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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8일 오늘은 해가 가장 높이 뜬 다는 하지 절기이다. 하지는 해의 에너지가 가장 높을 때이고 지금은 장마철이기 때문에 물도 충분하니 식물들이 무럭무럭 자라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것 같다. 밭에는 오이와 호박이 눈에 띄게 빨리 자라고 있는데 그래서 “장마에 호박 자라듯 한다.” 라는 속담이 생겼나 보다. 이렇게 왕성하게 자라는 식물의 생장력을 바탕으로 곤충들이 대거 발생하는 것은 집주변 풀밭에서 메뚜기, 사마귀 애벌레들이 많이 보이고 봄 형에 비해서 훨씬 큰 여름 형 나비들이 많이 나타나는 것을 통해서 잘 알 수 있다. 이런 하지의 왕성한 자연의 힘을 느끼며 생태관찰을 시작했다. 쥐똥나무는 꽃은 이미 다 지고 아직 익지 않은 초록색 열매를 달려있다. 조금만 있으면 쥐똥만한 크기의 검은 열매로 자랄 것이다. 목련은 벌써 잎눈과 겨울눈이 벌써 많이 자랐다. 열매보다 미리 준비해두는 것을 보면 목련나무의 내년준비가 옹골차다. 그러고 보면 나무들은 오뉴월이 되면 내년준비를 거의 갖추는데 미리 준비하면 걱정이 없다는 것을 진화과정 속에서 터득했나보다. 쑥이 많이 자랐다. 쑥은 국화과의 잡초인데 쑥은 국화과의 식물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풍매화이다. 아마도 쑥은 진화의 한 단계에서 건조하고 추운 환경에서 살았기 때문에 꽃가루를 옮겨줄 벌레가 마땅치 않자 원래 충매화였던 쑥이 풍매화로 다시 되돌아 간 것이다. 쑥이 다른 식물들이 잘 자라지 않는 나대지에서 뭉쳐서 자라는 것이나 쑥의 잎 뒷면에 흰색의 털이 촘촘히 나있는 것은 건조한 환경으로부터 수분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쑥을 밤에 관찰해보면 잎을 전부 닫고 있어 마치 흰 꽃이 핀 것 같은데 이것은 사막과 같은 데서는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추운데 잎을 펴고 있으면 잎의 온도가 내려가기 때문에 잎을 닫아 잎의 온도를 보호하는 생존전략인 것이다. 쑥으로 만든 쑥떡을 먹어보면 보통 떡보다 찰기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쑥의 잎 뒷면에 있는 털이 쌀과 얽혀서 찰기를 만들어 주어 그런 것이다. 나는 쑥인절미를 싫어했는데 2006년 엄마아빠 결혼기념일에 따라가서 어떤 절에 가서 쑥인절미를 사 먹고서는 쑥인절미를 좋아하게 되었다. 쑥은 개척자 식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쑥대밭이라는 말은 쑥의 개척자적 특성을 잘 보여준다. 누구네 집이 황폐화 되었을 때 쑥대밭이라고 하는데 그 집 마당을 쑥들이 점령한 상태를 말한다. 쑥은 농경지나 마당에 한 번 나면 무리지어 세력을 확대해 나간다. 한번 쑥의 무리가 자리를 잡으면 뿌리가 서로 엉키기 때문에 뽑아내기도 힘들다. 이렇게 식생이 파괴되는 곳을 먼저 찾아가 식생을 회복하는 것이 쑥의 생태적인 지위이다. 쑥은 우리나라의 풍습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단군신화이다. 또한 우리조상들이 단오날에 쑥으로 호랑이를 만들어 쑥의 신령스러운 힘으로 잡귀를 쫓아냈다는 풍습과 백성들이 이사를 하면 짐을 싸기 전에 말린 쑥을 집의 네 귀퉁이에서 태워 잡귀를 쫓아내는 풍습이 있다는 것을 볼 때 쑥은 신성한 풀로 존중되었던 것 같다. 쑥은 지혈제로도 사용되며 그 밖에 신경통이나 부인병, 소화불량, 간장질환, 옻독, 풀독, 습진, 독오름, 치통, 편도선이 붓거나 입안의 종기, 빈혈, 요통, 산후통, 숙취, 위장병에 좋다. 섬진 거기에다가 쑥은 강한 알칼리성을 띄고 있어 아토피 같은 피부질환으로 피부가 산성화 된 사람에게는 아주 좋다고 한다. 쑥에는 단군신화가 아닌 다른 이야기가 하나 더 얽혀있다. 옛날에 아내와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효자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어머니가 병에 걸렸다. 효자는 유명한 의원을 찾아 다녔다. 하지만 어머니의 병은 나아지기는커녕 더 악화됬다. 거의 포기하고 있을 무렵에 근처 마을에 당대의 명의가 있다는 소리를 듣고서는 당장 달려갔는데 그 의원이 진맥을 짚어보고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것을 보고서 효자가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의원님” 그러자 의원이 “자네 어머니의 병은 아주 고치기 어려워 이병을 치료할 수 있는 것은 7년 묵은 쑥뿐이라네” 라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듣고서는 효자가 기가 막혀서 물었다. “이 추운 겨울에 어디서 7년 묵은 쑥을 구해 옵니까?” 의원이 그 말을 듣고서는 “내가 뭐라고 했나 아주 고치기 어렵다고 했지 않느냐 자네 어머니의 병을 고칠 수 있는 것은 7년 묵은 쑥뿐이니까 못하겠으면 돌아가게” 하고 냉정하게 말했다. 효자는 “아닙니다. 어딘가에는 분명히 7년 묵은 쑥이 있을 것입니다.” 하고 아내를 찾아가서 사정을 말했다. 그러자 아내는 이 추운 겨울에 어디서 7년 묵은 쑥을 구하나면서 날씨가 좀 따뜻해지면 가라고 극구 말렸다. 하지만 효자는 집을 나가서 전국 방방곳곳을 돌아다니면서 7년 묵은 쑥을 찾아 봤지만 헛수고였다. 세월이 흘러 7년째가 된 날에 돌아 왔는데 그 때 어머니는 죽음을 앞두고 있었다. “어머니 이 불효자식을 용서하세요.” 하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을 때 효자의 머리에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아 7년 전 그해에 쑥을 뿌리 째 캐다가 오늘 이용하면 되었을 것을!” 이라고 말하면서 땅을 치며 후회하였다는 슬픈 이야기이다. 남천 꽃이 피었다. 다른 꽃들은 거의 다 져버린 시기에 원추리와 함께 우리 집 마당을 환히 비춰주고 있다. 아빠께서 우리 집 마당에서 잘 자라나 시험해 보려고 가져다 심었다는데 아주 잘 자라고 있다. 옛날에는 남천잎을 쌀과 섞어 먹으면 흰머리가 다시 검은머리로 돌아간다고 해서 나이들은 사람에게 새해인사를 하러 올 때 열매가 달린 남천가지를 선물했다고 한다. 원추리꽃이 피었다. 속담 중에 원추리 꽃이 피면 장마가 오고 원추리 꽃이 피면 지면 장마가 간다고 했는데 올해에는 장마철이 조금 더 일찍 찾아와서 원추리가 기상대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 밖에도 “밤나무꽃이 지면 장마가 한창이다.” “도라지꽃이 피면 장마가 시작된다.”는 속담에서처럼 밤나무꽃과 도라지꽃 역시 장마철을 알리는 기상예보원 역할을 했다. 원추리의 한자이름은 훤초이다. 원추리라는 이름은 <산림경제>에서 처음 나온다. 원추리의 고유이름은 ‘넘나물’ 또는 ‘엄나물’이다. 그러니까 원추리란 이름은 한자이름 훤초에서 유래되었다고 볼 수 있다. 쉽게 정리하자면 훤초>원초>원추>원추리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동처풍토기>에 의하면 애를 밴 부인이 이 꽃을 패용하면 아들을 낳는다고 했는데 이 때의 꽃은 꽃봉오리를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이 꽃의 꽃봉오리가 영락없는 사내아이의 고추를 닮았기 때문이다. 원추리의 꽃은 참 큰데 원추리 꽃이 왜 그렇게 크냐하면 원추리의 수정을 도와주는 도우미가 호랑나비와 제비나비 같은 대형나비종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꽃의 생김새와 크기는 공진화 해온 곤충과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원추리의 큰 꽃 속에서 제비나비나 호랑나비가 온몸을 다 넣고 꿀을 빠는 모습이 정말 재미있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우리 집 주변에 제비나비가 많아진 것 같은데 아마 원추리 꽃에 꿀을 빨러 온 것 같다. 원추리는 근심을 잊게 해준다 하여 또 다른 이름으로 忘憂草(망우초)라고도 하는데 이 이름에는 슬픈 사연이 담겨있다. 옛날에 어는 형제가 부모를 모두 여의었다. 이 들은 슬픔에 잠겨 하루하루를 눈물로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형은 슬픔을 잊기 위해 엄마아빠의 무덤가에 원추리를 심었지만 동생은 이와 반대로 부모님을 잊지 않으려고 난초를 심었다고 한다. 그 후 세월이 흘러 형은 슬픔을 잊고 열심히 일을 하였지만 동생의 슬픔은 더 깊어졌다. 저승에서 지내고 계시는 부모님도 동생이 안타까웠는지 꿈속에 나타나 이렇게 말했다. “슬픔도 잊을 줄 알아야 한다.” 그 말을 듣고 잠에서 깬 동생은 자기가 심었던 난초를 모두 뽑고 원추리를 심어 슬픔을 잊었다는 이야기이다. 미나리과의 두해살이풀인 사상자도 꽃이 피었다. 작년에 비해 여기저기 사상자 군락이 많이 눈에 띄었다. 사상자라는 이름이 붙은 데에는 이야기가 하나 전해 내려온다. 어느 마을에 괴상한 병이 돌았다. 환자의 땀구멍과 탈구멍에 닭살처럼 까슬까슬한 돌기와 물집이 생겨 몸이 무척 가려운 피부병이었다. 이 피부병에 걸리면 하루종일 긁어대서 시뻘건 피가 흘러도 시원하지 않을 정도 였다. 그리고 이 피부병은 전염이 빨라 환자의 옷을 말할 것도 없고 환자의 가까이 가기만 해도 옮았다. 환자가 긁을 때 떨어진 비듬이나 피부껍질이 날아가 건강한 사람의 몸에 닿으면 곧바로 전염되었다. 며칠 지나지 않아 마을 사람들은 모두 이 피부병에 전염되어 긁어 대기 시작했다. 약이라는 약은 다 발라보아도 전혀 효과가 없었다. 사람들은 의원을 찾아가 가려움이라도 멈추게 하는 약은 없냐고 물었다. 그러기에 의원이 대답하기를 “백 리 밖 바다 한가운데 외딴 섬이 하나 있는데, 듣기로는 그 섬에 잎은 깃털처럼 생겼고 꽃은 우산처럼 생긴 약초가 있답니다. 그약초의 씨를 삶은 물에 목욕을 하면 피부병이 낫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섬에는 온갖 독사들이 득실거려서 지금으로서는 뜯어올 방법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서는 한숨을 푹푹 쉬었다. 그 때 어떤 청년이 자신이 약초를 구해오겠다고 며칠 먹을 식량을 준비하여 뱀섬으로 떠났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소식이 없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다른 청년이 자신이 약초를 구해오겠다면서 배를 타고 떠났다. 