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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뉴스]한미FTA는 '낯선 식민지'로 가는 길

한미FTA는 '낯선 식민지'로 가는 길
 [새책] 본 협상과 동시에 출간된 이해영 교수의 '낯선 식민지, 한미FTA'

2006년 06월 08일  유뉴스 E-mail이메일 보내기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FTA 1차 협상이 개시된 가운데, 한미 FTA 체결의 파국적 결과를 경고하는 협상장 밖의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미국에서 원정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대표단은 미국 노총 및 진보적 단체들과 함께 한미FTA 협상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한미FTA에 반대하는 논자들은 한미FTA가 '제2의 을사늑약'이며 '제2의 IMF'라고 규정해 왔다. 한미FTA의 추진 여부, 한미FTA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 한미FTA 추진과정의 투명성과 민주성 등을 둘러싸고 노무현 정권과 한미FTA를 반대하는 세력들 간에 치열한 공방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미FTA 저지 교수학술공대위의 이해영 교수(한신대)는 그간의 활동과 주장을 체계적으로 집약하여 정리한 <낯선 식민지, 한미FTA>라는 책을 통해 출간했다. 본 협상 시작과 동시에 출간된 <낯선 식민지, 한미FTA>에서 이해영 교수는 "한미FTA 체결은 곧 식민지화를 의미한다"며 '준엄한 경고'를 보냈다.

<낯선 식민지, 한미FTA>는 한미FTA를 그 체결 이전 단계에서의 4대 현안(스크린쿼터, 쇠고기 수입, 약값 인하,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 등), CGE(일반균형모델) 논란에서 시작해 협상의 주요 대상을 제조업, 서비스업, 투자, 지적재산권, 농업으로 나누어 FTA가 미칠 영향을 분석했다. 또한 미국의 협상전략을 중심으로 현재까지의 협상진행을 살펴본 뒤, 현재의 FTA협상에 내재된 '위헌성'을 지적하며 대안으로 '통상절차법'을 제시한다. 

 

한미FTA는 FTA가 아니고, 협상은 이미 끝났다

▲낯선 식민지, 한미FTA © 유뉴스
한미FTA는 기존 상품의 자유로운 거래 정도를 의미하는 자유무역협정이 아니다. 한미FTA에 대한 우리 사회의 평균 담론은 "수출의존도가 70%가 넘는데 자유무역은 곧 수출이고 또 그것은 불가피하지 않냐", "FTA 곧 자유무역 자체는 어쩔 수 없으며, 우리 경제에 보탬이 되는 것 아닌가" 정도인데, 이는 한미FTA에 내재된 고도의 위험성을 놓치고 만다. 한미FTA는 '자유무역협정'이 아니라, 포괄적 '경제통합협정'이다. 이에 대해 이해영 교수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IMF이후 한국사회에서 논란이 되어 온 것이 한미투자협정BIT라고 할 수 있다. 위와 관련 미국은 기존의 BIT모델 즉 'BIT 1994'를 최근 대폭 개정해서 'BIT 2004'모델로 업그레이드했는데, 그 내용은 위 항목가운데 (7)투자와 (5)금융서비스를 합한 것과 사실상 동일하다. 즉 한미FTA는 BIT를 포함한다. 이런 의미에서 그것은 GATT/FTA 즉 자유‘무역’협정이라기보다, 포괄적 '경제통합' 협정이라고 보는 것이 현실에 부합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한미FTA는 FTA가 아니다. 따라서 그것이 미칠 영향은 현재로선 측정 가능한 범위를 넘어선다." (21쪽)

 

따라서 이해영 교수는 한미FTA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주장은 비현실적일 뿐만 아니라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경고한다.

