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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생태관찰일지14

 

                               8월 20일

지금까지는 생태관찰을 절기일이나 절기일에서 2~3 정도 뒤에 했는데 이번에는 8월 20일에야 생태관찰을 할 수 있었다. 택견도장에서 얕은 물가수련회와 지리산3박4일 종주를 했기 때문에 거의 열흘간이나 시간을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대서 절기에는 비가 계속 내렸었다. 장마는 이미 7월 말에 끝났는데 이번 입추 절기 까지 비가 내렸다. 장마 뒤에 더 큰 장마가 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였다. 그리고 아무리 장마 때라도 3일에 1번 정도 밖에 비가 오지 않는데 이 ‘더 큰 장마’ 에는 3일에 2번씩이나 비가 내렸다. 거기에다가 일일 강수량도 장마 때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이것은 지구온난화가 우리나라의 기후를 온대의 장마가 아닌 아열대지방의 건기와 우기형태로 바꿔놓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 이런 시기에 우리 집 마당과 뒷산생태계는 어떤 변화를 보여줄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생태관찰을 시작했다. 지난번에 이어 솔뫼도 같이 생태관찰을 하겠다고 나섰다. 방학숙제로 나무열매를 수집하는 것이 솔뫼가 생태관찰에 참여한 이유이다.


사위질빵 꽃이 피었다. 사위질빵의 특징은 잎이 마주나고 세장의 작은 잎이 나오고 잎자루가 길고 줄기가 툭툭 잘 끊어지며 꽃은 7~8월에 흰색으로 피고 꽃차례는 취산상 원추꽃차례이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사위질빵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옛날 옛적에 사위를 끔찍이 아끼는 장모가 살았다. 어느 날 사위가 처갓집에 왔다가 함게 일하게 되었는데 마침 무거운 짐을 나르는 일이었다. 장모는 다른 사람은 튼튼한 노끈으로 짐을 지워주면서 사위는 힘들지 말라고 줄기가 툭툭 잘 끊어지는 덩굴식물로 가벼운 짐을 지게 했다는 이야기이다.”


부추 꽃이 피었다. 부추는 오신채중에 하나이다. 오신채는 다섯 가지의 매운 나물이라는 뜻이고 한자로는 五辛菜이다. 오신채의 종류는 마늘, 파, 달래, 흥거(서역에서 나는 풀), 부추인데 절에서는 이 다섯 가지 음식을 먹는 걸 금한다. 이것을 먹으면 성욕이 생기고 신경질을 잘 내게 되며 입주위에 귀신이 달라붙는 다고해서이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오신채 중 흥거를 빼고 고추를 추가할까 생각중이라고 한다.


익모초 꽃이 피었다. 꽃의 모양을 자세히 살펴보니 광대나물과 비슷한 입술모양이었고 꽃받침이 5개로 갈라져있고 꽃이 층층이 달렸다. 꽃 속을 살펴보니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아주 좁아지는데 이 정도 넓이면 나비의 긴 대롱이나 개미 같은 작은 곤충만 꿀을 빨아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꽃을 살펴보다가 꽃에 앉아서 꿀을 빨고 있는 지리산 팔랑나비를 보았다. 지리산 팔랑나비라는 이름은 지리산에서 처음 발견 됐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생김새를 살펴보니 날개는 나방과 비슷한 살색이었고 날개에 그려져있는 줄무늬는 일자 였고 다른 나비에 비해 몸통이 유난히 굵었다. 익모초라는 이름은 翊母草(어머니를 도운 풀)이라는 뜻인데 여기에도 이야기가 하나 얽혀있다.