하지만 이번에도 소식이 없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모두 약초를 캐오겠다는 생각을 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또 한명의 청년이 자신이 뱀섬에 갔다 오겠다고 했다. 마을 사람들은 말렸지만 청년은 며칠 먹을 양식을 준비하여 마을을 떠났다. 그러나 청년은 곧바로 뱀섬으로 가지 않고 먼저 뱀을 잘 잡는 땅꾼을 찾아갔다. 하지만 그 땅꾼은 자기도 독사는 자신이 없다면서 저 버닷가 높은 산에 사시는 비구니 스님을 찾아가 보라고 했다. 그 비구니 스님은 백 살이 넘었는데 약으로 쓸 뱀의 쓸개를 구하러 뱀섬에 자주 갔다 왔다고 했다. 청년은 암자를 찾아가 비구니 스님께 어떻게 하면 뱀섬에 무사히 다녀올 수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비구니 스님이 뱀은 원래 웅황주를 끔찍이도 싫어하여 웅황주 냄새만 풍겨도 멀리 도망간다고 했다. 청년은 스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산을 내려와 웅황주를 준비하여 뱀섬으로 떠났다. 뱀섬에 도착하자 여러 독사들이 청년을 잡아먹겠다고 달려들었다. 청년은 재빨리 준비해간 웅황주를 솔잎 끝에 묻혀서 뿌렸다. 갑자기 웅황주 냄새를 맡은 독사들은 어쩔 줄을 몰랐다. 도망가는 독사도 있고 죽은 듯 꼼짝 않는 놈도 있었다. 청년은 깃털모양의 잎에 꽃이 우산처럼 생긴 약초를 발견하고 너무나 기뻐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그런데 그 약초위에는 독사 한 마리가 똬리를 틀고 앉아있었다. 청년은 웅황주를 뿌렸다. 그러나 그 독사는 도망칠 생각도 않고 그대로 약초위에 앉아있었다. 가만히 살펴보니 독사는 혀를 날름거리지도 않고 고개를 치켜들지도 않았다. 웅황주에 취한 것이다. 청년은 바로 독사를 밀치고 약초를 캐고 약초의 씨를 따서 자루에 넣었다. 마을사람들은 청년이 살아 돌아 온데다가 약초까지 캐오자 너무 기뻐서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사람들은 그 약초의 씨를 물에 삶아 목욕을 했더니 신통하게도 그 지긋지긋한 피부병이 나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약초를 가까운 산에다가 섬어 버짐과 습진 등 피부병을 치료하는 약으로 사용했다. 청년은 뱀섬에서 그 약초위에 뱀이 똬리를 틀고 앉아 있는 모습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청년은 약초가 독사의 침상 같은 생각이 들어 약초의 이름을 蛇床(사상)에 씨까지 하여 蛇床子(사상자)라고 이름붙였다는 이야기이다. 이 때쯤 타래난초 꽃이 피었다는 생각이 들어 돼지무덤으로 갔다. 타래란 사리어 뭉쳐 놓은 실·노끈 등을 말하는데 꽃이 실타래처럼 감기며 올라가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아니나 다를까 아름다운 타래난초 꽃이 여기저기 피어있었다. 딱 하지 쯤에 꽃이 핀 것 같은데 타래난초는 외떡잎식물 난초목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주로 무덤가나 잔디밭에서 주로 나는 풀인데 수정방식은 꽃가루덩어리를 찾아오는 벌레의 몸에 통째로 붙여버린다. 그리고는 암술 끝에는 접착제를 준비하고 기다리다가 약삭빠르게 꽃가루 덩어리를 떼어낸다. 타래난초는 씨앗을 아주 많이 만든다. 작은 꽃 한 송이가 수만 개 이상의 아주 작은 씨앗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타래난초의 씨앗은 아주 작기 때문에 발아에 필요한 양분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난균이라는 곰팡이를 자기 몸에 기생하도록 한 후 그 균사체로부터 영양분을 빼앗는다. 물론 이 전략은 위험도 있다. 균의 침입을 받으면 자기가 죽을 수도 있으니까······. 도박과 같은 생존전략을 가진 셈이다. 패랭이꽃도 피어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꽃잎의 끝은 뾰족하고 중간에 연갈색 무늬가 새겨져 있는 모습이 정말 예뻤다. 패랭이꽃 역시 타래난초처럼 무덤이나 잔디밭근처에 많이 난다. 그래서 가난한 농민이나 나무꾼들의 사랑을 받던 꽃이다. 포은 정몽주의 선조인 정습명이 패랭이꽃을 주제로 시를 지었다. 석죽화 사람들은 모란의 붉은 빛을 사랑하여 뜰 안 가득 심어서 가꾼다지만 누가 알랴? 풀이 무성한 벌판에도 어여쁘게 피어나는 떨기 꽃이 있다는 것을 그 빛 시골 연못 속의 달에 어리고 그 향기 바람 따라 숲 언덕에 전하네 궁벽한 땅이라 부귀한 이는 적어서 그 아리따운 자태 농부들만 즐긴다네 숲으로 들어가니 지난 망종 때보다 훨씬 더 습기가 차있다. 무성한 수관부는 내리 누르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장마비에 자란 풀들은 숲으로의 접근을 용납하지 않을 기세이다. 여기저기 버섯들이 솟아나 있었다. 역시 장마철은 버섯의 계절이다. 조금 더 걸어가니 멍석딸기가 익어있었다. 하나씩 따서 먹어봤는데 새콤달콤했다. 새들과 곤충 작은 포유류들의 여름식량을 내가 축낸 것이다. 무성했던 인동초 꽃은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뻐꾸기소리가 가까운데서 들렸는데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요즘 버스타러 나가다가 전선줄에 앉아서 우는 뻐꾸기를 자주 본다. 날개를 치켜들고 고함치듯 울대를 울리며 노래하는 것을 보면 묘한 기분이 든다. 자식양육을 다른 새한테 맡겨놓고 자기 정체성을 잊지 말라고 끊임 없이 울어대는 뻐꾸기의 모정을 갸륵하다고 할까 뻔뻔하다고 할까? 뻐꾸기가 탁란하는 새집은 참새, 박새, 붉은머리오목눈이, 개개비 등인데 산에는 붉은머리오목눈이나 박새집일 가능성이 있고 물가에서는 개개비집일 가능성이 있다. 이 주변에 박새가 죽어라고 뻐꾸기 새끼를 부양하는 것을 상상하면서 산에서 내려왔다. |
6월 28일 오늘은 해가 가장 높이 뜬 다는 하지 절기이다. 하지는 해의 에너지가 가장 높을 때이고 지금은 장마철이기 때문에 물도 충분하니 식물들이 무럭무럭 자라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것 같다. 밭에는 오이와 호박이 눈에 띄게 빨리 자라고 있는데 그래서 “장마에 호박 자라듯 한다.” 라는 속담이 생겼나 보다. 이렇게 왕성하게 자라는 식물의 생장력을 바탕으로 곤충들이 대거 발생하는 것은 집주변 풀밭에서 메뚜기, 사마귀 애벌레들이 많이 보이고 봄 형에 비해서 훨씬 큰 여름 형 나비들이 많이 나타나는 것을 통해서 잘 알 수 있다. 이런 하지의 왕성한 자연의 힘을 느끼며 생태관찰을 시작했다. 쥐똥나무는 꽃은 이미 다 지고 아직 익지 않은 초록색 열매를 달려있다. 조금만 있으면 쥐똥만한 크기의 검은 열매로 자랄 것이다. 목련은 벌써 잎눈과 겨울눈이 벌써 많이 자랐다. 열매보다 미리 준비해두는 것을 보면 목련나무의 내년준비가 옹골차다. 그러고 보면 나무들은 오뉴월이 되면 내년준비를 거의 갖추는데 미리 준비하면 걱정이 없다는 것을 진화과정 속에서 터득했나보다. 쑥이 많이 자랐다. 쑥은 국화과의 잡초인데 쑥은 국화과의 식물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풍매화이다. 아마도 쑥은 진화의 한 단계에서 건조하고 추운 환경에서 살았기 때문에 꽃가루를 옮겨줄 벌레가 마땅치 않자 원래 충매화였던 쑥이 풍매화로 다시 되돌아 간 것이다. 쑥이 다른 식물들이 잘 자라지 않는 나대지에서 뭉쳐서 자라는 것이나 쑥의 잎 뒷면에 흰색의 털이 촘촘히 나있는 것은 건조한 환경으로부터 수분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쑥을 밤에 관찰해보면 잎을 전부 닫고 있어 마치 흰 꽃이 핀 것 같은데 이것은 사막과 같은 데서는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추운데 잎을 펴고 있으면 잎의 온도가 내려가기 때문에 잎을 닫아 잎의 온도를 보호하는 생존전략인 것이다. 쑥으로 만든 쑥떡을 먹어보면 보통 떡보다 찰기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쑥의 잎 뒷면에 있는 털이 쌀과 얽혀서 찰기를 만들어 주어 그런 것이다. 나는 쑥인절미를 싫어했는데 2006년 엄마아빠 결혼기념일에 따라가서 어떤 절에 가서 쑥인절미를 사 먹고서는 쑥인절미를 좋아하게 되었다. 쑥은 개척자 식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쑥대밭이라는 말은 쑥의 개척자적 특성을 잘 보여준다. 누구네 집이 황폐화 되었을 때 쑥대밭이라고 하는데 그 집 마당을 쑥들이 점령한 상태를 말한다. 쑥은 농경지나 마당에 한 번 나면 무리지어 세력을 확대해 나간다. 한번 쑥의 무리가 자리를 잡으면 뿌리가 서로 엉키기 때문에 뽑아내기도 힘들다. 이렇게 식생이 파괴되는 곳을 먼저 찾아가 식생을 회복하는 것이 쑥의 생태적인 지위이다. 쑥은 우리나라의 풍습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단군신화이다. 또한 우리조상들이 단오날에 쑥으로 호랑이를 만들어 쑥의 신령스러운 힘으로 잡귀를 쫓아냈다는 풍습과 백성들이 이사를 하면 짐을 싸기 전에 말린 쑥을 집의 네 귀퉁이에서 태워 잡귀를 쫓아내는 풍습이 있다는 것을 볼 때 쑥은 신성한 풀로 존중되었던 것 같다. 쑥은 지혈제로도 사용되며 그 밖에 신경통이나 부인병, 소화불량, 간장질환, 옻독, 풀독, 습진, 독오름, 치통, 편도선이 붓거나 입안의 종기, 빈혈, 요통, 산후통, 숙취, 위장병에 좋다. 섬진 거기에다가 쑥은 강한 알칼리성을 띄고 있어 아토피 같은 피부질환으로 피부가 산성화 된 사람에게는 아주 좋다고 한다. 쑥에는 단군신화가 아닌 다른 이야기가 하나 더 얽혀있다. 옛날에 아내와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효자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어머니가 병에 걸렸다. 효자는 유명한 의원을 찾아 다녔다. 하지만 어머니의 병은 나아지기는커녕 더 악화됬다. 거의 포기하고 있을 무렵에 근처 마을에 당대의 명의가 있다는 소리를 듣고서는 당장 달려갔는데 그 의원이 진맥을 짚어보고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것을 보고서 효자가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의원님” 그러자 의원이 “자네 어머니의 병은 아주 고치기 어려워 이병을 치료할 수 있는 것은 7년 묵은 쑥뿐이라네” 라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듣고서는 효자가 기가 막혀서 물었다. “이 추운 겨울에 어디서 7년 묵은 쑥을 구해 옵니까?” 