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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오리님의 <내가 춤출 수 없다면...> 서평

산오리님의 [내가 춤출수 없다면... - 최세진] 서평입니다.

그대로 퍼왔습니다. 네트워커를 볼 수 있게 되면 오프라인 네트워커도 함 올려봅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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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우리를 춤출 수 있게하라!
내가 춤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 (최세진 지음, 메이데이, 2006.5)




곽장영 / 블로거   blog.jinbo.net/sanori



조회수: 13 / 추천: 0


언젠가 ‘아는 만큼 보인다’는 구호와 함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책이 있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란 책인데, 신문과 방송에서 홍보와 칭찬이 자자했던 것은 물론이고, 지나치는 사람들마다 그 책 한권씩 끼고 다니거나 얘깃거리가 되곤 했다. 그 와중에 어찌 유행에 뒤질까 싶어 1권을 사서 꼼꼼히도 읽어 보았다. 지금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은 ‘맞배지붕’이라던가, 이런 생소한 말 한두 마디 정도다. 산에 자주 다니는 덕분에 산 아래 있는 절에도 들러 탑이나 절 건물을 보게 되면, 문화유산 답사기에 소개된 문화재라는 친구들의 자랑(?)도 곁들여지곤 했는데, 책을 읽어도 읽을 때 그때뿐인 나로서는 ‘알지도 못해서’ 보이지도 않는 꼴이 되고 말았다.
얼마 지나서 다시 2권이 나왔는데, 그 책도 읽어보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질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샀는데, 조금 읽어보다가는 ‘내가 왜 이걸 읽고 있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책을 접고 말았다. 머리가 나쁘고 기억력이 좋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그 문화재가 무슨 양식으로 지어졌고, 어떤 사연을 안고 있는지를 세세하게 알만큼 생활의 여유나 사고의 여유가 없기도 하다. 그래서 이즈음 어느 절을 가도 그 절이 그 절 같고, 그 탑이 그 탑 같은 탓에 절 구경도 잘 하지 않는 편이다.
책을 읽는 것도 마찬가지다. 뭔가 복잡한 게 있으면, 그리고 쉽게 읽혀지지 않으면 몇 장을 들춰보다가는 이내 덮어버리고 만다. 그래서 소설을 열심히(?) 읽는 편인데, 그 복잡한 인물들의 이름을 기억해 내야 하는 러시아나 남미의 소설은 부담스럽게 다가오기도 한다.

아마도 책이 나오기 전에 책을 쓴 최세진을 알지 못했다면, 이 책도 굳이 읽지 않았을 것이다. 책방에서 이 책을 보았더라도 제목도 그리 가볍지 않은데다가 책 속을 들여다보고서도 어디서 한두 번 듣거나 본 내용이거나, 아니면 전혀 알지도 못하는 것도 있어서 선뜻 읽어보고픈 유혹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를 스쳐 지나치면서 만난 것은 꽤 여러 번 되겠지만, 소주잔이라도 앞에 놓고 얘기를 했던 적은 한두 번 있었을 것이다. 그를 잘 알지도 못하지만, 이미 그의 명성(?)은 주위에 잘 알려져 있던 터라 이번에 낸 책을 보고서도 그리 놀라거나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았다. 평소에 그가 가졌던 철학과 생활이 그대로 책 속에 드러나 있었기에 불만도 없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머리도 나쁘고 기억력도 좋지 않은 내가 가장 부러워하는 인간들이 최세진 같은 사람들이다. 책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오래된 역사에서부터 현재의 첨단 게임에 이르기까지 모르는 게 없고, 그 깊이도 엄청나기 때문에 나는 감히 약간의 생색이나 베끼기조차 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내가 춤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는 이 책 속에는 내가 조금씩은 알고 있었던 주제들이 대부분이고, 별로 관심이 없었던 내용들도 몇 꼭지 있지만, 책을 들면 쉽고 재미있게 읽혀 진다. 히틀러가 사랑했던 바그너, 천재음악가로 비참하게 산 쇼스타코비치, 러시아 시인 마야코프스키 등에 관한 얘기는 대부분 내가 잘 모르는 내용이었다. 우리 문화유산에 별 관심이 없듯이 저 먼 나라의 예술가들에게 큰 관심이 없어서라기보다는 무식하기 때문이다. 책 읽고 나서 이런 예술가들의 어려운 삶도 알게 되었으니 엄청난 소득임에 틀림없다.

가장 재미있게 읽은 건 역시 스스로 체험한 것이 있는 내용들이었다. 70년대 박정희 정권 시절에 수많은 금지곡 리스트가 발표되었고, 그런 노래들은 내가, 우리들이 열심히 부른 노래들이었다. 무슨 노래인지도 몰랐던 것들이라도, 금지곡이라고 발표되면 어디선가 악보를 구해오고 서툴게 노래를 불러보기도 했고 입에서 입으로 잘 퍼져 나갔다. 산과 바다로 놀러가거나 술집에 앉아서, 옆 사람들의 눈치를 보면서 금지곡들을 불렀다. 금지곡을 알고 있고, 금지곡을 부르는 것이 쾌감이라고 생각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금지된 노래라도 부르면서 ‘너희들을 반대한다’고 외치고 싶었고, 외쳤던 것이 아니었을까. 정미조의 ‘불꽃’은 좋아하는 노래였고, 많이 흥얼거리기도 했던 노래인데, 이런 노래조차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금지곡이 되었다니...

언제부턴지 내 가슴속에/꽃씨 하나 심어 졌었지/가을 지나듯 봄이 오더니/어느 틈에 싹이 돋았지/바람 불어 잠 못 자던 날/웬일인지 가슴 뛰던 날/아아 꽃은 피었지/뛰는 가슴에/불꽃처럼 피었지 사랑의 꽃/행복의 꽃 생명의 꽃 영원의 꽃/나는 타오르는 불꽃 한 송이
-<불꽃> 중 (책 241쪽)


아마도 ‘혁명’의 불꽃이 활활 타올라서 자신들을 태워버릴 지도 모른다는 저들의 두려움이 ‘의심스럽다’로 나타나지 않았을까?

최세진은 자신의 일관되고 투철한 좌파적 상상력이 나를 춤추게 하고, 우리를 춤출 수 있게 하는 혁명의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는 거겠지. 멀리서 혁명을 공부(?)하고 있는 최세진의 건강을 빌면서, 그의 이어지는 두 번째 작품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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