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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읽을만한 책 :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틈새
추천월 : 2006년 07월
저 / 역자 : 이혜경
출판사 : 창비
2006.05.30 / 256쪽 / 9,500원
『틈새』는 중견 작가 이혜경의 세 번째 소설집이다. 이혜경은 20여년 동안의 작가 생활을 통해서 시류와 인기에 영합하지 아니하고 시종일관 삶의 비루함과 인간의 하찮음을 애정과 연민의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는 진지한 소설가이다. 삶과 문학에 관한 그의 진지함은 이 책에서도 확인된다.
이 책에 담겨있는 9편의 단편들은 우리 현실의 이런저런 속내를 모자이크 식으로 보여준다. 임신한 것처럼 속여야만 하는 불임 여성, 대형마트의 보안 요원, 초라한 독신 여성, 여행 가이드, 전자제품 애프터서비스 기사 등 여러 장삼이사들이 소설의 주인공이며, 이들이 처한 상황과 고뇌는 그대로 우리 사회의 ‘폐쇄회로 카메라’에 찍한 보편적 삶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혜경의 소설적 카메라는 화려한 광고 사진을 찍는 고화질 카메라가 아니라, 숨기고 싶은 장면들을 몰래 담아내는 폐쇄회로 카메라에 가깝다. 그래서 그의 소설을 읽는 일은 소설적 카메라에 잡힌 우리의 부끄럽고 추한 모습을 다시 확인하는 일과 같다. 그 일은 우리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그러나 그 불편함이 정직과 통찰의 힘이요, 매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추천위원 : 이남호(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


중국 산서성 고건축 기행
추천월 : 2006년 07월
저 / 역자 : 김홍식·조유전
출판사 : 고즈윈
2006.05.12 / 272쪽 / 12,500원
중국만큼 우리에게 가깝고도 먼 나라도 드물다. 냉전시대에는 그야말로 죽의 장막에 가려 있어 다가가기 어려웠다. 그 반동이라 할 지 개방 후 한국인에게 있어 중국 여행은 유행이 되다시피 하였다. 그러나 워낙 땅덩어리가 크고 문화유적이 많아서 여행을 다녀오고도 무엇을 보고 왔는지 기억조차 희미해지는 일이 흔하다.
중국을 크게 세 개의 문화권으로 나누면 북쪽으로 북경을 포함하여 오대산을 중심으로 한 산서지방, 서쪽으로 진시황의 병마총과 돈황 석굴이 있는 서안 · 섬서 지방, 그리고 상해를 기점으로 소주· 항주를 비롯한 강남지방으로 볼 수 있는데, 우리와 가장 활발하게 문화 교류를 한 곳이 북쪽일 터이다.
이 책은 바로 중국 북쪽인 산서성을 기획 답사하여 쓴 책이다. 이곳의 건축과 불교 미술이 우리와 깊은 관련이 있음에도 일반인이 읽을 만한 책이 없다는 데 착안하여 만든 책이다. 전문지식과 사진을 곁들여 쉽게 만든 안내책자로, 산서성 방향으로 여행하는 사람에게 유용할 것임은 물론 읽는 것만으로 여행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추천위원 : 정옥자(서울대 국사학과 교수)


문명들의 대화
추천월 : 2006년 07월
저 / 역자 : 뚜웨이밍 / 김태성
출판사 : 휴머니스트
2006.05.29 / 350쪽 / 20,000원
오늘날 세계화의 추세가 확대되면서 이질적인 주요 문명들이 필연적으로 조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것은 충돌의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고 화해의 향상을 보일 수도 있다. 만약 우리가 화해를 통해 공존을 원한다면 ‘대화’라는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그렇듯이 문명들 사이의 대화도 양보와 타협과 변신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자신의 입장만 고집하고 편협한 우월감에 사로잡혀 있으면 결국 충돌의 비극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저자는 유교 문명을 현대의 주요 유산 중에 하나로 이해하며, 이것이 기독교, 불교, 이슬람 문명권과 공존의 단계를 넘어 서로 융화하기 위해서는 종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함을 역설한다. 이것이 그가 전통과 현대를 잇는 ‘신유학’의 탄생을 주도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화’란 항상 많은 난관을 극복해야만 어느 정도 성과를 극복할 수 있다. 전통과 현대를 잇는 문명 간의 대화는 더욱 그렇다. 그의 주장이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추천위원 : 엄정식(서강대 철학과 교수)


민주주의의 민주화
추천월 : 2006년 07월
저 / 역자 : 최장집 / 박상훈 엮음
출판사 : 후마니타스
2006.06.12 / 296쪽 / 15,000원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에서 민주화 이후 전개된 한국 민주주의에 대해 실망감을 토로했던 최장집 교수는 『민주주의의 민주화』에서 실망스러운 한국의 민주주의를 왜 민주화해야 하는지, 어떤 분야를 민주화해야 하는지를 역설하고 있다.
