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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9번째 생태관찰일지

                                     6월 8일
오늘은 보리가 익어가고 본격적으로 여름이 시작된다는 망종이다. 예전에는 우리동네에도 보리를 많이 심어 들판이 누렇고 이 때 쯤 되면 수확하기 바빴고 한 쪽에서는 보리를 베고 바로 논을 갈고 모심는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는 보리농사를 짓는 집이 하나도 없어 그 풍경을 확인할 길이 없다. 모도 이미 소만절기 중에 다 심어서 모를 심지 않은 논을 발견할 래야 발견할 수가 없다. 벼는 우리문화를 만들어온 문명의 작물이지만 원래 산지는 중국남부나 인도로 알려지고 있다. 열대나 아열대 지방에서 온 작물이다 보니 여름이 되어야 생육조건이 되기 때문에 이 시기가 이렇게 바쁜 것이다. 그런데 콩은 우리나라가 원산지인데 왜 벼를 심는 시기와 비슷할까? 감꽃이 피면 올콩을 심고 감꽃이 지면 콩나물 콩을 심는다고 했는데 감꽃이 진 지 얼마 안돼 콩나물을 심을 때라 작은엄마는 친정으로 갔다. 오묘한 자연의 조화인데 그러면 우리 뒷산의 생태는 망종에 어떤 변화를 보여줄까?

우리 집 옆에 쥐똥나무 꽃은 아직 피어있지만 색이 조금 바랬다. 하지만 여전히 쥐똥나무 사이에는 꿀벌들이 윙윙대며 부지런하게 꿀을 모으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쥐똥같이 생긴 열매가 열리겠지 기대된다.

해당화의 꽃잎은 완전히 졌는데 열매는 벌써 구슬보다 더 크게 자라있었다. 해당화는 정말 여러 용도로 쓰이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해당화는 향수의 원료가 되기도 하고 향수 대신 향기가 나는 주머니(향낭)을 만드는데도 쓰이고  꽃잎은 말려서 술이나 차를 담그는데 쓰인다는 것이다. 한방에서는 해당화의 뿌리를 약으로 쓰는데 치통과 관절염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꽃은 수렴, 지혈, 설사 및 진통을 멈추는데 쓰인다고 한다. 그리고 요즘에는 신경통에 좋다는 소문이 돌아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해당화들이 뿌리째 뽑혀나가는 상황이라고 하니 정말 안타깝기 그지없다. 해당화의 다른 이름은 睡花(잠든 꽃)인데 이런 이름이 붙은 데에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중국 고서에 보면 옛날 당나라 현종황제가 어느 봄날 즐겨 찾던 심향정이라는 정자에 가서 화창한 봄날의 경치를 즐기고 있었는데 이 좋은 광경을 혼자보기 아까워 평소에 아주 예뻐했던 양귀비를 불러오라고 신하에게 속히 명하였는데 신하가 양귀비를 찾았을 때 양귀비는 약간 술에 취해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황제의 부르심이라는 말에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는데 술과 잠이 덜 깨서 다리가 후들후들 거려 도저히 걸을 수가 없어 시녀의 부축을 받고 간신히 심향정에 도착했는데 현종황제는 양귀비의 백옥 같은 볼이 약간 붉은빛을 띠고 있는 것을 보고 현종황제가 “그대는 아직도 잠에 취해 있는고?” 하고 물었는데 양귀비는 “해당화의 잠이 아직 깨지 않았습니다.” 라고 대답했더니 그 대답에 현종황제는 “그대는 정말 해당화로다.” 하고 파안대소를 했는데 이 때부터 해당화를 잠든 꽃 수화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중국 오악중 하나인 화산에 있는 화청궁에 양귀비가 목욕하던 탕을 보면 해당화 꽃처럼 생겼고 이름도 해당탕인데 이런 것을 보면 양귀비는 해당화를 아주 좋아했나 보다.

앵두가 빨갛게 익었다. 그 동안 앵두가 별로 열리지 않아서 집안 식구들의 원망이 많았는데 앵두나무가 그 것을 만회하려는지 아주 알이 굵은 열매를 가지마다 주렁주렁 매달아 놓았다. 지난 입하 절기에는 오디가 절정이었는데 이번 망종은 앵두의 계절이 되었다. 솔뫼는 나갈 때마다 몇 개 씩 따달라고 하고 손님들이 와도 앵두나무 밑으로 모여든다. 채희도 우리집에 와서 앵두를 몇 개 따먹었는데 아주 맛있었다고 했다. 엄마는 앵두를 따서 앵두에 녹말가루를 섞어서 앵두편을 만든다고 하셨다.  

