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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읽을만한 책: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봉지
추천월 : 2006년 09월
저 / 역자 : 김인숙
출판사 : 문학사상사
2006.08.01 / 334쪽 / 9,500원
봉지는 여주인공의 이름이다. 그녀는 시골의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자랐고, 불량학생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친구들과 어울렸고, 3류 대학생이었고, 혼돈과 시위의 시대에 청춘을 보내야 했던 인물이다. 다시 말해 80년대라는 시대의 터널을 지나온, 일그러진 우리들의 청춘의 대명사같은 인물이다. 그의 주위에 있는 인물들도 모두 봉지의 변주들이라 할 수 있다. 시골 깡패인 오빠, 철없는 엄마인 영주, 허영끼 많은 선미, 무뚝뚝한 가현 등이 모두 못난 젊음이란 점에서 비슷한 캐릭터들이다.
이들은 혼란과 시위의 시대를 아웃사이더로 살았던 일그러진 청춘의 모습을 잘 그려낸다. 그 모습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것으로, 지난 세월을 환기시켜준다. 특히 그 당시를 젊은 시절로 보냈던 독자들에게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다 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시대를 모르는 독자들에게도 이 소설은, 젊음이라는 것이 지닌 본질적 속성으로서의 혼란과 자학, 그리고 미망을 알게 해주는 작품이다. 다만, 좌표없는 청춘의 불안정한 삶의 세목에 치중하는 대신 그 혼란의 시대적, 존재론적 원인에 대한 깊은 천착이 약하다는 점에서 아쉽다. 80년대와 90년대에 이런 스타일의 소설들이 많았다. 『봉지』는 그런 소설과 유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더욱 깊어진 작가의 삶에 대한 이해가 바탕색을 새로 칠한 것 같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추천위원 : 이남호(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


팩션시대, 영화와 역사를 중매하다
추천월 : 2006년 09월
저 / 역자 : 김기봉
출판사 : 프로네시스
2006.03.10 / 174쪽 / 9,000원
이 책은 영상시대를 맞아 영화와 역사의 관계에 대하여 새로운 시각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역사는 사실이고 영화는 허구라는 근대사실주의적 지식의 분류체계가 이제는 그 의미를 상실했다고 선언한다.
지금까지 소설과 영화는 역사라는 사실장르에 영합하여 역사소설, 또는 역사영화와 같은 복합장르가 되고자 했지만, 탈근대의 팩션(faction=fact+fiction) 시대를 맞아 역사가 뒤로 밀리는 영상역사, 또는 소설역사 같은 새 장르가 출현했다고 주장한다. 근대과학주의에 대한 반론이기도 하며 포스트모더니즘 역사의 실체를 들여다볼 수 있고 고정관념 뒤집기의 효과도 있을 듯싶다. 다만 민족과 국가라는 근대의 이념들을 우리의 현실을 앞서가며 비판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생각해 볼 일이다.
추천위원 : 정옥자(서울대 국사학과 교수)


인간의 본성에 관한 10가지 이론
추천월 : 2006년 09월
저 / 역자 : 레슬리 스티븐슨 외 / 박중서
출판사 : 갈라파고스
2006.08.03 / 496쪽 / 18,000원
오늘날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해 인간의 본성이 무엇인지에 관해서 새롭게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인간은 이제 신의 피조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오만하고 방자한 존재임이 드러났고, 이성적 동물이라고 하기에도 너무 충동적이고 감성적인 면이 많이 있음이 자명해졌다. 오히려 인간은 미묘하고 복잡한 기계의 일종일지도 모른다는 심증이 더욱 굳어져가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러한 혼란기 혹은 과도기일수록 우리에게는 인간의 다양한 측면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게 다양한 측면들이 서로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책은 신학, 철학, 심리학, 사회학, 정치학, 생물학에서 주요 논제들을 선택하여 이 분야의 대표적인 사상가들의 입장을 비교하고 검토함으로써 우리에게 입체적이고 구체적인 인간관을 정립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와 같이 인간이 어떠한 존재인지를 제시해줌으로써 우리가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도 암시해 준다.
추천위원 : 엄정식(서강대 철학과 교수)


