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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

 

                              7월 22일

오늘은 1년 가운데 가장 덥다는 대서이다. 절기별로 하루 평균기온을 봤더니 섭씨 26도 이하로 내려가는 날이 하루도 없는 것은 대서가 유일하다. 대서 며칠 전부터 그 20일 후 까지는 평균기온이 26도가 넘는 시기로서 ‘찜통더위’ ‘불볕더위’ 라는 말이 실감나는 때이다. 그러다 보니 밤에도 열대야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때는 가장 습기가 많을 때이기도 하다. 장마철에다가 왕성한 광합성작용으로 인해 식물에서 증발되는 수증기의 양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습기 때문에 대서가 있는 음력 6월은 썩은 달이라고도 한다. 음식도 잘 썩고 숲의 낙엽층도 이 때 썩어서 나무에 영양분을 공급한다. 이 불쾌한 습기가 우리 숲의 왕성한 활동력을 보장하는 고마운 기운이라고 생각하니 이 더위도 즐겁게 넘 길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러나 이 더위와 습기는 또한 농작물에 병을 가져오기도 한다. 잦은 비와 습기가 많은 날씨에 벼에 바람하나 통할 수 없게 되면 벼 줄기가 썩는데 이 병을 문고병이라고 한다.  그래서 장마철에는 잠깐 해가 뜨면 농약이나 제초제를 치는 장면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대서의 농사력을 보면 올기장, 올조를 거두어들이고 그루갈이로 메밀을 심는다.

그리고 논두렁의 풀도 베어준다. 웃자란 풀들이 벼를 덮어 생육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논두렁에 심어둔 콩.팥, 고구마밭의 풀 등도 이때 메고 복돋아 주어야 한다.

이 때는 또한 수박, 참외 등 각종 과일들이 나올 때 인데 이러한 작물을 심는 농가들은 밭에 원두막을 지어놓고 누가 훔쳐가지 못하도록 감시도 하고 원두막에서 더위를 식히기도 한다. 이 때 동네악동들은 밤에 몰래 수박서리, 참외서리를 하는데 보통 그 집 아들하고 같이 하기 때문에 잡혀도 크게 혼나지 않았다. 하지만 새마을운동이 본격화 되고 농촌에도 돈바람이 불면서 그냥 웃어넘겼던 수박서리, 참외서리가 파출소에 끌려가서 혼나기도 하고 손해도 배상해야하는 범죄로 인식되기 시작한다.


대서 절기에는 1년 중 속담이 가장 적은데다가 소서와 그 의미를 공유하는 속담이라는 것이 그 특징이다. 그리고 그 내용을 보더라도 더위와 장마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다.

“오뉴월더위에 염소 뿔이 녹는다.” 는 속담은 이 시기의 찜통더위를 잘 알려주는 속담이다. 그 단단한 염소의 뿔이 햇빛에 녹는다는 말이 과장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것이 이 때의 더위이다. 

“산초 꽃이 피면 장마도 간다.”

“원추리 꽃이 지면 장마도 간다.”

“유월은 썩은 달”

“오뉴월장마에 돌도 큰다.”는 속담은 장마에 관한 것이다. 이러한 속담들은 이 시기의 생태와 그 특징을 잘 보여준다.


대서에 하늘 한가운데 떠있는 별자리는 방수이다. 동방청룡의 배에 해당하는 별자리인데 찾기는 아주 쉽다. 하늘 한가운데에서 남쪽 낮은 하늘로 선을 그으면 붉게  빛나는 1등성을 기준으로 세 별이 나란히 있는 것을 발견 할 수 있다. 그 앞쪽에 네 개의 별이 가로누워 있는데 그 별자리가 방수이다. 동양에서는 방수의 남쪽 두별 사이를 양도라고 하고 북쪽 두별 사이를 음도라고 하여 별점을 쳤다. 해와 달 다섯 행성이 양도를 지나면 가물고 초상이 많이 나며 음도를 지나면 홍수가 나거나 병란이 일어난다고 여겼는데 장마철에 딱 맞는 별점이라고 생각된다.

서양에서는 이 별자리가 전갈자리의 머리 부분이다. 여기에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옛날 오리온이라는 거인사냥꾼이 있었다. 오리온은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와 사랑하는 사이 였는데 오빠인 아폴론은 이 둘이 가까워지는 것을 싫어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폴론은 전갈을 보내서 오리온을 독살했는데 아르테미스는 이 것을 보고 오리온을 별자리를 만들어주었다. 아폴론은 전갈을 별자리로 만들어 주었다. 오리온은 전갈이 무서워서 전갈자리가 동쪽하늘에 뜨면 급히 서쪽 지평선으로 달아났는데 전갈자리가 뜨면 오리온자리가 지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반대로 오리온자리가 뜨면 전갈자리가 지는데 여기에도 이야기가 얽혀있다. 아스클레피오스가 전갈의 독에 당한 오리온을 살려주고 오리온을 죽인 전갈을 발로 뭉개버렸다. 오리온이 활기를 되찾아 다시 동쪽에 떠오르고 아스클레피오스의 발에 밟힌 전갈이 서쪽 땅밑으로 사라지는 것이 이 때문이다. 하늘의 양끝에 있는 별자리를 관찰하고 이렇게 방대한 상상력을 펼친 옛날사람들의 관찰력이 정말 놀랍다.

방수 다음의 별자리가 심수이다. 이 심수는 신라시대 향가인 혜성가와 관련된 이야기가 있다.


옛날 동해 물가

건달파가 노닐던 성을 바라보고

왜군이 왔다!

봉화를 든 변방이 있어라

세 화랑 산 구경 오심을 들고

달도 잦아들려 하는데

길 밝히는 별 바라보고

혜성이여! 사뢴 사람이 있구나,

아아, 달은 흘러가버렸더라

이와 어울릴 무슨 혜성이 있었으리


옛날에  거열랑, 실처랑, (돌처랑이라고도 함) 보동랑 등 세 명의 화랑이 금강산을 놀러갈려고 했다. 그런데 출발하려는 시기에 혜성이 나타나 심대성을 범했다고 한다. 즉 지금 심수자리에 이름을 확인 할 수 없는 혜성이 나타난 것이다. 옛날 중국에서는 심수를 하늘나라 임금이라고 생각했고 혜성이 이를 범하면 천하가 전란에 휩싸여 나라전체가 황폐해 질 것이라고 보았고 왕족들을 하늘의 아들이라고 보았던 신라에서도 이 심수를 왕과 신라영토자체를 상징하는 별로 여겼을 것이기 때문에 이는 매우 중대한 사태였다. 이에 세 화랑과 낭도들이 당혹스러워 금강산 유람을 중지하려고 했는데 그때 그 집단의 볍사인 융천사가 노래를 지어 불렀는데 그 것이 바로 혜성가이다.

노래를 부른 이후 혜성은 심수 주변에서 사라지고 침범해오던 왜구들도 제 나라로 돌아가 버렸다고 하는데 당시 군주인 진평왕은 기뻐하며 화랑과 그 낭도들을 풍악으로 보내어 놀게 했다는 것이다. 당시 사람들의 별에 대한 신앙과 향가의 기능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자료가 되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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