탱자열매는 잘 자라서 큰 방울토마토 만한데 아직도 호랑나비애벌레가 보이지 않는다. 올해 호랑나비생태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 걸까 걱정된다.

산딸나무는 아직 한창인데 무주 적상산에 갔다온 아버지 말을 들어보면 해발 1000M 가까운곳에 피어있는 꽃들은 대다수 산딸나무였다고 한다. 그리고 쥐똥나무는 이제 색이 바래서 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때가 되니 새로운 친구가 이제 찾아오려고 하고 있다. 그 친구는 바로 접시꽃과 남천꽃인데 앞으로 며칠만 있으면 필 것 같다. 남천의 열매는 해당화랑 같은 시기인 9~10월에 익는데 남천의 빨간 열매는 해당화열매와 같이 우리 집 마당을 등불처럼 환히 비춰줄 것이다. 접시꽃은 꽃의 생김새가 접시를 닮아서 붙은 이름이라고 들었는데 사실은 열매가 오목한 접시처럼 생긴데서 나온 이름이라고 한다. 우리 집의 첫 번째 여름 손님이다. 원래 우리나라가 원산지는 아니고 중국에서 들여왔는데 신라말기 고운 최치원의 시에 접시꽃이 나오는 것을 보면 들어온 지가 아주 오래 된 것이다.      

달래가 자라는 곳을 보면 낮은 언덕이나 산 가장자리 밭두렁 등 햇빛이 많이 드는 곳에서 자라고 기온이 25도 이상 올라가면 줄기와 잎이 말라죽는 특징을 가지고 있고 긴 꽃줄기 끝에서 여러 개 나와 우산살처럼 펼쳐지는 산형꽃차례이다. 붉은 빛이 도는 흰색인데 자주색으로 바뀐다. 꽃줄기가 거의 솔뫼 키 만큼 큰데 이는 5~6월에 익는 작고 둥글며 검은 씨앗들을 멀리 보내기 위한 것이다.

밤나무꽃이 활짝 피었다. 수꽃은 긴 꼬리 같은 이삭에 달리고 바로 그 밑을 보면 밤송이 같은 암꽃이 2~3개 달려있다. 암꽃이 훨씬 큰데 바로 여기에서 밤송이가 생겨나는 것이다. 밤나무냄새는 멀리서 맡아도 지독한데 가까이서 맡으니 속이 매스꺼웠다. 밤꽃의 냄새는 남자의 정자냄새 비슷하다고 한다. 그래서 예전에는 밤꽃이 필 때면 혼자된 아줌마들의 마음이 싱숭생숭해졌다고 한다.


산길로 접어드니 소만절기 때 보다 훨씬 더 무성했다. 망초와 산억새, 속털개밀은 벌써 내 키만큼이나 자라있었는데 산길을 침범해서 걷기가 불편했다. 숲은 전체적으로 음습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풀벌레 소리가 본격적으로 들리기 시작한다. 망종이 되면 우리 뒷산에 찾아오는 친구가 있는데 노루발풀과 매화노루발풀이다. 아빠가 다른 산에서 옮겨 심었는데 지금은 산의 곳곳에서 자라고 있다. 세어보니 둘 다 꽃잎이 4개 이고 수술은 10개였다. 수술이 같다는 것은 가까운 친척이라는 것을 말해주는데 수술을 통해 식물의 분류를 시도한 학자가 유명한 칼 린네이다. 린네가 암술과 수술의 기능을 밝히자 유럽의 종교인과 점잖은 척하는 사람들이 난리가 났다고 한다. 암술하나에 수술 10개라면 한 여성이 자기 침대에서 10명의 남자와 동침하는 것이니 얼마나 음란하냐는 것 이었다. 대다수 식물들이 자가 수분을 안 하는 것을 몰랐나 보다.

