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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택자

몇푼 안되는 집이었지만(그래도 누군가에겐 아주 큰 돈일 거고) 20대와 30대에는 내집이 있었는데, 며칠전 그 집을 팔면서 40대에 무주택자가 됐다.

뭐 그렇다고 내 형편이 크게 안좋아진 것은 아니다.  무슨 신세 한탄 하려고 글을 쓰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결혼을 하고 40대의 나에게도 아기가 생기고, 나도 참 많이 변한 것 같다.

어찌 보면 별로 변한 것 같지도 않고, 잘 모르겠다.

일단 생활 형태는 무지 많이 변했다. 근데 생각은?

변한 것도 있고, 안 변한 것도 있고.

변해야 할 것 같은데 안변한 것도 있고,

안변해야 할 것 같은데 변한 것도 있고,

안변해야해서 안변한 것도 있고^^

 

요즘 내가 자주 하는 얘기 "이런 아빠 만났으니 토란이도 그냥 그 모양으로 살아야지 뭐"

나와 내 아기의 미래를 걱정해주는 사람들에게 내가 하는 말이다. 대개는 내게 "아기의 미래를 생각해서 좀 더 많이 벌고 더 열심히 살아야한다"는 식의 충고를 한다. 물론 나라고 해서 아이의 미래나 나의 미래가 걱정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보수적인 사람이나 진보적인 사람이나 자식 교육 시키는 데에는 별 차이가 없다고들 한다. 김규항의 표현을 빌자면 '보수적인 사람은 자기 자식이 일류대생이 되길 바라고, 진보적인 사람은 자기 자식이 진보적인 일류대생이 되길 바란다'고 한다.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엔 아닌 이들도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 진보입네 하는 사람들 중엔 그런 사람들이 훨씬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 형편이니 교육문제가 전혀 나아지지 않는 것은 어쩌면 이상한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스스로 진보적이라 생각하고, 획일적 교육이 완전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아이들을 경쟁으로 몰아넣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대안학교도 고려해보고 하는 학부형들의 상당수가 끝까지 포기 못하는 것이 바로 아이들의 성적이다. "그래도 공부는 웬만큼 했으면, 아니 기왕이면 잘했으면, 그래서 괜찮은 대학에 갔으면..."

 

근데 그걸 포기 못하면 시기가 각자 좀 다를지는 몰라도 결국 우리 교육의 문제점 한복판으로 스스로 뛰어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이미 '아이들을 관리하지 않는데도 알아서 상위권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지금은 아직 애가 어리니까 그렇게 말하지만 애가 학교들어가고 점점 크면 생각이 바뀌게 될 것'이라고 내게 말한다. 내가 아무런 노력 없이도 지금처럼 생각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고는 나도 생각 안한다. 학원을 보내고 과외를 시키기 위해 돈 벌려고 노력하는 것 못지않게, 스스로 유혹에 빠지지 않고 마음을 다잡게 하는 것이 더 어려울 것이다. 어쩌면 애기 엄마하고도 무척 싸울 수도 있고 말이다.

제일 걱정인 것은 애가 나를 원망하는 것이다. 자기도 남들처럼 여기 저기 다니고, 그래서 성적도 올리고 싶은데 왜 안해주는냐 , 뭐 이런 식의 원망을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물론 나는 많이 대화하고 이해시키려 노력하겠지만 자식 일은 정말 뜻대로 안된다고 하지 않는가. 그 땐 토란이에게도. "미안하다. 이런 애비 밑에서 태어났으니 너도 그냥 그렇게 살아야지 어쩌겠냐?" 해야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

 

 돌잔치에 썼던 롤스크린에 들어간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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