최장집 교수에 의하면 민주화 이후의 한국 민주주의를 이끌어왔던 민주정부가 반복적으로 보여준 패턴은 열망에서 실망으로의 퇴행이라는 것이다. 민주화 이후 선출된 민주정부는 절차적 민주주의의 실현에는 진전을 이루어냈지만 민주정부의 정책 내용과 실천은 신자유주의적 변형으로 퇴행했다는 것이다. 한국의 ‘신자유주의적 민주주의’는 빈부격차의 확대, 사회적 양극화의 심화, 고용 불안정과 실업 증가, 비정규직 노동자 양산, 사회 해체라는 파괴적 결과를 만들어내었고 한국 민주주의의 물질적 기초를 붕괴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민주주의는 더 민주화되어야 하고 더 사회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노동, 복지, FTA, 남북평화에 있어서 실망의 누적을 끊을 수 있는 대안을 개척하고 이를 실천에 옮겨야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민주화』는 민주화 이후 집권한 민주정부에 대한 한국의 대표적 진보 정치학자의 비판적 평가를 볼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한다.
추천위원 : 임혁백(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자본주의의 매혹
추천월 : 2006년 07월
저 / 역자 : 제리 멀러 / 서찬주 외
출판사 : 휴먼앤북스
2006.04.03 / 680쪽 / 35,000원
자본주의의 역사는 자본주의 현실의 역사이면서 동시에 자본주의에 대한 사상과 해석의 역사이다. 현실과 사상은 상호 영향을 미치면서 서로를 변형시켜 왔다. 현재의 자본주의에서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도 마찬가지 관계에 놓여있다. 이런 관점에서 자본주의에 대한 해석과 비판은 마르크스를 위시한 수많은 사상가들의 논의 대상이었으며, 이를 주제로 한 서적도 수없이 쏟아져 나왔다. 그중에는 순전히 경제사상에 집중해 논의를 전개하는 경우도 있고, 이보다 좀더 넓게 사회경제사상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경우가 있는데, 양자 모두 나름대로 의의를 갖고 있다.
자본주의에 대한 여러 사회사상가들의 생각을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은 후자에 속한다. 이런 이유로 이 책에는 독일 계통의 사상가와 경제학자가 아닌 사상가들이 많이 등장한다. 스미스(A. Smith), 마르크스(K. Marx), 슘페터(J. A. Schumpeter), 케인스(J. M. Keyens), 하이에크(F. A. Hayek) 이외에 볼테르(Voltaire), 버크(E. Burke), 헤겔(G. F. W. Hegel), 짐멜(G. Simmel), 루카치(G. Luckacs), 마르쿠제(H. Marcuse) 등이 논의되고 있다.
비록 번역서이지만 이 책은 정치와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 등의 다양한 측면에서 자본주의를 파악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다만, 베블렌(T. Veblen)이나 폴라아니(K. Polanyi)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상스럽다.