 

"소위 '개혁'을 위한 외부충격으로서의 FTA, 경쟁력 없는 부문의 '도태'를 유도하기 위한 장치로의 FTA를 '동태적인 정치적 효과'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결국 외환위기 당시 IMF를 지렛대로 구조조정을 관철하였고, 이번에는 FTA를 지렛대로 구조조정하겠다는 발상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외부쇼크', 즉 외압을 통한 구조조정이야말로 한국사회 사회양극화의 새로운 주된 원인이 될 것이다. 한미 FTA를 통해 이제 그 효과는 제조업일반을 넘어 공기업을 비롯한 서비스산업 전반에까지 확산될 것이다. 그 결과 당장 고용 불안과 비정규직 확대는 불가피하다." (28~29쪽)

 

또한 이 교수는 노무현 정부의 "한미FTA 추진이 미국이 압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발적이고 주도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한다. 이미 4대 현안에 대해 노무현 정부가 양보해 버림으로서 협상은 시작하기도 전에 끝났다는 것이다.

 

"미 연방 의원이 청취한 미국 업계 곧 농업, 자동차, 영화, 제약업계와 한국이 처리해 준 4대 현안, 즉 쇠고기 수입재개, 배기가스 배출기준 완화, 스크린쿼터 축소, 약값 인하 중단은 정확히 일치한다. 이를 우연이라고 부를까. 다시 말해 4대 현안 처리에는 미업계, 의회, 미행정부의 압력이 명백히 작용하였고, 여기에 대해 통상교섭본부장은 2005년 11월 이전 이러한 현안을 '적절한 시점에' 처리해 줄 것을 이미 약속했었다는 점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38쪽)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미국의 협상전략, 치밀한 계획과 준비, '국익'에 대한 명료한 이해, 미의회-업계-미무역대표부사이의 유착에 가까운 공조, 북핵문제를 비롯한 풍부한 압박카드, 탁월한(?) 영어구사능력(!) 이 모든 것에 한국의 협상팀은 정치적으로나 실무적으로나 한계를 보이고 있다. 바둑으로 치자면 초단이 9단에게 4점(4대 현안)을 깔아 주고 대국을 시작한 형국이다. 그래서 미국은 비록 시간에 쫓기는 불리한 처지에서 출발해 이미 협상에서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 (226쪽)

 

한미FTA는 신자유주의에 의한 포괄적 식민화

 

한미FTA 추진과 관련하여 그간 가장 논란이 되었던 점은 경제파급 효과이다. 정부는 한미FTA 추진이 "수출증가와 성장, 생산, 고용, 투자 등 거시경제의 여타 부문과의 선순환 구조 다시 말해 수출이 생산을 증가시키고 고용을 확대하고 성장을 촉진하고 투자를 유인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이해영 교수는 정부의 이런 기본 가정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다양한 통계자료를 동원하여 하나하나 논박하고 있다.

 

"결국 현 단계 한국경제의 구조적 조건에서 보자면, 한미FTA로 인해 자동적으로 고용이 확대되고 성장이 촉진된다고 예단할 근거는 희박해 보인다. 설사 FTA로 인해 총교역량(수입+수출)이 증가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고용유발효과가 매우 낮은 IT산업에 의해 주도되고, 금융부문의 구조적 취약성이 지속되며, 사회양극화가 심화되는 조건에서 그것은 성장, 고용 그리고 투자의 경제적 선순환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수출증가가 더 많은 수입을 유발하는, 그래서 수출부문이 전체 경제연관으로부터 자립화되는 즉 일종의 비지(飛地, enclave)화 혹은지 '마킬라도라화'(maquiladora)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62~63쪽)

 

