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한달 약값

아버지는 뇌종양으로 수술을 했지만 수술했을 때 떼어낸 조직에서는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양성종양이라고 안심했었다. 회복될 일만 남은 것 같던 아버지는 다시 악화되고 방사선치료까지 받았지만 악화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방사선이 효과가 없는 걸로 봐서 악성종양, 즉 '암'인 것이 거의 확실한데 그래서 항암제를 드시고 계시는데 문제는 조직검사에서 암세포가 안나왔기 때문에 공식적으로는 '암판정'을 못받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의료보험 적용이 안된다. 의료보험 재정의 낭비를 막기위해서 만든 규정이겠지만 참 웃기는 일이지. 그렇다면 형식상의 논리로는 암이 아닌데 의사가 항암제를 처방한 게 되는 거다. 한달에 5일간만 복용을 하는데 의료보험이 적용되면 40만원 우린 안되기 때문에 200만원을 내고 먹는다. 오늘 이달치 약값 207만원을 지불하고 약을 받아오며 "돈 없으면 진짜 죽어야 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지리도 가난했던 아버지는 평생을 정말 악착같이 일했기에 돈없어서 죽을 일은 없지만 정말 억척스럽게 일했는데도 돈을 모으기는 커녕 근근히 생존이나 유지하는 사람들을 알고 있다. 미국과 함께 신자유주의의 첨병인 영국이 무상의료를 하고 있는데 작은 병에만 보험이 적용되는 우리 의료보험. 보험이란 말을 쓰지 말던가. 누구는 영국이 무상인 대신 수술 한 번 받으려면 보통 6개월은 기다려야 한다고 폄하하기도 한다. 영국이 우리의 이상형이라는 말도 아니지만 돈이 없으면 6개월은 커녕 6년을 기다려도 수술 받을 수 없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모르는 건지, 상관이 없다는 건지, 그냥 생각이 짧은 건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