의원이 그 말을 듣고서는 “내가 뭐라고 했나 아주 고치기 어렵다고 했지 않느냐 자네 어머니의 병을 고칠 수 있는 것은 7년 묵은 쑥뿐이니까 못하겠으면 돌아가게” 하고 냉정하게 말했다. 효자는 “아닙니다. 어딘가에는 분명히 7년 묵은 쑥이 있을 것입니다.” 하고 아내를 찾아가서 사정을 말했다. 그러자 아내는 이 추운 겨울에 어디서 7년 묵은 쑥을 구하나면서 날씨가 좀 따뜻해지면 가라고 극구 말렸다. 하지만 효자는 집을 나가서 전국 방방곳곳을 돌아다니면서 7년 묵은 쑥을 찾아 봤지만 헛수고였다. 세월이 흘러 7년째가 된 날에 돌아 왔는데 그 때 어머니는 죽음을 앞두고 있었다. “어머니 이 불효자식을 용서하세요.” 하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을 때 효자의 머리에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아 7년 전 그해에 쑥을 뿌리 째 캐다가 오늘 이용하면 되었을 것을!” 이라고 말하면서 땅을 치며 후회하였다는 슬픈 이야기이다. 남천 꽃이 피었다. 다른 꽃들은 거의 다 져버린 시기에 원추리와 함께 우리 집 마당을 환히 비춰주고 있다. 아빠께서 우리 집 마당에서 잘 자라나 시험해 보려고 가져다 심었다는데 아주 잘 자라고 있다. 옛날에는 남천잎을 쌀과 섞어 먹으면 흰머리가 다시 검은머리로 돌아간다고 해서 나이들은 사람에게 새해인사를 하러 올 때 열매가 달린 남천가지를 선물했다고 한다. 원추리꽃이 피었다. 속담 중에 원추리 꽃이 피면 장마가 오고 원추리 꽃이 피면 지면 장마가 간다고 했는데 올해에는 장마철이 조금 더 일찍 찾아와서 원추리가 기상대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 밖에도 “밤나무꽃이 지면 장마가 한창이다.” “도라지꽃이 피면 장마가 시작된다.”는 속담에서처럼 밤나무꽃과 도라지꽃 역시 장마철을 알리는 기상예보원 역할을 했다. 원추리의 한자이름은 훤초이다. 원추리라는 이름은 <산림경제>에서 처음 나온다. 원추리의 고유이름은 ‘넘나물’ 또는 ‘엄나물’이다. 그러니까 원추리란 이름은 한자이름 훤초에서 유래되었다고 볼 수 있다. 쉽게 정리하자면 훤초>원초>원추>원추리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동처풍토기>에 의하면 애를 밴 부인이 이 꽃을 패용하면 아들을 낳는다고 했는데 이 때의 꽃은 꽃봉오리를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이 꽃의 꽃봉오리가 영락없는 사내아이의 고추를 닮았기 때문이다. 원추리의 꽃은 참 큰데 원추리 꽃이 왜 그렇게 크냐하면 원추리의 수정을 도와주는 도우미가 호랑나비와 제비나비 같은 대형나비종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꽃의 생김새와 크기는 공진화 해온 곤충과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원추리의 큰 꽃 속에서 제비나비나 호랑나비가 온몸을 다 넣고 꿀을 빠는 모습이 정말 재미있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우리 집 주변에 제비나비가 많아진 것 같은데 아마 원추리 꽃에 꿀을 빨러 온 것 같다. 원추리는 근심을 잊게 해준다 하여 또 다른 이름으로 忘憂草(망우초)라고도 하는데 이 이름에는 슬픈 사연이 담겨있다. 옛날에 어는 형제가 부모를 모두 여의었다. 이 들은 슬픔에 잠겨 하루하루를 눈물로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형은 슬픔을 잊기 위해 엄마아빠의 무덤가에 원추리를 심었지만 동생은 이와 반대로 부모님을 잊지 않으려고 난초를 심었다고 한다. 그 후 세월이 흘러 형은 슬픔을 잊고 열심히 일을 하였지만 동생의 슬픔은 더 깊어졌다. 저승에서 지내고 계시는 부모님도 동생이 안타까웠는지 꿈속에 나타나 이렇게 말했다. “슬픔도 잊을 줄 알아야 한다.” 그 말을 듣고 잠에서 깬 동생은 자기가 심었던 난초를 모두 뽑고 원추리를 심어 슬픔을 잊었다는 이야기이다. 미나리과의 두해살이풀인 사상자도 꽃이 피었다. 작년에 비해 여기저기 사상자 군락이 많이 눈에 띄었다. 사상자라는 이름이 붙은 데에는 이야기가 하나 전해 내려온다. 어느 마을에 괴상한 병이 돌았다. 환자의 땀구멍과 탈구멍에 닭살처럼 까슬까슬한 돌기와 물집이 생겨 몸이 무척 가려운 피부병이었다. 이 피부병에 걸리면 하루종일 긁어대서 시뻘건 피가 흘러도 시원하지 않을 정도 였다. 그리고 이 피부병은 전염이 빨라 환자의 옷을 말할 것도 없고 환자의 가까이 가기만 해도 옮았다. 환자가 긁을 때 떨어진 비듬이나 피부껍질이 날아가 건강한 사람의 몸에 닿으면 곧바로 전염되었다. 며칠 지나지 않아 마을 사람들은 모두 이 피부병에 전염되어 긁어 대기 시작했다. 약이라는 약은 다 발라보아도 전혀 효과가 없었다. 사람들은 의원을 찾아가 가려움이라도 멈추게 하는 약은 없냐고 물었다. 그러기에 의원이 대답하기를 “백 리 밖 바다 한가운데 외딴 섬이 하나 있는데, 듣기로는 그 섬에 잎은 깃털처럼 생겼고 꽃은 우산처럼 생긴 약초가 있답니다. 그약초의 씨를 삶은 물에 목욕을 하면 피부병이 낫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섬에는 온갖 독사들이 득실거려서 지금으로서는 뜯어올 방법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서는 한숨을 푹푹 쉬었다. 그 때 어떤 청년이 자신이 약초를 구해오겠다고 며칠 먹을 식량을 준비하여 뱀섬으로 떠났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소식이 없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다른 청년이 자신이 약초를 구해오겠다면서 배를 타고 떠났다. 하지만 이번에도 소식이 없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모두 약초를 캐오겠다는 생각을 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또 한명의 청년이 자신이 뱀섬에 갔다 오겠다고 했다. 마을 사람들은 말렸지만 청년은 며칠 먹을 양식을 준비하여 마을을 떠났다. 그러나 청년은 곧바로 뱀섬으로 가지 않고 먼저 뱀을 잘 잡는 땅꾼을 찾아갔다. 하지만 그 땅꾼은 자기도 독사는 자신이 없다면서 저 버닷가 높은 산에 사시는 비구니 스님을 찾아가 보라고 했다. 그 비구니 스님은 백 살이 넘었는데 약으로 쓸 뱀의 쓸개를 구하러 뱀섬에 자주 갔다 왔다고 했다. 청년은 암자를 찾아가 비구니 스님께 어떻게 하면 뱀섬에 무사히 다녀올 수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비구니 스님이 뱀은 원래 웅황주를 끔찍이도 싫어하여 웅황주 냄새만 풍겨도 멀리 도망간다고 했다. 청년은 스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산을 내려와 웅황주를 준비하여 뱀섬으로 떠났다. 뱀섬에 도착하자 여러 독사들이 청년을 잡아먹겠다고 달려들었다. 청년은 재빨리 준비해간 웅황주를 솔잎 끝에 묻혀서 뿌렸다. 갑자기 웅황주 냄새를 맡은 독사들은 어쩔 줄을 몰랐다. 도망가는 독사도 있고 죽은 듯 꼼짝 않는 놈도 있었다. 청년은 깃털모양의 잎에 꽃이 우산처럼 생긴 약초를 발견하고 너무나 기뻐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그런데 그 약초위에는 독사 한 마리가 똬리를 틀고 앉아있었다. 청년은 웅황주를 뿌렸다. 그러나 그 독사는 도망칠 생각도 않고 그대로 약초위에 앉아있었다. 가만히 살펴보니 독사는 혀를 날름거리지도 않고 고개를 치켜들지도 않았다. 웅황주에 취한 것이다. 청년은 바로 독사를 밀치고 약초를 캐고 약초의 씨를 따서 자루에 넣었다. 마을사람들은 청년이 살아 돌아 온데다가 약초까지 캐오자 너무 기뻐서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사람들은 그 약초의 씨를 물에 삶아 목욕을 했더니 신통하게도 그 지긋지긋한 피부병이 나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약초를 가까운 산에다가 섬어 버짐과 습진 등 피부병을 치료하는 약으로 사용했다. 청년은 뱀섬에서 그 약초위에 뱀이 똬리를 틀고 앉아 있는 모습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청년은 약초가 독사의 침상 같은 생각이 들어 약초의 이름을 蛇床(사상)에 씨까지 하여 蛇床子(사상자)라고 이름붙였다는 이야기이다. 이 때쯤 타래난초 꽃이 피었다는 생각이 들어 돼지무덤으로 갔다. 타래란 사리어 뭉쳐 놓은 실·노끈 등을 말하는데 꽃이 실타래처럼 감기며 올라가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아니나 다를까 아름다운 타래난초 꽃이 여기저기 피어있었다. 딱 하지 쯤에 꽃이 핀 것 같은데 타래난초는 외떡잎식물 난초목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주로 무덤가나 잔디밭에서 주로 나는 풀인데 수정방식은 꽃가루덩어리를 찾아오는 벌레의 몸에 통째로 붙여버린다. 그리고는 암술 끝에는 접착제를 준비하고 기다리다가 약삭빠르게 꽃가루 덩어리를 떼어낸다. 타래난초는 씨앗을 아주 많이 만든다. 작은 꽃 한 송이가 수만 개 이상의 아주 작은 씨앗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타래난초의 씨앗은 아주 작기 때문에 발아에 필요한 양분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난균이라는 곰팡이를 자기 몸에 기생하도록 한 후 그 균사체로부터 영양분을 빼앗는다. 물론 이 전략은 위험도 있다. 균의 침입을 받으면 자기가 죽을 수도 있으니까······. 도박과 같은 생존전략을 가진 셈이다. 패랭이꽃도 피어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꽃잎의 끝은 뾰족하고 중간에 연갈색 무늬가 새겨져 있는 모습이 정말 예뻤다. 패랭이꽃 역시 타래난초처럼 무덤이나 잔디밭근처에 많이 난다. 그래서 가난한 농민이나 나무꾼들의 사랑을 받던 꽃이다. 포은 정몽주의 선조인 정습명이 패랭이꽃을 주제로 시를 지었다. 석죽화 사람들은 모란의 붉은 빛을 사랑하여 뜰 안 가득 심어서 가꾼다지만 누가 알랴? 풀이 무성한 벌판에도 어여쁘게 피어나는 떨기 꽃이 있다는 것을 그 빛 시골 연못 속의 달에 어리고 그 향기 바람 따라 숲 언덕에 전하네 궁벽한 땅이라 부귀한 이는 적어서 그 아리따운 자태 농부들만 즐긴다네 숲으로 들어가니 지난 망종 때보다 훨씬 더 습기가 차있다. 무성한 수관부는 내리 누르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장마비에 자란 풀들은 숲으로의 접근을 용납하지 않을 기세이다. 여기저기 버섯들이 솟아나 있었다. 역시 장마철은 버섯의 계절이다. 조금 더 걸어가니 멍석딸기가 익어있었다. 하나씩 따서 먹어봤는데 새콤달콤했다. 새들과 곤충 작은 포유류들의 여름식량을 내가 축낸 것이다. 무성했던 인동초 꽃은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뻐꾸기소리가 가까운데서 들렸는데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요즘 버스타러 나가다가 전선줄에 앉아서 우는 뻐꾸기를 자주 본다. 날개를 치켜들고 고함치듯 울대를 울리며 노래하는 것을 보면 묘한 기분이 든다. 자식양육을 다른 새한테 맡겨놓고 자기 정체성을 잊지 말라고 끊임 없이 울어대는 뻐꾸기의 모정을 갸륵하다고 할까 뻔뻔하다고 할까? 뻐꾸기가 탁란하는 새집은 참새, 박새, 붉은머리오목눈이, 개개비 등인데 산에는 붉은머리오목눈이나 박새집일 가능성이 있고 물가에서는 개개비집일 가능성이 있다. 이 주변에 박새가 죽어라고 뻐꾸기 새끼를 부양하는 것을 상상하면서 산에서 내려왔다. |