한국의 정치변동
추천월 : 2006년 09월
저 / 역자 : 김영명
출판사 : 을유문화사
2006.08.10 / 434쪽 / 17,000원
해방 후 60년간의 한국의 정치변동을 설명할 수 있는 요인은 무엇인가? 『한국의 정치변동』은 이와 같은 거대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시도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분단, 산업화, 힘겨룸이라는 세 가지 요인을 제시한다. 분단은 한국 정치가 나갈 수 있는 내적 그리고 외적인 한계를 설정해 준 제약요인이었다. 국가 주도의 압축적 산업화는 권위주의 체제의 물적 기반을 제공해 주면서 동시에 권위주의 체제의 붕괴를 야기한 사회구조의 변동을 초래하였다. 분단과 산업화가 한국정치의 변동을 이끌어낸 구조적 제약요인이자 촉진요인인데 반해, 힘겨룸은 한국정치뿐 아니라 모든 정치변동을 설명할 수 있는 보편적인 설명변수이다. 결국 저자는 한국의 정치변동을 분단과 산업화라는 구조적 제약 하에서 정치세력들의 힘겨루기의 결과로 설명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민주주의의 도입과 타락, 군부권위주의 정권의 등장, 심화, 재집권을 거쳐 민주주의의 되살림, 그리고 진전이라는 한국정치의 흐름을 결정지은 계기적 사건의 원인과 결과에 대한 분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추천위원 : 임혁백(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영국 산업혁명의 재조명
추천월 : 2006년 09월
저 / 역자 : 김종현
출판사 : 서울대학교출판부
2006.07.20 / 618쪽 / 22,000원
21세기의 압도적인 체제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자본주위의 발원이 영국의 산업혁명이라는 데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18세기 중엽에서 19세기 중엽에 진행된 산업혁명을 통해 영국은 자본주의의 선두주자로 부상했다. 이런 이유로 산업혁명은 근대와 현대를 규정하는 일차적인 역사적 사실이다.
『영국 산업혁명의 재조명』도 산업혁명을 대상으로 한 수많은 저작 중 하나이지만, 국내 학자에 의해 쓰인 연구서로는 흔치 않은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책은 산업혁명에 대한 점진적 성격을 강조하는 최근의 해석을 의식하면서 동시에 산업혁명에 대한 통합적인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면공업, 철공업, 석탄산업, 교통혁명, 농업혁명, 자본공급, 노동력공급과 관리, 국내시장의 성장, 외국무역의 성장 등으로 나누어 신중하게 산업혁명의 양상들을 살피면서도 이들을 비교적 평이하게 기술하고 있다. 이 시대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추천위원 : 홍 훈(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사회 권력이동
추천월 : 2006년 09월
저 / 역자 : 박길성 외
출판사 : 굿인포메이션
2006.07.25 / 278쪽 / 14,800원
인류 역사의 경험에서 볼 때 권력이동은 사회변동의 결과이자 원인이다. 권력이동은 소극적인 의미에서 파워엘리트의 교체를 가리키지만, 적극적인 의미에서 한 사회 전체의 패러다임 변화를 가리킨다. 그러기에 권력이동은, 그것이 ‘발전적 전환’이건 ‘갈등적 순환’을 막론하고, 항시 여러 사회세력들 사이에 가치와 자원 배분을 둘러싸고 긴장과 대립을 유발한다.
해방 이후 한국사회에서 참여정부의 성립은 권력이동의 중요한 계기를 마련하였다. 산업화 세력에 대한 민주화 세력으로의 파워엘리트의 전환이 정치사회적 이념지형의 변화와 사회문화적 상징체계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작금 우리가 겪고 있는 지역, 계층, 세대, 이념, 성 갈등도 일종의 헤게모니 쟁투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권력이동의 배경, 조건, 과정, 양상뿐만 아니라 참여정부의 권력이동이 지니는 의미를 미국과 중국과의 국제비교를 통해 밝히고 있다. 특히 한국의 지식사회, 문화세계, NGO, 그리고 대중매체 영역에서의 권력이동의 역학과 문제를 면밀히 살피고 있다. 오늘의 한국사회 권력이동의 본질과 나아가 바람직한 사회변동의 미래상을 조망하기 위해 일독이 필요한 저서이다.
추천위원 : 임현진(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과학은 예술이다
추천월 : 2006년 09월
저 / 역자 : 보리스 카스텔 외 / 이철우
출판사 : 아카넷
2006.07.25 / 264쪽 / 12,000원
이 책은 우리가 흔히 과학이란 모든 게 정확해야만 하는 학문이며 과학자는 컴퓨터처럼 기계적인 존재로만 생각하지만 사실은 대단히 인간적이며 예술적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과학은 일순간의 천재성에 의해 돌파구를 찾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경쟁과 대립, 그리고 논쟁과 합의와 배제 등의 사회적 과정을 거쳐 얻어지는 산물이다. 대학, 연구소, 학회, 연구비 지원기관으로 구성되어 있는 과학계의 사회성도 과학의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양자역학과 불확정성의 개념, 그리고 다윈의 자연선택론이 이론으로 정립되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미처 몰랐던 과학의 실재를 보여준다. 경험과 학문의 깊이를 겸비한 역자의 탄탄한 번역 덕분에 자칫 딱딱할 수 있는 주제가 쉽게 읽힌다.
추천위원 : 이덕환(서강대 화학과 교수) / 최재천(이화여대 생명과학과 교수)


