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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고마운 그에게

4년 동안 적을 두었던 곳을 1년만에 다시 찾아왔다.

어색할 것만 같은 거리가 어제 왔던 거리처럼 익숙했다.

상점에 사람이 줄었다는 것과 문을 닫은 상점들이 늘었다는 것말고는

변한 게 별로 없었다.

 

겉모습은 많이 변하지 않았지만

변한 나와 변한 그 곳을 마주치게 하는 발걸음이 가볍지가 않았다.

1년이 조금 넘은 시간에

그 곳의 모습은 더 어둡게 변해있었다.

 

볼 일을 보고 그 곳에 있을 때 많은 힘을 주었던 형과

마주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끔씩 일로 인한 전화를 통해 안부를 주고 받았지만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눈 것을 오랜만이었다.

 

다른 정치단체에 있었지만

어떤 누구보다 힘이 되어준 사람이다.

 

그와 내가 지금 다른 장소에 있고

다른 단체에 속해있었지만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음을 다시 나눌 수 있었다.

 

그와 생각과 마음을 나누면서

움직이지 못하는 처지때문에

결심했던 일을 하지 못하는 그의 모습이 속상했다.

 

아니, 그가 움직을 수 있었다면

'조금은 자유롭게 정치행보를 취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지 싶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 구석에 숨어 있어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실패한 전위정당운동, 하지만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투쟁하는 대중정당'이

가슴에서 다시 튀어나왔다.

 

그래서 사지가 묶인 그의 몸이 안타까웠다.

그의 활동력에 미치지 못하지만

그의 처지를 보며

조심스럽게 다시 움직여야겠다고

속으로 조아렸다.

 

찐하게 술잔을 나누면서

어리광도 오랜만에 부리고

밤이 깊도록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그의 조건이 허락하지 않아

그를 두고 나와야 했다.

 

나오며 그를 다시 보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겠다는 생각이

가슴을 때렸다.

 

나가는 나를 보는 그의 눈이

약간은 충혈돼 보였다.

피곤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보였다.

 

'내가 너보다 요즘에 더 돈이 많다'며

그가 나의 주머니에 봉투를 내밀었다.

거절하지 못하고 받아 들었다.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아

그와 헤어지면서 뒤를 돌아보지 못했다.

 

항상 고맙기만한 그

선배이기도 친구이기도 한 그

 

형. 고맙고 사랑해.

한동안 보지 못하겠지만

자라나는 푸른 잎들이 갈색 옷을 입기 시작할 때 찾아갈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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