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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읽을만한 책: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 교양 : 『희망의 밥상』
제인 구달 외 / 김은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02.06 / 446쪽 / 11,000원

세계적인 영장류학자이자 환경 운동가인 제인 구달이 지구 생태계와 인류의 건강한 미래를 위한 제안을 담아 쓴 책이다. 우리가 매일매일 먹고 있는 음식들이 어떻게 생산되고 있으며 어떤 경로로 우리 밥상에까지 올라왔는지를 밝힌다. 또한 우리의 건강, 나아가 지구의 건강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제인 구달 박사는 거대 기업이 전 세계 농축산물 시장을 장악하게 되면서 벌어진 각종 문제들을 조목조목 밝힌다. 전 세계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몬산토 같은 거대 농산물 기업과 웬디스, 맥도널드 등의 패스트푸트 업체들의 실례를 들어가며 실생활 속에서의 위협과 폐혜를 밝힌다. 또 거대 기업들에 의해 전 세계 모든 곳의 밥상이 단일화되면서 지역 고유의 문화와 지역 사람들의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도 지적한다.
전 세계 곳곳을 다니며 지역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며 겪은 경험을 살려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대륙, 아시아 등 세계의 다양한 먹을거리들을 자세하게 다루면서, 거대 기업들에 의해 좌우되는 세계인의 건강과 지구의 미래에 대해 설득력있게 이야기한다.

 

* 문학 : 『우리는 사랑일까』
알랭 드 보통 / 공경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11.28 / 408쪽 / 9,800원  
 


알랭 드 보통은 매우 재치있는 소설가이다. 그가 다루는 주제는 주로 사랑과 일상의 행복이다. 그의 솜씨는 심리 분석에서 특히 돋보인다. 아무리 복잡한 내면이라도 그는 단순 명료하게 정리해서 쉽게 설명한다. 그의 소설을 읽으면 인간관계와 세상이 쉽게 이해되는 듯하다.
『우리는 사랑일까』는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과 더불어 사랑과 인간관계에 관한 저자의 3부작 중 한편이다. 3부작이 모두 흥미롭지만 특히 『우리는 사랑일까』가 지적 매력이 넘치는 작품이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엘리스라는 한 여인의 사랑의 행로를 자세하게 그리고 있다. 그 사랑의 행로는 일반적이고 보편적이다. 그는 기막힌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평범한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그가 정성들여 그리고 있는 행로는 사건들이라기보다는 마음들이다. 뻔한 이야기를 너무나 재치있게 하고, 뻔한 삶의 진실들을 너무나 설득력 있게 드러낸다. 대중소설처럼 가볍게 읽히지만, 시시한 대중소설들이 절대 줄 수 없는 깊은 통찰과 지적 만족감을 주는 소설이다. 
추천위원 : 이남호(고려대 국어교육학과 교수)

 

* 역사 : 『원통함을 없게 하라』 
김호 / 출판사 : 웅진씽크빅(프로네시스) / 2006.01.20 / 190쪽 / 9,000원

'갓 쓰고 도포자락 휘날리던' 조선시대의 법의학을 다룬 책. 조선시대에도 과학적으로 사건을 해결해서 백성들의 '원통함이 없게'하기 위해 노력했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사건들은 정약용이 저술한 <흠흠신서>의 기록에 바탕을 두고 있다. <흠흠신서>는 1822년(순조22년)에 편한 필사본으로, 형옥 임무를 맡은 사람들이 유의해야 할 점을 기록한 책이다.

정약용은 당시에 벌어졌던 다양한 사건들을 생생한 기록으로 남겼다. 또한 사건들에 대한 자신의 소견을 덧붙였는데, 이를테면 '정수현 음독 자살 사건'에서 남편의 말을 따라 위중한 신씨에게 언도된 사형은 너무 과중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던지며 신씨를 변호하고 있다. 저자는 이 <흠흠신서>의 사례들을 들어 조선의 법학 체계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 철학 : 『철학적 산문』
소흥렬 /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 2006.01.25 / 266쪽 / 12,000원 

철학은 사물의 본질과 현상의 구조를 궁극적으로 규명하는 학문이라고 정의된다. 그것은 궁극적 학문이기 때문에 사물을 물질이나 정신의 차원에서 다루는 데 안주하지 않으며, 현상을 어느 특정한 이념이나 종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 있지도 않는다. 그러나 철학도 학문의 일종이기 때문에 체계적이고 이론적이어야 하며, 합리적인 설득력을 지녀야 한다. 그러므로 철학이 도대체 어떤 종류의 학문인지를 규명하는 것 자체가 철학의 중요한 분야 중에 하나이다.
철학이 너무 깊고 넓은 학문인만큼 철학자의 정체성도 애매해진다. 그는 기본적으로 학자인 셈이지만 때로는 교육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며 무엇보다 시민이고 가장이기도 하다. 어느 특정한 시대에 특정한 사회를 살아가야하는 한 사람의 생활인인 것이다. 한국 철학계의 주도적 인물인 소흥렬 교수는 조용하고 차분하게 삶을 영위해가지만 결코 평범한 존재는 아니다. 그는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이데아와 현실의 세계 사이를 넘나들며 논문이 아니라 산문의 형식으로 가슴 속 깊이 간직해두었던 이야기를 이 책에서 조심스럽게 펼쳐내 보인다. 샘물처럼 맑은 목소리에 ‘폭풍 노도’와 같은 열정이 담겨 있다.

