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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데서 고생하는 정보통신망법...--;;

대통령 비방글을 올린 현직 경찰관이 서울지검 컴퓨터 수사부에 의해 구속되었다. 죄목은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상의 명예훼손죄. 최고형이 징역 7년, 자격정지 10년 또는 벌금 5천만원이나 되는 무시무시한 죄목이다. 야간 근무중에 술먹고 취한 김에 정권에 대한 불만을 "대통령이 고정간첩"이니, "미국에 의해 참수될 날이 멀지 않았다"느니 하는 막나가는 표현을 사용하여 표출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고정간첩이라니, 물론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여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공인 중의 공인인 대통령의 활동에 대해 지나친 방식으로 불만을 표현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그렇다면, 구속까지 하는 것은 취중에 "김일성 만세" 외쳤다 끌려가던 막거리 보안법 시절과 뭐가 다른가? 이미 파면까지 당한 마당에. 참고로, 국가보안법 제7조 찬양·고무죄도 징역 7년이다.

 

구속의 과도함과는 별도로 이 사건이 재미있고도 어이없는 것은 우리 공직사회의 실상을 단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물론 전부는 아니겠지만, 일부 경찰들이 야근 중에 술먹고 근무하고 있음이 분명하며, 규정에는 어긋나는 일이지만 별 문제 아니라고 덮어두는 분위기가 지배적일 것이다. 그러니, 정작 근무 중에 술 먹은 건 놔두고, 명예훼손으로 구속한 것이다. 술 먹은 거야 그럴 수 있지만 (사실 자기들도 맨날 먹는 게 낮술이니까) 감히 경찰이 대통령 욕을 하다니 싶었던 게다. 구속된 경찰도 마찬가지다. 술 먹고 쓴 글임을 자백했을때, 그 심리는 뻔하다. 대통령 비방한 건 중죄라는 생각이 든 반면, 술 먹은 건 별로 큰 죄라고 생각 안했던 거다. 그래서, 술 먹고 한 짓이라고 변명해보고 싶었던 게다. 잡아가둔 쪽이나 잡혀간 쪽이나 의식 수준이 똑같다. 근무기강은 오간데 없지만, 권위주의는 유지된다. 덕분에 정보통신망법이 엉뚱한 데서 고생하게 되었다.

 

참고로 상황은 다르지만 뜻하는 바는 비슷한 이야기 하나..

 

경찰이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 차량을 수색해서 문제가 되었다. 공무원 노조 파업 관련 수배자를 숨겨주었을 거라는 이유에서이다. 파업 와해를 위해 이미 블랙리스트에 위치추적 등 온갖 불법적 수단들이 동원되고 있다고 폭로된 바 있다. 이 경우도 분명 영장이나 본인 동의 없는 불법 수색이었을 것이다. 문제가 되어 마땅하다. 그런데,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사건이 보도되는 방식이다. "경찰, 현역 국회의원 차량 수색 파문" .. 국회의원 차량이어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강제 수색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설령 범죄용의자의 차량이라도 현행범이 아니고서는 영장없이 수색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불심검문, 불법 수색이 워낙 만연한 사회다보니, 현역 국회의원 차량 정도 되어야 겨우 파문이 인다.

 

 

함께하는 시민행동 웹사이트 <정보인권 레이더> 게재 (2004.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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