추천위원 : 홍훈(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침묵과 열광
추천월 : 2006년 07월
저 / 역자 : 강양구 외
출판사 : 후마니타스
2006.06.12 / 282쪽 / 13,000원
황우석 사태의 진실은 어디에 있는가.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한 스타 과학자가 탄생하게 된 배경으로부터 몰락의 이면까지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이른바 ‘과학기술동맹’의 형성, 전개, 발전, 균열 과정을 네 시기를 구분한다. 첫째, 1999년 복제소 영롱이가 태어난 이래 황우석은 농림부와 과학기술부의 지원에 의해 동물복제 전문가로 자리잡는다. 둘째, 2002년 이후 인간배아복제 전문가로 변신하여 정치권과 청와대, 언론으로부터 엄호를 받는다. 셋째, 2004년 「사이언스」에 배아복제 줄기세포 추출에 관한 논문을 게재하여 세계적 줄기세포 연구자로 발돋움하여 국민적 영웅으로 부상한다. 넷째, 2005년 줄기세포가 조작되었다는 의혹에 따라 국가과학자의 신화가 무너진다.
이 책의 필자들은 황우석 사태의 본질은 한 과학자의 사기 사건이라기보다 한국사회 자체가 지니는 구조적 문제로 본다. 일종의 과학 사기를 가능케 하는 ‘과학기술동맹’이 논지의 핵심이다. 배아복제줄기세포 연구를 매개로 한 정치권, 정부, 언론, 재계, 의학계, 과학계의 권력층이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기득권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신화의 창조가 이뤄진 셈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제2의 황우석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한국사회에서 과학기술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가늠할 수 있는 비판적 능력의 향상과 통제 시스템의 구축을 제안한다.
추천위원 : 임현진(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20세기를 만든 아름다운 방정식들
추천월 : 2006년 07월
저 / 역자 : 그레이엄 파멜로 엮음 / 양혜영
출판사 : 소소
2006.05.25 / 492쪽 / 18,000원
아름다움은 지극히 주관적인 개념이다. 그래서 나에게 아름다운 것이라고 반드시 다른 사람에게도 그렇게 느껴질 것이라고 단정할 수가 없는 법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아름다움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그런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아름다움이 있다. 현대 과학을 통해 밝혀진 자연의 신비를 수학적으로 표현한 방정식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이 바로 그런 것이다. 자연의 신비를 표현한 아름다움은 누구나 공감(共感)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과학적 아름다움은 철저한 논리와 통제된 실험을 통해 확인된 것이다. 완벽한 논리와 완전하게 통제된 관찰의 설득력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뜻이다. 심지어 양자론을 완성시킨 물리학자 폴 디락은 '물리법칙은 수학적 아름다움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을 정도다.
인류의 역사에서 20세기는 누구나 충분히 노력만 하면 그런 절대적 아름다움을 마음껏 즐기고 활용할 수 있게 된 최초의 시대였다. 그 결과는 놀라운 것이었다. 자연의 오묘한 진실을 담고 있는 수학 방정식들이 단순히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 유용하기도 하다는 뜻이다. 아름다운 방정식은 단순한 감상(感想)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의 정신문화와 물질문화를 함께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다.
추천위원 : 이덕환, 최재천(서강대 화학과 교수, 이화여대 생명과학과 교수)
 


사진, 예술로 가는 길
추천월 : 2006년 07월
저 / 역자 : 한정식
출판사 : 눈빛
2006.05.01 / 238쪽 / 12,000원
일기를 쓰되 글을 대신해 디지털 카메라로 나날을 기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제 클래식 카메라 시절에 요구되던 촬영기술, 기법, 혹은 작품성에 대한 관심은 거의 사라져가는 듯이 보인다. 카메라는 일상 소모용품의 처지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사진을 통해 ‘예술로 가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이란 촬영자가 무언가를 말하는 행위와 같은 것이며, 좋은 말은 ‘탈상식’ 즉 상투성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이 모든 관점은 아마추어로 출발해 국내의 대표적인 사진학교 교수로 20여 년간 재직했던 저자 자신의 경험에 토대를 두고 있다. 사진에서 예술적 가치를 추구하는 일이 오히려 희귀한 일이 되어버린 세태 앞에서 저자가 안타까워하는 대목은 꼭 사진 분야에만 한정된 문제의식이 아닐 것이다. 모두가 모두를 향해 혼성모방을 하고 있는, 그래서 원본의 진실과 가치가 사라져가고 있는 상황에 대한 문제제기로 읽힌다.