 

 

* 정치 : 『동북아 질서의 재편과 한민족의 선택』
조성렬 외 / 나남출판사 / 2005.12.31 / 252쪽 / 10,000원 

지난 2005년은 광복 60주년이면서 동시에 장준하 선생 서거 30주년이었다. 장준하 선생을 기리는 심포지엄이 8월에 있었고 고인이 살아있을 때 항상 우려했던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질서의 재편과 한국의 민주주의가 주제였던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논문과 토론문을 묶어 『동북아 질서의 재편과 한민족의 선택』이라는 이름으로 책이 나왔다.
제1부 「동북아 질서의 재편과 국가전략 모색」에서 조성렬 박사는 미국, 중국, 일본의 틈바구니 속에서 한국의 좌표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 것인가를 논하고 있고, 조민 박사는 한반도 평화구축에 있어서 미국의 문제, 한반도 평화전략으로서의 남북한 평화협정, 그리고 북한의 미래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가능한 통일시나리오를 논하고 있다. 제2부 「분단 60년과 한국현대사의 새 지평」에서 정윤재 교수는 민주화 이후의 한국 민주주의를 이끌어 가는데 필요한 정치리더십을 다루고 있고, 정성현 이사장은 한민족이 당면한 위기상황을 진단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국민화합의 실천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의 말미에는 장준하 선생을 기리는 책답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던 양승규 교수의 장준하 선생의 의문사에 관한 진실을 밝히는 글이 실려 있다.
광복 60주년을 맞이하여 한국인이면 한번쯤은 생각해보아야 할 동북아 국제질서, 민족통일, 민주주의, 미래의 국가전략에 관한 진지한 토론을 이 책에서 접할 수 있다. 주제발제문에 이어 토론문을 실어 놓음으로써 독자들의 시각을 넓혀주려고 시도하고 있는 점도 평가된다. 

 

* 경제·경영 : 『그린스펀 경제학의 위험한 유산』 
래비 바트라 / 황해선 옮김 / 돈키호테 / 2006.01.25 / 408쪽 / 17,000원

과거 20여년간 세계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그린스펀의 잘못된 경제철학, 이론, 정책을 파헤치고, 지금의 세계적 경제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방안을 제시한다.
저자에 의하면 세계의 경제 대통령인 그린스펀은 경제에 어려움이 닥쳐올 때마다 진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미봉책으로 일관했다. 위기는 주기적으로 찾아왔고, 결국 작은 위기는 더 큰 위기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중산층과 가난한 사람들보다는 결과적으로 부자에게 유리한 정책을 펼쳐왔다.

 

* 사회 : 『메가트렌드 코리아』 
강홍렬 외 / 한길사 / 2006.01.31 / 408쪽 / 22,000원 

 

* 과학 : 『유뇌론』
요로 다케시 / 김석희 옮김 / 재인 / 2006.01.16 / 240쪽 / 12,000원 

 

* 예술 : 『한국의 미술가』
안휘준 외 / 사회평론 / 2006.02.01 / 388쪽 / 22,000원 

 

 

* 아동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레프 N. 톨스토이 글 / 최숙희 그림 / 김은정 옮김 / 두레아이들 / 2006.01.31 / 96쪽 / 9,800원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톨스토이 동화그림책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우리에게 아주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어느 추운 가을 날 주인공 시몬이 구두 수선 값을 받고 외투를 사러 가다가 어느 교회 옆에서 벌거벗은 채 떨고 있는 미하엘을 발견하면서 이 책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청년 미하엘은 구두수선공으로 시몬과 지내면서 세 번 웃는다. 이 책은 청년 미하엘이 어떻게 세 번 웃는지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특히 앞부분 그림이 어둡고 뒤로 갈수록 점차 밝아지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발견하는 것도 이 책을 재미있게 읽는 한 방법이다.
길이가 길고 다분히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어 지루하게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춰 따뜻한 그림으로 단순화시켜 쉽게 접근하도록 배려한 점이 돋보인다. 길에 버려진 미하엘을 구해준 시몬과 부모 잃은 쌍둥이 소녀를 길러준 여인의 사랑. 사람은 제 스스로 자신을 돌보기 때문에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가슴 속의 사랑의 힘으로 살아간다는 저자의 말이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어른과 아이가 책을 읽고 서로 의견을 나누어 보기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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