인동초 꽃은 뒷산 곳곳에서 꽃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인동초라는 말은 어려운 겨울을 이겨내고 피는 꽃이라는 뜻인데 대다수 식물들이 겨울을 이겨내고 봄에 싹을 내고 꽃을 피우는데 왜 이꽃에만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지금 겨울에 로제트상태로 지내는 풀들은 거의 대다수가 귀화 식물이다. 따라서 침엽수를 제외한 대다수나무와 풀들은 잎새를 떨어뜨리는데 우리가 사는 냉온대중부 기후에서 인동초만이 넓은 잎새를 떨어뜨리지 않고 겨울을 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고 생각된다. 일본에서는 인동초꽃으로 담근 술을 금은화주라고 하는데 우리집에서도 인동초의 흰꽃, 노란꽃을 따서 금은화주를 담았다. 바구니에 담긴 흰꽃과 노란꽃들이 아주 예뻤는데 술단지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았다. 인동초가 금은화라고 불린데는 이야기가 하나 전한다.
옛날 중국에 한 착한부부가 살고있었는데 그 부부한테는 금화와 은화라는 쌍둥이 딸이 있었다. 금화와 은화는 아주 우애가 좋아 죽을 때도 한무덤에 묻히자고 약속하였다. 그 둘이 시집갈 나이가 될 무렵에 그 마을에 전염병이 돌았다. 언니 금화도 전염병에 걸리고 말았다. 동생인 은화는 금화를 지극정성으로 간호했지만 금화는 계속 약해져 갔고 은화도 같은 병으로 눕게 됐다. 두 자매는 죽을 날이 가까워서 부모님께 유언하기를 우리가 죽으면 약초로 다시 태어나서 우리와 같은 병으로 죽는 사람이 없게 하겠다고 했다. 소원대로 그 둘은 같은 무덤에 묻혔는데 이듬해 봄에 무덤에서 가느다란 덩굴이 하나 자라났다. 덩굴은 해가 갈수로 무성해져 갔는데 어느 해 여름이 되자 은색꽃과 금색꽃이 뒤섞여 피어났다. 사람들은 금화와 은화의 혼이 꽃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해서 금은화라 부르고 그 전염병의 약으로 쓰게 됬다는 이야기이다.


지난 소만 때는 인대가 늘어나서 아빠가 오디 따는 곳을 가보지 못해 안타까웠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빠가 오디 따는 곳을 꼭 확인해 보고 싶었다. 가보니까 한 두군데가 아니고 한 7군데 정도 되었다. 우리집 뒷산을 처음으로 한바퀴를 빙 돌면서 확인한 셈이다. 나무마다  오디를  맛보면서 갔는데 그중하나는 너무 달아서 쓴맛이 생길 정도였다.
아빠는 어디에 오디가 있는지 어떤 나무에서 오디가 먼저 열리고 있는지 다 알고 계셨다. 내년에는 나도 아빠를 따라다니면서 오디를 따서 같이 효소를 만들어 보고 싶다.

상수리나무에서 거위벌레를 또다시 보았다. 거위벌레를 관찰하다가 상수리나무잎새를 실수로 건드렸는데 그대로 툭하고 떨어져버려서 바닥을 다 뒤져 찾아냈는데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 날아가 버렸다. 그런데 거위벌레는 왜 거위벌레일까 거위처럼 목이 길다고 해서 거위벌레인가? 내가 보기에는 거위벌레가 진짜 거위만하면 상대적으로 목이 더 길을 텐데 그렇다면 기린벌레가 더 낳을 텐데

산중턱에 있는 썩은 참나무 껍질을 들쳐봤는데 흰색벌레들이 우글우글 거렸다. 몸보다는 배가 더 길었고 생김새는 개미 비슷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개미와는 조금 달랐다. 이게 말로만 듣던 흰개미인가 보다. 내가 나무껍질을 들춰서 집을 부수는 바람에 흰개미들이 아주 혼란스러워 했는데 그 때는 정말 미안했다. 그 흰개미들은 나무속을 다 뚫어 놓았나 보다. 이렇게 쓰러진 나무를 분해해서 다른 식물들이 활용할 영양분으로 바꾸는 일을 하는 흰개미는 우리뒷산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이다.



망종의 식물들이 이 뜨거운 햇빛아래에서 한참 열매와 겨울눈을 키워가고 있을 때 곤충들도 바쁘다.    

