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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고 있는 생태관찰일지28

                                                             10월24일
오늘은 단풍을 주제로 생태관찰을 하기로 했다. 집앞에있는 목련도 단풍이 들기 시작했는데 튤립나무보다는 광택이 적고 잎맥이 많아서 왠지 차분한 느낌이 든다.


아카시아단풍은 아주 은은한 노란색이었다. 그런데 옛날에 본 아카시아는 아주 은은했는데 오늘 본 단풍은 때 같은 반점이 깨알같이 박혀있었다. 아마도 좀 시간이 지나서 카로티노이드가 파괴되서 쌓여있던 탄닌이나 여러가지 불순물이 드러난것 같다. 좀더 일찍 봐야하는건데ㅠㅠ


뽕나무단풍은 밝고 화려하지 않고 연하고 수수한 노란색이었다. 그런데 내가 따온 잎새는 누에한테 갉아 먹히고 찢기고 거기에다가 위에서 말한 것처럼 불순물이 들어나서 완전잎새꼴이 아니었다. 그래서 집근처에서 다시 잎새를 따와야 했다.


은사시나무단풍은 아주진한 노란색이었다. 그런데 가방에 넣어서 연구소에 와서 보니까 거의 갈색으로 변해있었다. 왜 그런걸까?

붉나무 단풍은 여러 가지 붉은색이 섞여있었다. 연한 붉은색이랑 진한붉은색이 섞여 있었는데 오늘 산에서는 붉나무밖에 붉은 단풍을 보지 못했다. 그런데 붉나무단풍은 왜 붉은걸까? 붉나무 잎새 역시 여름에는 초록색인데 그건 엽록소 때문이다. 그런데 가을에 엽록소가 파괴되면 원래부터 있었지만 엽록소에 가려서 보이지 않던 크산토필이나 카로티노이드가 드러난다. 그런데 카로티노이드는 대체적으로 노란색 계통이다. 따라서 붉은 단풍을 설명할수 없다. 붉은색을 띠는건 안토시아닌 때문이다. 가을에 낙엽을 떨어뜨리기 전에 나무는 잎새에 있던 영양소 그러니까 당분을 줄기와 겨울눈, 뿌리 등으로 흡수하는데 미처 흡수하지 못한 당분이 변해서 안토시아닌이 된 것이다. 그래서 날씨가 일찍 추워지고 일교차가 심한해에는 단풍이 더 곱다. 그런 날씨에서는 당분의 흡수가 어려워서 많은 당분이 안토시아닌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고운단풍은 나무가 날씨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는 것이네..


집에서 청주로 나가는 길에 몇 가지 단풍을 더 보았다. 붉은 단풍은 복자기 단풍 밖에 못 봤는데 아주 짙은 붉은색이었다. 약간 자주색이 돌았다.

노란단풍은 벽오동나무와 무궁화를 보았는데 벽오동나무 잎새는 약간 때묻은 노란색이었고 우리나라국화인 무궁화는 연한 노란색이었다. 그런데 노란단풍을 대표하는 우리집 은행나무는 아직 단풍이 들지 않았다. 호두나무는 노란색이었는데 붉은색들이 섞여 있었다. 연구소에 와서 튤립나무단풍을 보았는데 밝고 아주 산뜻한 노란색이 기분이 아주 밝아졌다.

오늘 산에 갔을 때보다 숲이 더 마르고 낙엽이 많이 떨어져서 숲바닥이 푹신푹신하고 두터워졌다. 숲은 더 헐거워진 느낌이 들었는데 곳곳에 있는 단풍과 숲바닥을 밟을 때나는 바스락바스락하는 소리가 참 좋았다.  특히 소나무숲을 지날때 나는 솨하는 바람소리가 제일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나 혼자 산에 갔는데 아빠랑 갔을 때는 같이 얘기하는 재미가 있었는데 혼자가니까 바람소리라든가 색깔들이 더 마음속 깊이 새겨진 느낌이었다. 앞으로 가끔씩 혼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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