6얼 22일 하지이다. 오늘은 1년 가운데 낮이 가장 길고 밤이 가장 짧은 날이다. 규표를 세워놓고 해의 그림자를 1년 동안 재면 겨울에는 길어지고 여름에는 짧아진다. 동지는 겨울에 그 그림자가 가장 길 때이고 여름은 가장 짧을 때 이다. 우리나라 명절 가운데에는 보름이 많은데 이는 달을 모시는 날이었고 정월 초하루 3월 삼짇날 5월 단오는 태양신에 대한 의례를 행하는 날이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1, 2, 3 으로 이어지는 수에서 홀수는 남성의 수, 짝수는 여성의 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건물이나 탑처럼 하늘로 올라가는 것은 남성적인 것을 상징하고 남성적인 숫자로 표현했다. 또 땅은 여성적인 측면으로 이해되기 때문에 평면은 당연히 짝수로 표현되는 것이 당시 사람들의 상징체계와 걸맞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탑을 볼 때 층수는 3,5,7,9등 홀수로 이어지고 평면은 4각,8각등 짝수로 이어지는 것은 이러한 까닭이다. 그런데 이러한 수의 상징은 우리 문화만의 특징은 아니다. 만물의 근원은 수라고 한 피타고라스는 ‘홀수는 선하고 곧바르고 하늘의 성질을 가진 남성의 수이고, 짝수는 악하고 구부러지고 땅의 성질을 가진 여성의 수’라고 말했다. 그리고 피타고라스의 영향을 받은 플라톤도 ‘홀수는 천상의 수로서 성스럽고 행복을 가져오고, 짝수는 지상의 수로서 불행과 세속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양과 서양을 막론하고 홀수는 남성의 수였고 이러한 상징체계는 역법에도 적용되어 홀수가 두 번 겹치면 성스러운 날, 생명력이 넘치는 날로 의미가 부여됩니다. 1월 1일, 3월 3일, 5월 5일, 7월 7일, 9월 9일을 양이 겹친 날이라고 해서 중양절이라고 하고, 그 날을 명절로 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서양의 경우 태양과 관련된 의례는 동지, 춘분, 하지였는데 왜 동양은 하지에 의례가 없고 단오에 의례가 행해질까? 5라는 것은 남성의 수일뿐 아니라 정오를 나타내는 한자말 ‘오’의 뜻과도 연결되어 하늘 한가운데 떠 있는 태양을 상징한다. 단오의 다른 이름 가운데 천중절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것은 해가 하늘 가운데 즉 가장 높이 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해가 하늘 한가운데 오는 날은 하지이다. 단오는 하지절기에 걸리기는 하지만 하지보다 좀 이른 경우가 보통이다. 올해도 단오는 하지 3일 전이다. 그런데 단오를 천중절이라고 한 것은 해가 하늘 한가운데 온다는 실제 관측 사실보다는 숫자에 부여한 상징적 의미가 사람들에게 훨씬 더 강한 문화적 영향력을 미쳤기 때문일까? 단오는 태양이 1년 중 가장 생명력이 넘치는 날이다. 이렇게 태양의 힘이 왕성하므로 만물 또한 번성하고 성장한다. 여기에 맞춰서 만물의 성장을 기원하는 의례를 행한다. 단오에 사람들은 태양신의 또 다른 모습인 산신에게 제사를 지내고 남자들은 씨름 여자들은 그네뛰기를 한다. 씨름은 해가 가장 높이 떠있는 정오에 한다. 1년 중 가장 높이 떠있는 태양 밑에서 남성적 에너지가 넘치는 씨름을 한다는 것은 태양이 에너지를 공동체와 농작물의 성장에 활용하려는 것이다. 여성들은 그네뛰기를 했다. 그네뛰기는 여성의 놀이 가운데 가장 많이 비트는 놀이이고, 하늘을 향해 치솟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한 행위 자체가 여성적 에너지를 고조시키면서 최고조에 달한 남성적 에너지를 받아들여서 음양화합을 이루는 것을 상징한다. 또한 5월 단오전후에 쑥을 캐서 말리는 것은 이 때가 태양에너지를 가장 많이 받아 약효가 높기 때문이라고 본 것이다. 우리의 단오풍속은 서양의 하지축제 풍습과 비슷한 것 같다. 옛날 북유럽에 있었던 하지축제에 대한 기록을 보면 그 때 아홉 가지 나무를 하고, 동네광장에 세운다음 불을 붙인다. 그리고 그 불에 쑥등 약초들을 던진다. 그리고 그 둘레에서 춤을 추는데 우리와 닮은 것은 게르만 족도 하지 전후에 쑥을 채취했다는 것이다. 게르만 족은 약초 가지고 있는 약효를 그 약초안에 요정이나 여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믿었다. 예를 들면 쑥이 약효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르테미스 여신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것이고, 그것은 쑥의 속명이 ‘아르테미시아’라고 하는 것에서도 잘 알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기독교로 가면 요하네스 약초라고 바뀐다. 약초를 통한 치료가 효과가 있는 상태에서 기존의 신앙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으니까 그것을 기독교적인 의미로 바꾼 것이다. 우리나라도 단오날 정오에 캐는 쑥이 약효가 좋다고 했다. 단오 이전에 캐면 약효가 별로 없고, 단오 이후에 캐면 독소가 많다고 믿었다. 이것은 쑥이 장일식물이고 하지가 지나면 성장을 멈추고 리그닌이나 헤미셀룰로오스와 같이 목질을 이루는 성분을 축적하는 것에 대한 생태적 지혜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면 단오를 포함한 하지전후에는 어떤 일을 할까? 밭농사에는 보리를 급히 거두어들이고 그루갈이로 우선 콩이나 팥을 심고 그 다음에는 기장, 조를 그 뒤에는 녹두를 심고 들깨를 모종한다. 목화밭의 김을 매는 것도 이 때하는 일이다. 벼농사는 늦벼의 모를 낸다. 이렇게 농사에 바쁜 때이다 보니 속담역시 많을 뿐만 아니라 그 뜻이 절실하다. 우선 이 때 한참 모심기를 할 때이므로 가장 중요한 것이 물이다. 이와 관련된 속담으로는 “ 하지에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 “단오에 물 잡으면 농사 다 짓는다.”가 있다. 하지 전인 단오까지 논에 물이 차있으면 논매기 할때까지 여유가 있는데 이때 까지 비가 오지 않으면 농사를 망칠 가능성이 있으므로 마을 전체가 긴장하게 된다. 그래서 기우제를 지내는데 우리동네에는 아주머니들이 둥그레봉 정상에 올라서 솥을 뒤집어쓰고 춤을 추었다고 한다. 그래도 비가 오지 않으면 금강에 가서 키로 물을 떠서 뿌리는 방식으로 기우제를 지냈다고 하는데 이 쯤 되면 장마철이 되기 때문에 웬만하면 비가 왔다고 한다. 옛날 사람들은 장마를 어떻게 예측했을까? 어떤 꽃들이 오늘날 기상대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것을 알수 있는 것이 다음과 같은 속담이다. “밤꽃이 질 때면 장마가 시작된다.” “원추리꽃이 피면 장마가 오고, 꽃이 지면 장마도 간다.” 이 때는 1년중 가장 바쁠 때라 마음도 바쁘고 동네사람들하고 다툴 가능성도 많다.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기위한 지혜를 담은 속담도 있다. “오뉴월에는 발등에 오줌 싸기도 바쁘다.” “하지가 지나면 발을 물에 담그고 산다.” “하지가 지나면 오전에 심은 모와 오후에 심은 모가 다르다.” “오뉴월 발바닥이 사흘만 뜨거우면 가만히 누워서 먹는다.” “오뉴월 품앗이는 당일로 갚으랬다.” “오뉴월 품앗이도 순서가 있다.” 발등에 오줌 싸기도 바쁘고 발을 물에 담그고 살아야할 정도로 바쁠 때 오뉴월 발바닥이 4일만 뜨거우면 가만히 누워먹는다는 말로 스스로를 달랬고 품앗이를 순서를 어기거나 미루지 않으므로서 갈등을 방지했다. 하지에 하늘한가운데에 뜨는 별자리는 항수이다. 항수는 동방청롱의 목자리에 해당하는 별자리이다. 하늘에서 항수를 찾으려면 먼저 청룡의 뿔자리인 각수를 찾아야 한다. 북두칠성의 손잡이 곡선을 따라가면 밝은 별을 두개 만나는데 첫 번째 별이 대각성이고 그 다음이 각수이다. 이 각수에서 동쪽으로 몇도가면 마치 꺽음쇠 같은 모양의 항수를 찾을 수 있다. 천문류초에는 항수가 하늘에서 돌림병을 다스리는 일을 한다고 적혀있다. 그래서 항수가 밝으면 백성들이 질병이 없게 되지만 항이 움직이거나 별빛이 흐리면 질병이 창궐하고 가뭄과 수해로 인한 피해를 보게 된다고 한다. 내생각에도 별이 인간의 운명을 알려준다고 믿는다면 이제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 되고 장마와 돌림병이 걱정되는 시기에 하늘높이 떠오른 항수가 그러한 일을 관장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 서양에서는 각수와 함께 처녀 별자리에 해당한다. 처녀자리는 날개를 달고 오른손에는 종려나무잎새 왼손에는 밀을 들고 황도를 따라 길~게 누워있는 모습이다. 이 처녀자리는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문명시기부터 대지와 곡식의 여신으로 여겨저 왔다. 바빌로니아에서는 아름다움과 전쟁의 여신이면서 인간에게 풍작도 가져다주는 이슈타르를 나타내고 (그리스 로마신화에서 아프로디테와 아테나 데메테르의 합본판이네) 그리스에서는 초기에는 이집트의 이시스여신과 동일시했다. 그러나 후기에 오면 데메테르의 딸인 페르세포네로 여겼다. 그런데 로마시대에 오면 이별자리를 케레스(데메테르)라고 여겼다. 인도에서는 처녀자리가 크리슈나신의 어머니 카냐로 알려졌는데 이 여신은 불을 마주하고 있는 모습이 특징이다. 기독교에서는 처녀자리를 성모마리아와 동일시했다. 가장 밝은별인 스피카는 어머니 팔에 안긴 신의아들 즉 예수였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피에타가 생각난다. 이별자리에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는데 가장 잘 알려진 것이 페르세포네의 이야기이다. 어느 맑게 개인 가을날 지하세계 즉 지옥의 왕인 하데스가 산책을 나왔다. 하데스는 마침 그곳에서 꽃을 구경하고 있는 페르세포네를 보고 한눈에 반해서 땅이 갈라진 틈을 통해 자신의 나라인 지하세계로 페르세포네를 납치해서 강제로 자기 아내로 삼았는데 페르세포네는 항상 땅위를 그리워 했다. 한편 페르세포네를 유독 사랑했던 데메테르는 슬픔에 빠져 땅을 돌보지 않아 대지가 많이 황폐해졌다. 제우스는 대지가 더 이상 방관할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형이자 지하세계의 왕인 하데스를 함부로 대할수 없어서 둘을 화해시키는 방법을 썼다. 결국 제우스의 중재로 페르세포네는 1년의 반은 지하세계에서 보내고 또 1년의 반은 지상에서 보내기로 하였다. 그렇게 되서 페르세포네는 매년 봄이면 하늘의 별자리가 되어 지하세계로부터 동쪽하늘로 올라오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
