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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성화 수술

 [개같던 냥이들]은 결국 입양이 안됐다. 예전에 비해 냥이 기르는 것도 유행이 좀 됐나보다. 전에는 냥이 관련 사이트에 입양시키겠다는 글을 올리면 연락이 꽤 왔다. 입양글이 그리 많지도 않았고 말이다. 요즘엔 입양시키겠다는 글이 차고 넘친다.

 

딱 하나 대학생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데려가기로 한 날 문자가 왔다. 안되겠다고.

할 수 없이 누나가 키우게 됐다.

 

그 녀석들을 오늘 중성화 수술 시켰다.

 

냥이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중성화 수술이 '동물학대'처럼 느껴지기 쉽다. 인간을 위해서 동물을 제 마음대로 하는 거 말이다. 아니면 '왜곡된 사랑'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냥이를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중성화수술은 너무나 당연시 된다. 그 수술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어쩌면 도시화가 낳은 비극일 수도 있겠다. 예전처럼 농사짓는 시골에서 냥이를 기른다면 중성화수술이 무슨 필요 있겠는가. 발정기 때가 되면 지가 알아서 나가 짝짓기 하고 왔겠지.

그런데 도시에서 냥이를 풀어놓고 키운다는 것은 '목숨을 건 도박'에 가깝다. 일단 대부분의 주택구조가 냥이들이 들락날락 하기 불가능하고, 행여 그렇다 할지라도 자동차에 치어 죽거나 병에 걸릴 위험이 너무 크다.  돌아다니는 냥이들을 사람들이 좋아하지도 않고 말이다.

 

집냥이의 수명은 평균 10~15년인데 반해 길냥이는 2년 정도밖에 안된다. 너무 차이가 많이 난다. 그러다보니 냥이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문단속 철저히 하고, 냥이들 자신도 영역에 집착하는 본성이 있어서 문 열어놔도 밖에 잘 나가지는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발정기'

 

인간은 특이하게도 1년 365일 내내 발정기지만 대부분의 동물들은 발정기가 따로 있다. 대부분의 개, 고양이가 발정기 때 집을 많이 나간다. (특히 수컷)

 

수컷은 다 자라게 되면 스프레이를 하는데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는 것이다. 동물의 왕국 같은데서 보면 호랑이가 나무 같은 곳에 꼬리를 치켜들고 분비물을 뿜어낸다. 소변을 보는 것과는 별도로 지독한 냄새를 뿜어내 자신의 영역을 표시한다. 그걸 냥이가 집안에서 한다고 생각해 보라. 난 직접 맡아 본 적은 없는데 사람들 말에 따르면 엄청나다고 한다. 즉 절대 집안에서 같이 지낼 수가 없다고 한다.

 

암컷은 스프레이는 안하지만 발정기 때 울어대는 게 장난이 아니다. 발정기는 일년에 크게 두번 작게 대여섯 번 정도 온다. 그 때는 단순히 크게 우는 게 아니라 괴기스러울 정도로 이상한 소리를 낸다. 같이 사는 사람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이웃에게도 피해가 되고, 냥이들 자신도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때때마다 짝지어줄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리고 짝짓기를 해준다 하더라도 정해진 기간(열흘 정도) 내내 우는 게 멈추지는 않는다.

 

처음으로 기른 콩콩이를 수술시키고 나서 '정말 몹쓸 짓'을 한 것 같아 너무 미안했다. 수컷 수술은 비교적 간단한 편이지만 암컷은 배를 가르고 난소와 자궁을 모두 제거하는 큰 수술이다. 힘들어하는 콩콩이를 보며 같이 너무 힘들었다. 콩콩이가 낳은 꼬맹이도 나중에 이 수술을 시켜야 할지 회의가 들 정도였지만 결국 꼬맹이도 수술 시켰다. 두번 다 마취에서 깨어나는 녀석들을 안스럽게 쓰다듬어 주다가 심하게 물렸다. 그래도 그러고 나니 약간은 덜 미안하더만.

 

개같은 냥이들은 수컷인 줄 알았는데 둘 다 암컷이었다. 냥이는 암수구별이 참 어렵다.

이 녀석들은 콩콩이나 꼬맹이 때에 비해 회복이 느려 애간장을 태웠다. 먹지를 않아서 영양제도 두번씩 놓아 주었다. 다행히 이젠 사료도 잘 먹는다.

 

냥이들은 주로 냄새로 상대방을 구별하기 때문에 수술을 하고 나면 서로를 못알아 본다. 소독약 냄새가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큰 수술을 받고 안그래도 죽겠는데 생판 모르는 냥이가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꼴이니 얼마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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