 
                                     6월 8일
오늘은 보리가 익어가고 본격적으로 여름이 시작된다는 망종이다. 예전에는 우리동네에도 보리를 많이 심어 들판이 누렇고 이 때 쯤 되면 수확하기 바빴고 한 쪽에서는 보리를 베고 바로 논을 갈고 모심는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는 보리농사를 짓는 집이 하나도 없어 그 풍경을 확인할 길이 없다. 모도 이미 소만절기 중에 다 심어서 모를 심지 않은 논을 발견할 래야 발견할 수가 없다. 벼는 우리문화를 만들어온 문명의 작물이지만 원래 산지는 중국남부나 인도로 알려지고 있다. 열대나 아열대 지방에서 온 작물이다 보니 여름이 되어야 생육조건이 되기 때문에 이 시기가 이렇게 바쁜 것이다. 그런데 콩은 우리나라가 원산지인데 왜 벼를 심는 시기와 비슷할까? 감꽃이 피면 올콩을 심고 감꽃이 지면 콩나물 콩을 심는다고 했는데 감꽃이 진 지 얼마 안돼 콩나물을 심을 때라 작은엄마는 친정으로 갔다. 오묘한 자연의 조화인데 그러면 우리 뒷산의 생태는 망종에 어떤 변화를 보여줄까?

우리 집 옆에 쥐똥나무 꽃은 아직 피어있지만 색이 조금 바랬다. 하지만 여전히 쥐똥나무 사이에는 꿀벌들이 윙윙대며 부지런하게 꿀을 모으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쥐똥같이 생긴 열매가 열리겠지 기대된다.

해당화의 꽃잎은 완전히 졌는데 열매는 벌써 구슬보다 더 크게 자라있었다. 해당화는 정말 여러 용도로 쓰이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해당화는 향수의 원료가 되기도 하고 향수 대신 향기가 나는 주머니(향낭)을 만드는데도 쓰이고  꽃잎은 말려서 술이나 차를 담그는데 쓰인다는 것이다. 한방에서는 해당화의 뿌리를 약으로 쓰는데 치통과 관절염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꽃은 수렴, 지혈, 설사 및 진통을 멈추는데 쓰인다고 한다. 그리고 요즘에는 신경통에 좋다는 소문이 돌아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해당화들이 뿌리째 뽑혀나가는 상황이라고 하니 정말 안타깝기 그지없다. 해당화의 다른 이름은 睡花(잠든 꽃)인데 이런 이름이 붙은 데에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중국 고서에 보면 옛날 당나라 현종황제가 어느 봄날 즐겨 찾던 심향정이라는 정자에 가서 화창한 봄날의 경치를 즐기고 있었는데 이 좋은 광경을 혼자보기 아까워 평소에 아주 예뻐했던 양귀비를 불러오라고 신하에게 속히 명하였는데 신하가 양귀비를 찾았을 때 양귀비는 약간 술에 취해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황제의 부르심이라는 말에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는데 술과 잠이 덜 깨서 다리가 후들후들 거려 도저히 걸을 수가 없어 시녀의 부축을 받고 간신히 심향정에 도착했는데 현종황제는 양귀비의 백옥 같은 볼이 약간 붉은빛을 띠고 있는 것을 보고 현종황제가 “그대는 아직도 잠에 취해 있는고?” 하고 물었는데 양귀비는 “해당화의 잠이 아직 깨지 않았습니다.” 라고 대답했더니 그 대답에 현종황제는 “그대는 정말 해당화로다.” 하고 파안대소를 했는데 이 때부터 해당화를 잠든 꽃 수화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중국 오악중 하나인 화산에 있는 화청궁에 양귀비가 목욕하던 탕을 보면 해당화 꽃처럼 생겼고 이름도 해당탕인데 이런 것을 보면 양귀비는 해당화를 아주 좋아했나 보다.

앵두가 빨갛게 익었다. 그 동안 앵두가 별로 열리지 않아서 집안 식구들의 원망이 많았는데 앵두나무가 그 것을 만회하려는지 아주 알이 굵은 열매를 가지마다 주렁주렁 매달아 놓았다. 지난 입하 절기에는 오디가 절정이었는데 이번 망종은 앵두의 계절이 되었다. 솔뫼는 나갈 때마다 몇 개 씩 따달라고 하고 손님들이 와도 앵두나무 밑으로 모여든다. 채희도 우리집에 와서 앵두를 몇 개 따먹었는데 아주 맛있었다고 했다. 엄마는 앵두를 따서 앵두에 녹말가루를 섞어서 앵두편을 만든다고 하셨다.  