옛날 어느 마을에 어머니와 단 둘이 사는 아들이 있었다. 어머니는 아들을 난 후에 몸조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혈액순환이 안 되어 항상 팔다리가 저리고 아팠다. 아들은 어머니에게 항상 의원을 찾아가보라고 권유했지만 어머니는 우리 집에 돈이 어디 있냐면서 항상 거절했다. 그래도 아들은 약초 캐는 노인을 찾아가 약 두 첩을 사다가 어머니에게 드렸는데 효험이 있어서 다시 노인을 찾아가 어머니의 병을 완전히 낫게 할 수는 없냐고 물었더니 쌀 다섯 가마에 은돈 열 냥이라는 엄청난 돈을 요구했다. 아들의 형편으로는 그 돈을 마련할 수 없어서 한 가지 꾀를 생각해냈다. 일단은 알았다고 한 다음에 새벽에 약초를 캐러가는 노인을 미행했다. 노인은 북쪽 제방으로 가서 쭈그려 앉아 약초를 캐기 시작했다. 약초를 다 캐고나서 잎은 다 흝어 강에 버렸는데 아들은 약초 캐는 노인이 가는 것을 보고 강에 들어가서 약초 잎을 건지고 그것과 똑같이 생긴 잎을 가진 풀은 죄다 캐서 집으로 가져갔다. 몸을 씨소 집으로 들어가려는데 노인이 약 두첩을 들고 찾아와서 이건 이틀 분 약이니까 모레 다시 오겠다고 하며 돌아갔다. 아들은 약봉지를 풀어서 생김새와 냄새를 맡아보았지만 도무지 알수가 없었다. 그래서 자신이 캐온 약초를 달여서 어머니에게 드렸는데 효과가 있었다. 모레뒤에 노인이 찾아왔는데 아들은 다시 찾아오지 않아도 괜찮다면서 지금까지 먹은 두첩의 약값을 주고 돌려보냈다. 노인은 네 어머니는 약을 드시지 않으면 이번 추석까지도 사시지 못할 거라고 툴툴 거리며 돌아갔다. 아들은 그 다음부터 매일 제방으로 가 약초를 캐다가 어머니에게 드렸는데 아들의 정성 덕분인지 보름도 안가서 완전히 나았다. 아들은 그 약초의 이름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어머니를 도운 약초라고 익모초(益母草)라고 이름 짓자 사람들은 그 뒤로 그 약초를 익모초라고 불렀다.       


익모초는 꿀풀과에 속하는 이년생 초본 식물이고 아직도 산모의 지혈, 빈혈, 이뇨제, 더위 먹은데 좋은 약재로 쓰인다. 나도 옛날에 더위 먹은 적이 있어서 아빠가 익모초잎으로 즙을 해주셨는데 너무 써서 안 먹겠다고 했다가 억지로 마셨었고 또 어느 날은 엄마가 몸이 안 좋아서 익모초 즙을 짜서 먹는데 뭔지 모르고 달라고 했다가 아주 혼난 적이 있다. 어찌나 쓴지 지금도 생각하기만 하면 인상이 찌푸려진다. 그래도 효과는 직빵이었다.


수크령의 꽃이 피었다. 꽃 이삭을 만져보니 아주 부드러웠는데 모양은 원통형이었다. 다른이름으로 길갱이, 랑미초 라고도 하며 뿌리줄기에서 억센 뿌리가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잎사귀도 잡아당겨보았는데  어찌나 질긴지 잘 끊기지 않았다. 그래서 덫을 만들어놓으면 사람이 걸려도 매듭이 풀리지 않는 풀로 잘 알려져 있다. 수크령에는 고사성어 결초보은에 대한 이야기가 얽혀있다.

옛날에 위무자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그에게는 젊은 첩이 하나 있었다.

어느 날 그만 큰 병에 걸려 앓아눕게 된 위무자는 아들 위과를 불러서 내가 죽으면 젊은 첩을 다시 결혼시키라고 말했다. 그런데 며칠 뒤에 위무자가 거의 죽기 직전에 다시 아들을 불러 내가 죽으면 젊은 첩을 같이 죽게하라고 말했다. 위과는 아버지의 변덕 때문에 곰곰이 생각하다가 아버지가 온전한 정신으로 한 말을 따르기로 하고 아버지가 죽은뒤에 첩을 다시 결혼 시켰다. 그로부터 몇 년 후 위과는 장군이 되어 전쟁터에서 아주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잘 싸우던 적국의 병사들이 갑자기 저절로 쓰러졌다. 그 덕분에 위과는 전쟁에서 이길 수 있었다. 위과는 이상하게 생각하고 적들이 있던 곳을 살펴보았더니 풀들이 이상하게도 서로 잡아매어져 있었다. “거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네 왜 풀들이 서로 매어져있을까?”

그날 밤 위과가 잠을 자고 있는데 한 노인이 꿈에 나타나 이렇게 말했다.

“나는 당신이 다른 곳으로 결혼시킨 그 여인의 아버지요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풀을 묶어 당신의 적들을 넘어지게 한 것입니다.”


