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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집 두권

최근 사진관련 책 두권을 샀다.

하나는 김영갑의 <그 섬에 내가 있었네>

 

33K, 56K 전화 모뎀을 이용하던 인터넷 원시시대 시절이었다.

인터넷보다도 PC통신이 더 많이 이용되던,

사진 한 장 보려면 클릭하고 잠시 딴 짓하다가 와야하던 그 때.

사진에 관심은 있었지만 아는 것은 별로 없었는데

풍경사진은 찍는 것도 재미없고 보는 것도 재미 없었다.

앤젤 아담스 같은 대가의 작품은 좀 남다르긴 하지만

대부분의 풍경사진은 풍경 자체가 아름다운 것이지

사진 자체가 감흥을 불러일으키진 못했다.

멋진 풍경이긴 하지만 너무 도식적인 사진들이 많았다.

그러다 인터넷상에서 우연히 '두모악'이란 싸이트에서

김영갑의 제주도 풍경사진을 봤는데 

감탄사가 나왔다.

 


 

사진은 오마이에서 퍼왔다. 출처를 밝히든 안밝히든 불법이지만 어쨌든 밝히는 것이 나의 예의다.

오마이 기사 보려면

 

그 후 그에 대한 이런 저런 소식들을 접하게 되면서

참 특이한 사람이란 생각을 했다.

그러다 몇 년 후 한겨레신문에서 그의 기사를 보게 되었는데

루게릭이란 병에 걸려 몸이 마비되고 있다는 거였다.

내가 보기에 이 사람은 사진에 미친 것 같은데

더 이상 사진을 못찍게 됐으니 얼마나 괴로웠을까?

그러다 또 잊고 살았는데 이번에 오마이기사를 보고 한 권 샀다.

워낙 특이하게 살아왔기에 그의 살아온 얘기는 무척 흥미롭다.

 

반면 두 번째 책 <종이 거울 속의 슬픈 얼굴>은 좀 실망스러웠다.

최민식의 사진이야 그전부터 많이 본 편이라

이번엔 그의 생각을 좀 엿볼 요량으로 그의 글이 들어있는 책을 산 것인데

글은 좀(많이) '아니올시다'이다.

사진도 그가 직접 고른 것인데, 사실 난쏘공의 작가 조세희가 골라서

엮은 최민식사진집(열화당 사진문고)의 사진들이 난 더 좋다.

책꽃이에서 그 사진집을 다시 꺼내 넘겨 보다가 이 사진에서

멈추고 말았다.

 




1972 부산 자갈치 시장

이 사진은 최민식 공식 홈피에서 퍼왔다.

 

아마도 무슨 단속반에게 끌려가는 것 같은데

이 아주머니의 표정이 정말이지...

남자에게 낚아채인 어깨춤 하며, 손에는 무엇을 들고 있는 것인지,

펄럭이는 전대 앞치마에, 자갈치 시장답게 장화신은 모습까지

가슴이 먹먹해지고 너무 속상해서 콧날이 시큰거렸다.

처음보는 사진도 아닌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이사진 앞에 여러 가지 사진들을 보면서 감정이 올라가다가

이 사진에서 결정적으로 한 방 먹은 것 같다.

그리고 이 사진의 내용이 30여년전의 지나간 어려웠던 추억속의 얘기가 아니라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얘기를 담고 있어서 그런 건 아니었을까?

내가 나이들어서 그런 것도 있을게고.

 

이 사진에는 끌고가는 남자의 얼굴이 거의 안보이지만

사진집에는 어두우나마 볼 수 있는데 그 표정이 참 '그렇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다. 정말이지 참 그렇다.

 

지난달 말지에서 '평생 빈곤에 시달리는 '엄마 노동자'들'이란 기사를

보면서도 그랬다.

나를 울컥하게 만든 것은 비정규직 엄마노동자들의 고생하는 얘기가 아니었다.

비정규직 노동자 집회에 나간 이 아주머니들이 투쟁가가 나오자

박자에 맞춰 '팔뚝질'을 한게 아니라 '박수'를 쳤다는 대목이었다.

그래, 이들이 평생 팔뚝질 할 일이 뭐가 있었겠는가?

어려운 살림이지만 큰 욕심 안내고 허리띠 졸라매고 열심히 살면

그럭저럭 크게 남부럽지 않았던 이들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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