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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 났다.

1.

 

웃음이 났다.

뭔지 모를 웃음이 입가에 번졌다.

 

처음엔 아무 생각도 나질 않았고,

그 다음은 뒤통수를 맞은 냥 어안이 벙벙했다.

일종의 배신감마저 들기도 했다.

자신의 무능력과 무책임을 한 사람에게 떠넘기는 듯한

그 거만한 몸짓들을

다시는 보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안도의 한숨과 웃음이 났다.

 

 

2.

 

조금만 나를 돌아보려 했던 것이 이렇게 되어 버린 게다.

훗.

조금의 미련도 없다.

필요하지만 나를 망가뜨리면서까지 있어야 될 절실한 곳은 아니다.

아니다.

절실했고 올인했다.

그렇게 생각해왔다.

그러나 무한한 인내력만을 '강요'하는 곳에서 나는 지쳤다.

나는 아직 덜 여물었는지 몰라도

더 이상의 인내는 나를 더 피폐하게 만들 뿐임을

내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나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는다.

나는 그저 나에게 버거운 짐 하나를 내려 놓고 다른 새로운 짐을 지려 할 뿐이다.  

나에게는 나의 능력과 열정과 의지를 100은 아니더라도

최소 50은 보장해 줄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나는 지금 바닥을 쳤다.

솔직히 내 능력과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아직 시험해보지도 못했다.

그렇게 묻히며 살아온 걸음걸음에 결정의 주체로 남겨온 흔적은 많지 않았다.

 

 

3.

 

뒷걸음질 치며 발자국들을 살폈다.

걸음을 멈추고 돌아본 길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쉬이 흔적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돌아보지 않기로 했다.

다시 시작은 어느 때보다 지금이 가장 절실하다.

무언가 새로 시작하려 하는 지금이 사실 가장 두렵기도 하지만.

 

그러나

스물 일곱.

나흘 후 스물 여덟.

아직 젊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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