숲에 들어서니 지난번 대서 때보다 분위기가 무겁고 음습하고 습기가 넘쳐났다. 게다가 장마 뒤에 찾아온 ‘더 큰 장마’의 영향인지 풀들의 거의 내 키만큼이나 자라있었다. 거기에다가 모기들이 웽~ 날아다니면서 계속 폭격을 가해댔는데 솔뫼는 이런 상황을 견딜 수 없었는지 이정도면 됐다면서 집으로 쪼르르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갈참나무 도토리가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동그랗고 가시가 나있는 껍질을 벗고 제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아직 다 익지 않아서 색깔을 초록색 이지만 조금 있으면 갈색으로 익을 것이다. 그러면 다 익은 도토리를 먹으러 청설모들이 찾아오겠지·······. 

  

싸리나무 꽃이 피었다. 꽃의 색깔은 자주색을 띤 분홍색이었는데 꽃이 작아서인지 아주 귀여웠다. 냄새도 맡아봤는데 향기는 정말 누구한테도 지지 않을 정도로 향기로웠다. 싸리나무는 농부들의 삶에는 거의 빠지지 않을 정도로 쓰임새가 많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싸리비, 소쿠리, 회초리, 종다래끼, 바소쿠리, 사립문, 지붕 엮기, 지팡이, 광주리, 고리, 삼태기, 울타리 등이다. 특히 싸리나무로 만든 싸리비는 조직이 치밀하고 탄력있는 조직적 특성 때문에 아주 힘있게 잘 쓸린다고 하고 싸리나무회초리는 조직이 아주 치밀하기 때문에 맞으면 따갑고 무지 아프다고 한다. 싸리나무로 만든 지팡이는 가볍고 아주 단단해서 노인들이 이용하기 좋았다고 한다. 싸리나무로 만든 사립문은 여진족에게서 전해진 풍습으로 북쪽지방 서민들이 많이 이용했다고 한다. 또 천연두를 疫神(역신)의 장난이라고 생각했던 옛날 사람들은 천연두에 걸리면 싸리로 작은 말을 만들어 발병한지 12일이 되면 천연두 귀신을 내쫓는 푸닥거리를 했다. 천연두 귀신을 싸리 말에 태워 보내면 천연두가 낫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집 밖으로 내쫓는 것을 일러 ‘싸리 말을 태운다.’는 결말이 생겼다고 한다. 그리고 싸리나무는 질감과 빛깔과 재질이 단단하고 빛깔과 질감이 좋으며 가운데가 깨끗하게 잘 쪼개지므로 윷을 만들기에 가장 좋다고 한다. 특히 싸리는 겨울철 땔감으로 그만이었다. 그리고 나무 자체에 기름이 많이 들어있어서 물에 젖어도 잘 타고 불심이 좋으며 연기가 나지 않고 오래 타는 이유로 밥을 짓는 땔감으로는 1등급이다. 송강정철의 가사가운데 싸리나무 땔감을 팔던 풍속에 관한 노래가 있다.


    댁들아 나무들 사오. 저 장사야 네 나무 값이 얼마 외는가. 사자.

    싸리나무는 한 말 치고 검부나무는 닷 되를 쳐서 합하여 헤면 마닷되

    받습네.

    삿떼어 보으소, 불 잘 붙습느니, 한적곧 보면은 매양 삿때이자 하여라. 


산억새가 벌써 내 키보다 더 크게 자랐다. 아빠 말씀을 들어보니 아빠가 어렸을 적에는 산억세를 줄기만 꺾어서 던지는 놀이를 했다고 한다. 아빠가 시범을 보여준다면서 나한테 던졌는데 맞아보니까 정말 따갑고 아팠다. 집에 가는 길에 돼지무덤에서 산억세를 몇 개 따 갔는데 솔뫼가 그게 뭐냐고 물어서 산억세라고 대답했는데 솔뫼한테 던질려는 시늉을 하니까 솔뫼가 기겁하며 도망갔다.