6월 8일 오늘은 보리가 익어가고 본격적으로 여름이 시작된다는 망종이다. 예전에는 우리동네에도 보리를 많이 심어 들판이 누렇고 이 때 쯤 되면 수확하기 바빴고 한 쪽에서는 보리를 베고 바로 논을 갈고 모심는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는 보리농사를 짓는 집이 하나도 없어 그 풍경을 확인할 길이 없다. 모도 이미 소만절기 중에 다 심어서 모를 심지 않은 논을 발견할 래야 발견할 수가 없다. 벼는 우리문화를 만들어온 문명의 작물이지만 원래 산지는 중국남부나 인도로 알려지고 있다. 열대나 아열대 지방에서 온 작물이다 보니 여름이 되어야 생육조건이 되기 때문에 이 시기가 이렇게 바쁜 것이다. 그런데 콩은 우리나라가 원산지인데 왜 벼를 심는 시기와 비슷할까? 감꽃이 피면 올콩을 심고 감꽃이 지면 콩나물 콩을 심는다고 했는데 감꽃이 진 지 얼마 안돼 콩나물을 심을 때라 작은엄마는 친정으로 갔다. 오묘한 자연의 조화인데 그러면 우리 뒷산의 생태는 망종에 어떤 변화를 보여줄까? 우리 집 옆에 쥐똥나무 꽃은 아직 피어있지만 색이 조금 바랬다. 하지만 여전히 쥐똥나무 사이에는 꿀벌들이 윙윙대며 부지런하게 꿀을 모으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쥐똥같이 생긴 열매가 열리겠지 기대된다. 해당화의 꽃잎은 완전히 졌는데 열매는 벌써 구슬보다 더 크게 자라있었다. 해당화는 정말 여러 용도로 쓰이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해당화는 향수의 원료가 되기도 하고 향수 대신 향기가 나는 주머니(향낭)을 만드는데도 쓰이고 꽃잎은 말려서 술이나 차를 담그는데 쓰인다는 것이다. 한방에서는 해당화의 뿌리를 약으로 쓰는데 치통과 관절염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꽃은 수렴, 지혈, 설사 및 진통을 멈추는데 쓰인다고 한다. 그리고 요즘에는 신경통에 좋다는 소문이 돌아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해당화들이 뿌리째 뽑혀나가는 상황이라고 하니 정말 안타깝기 그지없다. 해당화의 다른 이름은 睡花(잠든 꽃)인데 이런 이름이 붙은 데에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중국 고서에 보면 옛날 당나라 현종황제가 어느 봄날 즐겨 찾던 심향정이라는 정자에 가서 화창한 봄날의 경치를 즐기고 있었는데 이 좋은 광경을 혼자보기 아까워 평소에 아주 예뻐했던 양귀비를 불러오라고 신하에게 속히 명하였는데 신하가 양귀비를 찾았을 때 양귀비는 약간 술에 취해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황제의 부르심이라는 말에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는데 술과 잠이 덜 깨서 다리가 후들후들 거려 도저히 걸을 수가 없어 시녀의 부축을 받고 간신히 심향정에 도착했는데 현종황제는 양귀비의 백옥 같은 볼이 약간 붉은빛을 띠고 있는 것을 보고 현종황제가 “그대는 아직도 잠에 취해 있는고?” 하고 물었는데 양귀비는 “해당화의 잠이 아직 깨지 않았습니다.” 라고 대답했더니 그 대답에 현종황제는 “그대는 정말 해당화로다.” 하고 파안대소를 했는데 이 때부터 해당화를 잠든 꽃 수화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중국 오악중 하나인 화산에 있는 화청궁에 양귀비가 목욕하던 탕을 보면 해당화 꽃처럼 생겼고 이름도 해당탕인데 이런 것을 보면 양귀비는 해당화를 아주 좋아했나 보다. 앵두가 빨갛게 익었다. 그 동안 앵두가 별로 열리지 않아서 집안 식구들의 원망이 많았는데 앵두나무가 그 것을 만회하려는지 아주 알이 굵은 열매를 가지마다 주렁주렁 매달아 놓았다. 지난 입하 절기에는 오디가 절정이었는데 이번 망종은 앵두의 계절이 되었다. 솔뫼는 나갈 때마다 몇 개 씩 따달라고 하고 손님들이 와도 앵두나무 밑으로 모여든다. 채희도 우리집에 와서 앵두를 몇 개 따먹었는데 아주 맛있었다고 했다. 엄마는 앵두를 따서 앵두에 녹말가루를 섞어서 앵두편을 만든다고 하셨다. 탱자열매는 잘 자라서 큰 방울토마토 만한데 아직도 호랑나비애벌레가 보이지 않는다. 올해 호랑나비생태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 걸까 걱정된다. 산딸나무는 아직 한창인데 무주 적상산에 갔다온 아버지 말을 들어보면 해발 1000M 가까운곳에 피어있는 꽃들은 대다수 산딸나무였다고 한다. 그리고 쥐똥나무는 이제 색이 바래서 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때가 되니 새로운 친구가 이제 찾아오려고 하고 있다. 그 친구는 바로 접시꽃과 남천꽃인데 앞으로 며칠만 있으면 필 것 같다. 남천의 열매는 해당화랑 같은 시기인 9~10월에 익는데 남천의 빨간 열매는 해당화열매와 같이 우리 집 마당을 등불처럼 환히 비춰줄 것이다. 접시꽃은 꽃의 생김새가 접시를 닮아서 붙은 이름이라고 들었는데 사실은 열매가 오목한 접시처럼 생긴데서 나온 이름이라고 한다. 우리 집의 첫 번째 여름 손님이다. 원래 우리나라가 원산지는 아니고 중국에서 들여왔는데 신라말기 고운 최치원의 시에 접시꽃이 나오는 것을 보면 들어온 지가 아주 오래 된 것이다. 달래가 자라는 곳을 보면 낮은 언덕이나 산 가장자리 밭두렁 등 햇빛이 많이 드는 곳에서 자라고 기온이 25도 이상 올라가면 줄기와 잎이 말라죽는 특징을 가지고 있고 긴 꽃줄기 끝에서 여러 개 나와 우산살처럼 펼쳐지는 산형꽃차례이다. 붉은 빛이 도는 흰색인데 자주색으로 바뀐다. 꽃줄기가 거의 솔뫼 키 만큼 큰데 이는 5~6월에 익는 작고 둥글며 검은 씨앗들을 멀리 보내기 위한 것이다. 밤나무꽃이 활짝 피었다. 수꽃은 긴 꼬리 같은 이삭에 달리고 바로 그 밑을 보면 밤송이 같은 암꽃이 2~3개 달려있다. 암꽃이 훨씬 큰데 바로 여기에서 밤송이가 생겨나는 것이다. 밤나무냄새는 멀리서 맡아도 지독한데 가까이서 맡으니 속이 매스꺼웠다. 밤꽃의 냄새는 남자의 정자냄새 비슷하다고 한다. 그래서 예전에는 밤꽃이 필 때면 혼자된 아줌마들의 마음이 싱숭생숭해졌다고 한다. 산길로 접어드니 소만절기 때 보다 훨씬 더 무성했다. 망초와 산억새, 속털개밀은 벌써 내 키만큼이나 자라있었는데 산길을 침범해서 걷기가 불편했다. 숲은 전체적으로 음습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풀벌레 소리가 본격적으로 들리기 시작한다. 망종이 되면 우리 뒷산에 찾아오는 친구가 있는데 노루발풀과 매화노루발풀이다. 아빠가 다른 산에서 옮겨 심었는데 지금은 산의 곳곳에서 자라고 있다. 세어보니 둘 다 꽃잎이 4개 이고 수술은 10개였다. 수술이 같다는 것은 가까운 친척이라는 것을 말해주는데 수술을 통해 식물의 분류를 시도한 학자가 유명한 칼 린네이다. 린네가 암술과 수술의 기능을 밝히자 유럽의 종교인과 점잖은 척하는 사람들이 난리가 났다고 한다. 암술하나에 수술 10개라면 한 여성이 자기 침대에서 10명의 남자와 동침하는 것이니 얼마나 음란하냐는 것 이었다. 대다수 식물들이 자가 수분을 안 하는 것을 몰랐나 보다. 인동초 꽃은 뒷산 곳곳에서 꽃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인동초라는 말은 어려운 겨울을 이겨내고 피는 꽃이라는 뜻인데 대다수 식물들이 겨울을 이겨내고 봄에 싹을 내고 꽃을 피우는데 왜 이꽃에만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지금 겨울에 로제트상태로 지내는 풀들은 거의 대다수가 귀화 식물이다. 따라서 침엽수를 제외한 대다수나무와 풀들은 잎새를 떨어뜨리는데 우리가 사는 냉온대중부 기후에서 인동초만이 넓은 잎새를 떨어뜨리지 않고 겨울을 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고 생각된다. 일본에서는 인동초꽃으로 담근 술을 금은화주라고 하는데 우리집에서도 인동초의 흰꽃, 노란꽃을 따서 금은화주를 담았다. 바구니에 담긴 흰꽃과 노란꽃들이 아주 예뻤는데 술단지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았다. 인동초가 금은화라고 불린데는 이야기가 하나 전한다. 옛날 중국에 한 착한부부가 살고있었는데 그 부부한테는 금화와 은화라는 쌍둥이 딸이 있었다. 금화와 은화는 아주 우애가 좋아 죽을 때도 한무덤에 묻히자고 약속하였다. 그 둘이 시집갈 나이가 될 무렵에 그 마을에 전염병이 돌았다. 언니 금화도 전염병에 걸리고 말았다. 동생인 은화는 금화를 지극정성으로 간호했지만 금화는 계속 약해져 갔고 은화도 같은 병으로 눕게 됐다. 두 자매는 죽을 날이 가까워서 부모님께 유언하기를 우리가 죽으면 약초로 다시 태어나서 우리와 같은 병으로 죽는 사람이 없게 하겠다고 했다. 소원대로 그 둘은 같은 무덤에 묻혔는데 이듬해 봄에 무덤에서 가느다란 덩굴이 하나 자라났다. 덩굴은 해가 갈수로 무성해져 갔는데 어느 해 여름이 되자 은색꽃과 금색꽃이 뒤섞여 피어났다. 사람들은 금화와 은화의 혼이 꽃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해서 금은화라 부르고 그 전염병의 약으로 쓰게 됬다는 이야기이다. 