서비스산업의 경우, "한미FTA를 통해 서비스산업을 개방하여 경쟁력도 제고하고 또 수출도 증가시키자는 것"이 정부의 추진근거이고, 이는 '재벌측의 서비스산업 개방론'과 궤를 같이하는데, “대외개방으로 인해 자동적으로 성장이 촉진되거나 혹은 경쟁력이 강화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본력과 경쟁력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 초국적 자본의 유입은 기대되는 소위 경쟁효과보다는 반경쟁 효과anti-competition effect를 초래하여 관련 산업부문에 대한 신규설립, 부문인수, 적대적 M&A 등으로 관련 국내산업의 몰락으로 이어지거나, 해외거대자본과 국내자본간의 경쟁과정에서 국내 중소영세기업의 도산을 몰고 올 가능성이 높다. 개방은 그 자체로 잘해야 소위 경쟁력강화를 가능하게 하는 여러 조건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개방=경쟁력'식의 도식은 그러므로 차라리 그 자체 극히 단순화된 급진시장주의적 이데올로기라고 보아야 한다." (95~96쪽)

 

금융서비스의 경우에도, "한미FTA를 통해 국경간 금융서비스 거래, 신금융서비스 시장이 추가 개방될 경우 이미 외자에 의해 장악된 금융서비스의 사례가 보여주는 것처럼, 그나마 남겨진 부동산, 임대 그리고 무엇보다 비즈니스서비스를 비롯한 전문직 서비스 시장마저 외자에 넘어가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미국식 스탠다드에 순응하는 경우, 일정한 경쟁력 향상과 보상이 따르겠지만, 금융서비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비정규직 증가, 이른바 국부유출은 물론이고, 정부가 약속하는 '성장과 고용이라는 2마리 토끼'는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을 것이다. 외자의 관심은 '성장과 고용'이 아니라 '수익'이기 때문이다." (103~104쪽)

 

또한 한미FTA는 "특히 외국인 지분제한 철폐 혹은 서비스산업 투자 및 비관세 장벽 철폐라는 방식으로 공기업 사유화문제를 제기함으로써 기존의 급진 신자유주의 경향을 가속화시킬 것이 분명하다. 그 결과 전기, 가스, 수도 등 우리 경제생활의 바탕이 되는 필수 공공재에 대한 공격이 임박"(109쪽)하고 있고, "현행 건강보험 강제가입제를 놓고 볼 때 여기에 고급의료서비스 제공이라는 구실을 들어 별도의 민간의료보험이 시행되고, 누구나 획일적으로(?) 건강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보험에 가입해도 되고 민간의보에 가입해도 되는, 즉 '건보' vs '민간의보'식의 이른바 경쟁체제가 도입될 때 한국 의보시스템의 붕괴는 아주 당연"하게 된다.(114쪽)

 

7월1일 시행예정인 스크린쿼터제 축소의 경우, "당장 1~2년 안에 스크린쿼터의 축소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대미 '퍼주기' 외교의 결과, 만에 하나 FTA협상이 타결될 경우, 미국은 스크린쿼터 73일을 일단은 예외로 인정하겠지만 멕시코의 사례처럼 이후 완전폐지에 이를 때까지 단계적인 추가 축소 프로그램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에 한국영화가 '쿼터 축소, 투자 감소, 제작 편수 감소, 상영일수 미달, 쿼터 추가 축소 ...'식의 악순환 고리에 맞물려 들어갈 때 그 결과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127쪽)

 

이 교수는 한미FTA 추진이 외국인투자를 확대하여,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인가? 이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본다. "한미FTA를 체결했을 경우 과연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FDI가 그렇게 증가할 것이라고 볼 충분한 경험적 근거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한미FTA의 투자조항은 사실상 미국이 주도하는 한국자본시장의 투기화를 가속화시키고, M&A 아니면 포트폴리오의 가중을 초래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이 경우 한미FTA는 FDI가 아니라 이들 투기성 자본의 보호장벽만을 강화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할 때 한미FTA를 통해 그나마 유지되는 대미 상품수지상의 흑자기조가 무너지고, 투자금융부문의 투기화가 가속화되며, 나아가 이것이 아래에 보게 될 대미 서비스교역상의  적자누적이 서로 맞물려 오히려 예상가능한 최악의 시나리오가 연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171쪽)

 

