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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장에서의 하룻밤

21일 밤 늦은 시각, 파병연장반대 농성장을 찾았습니다. 밖은 바람이 불고 아주 쌀쌀해서 사람들이 종종 걸음을 치는데 농성 천막 안은 아주 따뜻했습니다. 천막 겉에다 비닐을 씌웠고 바닥에는 스티로폴을 깐데다 작은 난로까지 틀어 놔서 훈훈한 기운까지 감돌았습니다. 대문(?)을 열고 자리에 앉자마자 벌써 여러날째 국회앞에서 농성과 시위를 하고 있는 동화씨가 말을 던졌습니다 “형, 술이나 한잔 하자” 이유는 묻지 않아도 착잡한 심정을 대강 알 것 같았습니다. 왜냐하면 동화씨는 지난 3주 동안 한국에 와서 이라크 전쟁에 대해 증언을 했던 살람과 하이셈을 공항에서 이라크로 떠나보내고 오던 길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냥 떠나보내는 것도 그렇지만 사랑하는 친구를 사지로 보내야하는 마음은 어떨지... 그렇게 우리는 가볍게 소주 한잔을 하고 다시 천막으로 돌아와 초를 켰습니다. 무슨 분위기 잡느라고 그랬냐구요? 아니에요 전기가 없어서 그랬지요. ^^ 옷이고 양말이고 그대로 입고 침낭 속으로 쏙 들어 갔습니다. 자기 전에 동화씨가 그러더라구요. “형, 자다 보면 천장에서 물이 떨어질 거야. 안은 따뜻하고 밖은 추워서 그래” 그런데 정말 자다 보니 얼굴로 물이 뚝뚝 떨어지더라구요. 그래서 귀찮은 몸을 움직여 아래로 이동을 했지요. 그렇게 잠이 다시 들었는데 또다시 귀를 때리는 소리 ‘똑, 똑, 똑’. 얼굴 바로 옆으로 물이 또 뚤어지더라구요. 하지만 이번에는 꾸욱 참았습니다. 인내심을 기르기 위해서냐구요? 아니요. 침낭 속에 쏙 들어 간 상태에서 몸을 더 움직이기 귀찮아서요. ^^ 땅을 울리는 자동차 소리와 함께 잠이 들었다가 국가보안법 폐지 단식농성단의 아침 체조 소리와 함께 잠을 깼습니다. “형, 평소에 아침 잘 안 먹지?” “으..응... 먹기 싫어서 안 먹는 것은 아니고 게을러서...” “농성장에서는 먹어야 돼. 가자 3천원짜리 있어” 그렇게 해서 동창 식당에서 된장국으로 아침밥을 먹고 출근을 하기 위해 지하철역으로 향했습니다. 지하철역으로 가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국가보안법을 사수하자는 사람들,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자며 아침 거리를 누비는 사람들 그리고 정말 많은 출근하는 사람들...... 이렇게 미니는 국회 앞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아침에 출근을 했답니다. [ 광고 : 매일 저녁 7시 국회앞에서는 파병연장반대 촛불집회가 있습니다. ] "국가보안법 사수하자" "국가보안법 폐지하라" 어제 입고 있던 옷을 그래로 입고 자고,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도 안하고 기념 촬영 먼저 ^^ 묵자가 제나라 태왕을 만나서 말했다. 묵자 : 지금 여기에 칼이 하나 있어 사람의 머리를 베어 보았더니 싹둑 잘렸다고 한다면 가히 날카롭겠지요. 태왕 : 그렇습니다. 묵자 : 여러 사람의 머리를 여러번 시험하였더니 싹둑 싹둑 잘라졌다면 예리하다고 칭찬하겠지요. 태왕 : 참으로 날카롭습니다. 묵자 : 칼은 예리한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그런데 사람을 죽인 응보는 누가 받겠습니까? 태왕 : 칼은 다만 그 예리한 것만을 증명 받았을 뿐이니 칼을 시험한 자가 하늘의 응보를 받아야 마땅합니다. 묵자 : 전쟁을 하여 남의 나라를 병합하고 남의 군대를 뒤엎고 인민들을 다치게 하고 죽인 것은 누가 하늘의 응보를 받겠습니까? 태왕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한참 생각하다가 말했다. 태왕 : 내가 그에 대한 하늘의 응보를 받아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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