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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애가 없지

'화'라는 책을 쓴 틱나한 스님(이름이 맞나? 책을 읽어보지도 않았다)이 이딴 소리를 했다고 한다. "어떤 것이던 지금의 생각이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마라."

* 이 글은 알엠님의 [나는 내가 무섭다] 에 관련된 것도 같고 전혀 상관 없는 것도 같은 글이다.

 

푸른영상 타큐보기 모임에 청주에서 늦깍이 대학생이 온 적이 있었다. 뒤풀이 중에 결혼에 관한 얘기가 나왔고 이런 얘기를 했다.

 조카들에게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대하다 보면 언니들이 그래요. "네가 네 자식한테도 이러는지 두고 보자"라고요.  전 결혼해서 제 자식한테도 똑같이 한다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어요.

 난 "그걸 증명하고 싶어서 애를 낳을 건 아니죠?"라고 농담처럼 말하고 말았지만, 사실 그 계획이 부질없다고 생각을 했다. 그 이유는 전혀 다른 성질의 두가지 이유 때문인데



첫째는 사람이 겪어보지 않은 일에 대해 너무 단정적으로 생각하다보면 나중에 낭패를 보기 쉽다는 것 때문이었다. 물론 이것은 정반대로 악용되기도 한다. 옛날부터 지겹게 들었던 말들. "네가 아직 어려서 몰라" "네가 아직 사회 경험이 없어서 그러는데..." "결혼을 하면 알게되겠지만 말이야..." "아직 애가 없서서 그런 소리를 하는데..." "나도 그맘때는 너처럼 생각했는데 말이야, 살다 보니까..." 등등. 상당수는 자신들의 허접한 현 상황을 합리화 시키려고 그러는 경우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분명 <경험해봐 알 수 있는 것>들도 꼭 있다. 특히 아이 문제는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아이가 생기면서 하게되는 행동들이 다 정당하다는 것은 아니다.) 두번째 전혀 다른 이유는 결혼을 하고 애를 낳아서 자기 아이에게도 조카에게한 것처럼 똑같이 했다고 치자. 그럼 언니들이 "제가 자기 아이에게도 저렇게 하는 걸 보니 정말 저게 옳은 거구나"라고 생각할까? 정말 훌륭한 언니들이라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독한 년, 지가 뱉은 말을 지키려고 지 자식들한테까지도 저러고 있네"라고 생각하진 않을까? 그렇게 되면 결국 아무 소득도 없는 거잖아? 나의 억측일까? 난 사람들의 경험을 높이 사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사람들을 그리 믿지 않는다. 자신들의 매트릭스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나도 나의 매트릭스 안에 살고 있을 터인데... *딴 소리 아이들 밥먹이려고 숟가락 들고 쫓아다니는 것과, 학원 보내고 과외 시키고 입시 걱정하는 것이 같은 맥락의 문제일까? 세상은 그렇고 그렇게 흘러가긴 하지. 알엠이 밥숟가락 들고 쫓아다니는 모습은 옳고 그름을 떠나서 내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과외가 어떻고 입시가 어떻고 그러기 시작해도 난 계속 그러려니 하게 될까? 학원을 보내지 말라거나 과외를 시켜서는 안 된다는 말이 아니다. 그럴 수도 있기는 하지만 태도가 어떠냐는 거다. (서울대를 정점으로한 학벌문제가 있다고 해서, 그게 '내 자식이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서울대는 안보내겠다'고 해야 하는 것이겠는가?) 변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문제는 '변화의 내용'이다. 사람들은 영악해서 어떻게 변하든 간에 그럴듯한 이유를 갖다 부치기 마련이다. 남에게뿐만 아니라 자기 스스로에게도 말이다. 영악해서 그럴듯한 이유를 잘 갖다부칠수록 더 쉽게 망가질 수 있다. 그러지 않으려면 남들과도 많이 소통하고, 비겁해지지 말라고 자기 자신을 가끔씩이라도 쑤석거려줘야 한다. (무위도식이나 꿈꾸는 내가 왜 이런 같잖은 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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