지난 소만 때는 인대가 늘어나서 아빠가 오디 따는 곳을 가보지 못해 안타까웠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빠가 오디 따는 곳을 꼭 확인해 보고 싶었다. 가보니까 한 두군데가 아니고 한 7군데 정도 되었다. 우리집 뒷산을 처음으로 한바퀴를 빙 돌면서 확인한 셈이다. 나무마다 오디를 맛보면서 갔는데 그중하나는 너무 달아서 쓴맛이 생길 정도였다. 아빠는 어디에 오디가 있는지 어떤 나무에서 오디가 먼저 열리고 있는지 다 알고 계셨다. 내년에는 나도 아빠를 따라다니면서 오디를 따서 같이 효소를 만들어 보고 싶다. 상수리나무에서 거위벌레를 또다시 보았다. 거위벌레를 관찰하다가 상수리나무잎새를 실수로 건드렸는데 그대로 툭하고 떨어져버려서 바닥을 다 뒤져 찾아냈는데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 날아가 버렸다. 그런데 거위벌레는 왜 거위벌레일까 거위처럼 목이 길다고 해서 거위벌레인가? 내가 보기에는 거위벌레가 진짜 거위만하면 상대적으로 목이 더 길을 텐데 그렇다면 기린벌레가 더 낳을 텐데 산중턱에 있는 썩은 참나무 껍질을 들쳐봤는데 흰색벌레들이 우글우글 거렸다. 몸보다는 배가 더 길었고 생김새는 개미 비슷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개미와는 조금 달랐다. 이게 말로만 듣던 흰개미인가 보다. 내가 나무껍질을 들춰서 집을 부수는 바람에 흰개미들이 아주 혼란스러워 했는데 그 때는 정말 미안했다. 그 흰개미들은 나무속을 다 뚫어 놓았나 보다. 이렇게 쓰러진 나무를 분해해서 다른 식물들이 활용할 영양분으로 바꾸는 일을 하는 흰개미는 우리뒷산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이다. 망종의 식물들이 이 뜨거운 햇빛아래에서 한참 열매와 겨울눈을 키워가고 있을 때 곤충들도 바쁘다. |
6월 8일 오늘은 보리가 익어가고 본격적으로 여름이 시작된다는 망종이다. 예전에는 우리동네에도 보리를 많이 심어 들판이 누렇고 이 때 쯤 되면 수확하기 바빴고 한 쪽에서는 보리를 베고 바로 논을 갈고 모심는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는 보리농사를 짓는 집이 하나도 없어 그 풍경을 확인할 길이 없다. 모도 이미 소만절기 중에 다 심어서 모를 심지 않은 논을 발견할 래야 발견할 수가 없다. 벼는 우리문화를 만들어온 문명의 작물이지만 원래 산지는 중국남부나 인도로 알려지고 있다. 열대나 아열대 지방에서 온 작물이다 보니 여름이 되어야 생육조건이 되기 때문에 이 시기가 이렇게 바쁜 것이다. 그런데 콩은 우리나라가 원산지인데 왜 벼를 심는 시기와 비슷할까? 감꽃이 피면 올콩을 심고 감꽃이 지면 콩나물 콩을 심는다고 했는데 감꽃이 진 지 얼마 안돼 콩나물을 심을 때라 작은엄마는 친정으로 갔다. 오묘한 자연의 조화인데 그러면 우리 뒷산의 생태는 망종에 어떤 변화를 보여줄까? 우리 집 옆에 쥐똥나무 꽃은 아직 피어있지만 색이 조금 바랬다. 하지만 여전히 쥐똥나무 사이에는 꿀벌들이 윙윙대며 부지런하게 꿀을 모으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쥐똥같이 생긴 열매가 열리겠지 기대된다. 해당화의 꽃잎은 완전히 졌는데 열매는 벌써 구슬보다 더 크게 자라있었다. 해당화는 정말 여러 용도로 쓰이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해당화는 향수의 원료가 되기도 하고 향수 대신 향기가 나는 주머니(향낭)을 만드는데도 쓰이고 꽃잎은 말려서 술이나 차를 담그는데 쓰인다는 것이다. 한방에서는 해당화의 뿌리를 약으로 쓰는데 치통과 관절염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꽃은 수렴, 지혈, 설사 및 진통을 멈추는데 쓰인다고 한다. 그리고 요즘에는 신경통에 좋다는 소문이 돌아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해당화들이 뿌리째 뽑혀나가는 상황이라고 하니 정말 안타깝기 그지없다. 해당화의 다른 이름은 睡花(잠든 꽃)인데 이런 이름이 붙은 데에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중국 고서에 보면 옛날 당나라 현종황제가 어느 봄날 즐겨 찾던 심향정이라는 정자에 가서 화창한 봄날의 경치를 즐기고 있었는데 이 좋은 광경을 혼자보기 아까워 평소에 아주 예뻐했던 양귀비를 불러오라고 신하에게 속히 명하였는데 신하가 양귀비를 찾았을 때 양귀비는 약간 술에 취해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황제의 부르심이라는 말에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는데 술과 잠이 덜 깨서 다리가 후들후들 거려 도저히 걸을 수가 없어 시녀의 부축을 받고 간신히 심향정에 도착했는데 현종황제는 양귀비의 백옥 같은 볼이 약간 붉은빛을 띠고 있는 것을 보고 현종황제가 “그대는 아직도 잠에 취해 있는고?” 하고 물었는데 양귀비는 “해당화의 잠이 아직 깨지 않았습니다.” 라고 대답했더니 그 대답에 현종황제는 “그대는 정말 해당화로다.” 하고 파안대소를 했는데 이 때부터 해당화를 잠든 꽃 수화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중국 오악중 하나인 화산에 있는 화청궁에 양귀비가 목욕하던 탕을 보면 해당화 꽃처럼 생겼고 이름도 해당탕인데 이런 것을 보면 양귀비는 해당화를 아주 좋아했나 보다. 앵두가 빨갛게 익었다. 그 동안 앵두가 별로 열리지 않아서 집안 식구들의 원망이 많았는데 앵두나무가 그 것을 만회하려는지 아주 알이 굵은 열매를 가지마다 주렁주렁 매달아 놓았다. 지난 입하 절기에는 오디가 절정이었는데 이번 망종은 앵두의 계절이 되었다. 솔뫼는 나갈 때마다 몇 개 씩 따달라고 하고 손님들이 와도 앵두나무 밑으로 모여든다. 채희도 우리집에 와서 앵두를 몇 개 따먹었는데 아주 맛있었다고 했다. 엄마는 앵두를 따서 앵두에 녹말가루를 섞어서 앵두편을 만든다고 하셨다. 탱자열매는 잘 자라서 큰 방울토마토 만한데 아직도 호랑나비애벌레가 보이지 않는다. 올해 호랑나비생태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 걸까 걱정된다. 산딸나무는 아직 한창인데 무주 적상산에 갔다온 아버지 말을 들어보면 해발 1000M 가까운곳에 피어있는 꽃들은 대다수 산딸나무였다고 한다. 그리고 쥐똥나무는 이제 색이 바래서 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때가 되니 새로운 친구가 이제 찾아오려고 하고 있다. 그 친구는 바로 접시꽃과 남천꽃인데 앞으로 며칠만 있으면 필 것 같다. 남천의 열매는 해당화랑 같은 시기인 9~10월에 익는데 남천의 빨간 열매는 해당화열매와 같이 우리 집 마당을 등불처럼 환히 비춰줄 것이다. 접시꽃은 꽃의 생김새가 접시를 닮아서 붙은 이름이라고 들었는데 사실은 열매가 오목한 접시처럼 생긴데서 나온 이름이라고 한다. 우리 집의 첫 번째 여름 손님이다. 원래 우리나라가 원산지는 아니고 중국에서 들여왔는데 신라말기 고운 최치원의 시에 접시꽃이 나오는 것을 보면 들어온 지가 아주 오래 된 것이다. 달래가 자라는 곳을 보면 낮은 언덕이나 산 가장자리 밭두렁 등 햇빛이 많이 드는 곳에서 자라고 기온이 25도 이상 올라가면 줄기와 잎이 말라죽는 특징을 가지고 있고 긴 꽃줄기 끝에서 여러 개 나와 우산살처럼 펼쳐지는 산형꽃차례이다. 붉은 빛이 도는 흰색인데 자주색으로 바뀐다. 꽃줄기가 거의 솔뫼 키 만큼 큰데 이는 5~6월에 익는 작고 둥글며 검은 씨앗들을 멀리 보내기 위한 것이다. 밤나무꽃이 활짝 피었다. 수꽃은 긴 꼬리 같은 이삭에 달리고 바로 그 밑을 보면 밤송이 같은 암꽃이 2~3개 달려있다. 암꽃이 훨씬 큰데 바로 여기에서 밤송이가 생겨나는 것이다. 밤나무냄새는 멀리서 맡아도 지독한데 가까이서 맡으니 속이 매스꺼웠다. 밤꽃의 냄새는 남자의 정자냄새 비슷하다고 한다. 그래서 예전에는 밤꽃이 필 때면 혼자된 아줌마들의 마음이 싱숭생숭해졌다고 한다. 산길로 접어드니 소만절기 때 보다 훨씬 더 무성했다. 망초와 산억새, 속털개밀은 벌써 내 키만큼이나 자라있었는데 산길을 침범해서 걷기가 불편했다. 숲은 전체적으로 음습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풀벌레 소리가 본격적으로 들리기 시작한다. 망종이 되면 우리 뒷산에 찾아오는 친구가 있는데 노루발풀과 매화노루발풀이다. 아빠가 다른 산에서 옮겨 심었는데 지금은 산의 곳곳에서 자라고 있다. 세어보니 둘 다 꽃잎이 4개 이고 수술은 10개였다. 수술이 같다는 것은 가까운 친척이라는 것을 말해주는데 수술을 통해 식물의 분류를 시도한 학자가 유명한 칼 린네이다. 린네가 암술과 수술의 기능을 밝히자 유럽의 종교인과 점잖은 척하는 사람들이 난리가 났다고 한다. 암술하나에 수술 10개라면 한 여성이 자기 침대에서 10명의 남자와 동침하는 것이니 얼마나 음란하냐는 것 이었다. 대다수 식물들이 자가 수분을 안 하는 것을 몰랐나 보다. 인동초 꽃은 뒷산 곳곳에서 꽃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인동초라는 말은 어려운 겨울을 이겨내고 피는 꽃이라는 뜻인데 대다수 식물들이 겨울을 이겨내고 봄에 싹을 내고 꽃을 피우는데 왜 이꽃에만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지금 겨울에 로제트상태로 지내는 풀들은 거의 대다수가 귀화 식물이다. 따라서 침엽수를 제외한 대다수나무와 풀들은 잎새를 떨어뜨리는데 우리가 사는 냉온대중부 기후에서 인동초만이 넓은 잎새를 떨어뜨리지 않고 겨울을 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고 생각된다. 일본에서는 인동초꽃으로 담근 술을 금은화주라고 하는데 우리집에서도 인동초의 흰꽃, 노란꽃을 따서 금은화주를 담았다. 바구니에 담긴 흰꽃과 노란꽃들이 아주 예뻤는데 술단지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았다. 인동초가 금은화라고 불린데는 이야기가 하나 전한다. 옛날 중국에 한 착한부부가 살고있었는데 그 부부한테는 금화와 은화라는 쌍둥이 딸이 있었다. 금화와 은화는 아주 우애가 좋아 죽을 때도 한무덤에 묻히자고 약속하였다. 그 둘이 시집갈 나이가 될 무렵에 그 마을에 전염병이 돌았다. 언니 금화도 전염병에 걸리고 말았다. 동생인 은화는 금화를 지극정성으로 간호했지만 금화는 계속 약해져 갔고 은화도 같은 병으로 눕게 됐다. 두 자매는 죽을 날이 가까워서 부모님께 유언하기를 우리가 죽으면 약초로 다시 태어나서 우리와 같은 병으로 죽는 사람이 없게 하겠다고 했다. 소원대로 그 둘은 같은 무덤에 묻혔는데 이듬해 봄에 무덤에서 가느다란 덩굴이 하나 자라났다. 