더욱 심각한 것은 "미국형 FTA의 투자조항은 특히 투자분쟁에 대한 중재의 국제법적 구속력을 대폭 강화하였고, 또한 그 절차에서도 해당국 법원보다는 해외 국제기구를 통한 최단기간내의 중재를 명백히 선호하고 있다. 그 결과 BIT는 투자영역에 대한 법치국가의 재판관할권을 박탈함으로써 국가주권의 공동화를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가져 올 것이라는 점이다.(163쪽)

 

지적재산권의 경우에도, "한미FTA의 TRIPS Plus는 한국경제에 지불하지 않아도 될 추가적인 비용의 순증가만을 가져다 줄 뿐이고, 따라서 "적어도 지적재산권의 관점에서만 보더라도 정부에서 말하는 한미FTA를 통한 소위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향상이라는 구호는 허구"(181쪽)이다. 가장 커다란 쟁점이 되고 있는 농업의 경우에 한미FTA에 대한 농업분야의 피해는 흔히 말하듯 '뜨거운 감자' 수준을 훨씬 넘어선다. 그것은 상황에 따라 정부측이나 통상교섭본부가 기대하는 농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아니라, 아예 농업 구조 파괴의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아니 어쩌면 농업에 대한 국가폭력이라고 부르는 것이 사정에 더 적합할지 모른다." (185쪽)

 

'국가에 대한 시장의 규제, 즉 국가의 공동화'와 '한미FTA를 계기로 한 구조조정 전면화가 가져올 양극화의 심화'

 

한미FTA는 정부에서도 이야기하고 있듯 단순한 경제협상을 넘어선다. 그래서 "한미FTA가 결렬되면 한미동맹이 파탄난다"는 식의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이해영 교수는 이를 "일종의 유치한 공미주의의 표현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더욱 문제는 "향후 한국사회는 기존의 대치선인 한미동맹의 '강화-유지-해체' 구도에다, FTA의 '체결-저지' 구도가 중첩되면서 최근 보기 힘들었던 대규모 사회갈등을 경험할 지도 모른다"는 점에 대해 더욱 주목한다.(213쪽)

 

이해영 교수는 한미FTA 추진이 단순히 한국 경제에 불리하다는 수준에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가져올 중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비판의 칼날을 들이댄다. 그 하나는 '국가에 대한 시장의 규제, 즉 국가의 공동화'이고, 다른 하나는 '한미FTA를 계기로 한 구조조정의 전면화가 가져올 양극화의 심화'이다.

 

"지금까지 신자유주의가 국가규제로부터 시장의 분리, 곧 탈규제에 전략적으로 집중해 왔다면, FTA를 매개로 신자유주의는 국가에 대한 시장의 규제, 곧 역규제를 지향한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시장의 공동화가 아니라 이제 국가의 공동화이다. 더군다나 WTO라는 다자틀에서 개도국들이 '수의 논리'에 힘입어 그나마 틈새를 노릴 수 있었던 반면, 양자간 내지 지역간 FTA체제 속에서 해당 국가는 그런 자유가 없다." (238쪽)

 

"한미FTA는 가뜩이나 비교 열위에 있는 한국 국가 대 자본의 힘 관계를 더욱 후자에 유리하게 재편할 전망이다. 그래서 시장은 국가에 대해 규제완화나 철폐 따위 '탈(脫)규제'를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시장에 의한 국가의 '역(逆)규제'를 요청한다. 그래서 한미FTA는 단순히 대미 종속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한국계 초국적 기업을 포함하는 신자유주의에 의한 포괄적 식민화를 의미한다." (78쪽)

 

"신자유주의 세계화라는 관점에서 한미 초국적 자본은 한미FTA를 지렛대로 구조조정의 새로운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라는 점에서 보면 삼성과 LG도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과거 NAFTA를 미국 자동차 업계가 인원감축, 생산기지 이전 등 구조조정의 계기로 이용했던 것과 마찬가지이다. 한미FTA로 인한 관세철폐가 가져다 줄 가격인하효과보다, 오히려 이러한 구조조정을 통한 인건비절감이 오히려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신자유주의적 한미FTA는 가변자본에 대한 총자본의 글로벌 네트워킹의 한 고리라고 할 수 있다." (74~75쪽)

 

왜 한미FTA는 '낯선' 식민지인가?