이 책은 디지털 카메라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이 전통적인 필름 카메라의 관점에서 쓰여졌다. 책 마무리 부분에서 둘 다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주석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용도와 발상이 너무도 다른 두 촬영 체계에 대한 좀더 심도있는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추천위원 : 김갑수(문화평론가)


사찰이야기
추천월 : 2006년 07월
저 / 역자 : 서문성 엮음
출판사 : 미래문화사
2006.05.15 / 346쪽 / 18,000원
그 자체 행복한 것, 그 자체 아름다운 것이 있다. 그것을 하느님이라 부르든 부처님이라 부르든, 아니면 ‘참나’라 부르든 바로 순일한 그 무엇을 느끼는 일, 절대순수를 만나 순수해지는 일이다. 그러나 세속에 사는 우리는 언제나 순수할 수가 없다. 순수해지기 위해 도시를 떠날 수도 없고 속세를 버릴 수도 없다. 산으로 들어가 산이 되기는 더더욱 힘들다. 그저 우왕좌왕, 좌충우돌, 동분서주하게 만드는 이 산만하고 황량한 도시에 살면서 세상의 아픈 존재들을 어머니의 눈으로, 자비의 눈으로 보는 사람들을 찾아 산에 오르고 절집을 찾아다닐 수밖에.
‘한국 불교 설화를 찾아서’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상원사, 월정사, 오세암, 보리암 등 산 좋고 물 좋은 데 위치한 절집들을 찾아가 그 절집에 내려오는 연기설화(緣起說話)를 모은 것이다. 설화는 민초들의 마음들이 모여 만든 이야기가 아닌가. 그냥 절집을 기웃거릴 때와 설화의 맛을 씹으며 절집을 드나들 때는 확실히 다르다.
추천위원 : 이주향(수원대 교양학부 교수)


어린이를 위한 배려
추천월 : 2006년 07월
저 / 역자 : 한상복 원작/ 전지은 글/ 김성신 그림
출판사 : 위즈덤하우스
2006.05.15 / 200쪽 / 8,500원
이 책은 『배려』의 어린이판으로, 예나의 성장 이야기이다. 이야기의 배경과 인물, 시점을 어린이 눈높이에서 전개하고 있어 아이들이 읽기에 전혀 무리가 없다.
주인공 예나는 학교에서 언제나 1등을 하고 남보다 자기를 먼저 챙기는 아이다. 그러다보니 일하는 엄마도 이해하지 못하고 친구들도 함부로 대한다. 어느 날 예나가 전교 회장 선거에서 떨어지고 유명무실한 바른 생활부장으로 밀려난다. 바른생활부는 평소 예나가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던 곳이며,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위기에 처한 곳이다. 학교에서는 3개월 안에 뚜렷한 활동이 없으면 바른생활부를 없애겠다고 발표한다. 예나는 그런 곳의 임원이 된 것이다.
그러나 잘난 체 하기 좋아하고 자기중심적이던 예나는 바른생활부장이 되면서 자기 자신을 되돌아본다. 비로소 주변 친구들과 서로 도와가며 멋지고 당당하게 변해간다. 바른생활부장이 된 예나가 어떻게 친구들과 조화를 이루며 인격적으로 성장하는지 궁금한 친구들은 이 책을 펼쳐보기 바란다.
이 책은 학교생활을 배경으로 친구 관계, 왕따 문제, 이성 친구 문제 등 아이들이 실제 부딪히는 문제들을 소재로 다루고 있어 아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핵가족화로 인해 지극히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아이들에게 남을 배려하는 성숙한 아이로 자라도록 이끌어주는 책이다. 주인공 예나의 변화된 모습에서 함께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그려본다.
추천위원 : 김자연(전주대 교육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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