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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결정

아버지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연장시키는 것을 중단하기로 했다.

며칠 사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이젠 입으로 거의 못드실 지경이 됐다.

오늘은 딸꾹질이 몇시간씩 계속됐다.

 

다시 콧줄을 껴서 음식물과 약이 들어가면 또 조금은 나아져서 한동안 가겠지만

그것이 더 아버지에게 고통을 연장시키는 것일 수도 있다.

어차피 맞이할 죽음인데, 그리고 아버지는 아직도 의식이 조금 있는데

죽음의 공포를 연장시키는 것이 잘하는 건지 회의가 들기도 하고.

어차피 조금 나아진다 해도 여전히 아버지는 사지를 움직일 수 없고, 말도 못하고, 의사소통도 안된다.

 

살아있는 사람 마음 편하자고 억지로 붙잡고 있던 그 끈을 어머니의 뜻에 따라 이제 놓아드리기로 했다. 저런 아버지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게 어머니로서는 커다란 고통이다.

 

어제 마신 술이 덜 깼는데 어머니 모시고 일요일에나 갈 수 있는 인근 산행을 빼먹을 수가 없어 다녀왔다. (다해봐야 한시간 남짓 걸린다.)

산에 가면 이런 저런 얘기들을 나누게 되는데

어머니께서 이번엔 작심 하신듯 강경하게 콧줄 끼는 걸 반대하셨다.

난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오늘 어머니 말씀 중에 가장 씁슬했던 것.

"니 아버지가 요즘엔 왜 그렇게 이뻐보이는지 모르겠다."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아버지를 보내드려야 겠다.

앞으로 감당해야할 일들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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