덩굴은 해가 갈수로 무성해져 갔는데 어느 해 여름이 되자 은색꽃과 금색꽃이 뒤섞여 피어났다. 사람들은 금화와 은화의 혼이 꽃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해서 금은화라 부르고 그 전염병의 약으로 쓰게 됬다는 이야기이다. 지난 소만 때는 인대가 늘어나서 아빠가 오디 따는 곳을 가보지 못해 안타까웠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빠가 오디 따는 곳을 꼭 확인해 보고 싶었다. 가보니까 한 두군데가 아니고 한 7군데 정도 되었다. 우리집 뒷산을 처음으로 한바퀴를 빙 돌면서 확인한 셈이다. 나무마다 오디를 맛보면서 갔는데 그중하나는 너무 달아서 쓴맛이 생길 정도였다. 아빠는 어디에 오디가 있는지 어떤 나무에서 오디가 먼저 열리고 있는지 다 알고 계셨다. 내년에는 나도 아빠를 따라다니면서 오디를 따서 같이 효소를 만들어 보고 싶다. 상수리나무에서 거위벌레를 또다시 보았다. 거위벌레를 관찰하다가 상수리나무잎새를 실수로 건드렸는데 그대로 툭하고 떨어져버려서 바닥을 다 뒤져 찾아냈는데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 날아가 버렸다. 그런데 거위벌레는 왜 거위벌레일까 거위처럼 목이 길다고 해서 거위벌레인가? 내가 보기에는 거위벌레가 진짜 거위만하면 상대적으로 목이 더 길을 텐데 그렇다면 기린벌레가 더 낳을 텐데 산중턱에 있는 썩은 참나무 껍질을 들쳐봤는데 흰색벌레들이 우글우글 거렸다. 몸보다는 배가 더 길었고 생김새는 개미 비슷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개미와는 조금 달랐다. 이게 말로만 듣던 흰개미인가 보다. 내가 나무껍질을 들춰서 집을 부수는 바람에 흰개미들이 아주 혼란스러워 했는데 그 때는 정말 미안했다. 그 흰개미들은 나무속을 다 뚫어 놓았나 보다. 이렇게 쓰러진 나무를 분해해서 다른 식물들이 활용할 영양분으로 바꾸는 일을 하는 흰개미는 우리뒷산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이다. 망종의 식물들이 이 뜨거운 햇빛아래에서 한참 열매와 겨울눈을 키워가고 있을 때 곤충들도 바쁘다. |
5월 21일 입하에서 소만에 이르기까지 우리집 주변은 온통 꽃향기 속에 잠긴다. 집 밖을 나가지 않아도 창문만 열면 여러꽃의 향기가 섞여 코를 찌른다. 집 마당에는 함박꽃과 해당화, 불두화 향기가 그윽하고 집 뒤쪽 산 주변에는 아까시나무와 찔레꽃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향기가 진동을 한다. 이 향기는 마당 어느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면서 내 감각을 일깨운다. 특히 우리집 뒤쪽으로는 야산일대에 찔레꽃이 많아 그 향기가 대단하다. 그런데 옛날 사람들한테는 이 찔레꽃과 향기가 보릿고개를 연상시키는 것이었다고 한다. 찔레꽃이 피어있는 입하와 소만절기에는 보릿고개가 있었다. 지난해 농사지었던 곡식이 다 떨어지고 새로운 곡식은 아직 여물지 않은 이 시기는 대다수 가난한사람들이 굶주릴 수 밖에 없었다. 이 때만 넘기면 보리를 수확할수 있기 때문에 배고픔을 면할수 있지만 그 것이 그렇게 어려워서 높디 높은 보릿고개라고 이름 붙였다. 한 시인은 이 보릿고개를 세계에서 제일 높은 에베레스트 산보다 더 높은 고개라고 했다. 이러한 보릿고개가 항상 찔레꽃 피는 시기에 있었으니 찔레꽃과 향기를 즐길만한 여유는 없었을 것이다. 소만이 되면 논일은 늦벼를 모두 파종하고 올벼의 모내기를 시작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모내기철에 접어드는 것이다. 그리고 밭일로는 목화밭을 초벌갈이하고 올조와 이른 콩의 김매기를 한다. 작업과정으로는 모판돌보기-모판물관리-새쫓기-피가리기-비료치기와 모내기-물대기-논갈기-논삶기-논고르기-비료치기-모쭈기-모운반-모심기가 있다. 사용하는 농기구로는 살포, 물괭이, 태, 소, 쟁기, 써래, 지게등이 있다. 이 때쯤되면 밭에는 감자꽃이 피기 시작한다. 소만이 모심기가 시작되는 철이므로 속담역시 모심기와 관련된 것이 많다. “소만 전 모심기다” “찔레꽃 필 때 모심으면 풍년든다.” “밤꽃 필 때 심은 모는 풍년 든다.” 지금 우리 집앞에 들을 보면 논마다 물이 가득차있고 본격적으로 기계모를 심고 있다. 그런데 예전에는 소만 절기에 모심기를 하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고 한다. 옛날에는 수리안전답이 별로 없어 이 때 가뭄이 들면 모를 낼수가 없었고 비닐하우스를 통해 변덕스러운 날씨도 조절할수 없었다. 게다가 손모는 기계모와 달리 많이 자란 상태에서 심기 때문에 소만에 모를 낸다는 것은 날씨도 따뜻하고 비도 풍족해서 벼농사 짓기에 가장좋은 상태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찔레꽃, 밤꽃피는 소만전의 모심기는 풍년을 보장하는 것과 같았다. 그러고 보니 밤꽃이 이제 막 이삭같은 화서를 내밀고 있다. 이때는 보릿고개와 관련된 속담도 많다. “태산보다 높은 보릿고개다.” “나락이삭 끝을 보고는 죽지만 보리이삭 끝을 보고는 죽지 않는다.” “보릿고개에는 딸네 집도 가지 못했다.” “사월 없는 곳에 가서 살면 배는 안 곯는다.” “삼사월 손님엔 반가운 손님 없다.” “삼사월 손님은 꿈에 볼까 무섭다.” “소만이 지나면 보리가 익어간다.” 소만은 음력으로는 사월이다. 이때 본격적인 춘궁기 보릿고개이므로 아무리 반가운 손님이라도 달갑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때는 아버지가 딸네 집에 들르는 것도 부담스러웠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사월 없는 곳에 가서 산다는 생각을 다 했을까? 이런 시기에 들판에는 보리가 익기 시작한다. 이것은 유일한 희망이었다. “나락이삭 끝을 보고는 죽지만 보리이삭 끝을 보고는 죽지 않는다.”는 속담이 이 것을 잘 말해준다. 왜나 하면 벼이삭은 팬지 사십일이 되야 먹게 되지만 보리는 이십일만 되면 보리죽이나 찐보리밥을 해먹을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버틸수 있기 때문이다. 보리이삭이 나면 굶은 사람 잡아가는 염라대왕도 되돌아 간다는 속담까지 있었다. 소만때 초저녁에 하늘 한가운데서 볼수 있는 별자리는 익수이다. 익수를 찾으려면 태미원의 오른쪽 담장 첫째와 둘째별자리를 직선으로 4배정도 연장하면 찾을 수 있는데 서양별자리의 사자의 엉덩이에 있는 두 별자리를 연결하는 방법과 같다. 익수는 주작의 날개에 해당하는데 하늘나라에서 악부 즉 음악과 연극 등 예술을 주관하는 관청이다. 익수가 밝고 커지면 이민족들이 중국에 조공을 바치고 별이 움직이면 사신을 보내오고 이 자리에서 일식이 있으면 신하 중에 임금을 범하는 자가 생기며 여러 가지 재앙이 생긴다고 보았다. 월식이 있으면 날개가 있는 벌레들이 많이 죽게되고 북쪽에서 전쟁이 일어나며 황후가 패악을 저지른다고 보았다. 서양에서는 익수를 컵자리라고 보았다. 자세히 관찰하면 포도주를 담는 유리잔을 닮았다. 그래서 이 컵자리를 디오니소스 혹은 아폴로의 술잔이라고도 한다. 유태인들은 노아의 포도주잔이라고도 하는데 지중해일대의 신화나 전설에 나오는 술잔은 이 컵자리와 연결된다. 이컵자리와 까마귀자리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음악의신 아폴로에게는 애완새가 있었는데 그 애완새는 까마귀였다. 그 때는 까마귀는 새까맣지 않고 하안색이었는데 인간의 말을 할줄아는 영리한 새였다. 하지만 대단히 수다쟁이였고 거짓말쟁이였다. 어느날 아폴로의 연인 코로니스가 바람을 피운다는 까마귀의 거짓보고를 받고 마중나온 코로니스를 죽였는데 코로니스가 죽은후에 아폴로는 까마귀의 거짓보고 였다는 것을 알게됬다. 아폴로는 까마귀를 새까맣게 태워버리고 인간의 말도 못쓰게 해버렸다 .그래도 화가안풀린 아폴로는 더 이상 나쁜 짓을 못하게 하늘에 매달아버렸는데 그게 까마귀자리이다. 까마귀자리에는 또다른 이야기가 있다. 아폴로신이 목이말라 멀리있는 샘물을 마시기 위해 자신이 키우던 까마귀의 다리에 컵을 매달아 날려보낸 적이 있었다. 까마귀는 도중에 탐스러운 열매가 달리기 시작한 무화과나무를 보고 아폴로신의 명령도 잊은채 무화과가 익기를 기다렸다. 며칠 뒤 다익은 무화과를 따먹은 까마귀는 아폴로신의 명령을 기억하고 어떻게 변명할까 궁리했다. 그래서 까마귀는 샘 근처에서 물뱀을 잡아 물컵과 함께 가져갔는데 까마귀가 자기가 늦게온 것을 물뱀에게 돌리려 하자 이미 사실을 알고있던 아폴로신은 화가 나서 컵과 물뱀 까마귀를 모두 하늘로 던져버렸다. 그렇게 되어 물뱀은 하늘에서 물컵을 보호하게 되고 까마귀는 컵을 옆에 두고도 갈증을 해소하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
4月 9日 원래 생태관찰은 절일이나 그다음날 해왔는데 이번에는 여러가지 사정이 있어 사흘이나 지난 오늘 생태관찰을 하게 됬다. 청명은 말그대로 밝고 푸른 기운을 띤 절기라는 뜻이다. 내 생각에도 주변이 산뜻해진 느낌이다. 마당에는 풀꽃이 만발해 있고 나무꽃도 목련,앵두,개나리등이 활짝피거나 지고 있다. 주변을 돌아보면 개나리가 온통 노랗고 집뒤에 무덤에 있는 벚꽃도 활짝피었다. 들판은 날로 푸르러 지고 산에도 버드나무나 여러 관목들이 잎새를 내면서 갈색을 벗고 바야흐로 초록색옷을 갈아입으려 한다. 이러한 눈부신 청명절기의 아름다움를 느끼며 생태관찰을 시작했다. 마당에는 목련꽃잎은 거의다 떨어져 있었다. 열흘동안 우리집 마당을 빛내주었는데 이제는 구겨진 휴지처럼 쭈글쭈글 해졌다. 떨어진 목련꽃잎 사이로 큰개불알풀,서양민들레,흰민들레,냉이,제비꽃,꽃다지같은 갖가지 풀꽃들이 피어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저번 우수때 까지만 해도 우리집 마당에는 서양민들레가 많았었는데 청명이 되니까 서양민들레보다 우리 토종인 흰민들레가 더 많다. 앵두나무의 하얀꽃이 너무 예뻤다. 앵두나무는 꽃만 예쁜게 아니라 빨간 열매를 먹어보면 아주 새콤달콤맛있다. 빨리 새콤달콤한 앵두열매를 먹고싶다. 옛날 옥포초등학교유치원에 다닐때 유치원 선생님이 내 눈은 별로 그리고 입술은 앵두로 그리던 추억이 생각난다. 하지만 그때 애들이 얼마나 웃든지 정말 창피했었다. 우리집 마당은 목련이 만발할때 앵두꽃이 피기 시작하고 목련꽃이 질때면 앵두꽃이 만발하면서 온갖 꽃들이 연달아 피어난다. 함박꽃이 벌써 20cm쯤 자라있었다. 함박꽃뒤에는 참나리가 손바닥만큼 자라있었다. 참나리의 꽃은 아주큰데 거기에는 주로 호랑나비같은 대형나비들이 많이 날아든다. 상사화를 보니 벌써 다 자라서 잎새끝이 말라가고 있다. 조금 지나면 다 말라 붙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다가 여름 어느날 갑자기 꽃대가 올라오겠지... 