붉나무가 하얀 꽃을 피웠다. 붉나무는 옻나무과의 낙엽관목인데 옻나무과이면서도 특이하게 독성이 없다는게 특징이다. 붉나무는 다른이름으로 염부목, 오배자나무, 불나무, 굴나무, 뿔나무 라고 하는데 염부목이라는 이름은 붉나무의 열매는 10월에 익는데 열매의 겉에는 소금 같은 흰물질이 생긴다. 이 것 때문에 염부목으로도 불리는 것이다. 잎자루 날개에 진딧물의 1종이 기생하여 벌레혹(충령)을 만드는데 이것을 오배자(五倍子)라고 한다. 오배자는 타닌이 많이 들어 있어 약용하거나 잉크의 원료로 한다. 벌레혹 안에는 날개가 달린 암컷 벌레가 1만 마리 이상이 들어 있다. 가지를 불태우면 폭음이 나는데 나도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미국자리공의 열매가 익어가고 있다. 다 익으면 검은색으로 변하면 벌써 다 익은 것도 몇 개 있었다. 가만히 보면 아주 먹음직스러운데 독이 있으니 절대 먹으면 안 된다. 일부 유기농가에서는 미국자리공열매의 독성을 이용하여 살충제를 만드는데 성능은 좋지만 자연에서 자라는 미국자리공의 열매를 사용해야 돼서 생산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조그만 정원 같은 데에는 쓸 수 있어도 농부들의 넓은 밭에는 사용 할 수가 없다고 한다.


고삼이 열매를 열었다. 열매의 생김새를 살펴보니 콩깍지랑 모습이 비슷했다. 열매를 따다가 집에 가서 솔뫼에게 선물해 줬더니 아주 좋아하면서 열매를 열매수집 봉지에 넣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고삼은 한방에서 뿌리를 말린 것을 말하는데 다른 이름으로 도둑놈의 지팡이·너삼·뱀의 정자나무이다. 고삼은 맛이 쓰고 인삼의 효능이 있어서 소화불량·신경통·간염·황달·치질 등에 약으로 쓴다. 민간인들은 줄기나 잎을 달여서 살충제로 쓰기도 한다.


돼지무덤 쪽으로 내려가다가 아빠가 “동고비다!!”하고 말해서 보니까 동고비가 나무아래쪽으로 거꾸로 내려가고 있었다. 나무줄기를 거꾸로 내려갈 수 있나 궁금해서 집에가 찾아봤는데 사진을 보니까 갈고리모양 발톱이 아주 날카로웠다. 그래서 거꾸로 내려갈 때 자신의 몸을 지탱할 수 있었던 것이다. 동고비에 대해 찾아보니까 나무줄기를 거꾸로 내려가는 것 뿐 만 아니라 굵은 나무까지 아래쪽을 기어다니는 것도 할 수 있다고 한다. 몸 색을 살펴보니 배쪽은 흰색이고 몸 윗면은 잿빛이 도는 푸른색이다. 부리부터 목까지 검은 선이 쫙 그어져 있고 겨드랑이와 아래꽁지덮깃에 밤색얼룩이 그려져 있다. 둥지는 딱따구리가 쓰던 둥지를 사용하는데 입구가 너무 크면 천적들이 자유자재로 침입 할 수 있으니까 자신만 오고갈 수 있을 정도로 입구를 흙으로 막아 좁힌다. 동고비는 곤충, 나무열매 같은 것을 모두 먹는 잡식성인데 특히 종자를 잘 까먹는다. 얼마나 잘 까먹으면 동고비의 영어이름이 Nuthatch(종자를 까먹는 새) 일까? 한 번 찾아봐야겠다.


분꽃의 열매가 다 익었다. 다 익은 열매는 색이 아주 까만데 열매의 속에는 하얀 가루가 들어있다. 옛날 여자들은 이 가루를 분가루로 사용했는데 분꽃이라는 이름이 이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이 것 뿐만 아니라 옛날 우리 선조들은 연지는 잇꽃의 꽃잎을 사용하고 눈썹은 보리깜부기를 털어서 칠하고 매니큐어는 봉선화등 화장품을 전부 식물을 이용했는데 이에 비해 서양은 어떨까? 분은 연분, 연지는 적철광, 마스카라는 흑요석, 아이 섀도는 공작석, 매니큐어는 붉은 루비가 원료이다. 우리나라의 화장품은 식물성인데 비해 서양은 온통 광물성이다. 나도 분꽃열매를 따서 가루를 채취해 솔뫼와 함께 얼굴에 발라봤는데 바른 부위가 하얗게 돼버렸다. 열매 몇 개를 따다가 열매를 반으로 짜르고 다른 열매에서 가루를 채취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열매를 모아다 사진을 찍어봤는데 정말 한눈에 비교가 됬다. 처음에는 백지에다가 올려놓고 사진을 찍었는데 가루가 백지의 하얀색에 동화되어 잘 보이지 않아서 나중에는 색종이위에 올려놓고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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