 

한미FTA를 통해 관철될 미국형FTA는 '자본의 극단적 보호주의'이다. 이미 '자유무역주의는 강자의 보호주의'라는 말이 있다. "비교우위에 있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선점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의 개방을 요구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개방하면 경쟁력이 강화된다는 말은 틀린 말이다. 단 개방하면 강한 자는 살아남고, 약한 자는 망한다."
여기서 '자유'로운 것은 '모든 것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지상에 자유로운 것은 오직 바람과 돈뿐이라는 말이 있듯이, FTA는 돈의 자유, 자본의 자유를 의미한다. 그러면 노동의 자유는 없는가. 없다. 있어야 하는 데 없다. 그것이 서비스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S 모드4 '자연인의 이동'을 대부분 주요 선진자본주의 국가가 양허하지 않는 이유이다. 한미FTA도 마찬가지이다. 자본은 바람처럼 자유롭게 태평양을 오고 가도, 사람은 안된다. 물론 일부 이른바 '전문직 종사자'는 연간 쿼터를 정해놓고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하는 안된다.(243쪽)

 

그렇다면 한미FTA는 왜 '낯선 식민지'인가?

 

"(신)식민주의는 자기 완결적인, 신성불가침의 국경으로 무장한 전통적 민족국가간의 관계에서 나온 개념이다. 오늘날처럼 초국적 자본이 주동하는 글로벌 경제에서 그 양상은 매우 다르게 전개된다. 이 지점에서 한국의 수출경제를 사실상 주도하는 초국적 기업과 미국계 초국적 기업은 일종의 '이항대립(二項對立)적binary opposition'의 관계에 놓인다. 다시 말해 한편으로 시장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 대립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신자유주의에 동일한 이해를 갖는 그러한 관계말이다. 특히 후자와 관련해 중요한 것이 구조조정이다. 글로벌 경쟁격화는 자본의 수익성을 위협하기 마련이고 따라서 좀 더 나은 투자처, 좀 더 값싼 생산기지를 찾아 나서는 것이 이들의 본성이다. 그 과정에서 국가의 모든 규제장치는 한갓 비관세 장벽 이상도 이하도 아닐 뿐이다. 이런 점에 착목해 볼 때, 이 새로운 식민주의는 우리에겐 여전히 낯선, '초국적 식민주의'라 부를 만하다." (245쪽)

 

한미FTA의 체결로 드러낼 '낯선 식민지'의 모습에 대해, 이해영 교수는 다음과 같이 전망한다.

 

"한미FTA는 공공영역에 대한 공격을 의미한다. 시장에서의 약자보호는 국가의 기본에 속한다. 그럼에도 한국 국가는 농업을 보호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 중소기업도 경쟁의 논리로 내몰린다. 이미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잠식할 수준인 양극화는 단지 사후처리 수준에 맴돌고 있을 뿐이다. 한미FTA의 공공성에 대한 공격은 특히 에너지, 교육, 의료, 문화 등에 집중되어 있다. 금융은 공공성을 운운하기조차 힘든 수준으로 외자 지배하에 넘어가 있고, 투자와 지적재산권은 미국형 FTA가 각별히 공을 들이는 부분이지만 한국에서는 제대로 공론화조차 힘겨운 실정이다. '카지노 자본주의'라는 말조차 한국에서는 낡은 개념이 되어 버렸다. 이 모든 것의 결과는 결국 국가 주권적 정책공간의 위축과 잠식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242쪽)

 

본 협상을 앞둔 현 시점에서, 한미FTA협상의 전망과 관련하여 3가지 정도의 시나리오가 가능하다고 필자는 진단한다.