빨리 연보라색 상사화꽃을 보고싶다. 집뒤뜰을 보니 은방울꽃이 드디어 새싹을 내밀었다. 나온 새싹을 보니 올해는 은방울 꽃이 열송이 이상 열릴 것 같다. 목련이 큰 등이라면 작은 은방울꽃도 마치 등처럼 빛난다. 일제시대에는 가로등을 은방울꽃모양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빨리 은방울같이 생긴 하얀 꽃을 보고싶다. 봄맞이꽃은 꽃을 활짝 피웠다. 작년에 쓴 생태관찰일지와 비교해보니 보통 봄맞이꽃은 4월 초에 활짝피는 것 같다. 애기 봄맞이꽃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었다. 네이버에서 찾아보니 봄맞이꽃의 높이는 평균 10cm정도 였다. 은행나무를 지나는데 어제 일이 생각난다. 아빠와 함께 은행나무아래 미나리밭옆에 있는 밭을 갈다가 구더기같이 생긴 노란색 큰 애벌레와 꽃무지애벌레를 보았다. 어떻게 꽃무지 애벌레인줄 알았냐하면 등에 짧은 털이 많은 것을 보고 파브르곤충기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꽃무지 애벌레는 4령때까지는 똑바로 기는데 5령이 되면 몸을 뒤집어서 등에 있는 근육과 털로 기어다닌다. 가죽나무는 움이 트려고 하고있다. 가죽나무의 냄새를 맡아보면 특유의 노린내가 나는데 아주 지독하다. 가죽나무는 처음에 소엽이 7개가 나는데 점점 숫자가 늘어난다. 찔레를 보니 푸르른 잎이 다 나왔고 돼지무덤에는 무릇이 푸른 융단처럼 깔려 있었다. 춘분 때 까지만 해도 산에는 칙칙한 분위기가 더 강했는데 청명이 되니까 싱싱한 느낌이 든다 조팝나무는 꽃이 피어있었다. 조팝나무의 꽃은 멀리서 보면 팝콘이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것 같다. 조팝나무의 꽃가루매개 전략은 작은 꽃이 한꺼번에 많이 피어서 벌들을 유혹하는 것이다. 인동덩굴은 새잎이 전부 나와있었다. 하얀색이었다가 노란색으로 변하는 인동덩굴의 꽃은 아주 예쁘다. 청명이 되니 참나무들도 이제 움을 틔우려 하고 있다. 산에 올라가다본 갈참나무는 정말 움을 틔우기 직전이었다. 산정상에서 본 떡갈나무도 겨울눈의 두터운 겉껍질을 벗었고 올라가다가 본 졸참도 움을 틔우려고 했다. 참나무에는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가 수액을 먹으러 오는데 나는 장수풍뎅이쪽이 더 좋다.(옛날에 내가 키우던 장수풍뎅이애벌레가 번데기방을 만들때 모르고 부숴뜨렸다가 기형으로 우화시켰던 기억이ㅠㅠ) 올해 처음으로 도마뱀(?)을 보았다.(장지뱀일수도 있음)도마뱀의 앞다리 바로 뒤피부를 보면 볼록 해졌다가 홀쭉해지는데 도마뱀이 숨을 쉬기 때문이다. 산나물의 제왕이라 불리는 두릅도 움이 텄다. 작년 생태일지에서 말했는데 아빠는 두릅을 살짝 데쳐서 고추장에 찍어 먹는걸 좋아한다. 난두릅이 싫은데.... 줄기가 약해서 뚝뚝 끊어지는 사위질빵도 새싹이 나왔다. 장모님이 사위에게 무거운짐을 들지 않게하기 위해 줄기가 뚝뚝 잘 끊어지는 사위질빵으로 짐손잡이를 만들어 주었다던 이야기가 있다. 길을 가다가 썩은 참나무를 보았는데 꽤 오래전에 쓰러졌는지 곰팡이와 박테리아가 분해시켜서 푹신푹신 했다. 들춰보니 시골가시허리노린재가 붙어 있었고 나무껍질을 뜯어보니 지네가 있었다. 조금더 뜯어보니까 사슴벌레애벌레가 파먹어 들어간 것 같은 흔적이 있었다. 우리동네에는 넓적사슴벌레가 많은데 사슴벌레유충의 흔적이 맞다면 넓적사슴벌레의 유충일 것이다. 기름나물을 보았는데 꽤 자라있었다. 아마 오래전에 새싹이 나왔었나 보다. 꽃은 미나리처럼 생겼는데 옛날에 이식물로 기름을 짜먹었기 때문에 기름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고비를 보았는데 벌써 아빠손보다 더 크게 자라있었다. 아마 숲길 바깥에 있어서 못본 것 같다. 고비는 씨앗이 아닌 포자로 번식하는데 포자로 번식하는 것은 원시식물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오리나무도 잎새가 다 나와있었는데 올해는 오리나무잎벌레한테 덜 시달리면 좋겠다. 그런데 오리나무는 왜 오리나무이지? 그걸 모르겠네 그것도 찾아봐야겠다. 엉겅퀴를 보았는데 역시 엉겅퀴의 잎은 사납다. 엉겅퀴는 가시나물이라고도 하는데 어린 잎사귀는 나물로도 먹는다. 그리고 엉겅퀴가 한임금을 구했다는 전설도 있다. 그러니까 옛날에 어떤 두나라가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나라에서 왕을 죽이려고 자객을 보냈는데 엉겅퀴덩굴에 걸려 비명을 질렀다. 비명소리에 보초가 깨어나서 그 자객을 죽였다는 전설이다. 산 정상에 있는 무덤에서 식물의 특성이 그대로 이름이 된 억새를 보았다. 억새도 청명이 되니 새싹을 틔우고 있었다. 할미꽃이 활짝 피어있었디 식물 전체에 하얀 털이 나있고 줄기는 꼬부라진 특성을 보면 왜 할미꽃이라 이름 붙여졌는지 알 것 같다. 할미꽃에도 이야기가 얽혀있다. 옛날에 할머니와 두손녀가 살았다. 언니는 외모는 예쁘지만 질투심이 강하고 인심은 눈꼽만침도 없었다. 그 반면 둘째는 외모는 첫째보다 못해도 마음이 비단결 같았다. 첫째는 부잣집에 시집을 가서 잘 살고 둘째는 가난한 농가에 시집을 가서 살았다. 둘째가 할머니를 모시려고 하자 언니가 할머니는 니 형편에 어떻게 할머니를 모시냐고 해서 자기가 모신다고 했다. 하지만 언니는 할머니를 돌보지 않았다. 결국 할머니는 끼니조차 잊을수 없는 지경이 됬는데 언니는 자신의 잘못이 들통날까봐 두려워 할머니는 자기가 잘모시니 걱정말라는 편지까지 보냈다 할머니는 작은 손녀가 보고싶어 지친몸을 이끌고 둘째네 집으로 출발했는데 동네를 눈앞에 두고 쓰러져 돌아가시고 말았다. 뒤늦게 할머니의 시신을 발견한 둘째는 할머니를 양지마른 곳에다 묻어드렸는데 할머니의 무덤에서 꽃이 피어났다. 그 꽃을 보고 동네사람들은 할머니가 꽃으로 환생했다고 해서 할미꽃이라 이름 붙이고 둘째는 그 꽃을 집에 모셔다 놓고 잘 키웠다고 한다. 진달래를 보았는데 우리가 너무 늦게 와서인지 꽃이 거의다 시들시들 해져 있었다. 진달래의 꽃봉오리는 나팔같이 생긴게 아주 예뻤다. 투덜이의 야생초일기를 보니 진달래에는 이런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옛날에 진 이라는 이름가진 남자가 있었다. 진이 결혼을 해서 달래라는 딸을 낳았는데 새로 부임한 사또가 달래를 아내로 맞을려고했는데 달래가 거절을 하자 사또는 달래를 죽이고 말았다. 아버지 진은 달래의 시신을 잡고 한참을 울다 죽었는데 그 둘의 시신에서 한 나무가 나왔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나무이름을 둘의 시신에서 나왔다고해서 진과 달래를 합쳐 진달래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이다. 양지꽃도 꽃이 피어있었다. 작년 도청에서도 양지꽃을 봤는데 양지꽃은 양지에서 많이 자란다고 해서 양지꽃이라고 이름붙인 것 같다. 소나무에서 청설모를 보았는데 먹이같은 것을 들고 있었다. 그 먹이는 솔방울이거나 잣나무의 열매였을 것이다. 우리가 있는 것을 눈치챘는데 재빨리 나무위로 도망쳤다. 내려가다가 작년에 구슬봉이를 봤던 무덤에서 또 구슬봉이를 보았다. 그 연보라색 작은 꽃은 장미꽃보다 훨씬 예쁘고 앙증맞다. 작년에는 다섯송이정도 봤었는데 이번에는 겨우 한송이 밖에 못봤다. 딱지풀을 보았는데 딱지풀 잎사귀 한개를 따서 표본을 만들었다. 이참에 여러분께도 식물표본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1.식물의 잎사귀나 꽃을 따서 공책이나 수첩에 넣고 누른다. 2.몇시간 동안 수첩에서 눌린 식물의 표본을 표본용액자나 표본 수집공책에 테이프나 풀로 붙이면 완성!!! 소나무밑동을 보았는데 얼마나 썩었는지 아빠가 발로 툭 치니까 그밑동이 굴러떨어졌다. 그 자리를 파보니까 정말 깊었다. 아빠가 졸지에 곤충의 함정이 되버렸다고 말씀하셨다.ㅎㅎ 수빈이란애 할머니집앞에 있는 인공연못 옆에서 수선화를 보았다. 하얀색꽃과 노란색 수술의 조화가 아주 예뻤다. 철쭉도 붉은 꽃을 피었다. 보통은 진달래가 일찍피고 철쭉이 늦게 피는데 요즘은 거의 같이 핀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이 이렇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꽃피는 시기가 달라지면 특정한 식물을 찾아오는 특성을 가진 곤충과 발생시기가 달라 꽃가루를 퍼뜨리는데 많은 지장을 갖게된다. 으름덩굴도 새싹을 내밀었다. 사람들은 으름열매를 한국의 바나나라 할정도로 맛있다고 했는데 얼마나 맛있는지 내가 한번 먹어봐야겠다. 으름덩굴아래에 있는 바위그늘 밑에서 쌍살벌집을 보았다. 조금더 내려가니까 꽃뱀(유혈목이)의 시체가 있었다. 몸에 상처가 없는 것으로 봐서 낮에는 날씨가 따뜻해서 나왔다가 추운 밤을 견디지 못하고 얼어죽은 것 같다. 요즘 날씨가 불규칙해서 생긴 사고이다. 앞으로 지구온난화가 심해지면 아주 추워졌다가 갑자기 날씨가 여름날씨가 되는 등 기후의 극단값이 심해질텐데 곤충이나 양서류처럼 주변기후의 영향을 더 받는 동물들은 더 일찍 멸종할수 있다. 이들이 박테리아,식물과 함께 지구생태계의 생명부양능력을 가진 깃대종인데 이 작은 죽음에서 지구생태그물망이 구멍나고 있는 현실을 본다. 여기저기 나비가 날라다니고 있었는데 한마리를 잡아보니 날개에 굵은 줄이 선명하다. 큰줄흰나비이다. 거의 비슷하게 생겼지만 줄이 좀더 가는 줄나비도 있는데 줄나비는 높은 산에서 살기때문에 우리집 주변에서 발견할수 있는 것은 큰줄흰나비이다. 학교에 있는 화살나무도 움을 틔우려고 하고있다 자세히 보니 겨울눈이 꼭 화살촉같다. 예전에는 화살나무가지에 있는 날개가 화살뒤에 달린 날개를 닮아 화살나무라고 한 줄알았는데 겨울눈이 꼭 화살촉을 닮은 것도 한 이유였을까? 화살나무의 특징인 가지의 날개는 곤충이 먹는것을 막기위한 방어수단이다. 학교화단에 있는 복숭아 나무가 꽃망울을 터뜨릴려고 하고 있고 수수꽃다리가 잎을 다내고 꽃송이를 다 만들었다. 가운데슈퍼앞에 있는 박태기나무도 꽃이 피기 직전이다. 내가 옛날 현도초등학교에 있을 때 박태기나무꽃을 꺽어가지고 많이 놀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너무 미안하다. 생태관찰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다가 자두나무꽃을 보았다. 한가지에 뭉테기로 피어있었는데 자두나무도 조팝나무처럼 작은 꽃이 한꺼번에 피어서 벌들을 유혹하는 전략을 쓰는 것 같다. 오늘 생태관찰를 통해 청명절기가 가진 눈부신 아름다움을 만끽했다. 산과 들이 푸른 옷을 갈아입으니 내마음도 초록색기운이 솟아오르는 느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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