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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이 삼형제

동물병원에서 냥이 사료를 사갖고 집으로 가던 길이었다.

몇몇의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는데 가까이 가보니

양파 담는 망에 들어 있던 새끼 냥이들을 풀어주고 있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

"아니, 누가 고양이들을 이렇게..."

"풀어 주면 엄마찾아 가겠지 뭐."

 

냥이들이 엄마찾아 갈 확률은?

글쎄.

지들끼리 어쩔줄 몰라 뿔뿔이 흩어져 기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렇게 지켜보고 있는 한 어미는 절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그 근처 냥이인지 다른 곳에서 데려와 버렸는지도 알 수 없고 말이다.

 

아마도 이런 것 같다.

자신의 집 어딘가에 길냥이가 새끼를 낳아 기르고 있었을 것이다.

냥이들이 조금씩 크면서 울어대기 시작했을 거고,

냥이를 지독히도 싫어하는 집주인은 어미가 없을 때 냥이 새끼들을 찾아내

양파자루에 담아 내다 버린 것 같다.

차라리 그냥 죽이지.

양파자루는 그물이라서 냥이들이 스스로 빠져나올 수가 없다.

발버둥치다 굶어 죽었겠지.

행여 어미가 찾아냈다 하더라도 꺼내는 것은 불가능했을 게다.

 

세녀석을 데리고 다시 동물병원으로 갔다.

 




한녀석은 완전히 까만 녀석이었는데

동물병원에 와 있던 아가씨가 자신이 키우겠다고 해서 즉석에서 입양시켰다.

 



퀴즈!

그런데 여기 사진에 까만 녀석이 어떻게 있을 수 있을까?

 

원숭이를 키우고 있는 게 마음에 걸리기는 했다.

원숭이도 산만하고 그 아가씨도 산만해서 그리 믿음이 가지는 않았는데,

워낙 동물을 좋아하기도 하고 잘 키울 수 있다고 해서 보냈다.

내 연락처도 주었다. 모르는 게 있거나, 못키우겠으면 연락하라고 했다.

바로 다음날 전화가 왔다. 안되겠다고.

까만 녀석은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다.

길냥이들이 그렇듯 영양상태가 안좋았다.

그리고 길냥이답게 '하악'을 했다.

길냥이들을 키워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잘 먹이기만 하면 금방 놀라울 정도로 예뻐진다.

그런데 이녀석들은 지들끼리 있어서 그런지 그전에 은별이와 달리, 사람과 친해지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인터넷에 올리자 까만 녀석을 달라는 연락이 무지하게 많이 왔다.

"All Black"인지 확인하는 전화도 많았다.

다 까맣고 발만 하얀(일명 장화신은 고양이) 냥이는 많지만 완전히 까만 녀석은 그리 흔치 않아서 그런가 보다.


까만 녀석이 제일 먼저 입양되고, 두녀석은 다행히 한 분이 모두 데려갔다.

원래는 한녀석만 데려가려 했는데,

내가 가능하면 둘다 데려가길 바란다고 했더니 하루를 고민하고나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엄마랑 헤어진 것도 그런데 이녀석들을 또 떼어 놓는 것이 마음에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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