아름다움을 보는 눈
추천월 : 2006년 09월
저 / 역자 : 홍사중
출판사 : 아트북스
2006.07.30 / 280쪽 / 18,000원
한국인의 전통미학을 ‘구수한 큰 맛’이라고 갈파한 일제시기 고유섭의 연구 이래 우리 미의식의 독자성을 규명하고자 하는 노력은 간단없이 이어져 왔다. 20년 만에 재출간된 홍사중의 이번 저서 역시 종래의 관점들과 큰 틀에서 맥락을 같이 한다. 가령 미완의 미, 국밥과 같은 적당함의 금도, 실용성이라는 출발점 등. 저자의 시선은 불상, 동양화, 정원, 문양, 고목기, 도예, 꽃병, 문학작품 등을 꼼꼼히 추적해 우리 정서와 생활방식에 배어 있는 미의식의 원형질을 찾고자 한다. 이 책의 흥미는 저자의 비교문화적 식견에서 온다. 통상 일본, 중국과의 차별성을 찾아내는 것이 유사 연구의 공통점이지만 저자의 관심은 압도적으로 서양을 향해 열려 있다. 우리와 서양인을 대비시키는 방식으로 논점을 전개해 나가는 예가 많은 것이다.
‘백자 같고 무명 저고리 같은 한국의 미’라는 저자의 진단이 과연 결여와 결핍에 대한 작위적 가치부여인지 여부가 선명치 않은 대목도 많다. 하지만 저자가 시도한 한국미의 특질 규명이 우리에게 부족한 자기 객관화 작업에 이르기 위한 징검다리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해 본다.
추천위원 : 김갑수(문화평론가)


마음을 비추는 거울
추천월 : 2006년 09월
저 / 역자 : 신봉승
출판사 : 국일미디어
2006.07.27 / 282쪽 / 10,000원
재주는 있는데 덕이 박(薄)한 사람들이 많은 시대다. 이 시대는 왜 재승박덕(才勝薄德)형의 인간을 길러내는가? 혹시 어른이 없기 때문은 아닐까? 일반적으로 덕은 어른을 섬겨보는 데서 생긴다. 지혜로운 어른이 있어야 안정을 배우고, 기다림을 배우고, 보살피는 힘을 키운다. 재주 많은 사람이 그렇게도 많은 우리 사회가 이렇게 우왕좌왕, 안정감이 없는 원인 중에 하나는 어른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시대의 어른 신봉승 선생이 어른다운 책 『마음을 비추는 거울』을 냈다.
그는 묻는다. 이 시대 아버지, 어머니들은 대체로 고학력 지식인인데 왜 우리의 문화환경은 이토록 천박하고 보잘 것 없느냐고. 그는 재물을 모든 가치의 우위에 두고 개인의 이득에만 몰두한다면 그 가정은 불행의 씨앗을 키우는 거라고 한다. 자식들에게 아파트까지 마련해주는 부모는 독립심을 꺾는 거라고 하는 그는 어머니에게도 책상이 있어야 하고, 아버지에게는 권위가 있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 어른의 말씀을 따라가다보면 각각 개인으로 밀폐된 이기적인 시대에 더불어 사는 지혜를 그리워하게 된다. 그리움은 에너지고 길이니까 그렇게 그리워하다 보면 새로운 문화환경이 열리지 않겠는가.
추천위원 : 이주향(수원대 교양학부 교수)


여우의 전화박스
추천월 : 2006년 09월
저 / 역자 : 도다 가즈요 글 / 다카스 가즈미 그림 / 햇살과나무꾼
출판사 : 크레용하우스
2006.07.03 / 88쪽 / 7,500원
아기 여우를 잃은 엄마 여우의 모성애를 다룬 동화이다. 아이 여우를 병으로 잃고 힘없이 걷던 엄마 여우는 길가 전화박스에서 한 남자아이를 발견한다. 그 아이는 멀리 떨어져 있는 자기 엄마에게 전화를 하고 있었다. 엄마 여우는 그 아이를 마치 자기 아이처럼 여긴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엄마 여우는 전화박스 근처에 와서 인간 아이의 대화를 들으며 일일이 답변하고 행복해 한다. 아이를 잃은 엄마 여우의 애틋한 마음이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을 헤아리게 한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부모에게 받는 사랑을 당연시 하고 자신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고 사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어느 날 아이보다 먼저 전화박스 근처에 도착한 엄마 여우는 전화박스 불빛이 꺼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아이가 곧 자기 엄마에게 전화를 걸기 위해 올 텐데. 엄마 여우의 걱정은 크다. 어떻게든 아이가 자기 엄마와 전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고민하던 엄마 여우는 스스로 전화박스가 된다. 전화박스가 된 엄마 여우는 기쁜 마음으로 아이와 통화를 하게 되고, 그것이 아이와 마지막임을 알게 된다. 엄마 여우는 비록 아이와 헤어지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아이가 사랑하는 엄마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위안으로 삼는다. 은은한 삽화와 함께 엄마 여우의 애틋한 그리움과 아이를 향한 따뜻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동화이다. 동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동화는 아이들에게 쉽게 동일화를 유발하기 때문에 저학년 아이와 엄마가 함께 읽으면 좋을 것이다.
추천위원 : 김자연(전주대 교육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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