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눈이 매혹적인 길냥이

이 녀석을 왜 티토라고 불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지은 이름인지, 무슨 뜻이 있어서였는지. (지금은 해체된 유고연방의 대통령 이름이 티토였는데.)

 

옛 냥이 사진들을 순서대로 올리는 것은 아니다. 순서를 제대로 기억하지도 못하거니와, 그걸 굳이 따져서 올려야할 이유도 없고 말이다.

그런데 이 녀석에겐 순서가 중요하다. '부비'라는 녀석 다음으로 데려온 녀석이다. 부비 사진은 없다. 보통 길냥이를 데려오면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려서 입양 시킨다. 그런데 부비는 사진을 찍기도 전에 무지개 다리를 건너갔다. 부비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해야할 것 같은데 그 녀석 생각을 하면 너무 속상해서 아예 안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부비를 그렇게 보내고 난 다음에 온 녀석이라 티토에겐 무지 신경을 많이 썼다.

 

골목길에서 이 녀석과 마주쳤는데 부르니까 내게 오는 것이 아닌가. 새끼건 다 큰녀석이건 길냥이가 사람을 따르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사람을 무척 따르는 것을 봐서는 사람이 기르거나 길렀던 녀석인 것 같았다. 이 녀석과 좀 놀다가 그냥 가려는데 계속 쫓아왔다. (개는 이런 경우가 종종 있지만 냥이가 이러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다.) 누가 풀어놓고 기르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잠시 고민을 했다. 그런데 이녀석 영양상태가 너무 않좋았다. 게다가 피부병도 있었다. 그래서 죄책감없이 데려오기로 마음 먹었다. 행여 주인이 있다 하더라도 제 가족인 냥이를 이 정도로 방치했다면 같이 살 자격도 없거니와, 그냥 길냥이일 가능성이 더 높았으니까.

 



집에서 한동안 지내보니 길냥이인 것이 확실해 보였다. 콩콩이는 그러지 않는데 이녀석은 비닐을 뜯어서 기어이 먹을 것을 찾아내고야 말았다. 그러지 않으면 길거리에서 생존할 수가 없었을테니까.

 

 

 

 


 


 

 



 

안타까웠던 것은 자다가 무슨 악몽을 꾸는 것처럼 몸부림을 치는 것이었다. 아마도 힘들었던 길거리 생활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다 큰녀석이라 입양이 안될까 걱정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오히려 큰녀석을 원하는 여자분이 있었다. 냥이를 처음 키워보는데 새끼라면 어찌하다 잘못되지나 않을까 걱정되서 그렇단다. 냥이에 대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것을 메모해서 내 연락처와 함께 주었다. 얼마후 티토가 설사를 한다고 연락이 왔다.  나중에 예방접종 때문에도 연락이 왔다.  우리 동네에 있는 한성동물병원을 소개시켜줬다. 나는 시간이 안나서 정혜가 만나 같이 갔는데 티토는 놀라울 정도로 예쁘게 변해있었다고 한다. 늘 영양결핍에 시달리는 길냥이들을 잘먹이면 정말 몰라보게 변한다. 이렇게 예쁜 녀석을 주셔서 고맙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