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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사태를 보면 휴거가 생각난다.

오늘 황교수가 해명 기자회견을 했고, 미즈메디의 노성일도 반박 기자회견을 했다.

100% 황교수의 말이 사실이라 해도 이미 황교수 자신이 인정한 것만으로도 용서받기 힘든 사건이다. 황교수의 말장난 실력이 참으로 눈부시다. "중대한 인위적 실수"라고 했던가? 데이타 조작했다는 것을 이렇게 멋지게 표현하다니 대단하다.

 

논문이 잘못됐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일인데 이건 슬쩍 넘어가고 "원천 기술은 갖고 있다"쪽으로 몰아가면서 국민의 감정에 다시 한번 기대려 하고 있고, 제법 먹혀들고 있다.

 

 

**** 한국과학기술인연합 회원게시판 글 중 일부를 퍼왔다.

 데이터나 진실게임을 떠나 황교수의 씻을 수 없는 오점
- 사이언스 논문 조작의 총책임 (밑의 연구원 하나가 했다 하더라도 총책임)
- 보유하고 있지 않은 줄기세포를 있다고 국민을 기만한 점
- 이번 사태의 진행 과정에서 무엇하나 clear한 태도와 해명을 보이지 않음으로써 사태를 확대시켜 온 점
- 모든 것을 상세히 밝히지 않고 정치적으로 돌파하려는 노선을 견지하고, 심지어 지금도 그러고 있는 중이라는 점.

 

 

오늘 강원래 인터뷰를 보니 아직 황우석을 믿는다는 것 같다. 강원래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것 같다. 그의 입장에서 보면 논문이 조작됐건 어쨌건 실질적으로 그런 기술이 있기만을 간절히 바랄 것이다. 그런데 그래서 황우석이 더 용서가 안된다. 실용화 되는데는 적어도 20년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연구임에도 불구하고 강원래에게 "10년안에 일어서게 하겠다"라고 한 것은 사실상 거의 사기에 가깝다. 자신의 연구에 도취되서 앉은뱅이를 일으킨 예수쯤 됐다고 생각했나?

 

이렇게 절박한 분들이 황우석을 옹호하는 것은 가슴 아프지만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심리 상태는 과연 어떤 것일까?

 

예전에 지구의 종말이 온다고 난리를 친 집단이 있었다.



('휴거'라는 말이 유행했고, 휴거란 제목의 영화까지 나왔다.) 그들의 지도자 되는 이가(사이비 목사쯤 됐겠지) 지구 종말의 구체적인 날자와 시간까지 제시했고 그를 따른 신도들은 철썩같이 믿었다. 우쨌거나 그 날, 그 시간이 오고야 말았고 당연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정상적인 사고로 생각해 보자면 신도들은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 같지만 그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의 지도자는 '휴거가 연기됐다'는 황당한 말을 했고, 황당하게도 신도들은 그 말을 믿었다. 그 당시 난 그들을 이해할 수 없었는데 살다보니 이젠 이해할 것도 같다. 그들은 지구의 종말이 올 것을 굳게 믿었기 때문에 재산과 가족 등 모든 것을 포기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이 속았다는 걸 깨달으면 정말 죽고 싶지 않겠는가? 그들에겐 자신이 속았다는 걸 인정하는 게 죽는 것보다 더 괴로운 일이었을 것이고, 차라리 '연기됐다'는 말을 믿는 것이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합리적인 믿음' 이었던 게 아닐까?

 

이런 극단적인 경우가 아닐지라도, 세상에는 참으로 말이 안되는 것이 명백히 밝혀져도 그걸 믿지 않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난자매매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만해도 황교수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은 "그 분이 그러셨을 리가 없다"라고 했다. 그러다 몇번의 거짓말 끝에 본인이 할 수 없이 인정하자 "훌륭한 연구를 위해서는 그럴 수도 있다"로 변했다. 논문조작 의혹이 일었을 때도 "절대 그럴 리 없다. 황우석 죽이기 음모이다"라고 했다가 황우석이 어느정도 조작됐음을 인정했음에도 이들은 이제 말을 바꿔 "실체적 기술이 있는지가 진짜 문제다"쪽으로 다시 방향을 바꿨다. 이들의 열망을 정확하게 간파하고 조장하고 있는 황교수는  "줄기세포가 하나면 어떻고 세 개면 어떠냐"라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말을 하셨다. 하여튼 하나라도 성공했으면 된 거 아니냐는 얘기다. 싸이언스나 세계 과학계가 이 얘길 듣고 어떻게 생각할 지 정말 궁금하다.

 

작년에 이미 황교수는 줄기세포를 한 개 만드는 데 성공을 했다.(요즘은 이것도 의심받지만 어쨌든 사실이라 치고) 그런데 그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245개의 난자를 사용했고, 세계 과학계는 "245개나 사용하여 겨우 하나 성공한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그렇기에 이번에 11개나 만든 것이 대단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평균적으로 17개당 한 개를 성공시킨 셈이니 획기적인 성공률인 것이다. 성공률을 높인 것이 이번 논문의 핵심인데 이제와서 미친척하고 "성공한 게 한 개면 어떻고 세 개면 어떻냐"고 말하면 어쩌자는 것이냔 말이다. 나중에 '빵'에 가시면 책이라도 한 권 보내드려야겠다. 변증법관련 서적 중 '양질전화의 법칙'에 빨간줄 쳐서 말이다.

 

황교수지지자들의 상당수는 아마도 예전엔 이러지 않았을까?
"황교수가 논문을 조작했다고? 말도 안돼. 정말 그게 사실이라면 나부터도 황교수 타도에 나설꺼다"
아니면 아예 조작됐으리란 것을 상상조차도 안했을 수도 있고 말이다.

 

* 휴거를 믿는 광신도와 광신도 가족의 가상 대화를 만들어 봤다.

"그날 그 시간에 지구가 멸망하지 않으면 어쩔꺼야?"

-절대 그럴리 없어.

"하여튼 진짜 아무일 없으면 이젠 그 교회 그만 나갈거지?

-절대 그럴리가 없기 때문에 그런 가정 자체가 말이 안된다니까.

"아휴, 그러니까 혹시라도 아무일 없으면 이젠 그 목사가 사기친 게 확실하니까 더 이상 그 목사 안쫒아 다닌다고 약속해"

-아, 절대 그럴리 없다니까 그러네. 넌 지금 사탄의 꼬임에 빠져 눈과 귀가 멀어서 아무 것도 몰라. 그러지 말고 너도 빨리 나랑 같이 휴거를 준비하자.

 

내가 보기엔 황교수가 완전히 사기친 거라는 게 만천하에 드러난다 하더라도(단정적으로 사기쳤다는 말은 아니고) 여전히 그를 버리지 못하는 이들이 꽤 있지 않을까 싶다. 아니면 정부와 언론에 놀아났듯 황우석 죽이기로 돌아설 언론에 다시 한 번 휘둘려 과도하게 광분하는 이도 있겠지. 조중동은 언제 그랬냐는 듯 미친척하고 황우석을 물어뜯을 것이고 말이다. 물론 사과나 반성할 리는 절대 없지.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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