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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종

                                                                    6월 6일
밤꽃이 피었다. 매년 망종 무렵이면 밤꽃이 피어 아주 미묘한 냄새를 풍긴다. 이렇게 망종 때마다 밤꽃이 피어있으니 모든 마을사람들이 밤꽃과 농사를 민감하게 연결시켰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망종은 6월 6일 쯤으로 망이란 벼, 보리 등의 까끄라기를 가르키는 말이다. 보리는 이삭이 다 패서 먹게 되고 벼는 한창 심을 때 이다. 옛날에는 논에다가 보리농사를 많이 지었다. 지난 가을 논에다가 심은 보리를 이제 막 수확하고 바로 그 자리에 모심을 준비를 해야 한다. 망종을 넘기면 모내기가 늦어지고, 바람에 보리가 넘어져 수확하기가 어려웠다. 특히 보리는 "씨 뿌릴 때는 백일, 거둘 때는 삼일"이라 할 정도로 수확시간이 여유를 가질 수 없었다.
보리수확과 타작이 끝나면 모내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논 갈고 써레질하고 모심기를 바로 하니 일이 끊임없이 이어져 忘終이라고 했다. 이렇게 바쁘다 보니 발등에 오줌싼다. 불때던 부지깽이도 거든다. 별보고 나가 별보고 들어온다. 는 말이 실감나는 시기 였다. 한마디로 농번기중에 농번기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였다. 그런데 요즘 우리동네는 망종이 그렇게 바쁜 철이 아니다. 벌써 모내기는 끝났고 별보고 나가 별보고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동네아저씨들이 낮에도 그늘에 앉아 쉬고 있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보리농사를 짓지 않는 데다가 수리안전시설이 갖추어져 있고 비닐하우스와 기계를 이용한 모심기라는 새로운 농법 때문에 모심기가 훨씬 더 앞당겨 졌기 때문이다.

이때의 농사력을 보면 논농사는 중생종 모를 내는데 작업과정은 물대기-논갈기-논삶기-논고르기-퇴비주기-모쭈기-모운반-모심기 등이고 사용하는 농기구는 소, 쟁기, 써레, 바지게, 못줄이었다. 못줄은 일제시대 이전까지는 없었는데 일제가 새로운 농법을 보급하면서 생긴 것이다. 밭농사와 관련되서는 보리나 밀을 타작하기 위해 도리깨를 고치고 조밭을 두벌갈이하며 비온 뒤에는 담배모를 심는다. 틈을 내서 들왕골을 베어 자리짤 것을 마련한다.  

그러면 망종시기의 속담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망종가뭄은 꿔다해도 한다.”는 속담이 있다.  

이때가 한참 모를 심을 때인데 옛날에 수리 안전답이 별로 없고 하늘에서 내리는 비만으로 농사를 짓는 천수답을 가지고 있는 사람한테는 비가 생명줄이다. 대보름에 동신에게 비는 것이 비가 순조롭게 내려달라는 것인데 그 가운데서도 모심을 때 비내리는 것 만큼 간절한 것이 없기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기후는 이 때쯤이면 꼭 가뭄이 들었다. 옛날 사람들의 하늘에 대한 원망과 비원 한숨이 담겨있는 속담이다.  망종은 모내기철이므로 농사에 관련된 속담은 모내기에 대한 것이다.

“망종전 올심기다.”
이 속담은 옛날 재래종벼는 망종인 6월6일 이전에 심은 것은 일찍 심은 것으로 간주하고 풍년을 바랄 수 있는 기대감이 담겨있는 속담이다.  

“대추꽃이 피면 모심기를 시작한다.”
“밤꽃이 피면 모내기가 한창이다.”
“치자꽃이 만발하면 모내기가 한창이다.”
“치자꽃이 필 때 놓치면 모내기는 늦다.”      
옛날 사람들은 지금처럼 기상청의 일기예보에 따라 농사를 짓는 것이 아니라 어떤 꽃이 필 때 어떤 농사를 짓는다. 라는 생활의 지혜를 속담으로 갈무리 하여 전승을 했는데 망종에 이러한 속담이 많은 것은 지역적 특성과 이 시기의 긴박성 때문일 것이다. 보은, 옥천처럼 대추나무가 많은 곳은 대추나무꽃이 피는 것을 어떤 농사일을 시작하는 신호로 받아들였던 것이고 남부지방에서는 희고 향기가 좋은 치자꽃이 농사시기를 알려주는 역할을 했던 셈이다. 우리 동네 에서는 그 역할을 밤나무가 했다.

그 외에도 “ 오월에 햇곡식 선돈 쓴다.”라는 속담은 옛날 농민들의 어럽던 생활을 잘 드러내 준다.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농민들은 돈이 없어 오월에 심는 모를 담보로 돈을 빌릴 수 없었던 것이다. 세금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데다가  중앙과 지방의 관청이나 벼슬아치들이 끊임없이 요구하는 여러 물품에 대한 독촉 때문에 빌려서라도 내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가난구제는 나라도 못한다는 말로 책임을 벗어나려 했다. 국가를 무기로 한 지배층의 수탈 이야말로 가난의 원인이었는데 말이다.

망종에 하늘 한가운데에 떠있는 별자리는 까마귀자리(진수)이다. 초여름 남쪽하늘은 밝은 별들이 거의 없다. 진수를 찾는 방법은 북두칠성에서 대각성을 거쳐 각수로 내려오는 봄철의 대 곡선을 이용하면 된다. 이 곡선을 15도 정도 연장하면 사다리꼴의 별무리가 있는데 그게 바로 진수이다. 진수는 4개의 별로 이루어져있는데 하늘나라에서 악부를 맡아. 노래하고 즐기는 일을 주관한다고도 하고 마차와 말 타기를 주관하다고도 한다. 진수 밑에는 중국에서 우리나라를 부르는 이름인 청구별자리가 있다. 28수를 우리나라의 여러 지역에  배당하기도 하는데 전라도 광주, 담양, 동복, 화순, 늠주, 장흥, 순천, 고흥, 보성, 곡성, 구례, 광양이 이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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