탱자열매는 잘 자라서 큰 방울토마토 만한데 아직도 호랑나비애벌레가 보이지 않는다. 올해 호랑나비생태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 걸까 걱정된다.

산딸나무는 아직 한창인데 무주 적상산에 갔다온 아버지 말을 들어보면 해발 1000M 가까운곳에 피어있는 꽃들은 대다수 산딸나무였다고 한다. 그리고 쥐똥나무는 이제 색이 바래서 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때가 되니 새로운 친구가 이제 찾아오려고 하고 있다. 그 친구는 바로 접시꽃과 남천꽃인데 앞으로 며칠만 있으면 필 것 같다. 남천의 열매는 해당화랑 같은 시기인 9~10월에 익는데 남천의 빨간 열매는 해당화열매와 같이 우리 집 마당을 등불처럼 환히 비춰줄 것이다. 접시꽃은 꽃의 생김새가 접시를 닮아서 붙은 이름이라고 들었는데 사실은 열매가 오목한 접시처럼 생긴데서 나온 이름이라고 한다. 우리 집의 첫 번째 여름 손님이다. 원래 우리나라가 원산지는 아니고 중국에서 들여왔는데 신라말기 고운 최치원의 시에 접시꽃이 나오는 것을 보면 들어온 지가 아주 오래 된 것이다.      

달래가 자라는 곳을 보면 낮은 언덕이나 산 가장자리 밭두렁 등 햇빛이 많이 드는 곳에서 자라고 기온이 25도 이상 올라가면 줄기와 잎이 말라죽는 특징을 가지고 있고 긴 꽃줄기 끝에서 여러 개 나와 우산살처럼 펼쳐지는 산형꽃차례이다. 붉은 빛이 도는 흰색인데 자주색으로 바뀐다. 꽃줄기가 거의 솔뫼 키 만큼 큰데 이는 5~6월에 익는 작고 둥글며 검은 씨앗들을 멀리 보내기 위한 것이다.

밤나무꽃이 활짝 피었다. 수꽃은 긴 꼬리 같은 이삭에 달리고 바로 그 밑을 보면 밤송이 같은 암꽃이 2~3개 달려있다. 암꽃이 훨씬 큰데 바로 여기에서 밤송이가 생겨나는 것이다. 밤나무냄새는 멀리서 맡아도 지독한데 가까이서 맡으니 속이 매스꺼웠다. 밤꽃의 냄새는 남자의 정자냄새 비슷하다고 한다. 그래서 예전에는 밤꽃이 필 때면 혼자된 아줌마들의 마음이 싱숭생숭해졌다고 한다.


산길로 접어드니 소만절기 때 보다 훨씬 더 무성했다. 망초와 산억새, 속털개밀은 벌써 내 키만큼이나 자라있었는데 산길을 침범해서 걷기가 불편했다. 숲은 전체적으로 음습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풀벌레 소리가 본격적으로 들리기 시작한다. 망종이 되면 우리 뒷산에 찾아오는 친구가 있는데 노루발풀과 매화노루발풀이다. 아빠가 다른 산에서 옮겨 심었는데 지금은 산의 곳곳에서 자라고 있다. 세어보니 둘 다 꽃잎이 4개 이고 수술은 10개였다. 수술이 같다는 것은 가까운 친척이라는 것을 말해주는데 수술을 통해 식물의 분류를 시도한 학자가 유명한 칼 린네이다. 린네가 암술과 수술의 기능을 밝히자 유럽의 종교인과 점잖은 척하는 사람들이 난리가 났다고 한다. 암술하나에 수술 10개라면 한 여성이 자기 침대에서 10명의 남자와 동침하는 것이니 얼마나 음란하냐는 것 이었다. 대다수 식물들이 자가 수분을 안 하는 것을 몰랐나 보다.

