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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서른에 우린, 세상에 편입되어 간다.

 


 

 

 

 

 

1. 만남

 

실로 오랜만이라 느꼈던 것은 그동안 내가 그 만남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반가움 반, 불편함 반으로 부딪힌 소주잔은 한 시간 사이 금새 십수잔으로 바뀐다.

낮술까지 더해진 지라 취기가 금방 오를 만도 하건만 쉬이 취하지는 않는다.

반가움은 낯설음으로 바뀌고, 유쾌함은 불편함으로 순식간에 뒤바뀐다.

감정의 기운이 이쪽으로 저쪽으로 왔다갔다 하는 사이,

시간은 벌써 새벽 세 시를 치닫고 있었다.

이제는 좀 거나하게 취한 듯도 했다.  

 

 

2. 스무살

 

그리고 스물 하나, 스물 둘, 스물 셋...

혈기 왕성한 나이, 물불 가리지 않을 나이, 원칙과 꿈을 가지고 있던 나이.

이제 막 대학에 발을 들여놓고 만났던 사람들은 모두가 동지였다.

거리에서 같이 뛰고 거리에서 함성을 외쳤다.

거리에서 함께 싸우고 거리에서 밤을 지새웠다.

무언가 꿈을 가지고 있던 나이.

그래서 거침없었던 우리.

 

하지만 이제,

그런 우리는,

없다.

 

 

3. 서른

 

모두가 서른이었고 서른을 넘었다.

서른을 코앞에 두는 나는 그들 눈에 여전히 투덜거리는 아이일 뿐일지도 모른다.

불온한 꿈을 꾸는 것은 철없는 것으로 치부된다.

꿈과 현실 사이를 방황하는 것은 여전히 미성숙한 아이의 성장통일 뿐이다.

 

갈수록 절박해지는 집안문제를 누가 외면할 수 있을까.

누구라고 편하게 사는 삶이 부럽지 않을까.

누구라고 안정된 직장과 예정된 수순을 밟고 싶지 않을까.

그 모든 것에서 비껴 있는 삶은 그저 미성숙한 사고에서 비롯된겐가.

 

나는 알지 못한다.

그이들 눈에 내가 어떻게 비추던지 간에 나에게,

당신은 미성숙하다고, 철이 없다고, 말을 해서는 안된다.

적어도 거리에서 쌓아온 동지애가 아직도 남아 있다면 말이다.

 

 

4. 현실

 

내 손에 쥐어져 있는 무기는 아무것도 없다.

어쩌면 쥐어주는 무기조차 나는 아직 때가 아니라는 이유를 대며 거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고 싶은 것을 찾아 헤매다가 결국 모든 것을 놓아 버릴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때서야 현실과 타협하며 세상에 편입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러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게 세상에 물들어갈지도 모를 미래는 가능성의 일부일 뿐이다.

그러나 다시 움켜쥔 주먹 우뚝 세우고 바리케이트 앞에 설 미래 또한 가능성의 영역이다.

그리고 그것은 가능성과 더불어 의지의 영역이다.

누구의 말처럼, 지금을 살면, 되는게다.

천천히, 조금씩, 나를 준비하면 되는게다.

 

 

"현실을 돌아봐. 지금의 너를 봐. 너는 행복하니?"

 

나는 그런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괜찮아, 너는 잘 할 수 있어. 너를 믿어."

 

나는 이 말이 듣고 싶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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