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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꽃을 보듬어 새봄을 불러요

 

 

 

떨어진 꽃을 보듬어 새봄을 불러요

 

안녕하세요?
사진으로 몇 번 만났으니깐 저를 기억 아시죠?
너무 아파 눈도 못 뜨고, 머리에는 붕대를 감은 채 병원에 누워 있던 이라크 아이 이스마일이에요.

 

아시겠지만 전 지금 아줌마 아저씨들처럼 왼쪽 심장이 뛰진 않아요.
그렇다고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마세요. 전 왼쪽 심장이 뛰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마음껏 어느 곳이나 갈 수 있고, 누구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아요.
특히나 이젠 비행기 소리, 폭탄 터지는 소리, 총 쏘는 소리에 놀라 깨어 엄마 품을 찾지 않아도 되니 너무 좋아요.

 

물론 아쉬운 게 없는 건 아니에요.
저도 어른이 되어 보고 싶었어요. 어른이 되어 결혼도 해 보고, 나를 닮은 아이를 낳아 행복하게 살고 싶었죠. 하지만 이젠 어쩔 수가 없네요.
다음 세상에 태어나기 전까지 저는 폭탄 맞았던 그날 그때의 아이 모습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으니까요.  

 

하지만, 아직 왼쪽 심장이 부지런히 뛰고 있는 귀염둥이 우리 막내 카림만은 어른이 되어 볼 수 있도록 해 주고 싶어요. 커서 버스기사가 되고 싶다던 카림이 어른이 되어 그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왼쪽 심장이 뛰지 않는 저로서는 그렇게 해 줄 수가 없네요.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어요....

 

더 이상 우리 같은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우리 엄마, 아빠가 마음 아파 슬프게 울었던 것처럼 다른 가족들이 그런 아픔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만약 누군가 그런 아픔을 겪어야 한다면 하루 빨리 기운 차리고 새로운 희망을 찾기 바래요.

 

그러기 위해서는 이라크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아픔을 잊지 말고 꼭 기억해 주시기를 바래요. 물론 그 기억은 우리 모두를 아프게 하겠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는 아픈 현실이기 때문이에요.
아픈 기억을 통해 고통을 함께 함으로써 이 미친 세상을 극복할 용기와 행동이 나올 수 있을거라 믿기 때문이죠.

 

다시 한번 여러분에게 부탁드려요.
결코 우리를 잊지 마세요. 
그래서 살람 아저씨가 말 한 것처럼 “말라붙은 우리의 눈물을 함께 닦아주세요”

 

아줌마 아저씨,
제가 하늘나라에 와서 들은 얘긴데요...
여기 오기 전에는 봄이 와서 꽃이 피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에요
봄이 와서 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꽃이 피어 봄을 부른대요.
떨어진 꽃을 보듬어 새봄을 불러요

 

그래서 우리 이렇게 해 보면 어때요?
먼저 하늘나라로 온 우리가 평화의 꽃씨가 될테니 여러분은 흙이 되어 우리를 품어 주세요
그러면 아프고 눈물 많던 겨울이 지나고 새봄이 올 거에요
새봄이 오면 세상의 희망을 가득 담은 아지랑이 편지를 하늘로 날려 주세요
우리가 햇살로 여러분에게 답장을 보낼게요.
그럼 모두 모두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의 삶에 평화가 가득하길 빌어요.

 

2004년 12월 11일 전범민중재판 마지막 날에 이스마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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