인동초 꽃은 뒷산 곳곳에서 꽃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인동초라는 말은 어려운 겨울을 이겨내고 피는 꽃이라는 뜻인데 대다수 식물들이 겨울을 이겨내고 봄에 싹을 내고 꽃을 피우는데 왜 이꽃에만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지금 겨울에 로제트상태로 지내는 풀들은 거의 대다수가 귀화 식물이다. 따라서 침엽수를 제외한 대다수나무와 풀들은 잎새를 떨어뜨리는데 우리가 사는 냉온대중부 기후에서 인동초만이 넓은 잎새를 떨어뜨리지 않고 겨울을 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고 생각된다. 일본에서는 인동초꽃으로 담근 술을 금은화주라고 하는데 우리집에서도 인동초의 흰꽃, 노란꽃을 따서 금은화주를 담았다. 바구니에 담긴 흰꽃과 노란꽃들이 아주 예뻤는데 술단지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았다. 인동초가 금은화라고 불린데는 이야기가 하나 전한다.
옛날 중국에 한 착한부부가 살고있었는데 그 부부한테는 금화와 은화라는 쌍둥이 딸이 있었다. 금화와 은화는 아주 우애가 좋아 죽을 때도 한무덤에 묻히자고 약속하였다. 그 둘이 시집갈 나이가 될 무렵에 그 마을에 전염병이 돌았다. 언니 금화도 전염병에 걸리고 말았다. 동생인 은화는 금화를 지극정성으로 간호했지만 금화는 계속 약해져 갔고 은화도 같은 병으로 눕게 됐다. 두 자매는 죽을 날이 가까워서 부모님께 유언하기를 우리가 죽으면 약초로 다시 태어나서 우리와 같은 병으로 죽는 사람이 없게 하겠다고 했다. 소원대로 그 둘은 같은 무덤에 묻혔는데 이듬해 봄에 무덤에서 가느다란 덩굴이 하나 자라났다. 덩굴은 해가 갈수로 무성해져 갔는데 어느 해 여름이 되자 은색꽃과 금색꽃이 뒤섞여 피어났다. 사람들은 금화와 은화의 혼이 꽃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해서 금은화라 부르고 그 전염병의 약으로 쓰게 됬다는 이야기이다.


지난 소만 때는 인대가 늘어나서 아빠가 오디 따는 곳을 가보지 못해 안타까웠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빠가 오디 따는 곳을 꼭 확인해 보고 싶었다. 가보니까 한 두군데가 아니고 한 7군데 정도 되었다. 우리집 뒷산을 처음으로 한바퀴를 빙 돌면서 확인한 셈이다. 나무마다  오디를  맛보면서 갔는데 그중하나는 너무 달아서 쓴맛이 생길 정도였다.
아빠는 어디에 오디가 있는지 어떤 나무에서 오디가 먼저 열리고 있는지 다 알고 계셨다. 내년에는 나도 아빠를 따라다니면서 오디를 따서 같이 효소를 만들어 보고 싶다.

상수리나무에서 거위벌레를 또다시 보았다. 거위벌레를 관찰하다가 상수리나무잎새를 실수로 건드렸는데 그대로 툭하고 떨어져버려서 바닥을 다 뒤져 찾아냈는데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 날아가 버렸다. 그런데 거위벌레는 왜 거위벌레일까 거위처럼 목이 길다고 해서 거위벌레인가? 내가 보기에는 거위벌레가 진짜 거위만하면 상대적으로 목이 더 길을 텐데 그렇다면 기린벌레가 더 낳을 텐데

산중턱에 있는 썩은 참나무 껍질을 들쳐봤는데 흰색벌레들이 우글우글 거렸다. 몸보다는 배가 더 길었고 생김새는 개미 비슷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개미와는 조금 달랐다. 이게 말로만 듣던 흰개미인가 보다. 내가 나무껍질을 들춰서 집을 부수는 바람에 흰개미들이 아주 혼란스러워 했는데 그 때는 정말 미안했다. 그 흰개미들은 나무속을 다 뚫어 놓았나 보다. 이렇게 쓰러진 나무를 분해해서 다른 식물들이 활용할 영양분으로 바꾸는 일을 하는 흰개미는 우리뒷산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이다.



망종의 식물들이 이 뜨거운 햇빛아래에서 한참 열매와 겨울눈을 키워가고 있을 때 곤충들도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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