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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길냥이와

인터넷에 올려서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아가씨에게 입양됐다.

 


초점이 안맞아 남보여주기 민망하지만 입모양이 너무 예뻐서

 

사진을 디카로 다시 찍었더니 예쁘고 까만 눈망울이 안보이네.

이름은 임시로 은별이라 부르기로 했다.

영어로 Silver Star

 


이젠 목욕을 시켜도 될만큼 사람과 친해졌다.

 

콩콩이에 대한 경계를 많이 풀었다.

 

이게 시작이었다.



추운 겨울이었다.

우리집은 좁은 골목을 꽤 들어가야 한다.

오전에 집에서 나가는 골목길에서 새끼 냥이가 어미를 애타게 찾을 때 내는 울음 소리를 들었다.

두리번 거렸는데 보이지는 않았다.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까 바로 그 지점에서 또 새끼냥이의 울음 소리가 들렸다.

내가 소리나는 곳에 가까워지자 소리가 뚝 끊겼다가 점점 멀어지니까 또 울기 시작했다.

다시 소리가 나던 곳으로 갔다. 당연히 울음 소리는 또 그쳤다.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아고고고.

지붕이나 옥상에 있는 물이 흘러 내려오는 관 밑에 물이 떨어져 얼어 있었는데

그 얼음위에 새끼 냥이가 달달 떨고 있는 것이었다.

아까 아침부터 이러고 있었던 모양인데 얼마나 추위에 떨었을까.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쬐끄만게 그래도 길냥이라고 내게 "하악"을 했다.

(냥이 좋아하는 사람은 '하악'이 뭔지 아는 분들이 많을 게다^^)

움직이지 못해 도망도 못가는 주제에 너무나 전투적이기에 집에 가서 벙어리 장갑을 끼고 왔다.

새끼라도 작정하고 할퀴면 상처가 제법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냥이들을 꼼짝 못하게 하는 방법인 뒷덜미 잡기를 해서 집에 데려왔다.

(그런데 이상하게 콩콩이는 뒷덜미를 잡으면 난리가 난다. 새끼 때도 그랬다.)

 

집에와서 생선 통조림을 주니 정신없이 먹었다.

그래도 경계는 풀지 않고, 내가 다가가면 하악을 했다.

다친데는 없는 것 같고, 그냥 먹지를 못해서 기진맥진한 상태여서 못움직인 것 같다.

그러니 어미가 포기를 했을테고 말이다.

비정한 어머니고 어쩌고 할 일이 아니다.

생존을 위해서 그나마 살 수 있는 새끼들만이라도 챙겼으리라.

안그러면 다 죽으니까.

 

같이 방에 있으면 이 녀석이 너무 스트레스 받을 것 같아서 베란다에서 재우기로 했다.

거긴 너무 춥긴 했지만 원래 출신성분이 길냥이다보니 그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았다.

그래도 걱정이 돼서 박스에 뭘 깔아주고, 바람이 덜 들어가도록 비닐로 씌웠다.

새벽이었는지 아침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난다.

어쨌든 베란다에 나가보니 이 녀석은---

 

보일러 온수가 통과하는 몇 개의 가늘고 짧은 관이 있었는데 그 관과 벽사이에 끼어 들어가 있는 것이었다.

온수가 흘러 따듯하니까 불편하더라도 그곳을 택한 것이다..

그 모습을 보니 감탄스럽기도 하고 숙연해지기도 했다.

가끔 방에도 들여놨다.

어차피 사람과 친해져야 입양을 시킬테니까 말이다.

콩콩이는 호기심에 자꾸 들여다 보는데 이녀석이 하도 공격적이라서 가까이 접근은 못했다.

 

이녀석이 이래서 언제 사람하고 친해지나 싶었다.

길냥이의 습성이 안 바뀔까봐 걱정도 했다.

그러나

불과 일주일이 채 안 걸린 것 같다.

하긴, 자기에게 밥주는 사람과 안친해지고 베겨?

 

인터넷에 올리려 사진을 찍었다.

 

이게 길냥이 데려오기의 시작이다.

다음에도 사진이 남아있는 녀석들을 올려볼까 한다.

그나저나 그 때는 참 사진을 못찍어 쪽팔린다.

여기저기 자르고 뽀샾으로 조금 보정을 해도 수습이 잘 안된다.

그나마 필카의 얕은 심도 덕분에 조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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