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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만난 친구들

대학써클 친구들을 몇년만에 만났다. 두녀석은 거의 10년만에 보는 것 같다.

사실 만나 봐야 별로 재미가 없어서 굳이 만나려는 노력을 안했던 친구들이다.

 

10년전쯤에 모였을 때 주요 주제는 ', 자동차, 스키, 직장' 뭐 이런 것들이었다. 그 당시 막 사진에 관심이 있던 나는 한 녀석에게 "쓸데없이 돈도 안되는 짓을 한다"는 타박을 들었다. (그 놈은 스키타면 돈 생기나 보다.) 그래도 다른 한녀석은 "왜 그래,  괜찮을 것 같은데"라고 해주었다.

 

내가 나온 학교는 등록금이 싸서 비교적 가정형편이 않좋은 애들이 많았다. 그런 애들이 졸업을 하고 스스로 돈을 벌게 되면서 어느 정도 형편이 나아지게 됐다. 10년전만 해도 스키는 모든 사람들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었다.(난 지금도 꽤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소리하면 별 이상한 소리 듣는 경우가 많아서... -..-;; ) 친구들은 자신들도 이젠 스키 정도는 즐길 수 있는 수준이 됐다는 사실에 꽤 만족한 듯 보였다. 십몇만원 주고 스키복을 새로 장만했다고 자랑을 하고(10년전에!) 어디서 그렇게 싸게 샀냐고 묻는 그 애들의 대화가...

무척 지루했다.

 

이번에 만났을 때의 주요 주제는 '교육'''이었다. 한 친구는 아이와 부인을 캐나다에 보냈다.(부인도 써클 친구다) 조기유학을 보낸 거다. 또 한녀석은 돈은 많지 않은데 초딩 아들녀석 영어배우게 하고 싶어서 필리핀에 보낼 계획인데 아들녀석이 가기 싫다고 해서 걱정이란다.

"차라리 사립초등학교에 보내는 게 어때? 1년 등록금 해봐야 천만원 정도인데"라는 말이 나왔지만 결론은 '천만원이 문제가 아닌' 것이었다.

"예를 들어 체육시간에 골프를 배워. 그리고 좀 지나면 시험을 본다고 하지. 그럼 어떻게 해야 해? 가르쳐 주는 건 거의 없는데 시험은 봐야 하니까 골프 개인교습을 시켜야 하는 거야. 이런 식이기 때문에 등록금이 문제가 아니라니까!"

 

그래, 그 친구들과 나는 이미 꽤 많이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십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은 더더욱 그렇다. 사실 과친구들이나 써클 친구들이나 모여서 하는 얘기 들어보면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과친구들은 그나마 좀 만나는 반면 써클친구들은 잘 만나지 않는다. 가장 큰 차이는 이거다.

 



과친구들은 내가 자신들과 좀 다르게 사는 걸 인정하는 편이다. 좀 이상하게 산다고 생각은 할 수 있지만 뭐라 하는 녀석은 없다. 반면 써클 애들은 늘 “범수 넌 왜 그렇게 사냐?”는 식이었다. 지들이야 내 생각해서 하는 소리라고 생각하겠지만 내가 게네들 말 듣고 바뀔 것도 아닌데 그런 소리 듣는 게 지겨웠고 재미 없었다. 내가 자기네들에게 “그렇게 살지마”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이 녀석들은 ‘친구’라는 이름하에 참 말이 안되는 간섭을 꾸준히도 했다.

이번에 만났을 때는 웬일(미류의 글에서 보긴 했는데 맞춤법이 맞나?)로 뭐라 그러지 않더만. 말해봐야 들어먹지도 않아서 포기를 한 건지, 지들이 썩 행복하지만은 않아서 그런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이제야 서로 ‘다름’을 인정한 건가??

 

그 분위기를 틈타 이런 얘기를 해주었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엔 획일적인 학교 교육이 싫다고 애를 학교에 안보내는 사람도 있어. 너희들이 보기엔 말도 안되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내가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끼리 모이면 '그럴 수도 있다'는 반응이지.  생각을 조금 바꾸면 전혀 다른 세상일 수도 있거든"

어허! 이런 말을 했는데도 어쩐 일로 안티가 안들어 온다. 얘네들 정말 나 포기했나봐^^

*여담1

필리핀에 아들을 보내려는 친구는 아들의 “왜 필리핀에 가야 하느냐?”라는 질문에 제대로된 답을 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자기가 생각해도 왜 거기에 꼭 가야하는지 설득력있는 대답을 할 자신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보내야한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는 것 같지만...



여담2

여름쯤에 스키장으로 사용되는 산을 보고 충격을 받은 일이 있다. 멀쩡한 산을 우리 중고딩 때 머리 길다고 바리깡으로 무식하게 확 밀어버린 듯한 모습에 경악했다. 자연에 저런 죄를 지어도 되나 싶었다. 이래 저래 스키는 내게 씁쓸한 스포츠가 되었다. 스키 타는 사람들을 죄악시하고 그들을 적으로 만들만큼 내가 미련하진(?) 않지만 아마 내가 스키타는 일은 평생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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