2006년 12월 말~2007년 3월 말에 걸쳐 협상이 타결되는 경우, 협상이 결렬되는 경우, 그리고 협상이 지연되는 경우가 그것이다. 그런데 2007년 3월 말을 협상타결 시점으로 하여 추진되는 한미FTA는 어떤 경우가 됐든 저항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미FTA 추진은 그 자체로 한편으로는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커다란 사회 정치적 쟁점이 될 것이고, 더 나아가 '87년 체제'의 향방을 둘러 싼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다.

그래서 이해영 교수는 묻는다. "2006년이 갈림길이다.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 이에 대해 이 책에서 그 포괄적이고 궁극적인 방안을 제출하고 있지는 않다. 이 교수는 당장 가능한 '차선이자 출발점', '방파제'의 하나로 아래로부터의 토론과 동의에 기초한, 사회갈등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국제통상조약 체결절차에 관한 법률' 제정을 제안한다.

 

▶차례

 

서문

1부 '머나먼 다리', 한미FTA로 가는 길

한미FTA는 FTA가 아니다

왜 한미FTA인가?

한미 통상4대 현안 : '압력'인가, '주도'인가?

2부 다리를 넘어 '낯선 식민지'로

한미FTA와 경제효과논란
        1. 무역수지: USITC vs KIEP 
        2. CGE라 불리는 요술방망이: KIEP CGE 모형 분석의 문제점
        3. 고용도 성장도 없는 수출?

한미FTA와 제조업
        1. 상품수지: 옷 팔아서 쌀 사먹자?
        2. 초국적 기업으로서의 한국재벌

한미FTA와 서비스산업
        1. 미국형FTA, ‘글로벌 스탠다드’? : 서비스, 투자, 지재권조항 국제비교
        2. '개방=경쟁력?'
        3. 서비스산업 개방 그 이후: 금융업의 사례
        4. 공공서비스, 교육 및 보건의료 서비스
        5. 전문직서비스
          : 법률시장개방과 ‘외국법자문역’(FLC: foreign legal consultants)의 사례
        6. 한미FTA와 문화산업: 영화산업을 중심으로

한미FTA와 투자
        1. 한미투자관계
        2. 한미FTA 투자 조항의 문제점
        3. 한미FTA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효과

한미FTA와 지적재산권 : "TRIPs Plus"?

한미FTA와 농업
        1. 한미농업부문 비교
        2. 한미FTA가 농업에 미칠 영향분석
        3. 한미FTA이후 한국농업의 전망

군사안보적 대미 종속의 항구화

3부 '엎질러진 물', 어떻게 할 것인가

미의회조사국(CRS) 보고서와 한미통상현안

2006년2월2일자 미무역대표부(USTR) 의회서한

한미FTA 위헌론(違憲論), 그리고「통상절차법」의 문제

한미FTA, '낯선 식민지'?

 

▶필자 소개 - 이해영(李海榮)
 
1962년 생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및 동 대학원 졸
독일 마부룩(Marburg)대 Ph.D.
한신대학교 국제관계학부 교수
한신대학교 국제평화인권대학원 원장 역임
독일 마부룩 대학교 방문교수
스크린쿼터 영화인대책위 정책위원장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정책기획연구단장

저서_
『그람시와 하버마스: 시민사회, 생활세계 그리고 정치』(독문)(1994)
『독일은 통일되지 않았다: 독일통합 10년의 정치경제학』(2000)

편저_
<1980년대: 혁명의 시대>(1999)

논문_
<한미투자협정비판-미국의 1994년 표준안을 중심으로>
<칼 슈미트의 정치사상: '정치적인 것의 개념'을 중심으로> 외 다수


©2006 유뉴스
Updated: 2006-06-0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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