 암술과 수술을 만나게 해서 자가수분을 한다.  

나팔꽃이 꽃을 오므리고 있었다. 나팔꽃의 특징은 아침에 폈다가 점심때 꽃을 오므린다. 여기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옛날 옛적에 어느 나팔꽃과 베짱이가 살았는데 둘은 아주 친한 친구였어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이 더 중요한일을 한다면서 옥신각신 다퉜다. 나팔꽃은 “내가 나팔을 불지 않으면 사람들은 서당이고 뭐고 다 지각할 걸” 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베짱이가 “천만의 말씀 내가 베를 짜지 않으면 사람들은 다 벌거벗고 다녀야 할 걸”
하고 지지 않고 말했다. 마침 지나가던 개미가 그 말을 듣고서 나팔꽃에게는 나팔을 불어보라 하고 베짱이한테는 베를 한 번 짜보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나팔꽃은 힘껏 나팔을 불었지만 조금도 나팔소리가 나지 않고 베짱이는 아무리 베를 짜려고 해도 손톱만치도 짜지지 않았다. 그러자 나팔꽃은 창피해서 입을 오므리게 되었고 베짱이는 입이 뾰루퉁 해져서 풀숲으로 날아가고 그 모습을 본 개미는 하도 웃어서 허리가 아주 잘록 해졌다는 것이다.


또 새똥거미를 볼 수 있을까 하고 억새밭으로 가 보았는데 새똥거미는 보이지 않고 사마귀들만 억새에서 먹이를 노리고 있었다. 사마귀의 초록색 몸 색깔이 억새에 동화되어 처음에는 잘 발견할 수 없었다. 사마귀의 초록색은 위장색인 것이다. 곤충의 위장술은 3가지로 나뉘는데 경계색, 의태, 보호색이 그것이다. 경계색은 천적이 싫어하거나 무서워하는 동물의 모습을 하고 있는 위장술로 포도유리나방, 우단박각시의 애벌레가 이런 방어전략을 가진다.  의태는 몸의 생김새를 주변과 비슷하게 해서 숨는 것인데 재주나방, 대벌레, 자벌레 등이 선택한 보호전략이다. 보호색은 몸의 색을 주변과 비슷하게 해서 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것인데 콩중이, 회색가지나방, 실베짱이 사용하는 전략이다.

길가를 가는데 뭔가 아빠 등 뒤에서 윙윙대며 날아다니기에 잘 살펴봤더니 쓰름 매미였다. 하도 날개를 퍼덕거려서 사진을 찍을 수 없어서 마취 시켰는데 너무 세게 눌렀는지 1~2시간이나 마취되어 있었다. 등의 무늬를 잘 살펴보니까 밝은 주황색이 창날모양이랑 흐물흐물한 ㄱ 자 모양으로 그려져 있었다. 아빠가 나한테 곤충을 마취시키는 방법을 알려주셨는데 그냥 가슴부분을 살짝 눌러주면 된다고 한다.



산초나무가 하얀 꽃을 하나씩 피우기 시작했다. 이제 장마철이 지나면 하얀꽃을 다 피워내겠지 “산초나무 꽃이 피면 장마가 간다.”는 말이 있는데 이 속담 역시 적어도 올해는 맞는 것 같다. 옛날 사람들의 오랜 삶속에서 이루어진 관찰이 생활에 참 많은 도움을 주었고 그런 지혜가 속담에 갈무리 되어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속담이 가진 힘이 대단하다.  옛날 사람들은 익은 열매를 가루로 만들어서 식초처럼 사용했는데 산초나무가 그래서 붙은 이름이다.(산에서 나는 식초라는 뜻) 그리고 산초기름은 천식에는 특효약이라고 하는데 나랑 같이 지여모 어린이모임을 하고 있는 남우 형이 천식을 앓고 있어서 고생하고 있는데 빨리 알려줘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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