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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던 일주일

EBS 다큐 녹화하기

일주일 동안 하루에 10여편을 상영했는데 내가 본 것은 한두편 정도씩이다. 비디오나 DVD는 가게에 손님이 오거나 다른 일이 있어도 정지시켰다가 다시 보면 되지만 TV는 그게 안되니 짜증난다. 아침 6시부터 새벽 1,2시까지 하는 걸 다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래서 녹화를 했다. 중간중간 사정이 생겨 다 녹화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70% 정도는 한 것 같다. 불행히도 우리집은 교육방송이 잘 안나온다. 화질만 좋았다면 나름대로 훌륭한 자료수집이었는데 아쉽다. 시간맞춰 테이프 갈아끼우고, 예약녹화하고, 다음날 녹화계획 짜고... 나름대로 꽤 손이 많이 갔다. 공테이프 값만 거의 10만원은 든 것 같다. 이제 찬찬히 봐야지. 뿌듯.

 

아버지 가정간호

아버지께서 예상보다 갑작스레 안좋아지셔서 아무것도 못드시는 상황이 벌어졌다. 담당의사를 만나기로 한 날은 일주일이나 남았는데 말이다. 일단 병원을 찾아갔다. 전화예약은 무조건 이틀후에나 되지만 직접찾아가면 오래 기다리더라도 그날 만날 수가 있다. 그런데 담당의가 휴가를 갔단다. 에구구.  같은 과의 다른 의사분과 다음날로 예약을 해놓고 다음 날 또 서울에 갔다. 강남성모병원은 서울지역만 가정간호가 되기 때문에 소견서를 가지고 수원 빈센트 병원으로.  나처럼 찾아오는 경우가 흔치 않아서 안내하는 사람들도 우왕좌왕. 어찌어찌 의사를 만나고 어찌어찌해서 수녀님(가정간호사)을 모시고 집까지 왔다. 코줄과 소변줄을 끼면서 아버지 표정을 살폈다. 이젠 말도 못하실 정도로 상태가 안좋아진 아버지가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

 

식사를 못하시게 될 것은 이미 예정된 일이었기에 그 전부터도 생각은 해놓고 있었다. 문제는 어머니가 코줄 끼는 것을 반대하는 거였다. "사람이 못먹으면 가는 거지, 그렇게까지 해서 뭐하냐. 그렇다고 사는 것도 아니고."  형은 "그래도 껴야지 어떻해"라고 했고, 난 사실 어떻게 하는 게 나은지 알지 못했다. 뇌출혈 같은 거라 몸만 불편할 뿐 생명과 상관이 없는 것이라면 고민도 안할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어차피 나을 수 없는 병이고 점점 끝이 다가오고 있다. 코를 통해서 음식물과 약을 주입하면 생명이 조금은 더 연장되겠지만 그렇다고 병이 낫는 것도 아니고, 아직 의식은 멀쩡한 편인 아버지가 당신의 몸이 하나씩 망가져가는 걸 스스로 지켜봐야 하는 것이 더 끔찍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당장 아버지가 입도 못벌리는 상황이 되자 어머니도 겁이 나셨나보다. "코줄이라도 껴야하나 어떡하냐?"

 

음식을 먹을 수 없다는 것은 약도 먹을 수 없는 걸 의미한다.  그렇게 되자 정말 하루이틀 사이에 급격하게 악화됐다. 혈압, 맥박, 체온등을 재고 나신 수녀님께서 "지금 상태라면 당장 오늘밤이라도 안좋은 일이 생길 수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갰네요."

 

음식과 약이 들어가자 아버지는 조금씩 좋아지셨고, 이틀이 지나자 급기야 당신 손으로 콧줄을 빼셨다. 주무시다가 무심결에 갑갑해서 뺀건지 일부러 뺀건지는 잘 모르겠다. 어차피 물어봐도 대답은 안하신다. 하여튼 또 한고비를 넘겼다. 이젠 아주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입으로 음식을 드신다. 한동안 또 이렇게 가겠지.

 

 

욕창

침대에서 꼼짝 못하게 된지 딱 10개월이 지났고 , 결국 아버지에게도 욕창이 찾아왔다. 욕창이 생기니까 정말 할 일이 많아졌고, 소독할 때마다 보는 것도 괴롭다.

욕창 자체만 생각하면 2시간마다 자세를 바꾸고, 가급적이면 똑바로 누워있지 않는 게 좋다. TV보는 게 대단한 일도 아니지만 아버지가 하루종일 하는 건 그것밖에 없는데 욕창때문에 옆으로 뉘여드리면 그나마 TV도 못보고 멀뚱멀뚱 계시거나 주무시는 것밖엔 할 게 없다. 어차피 욕창보다는 아버지 머리속의 암세포가 더 빨리 퍼질텐데 욕창치료만을 위해서 아버지를 계속 옆으로만 누워계시도록 하는 게 잘하는 건지...

 

 

용산

그 와중에도 조카녀석 컴터를 사러 용산에 다녀왔다. 다큐 녹화는 누나에게 맡기고.

용산에서 볼 일 보는 동안 아는 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늘 저녁에 술 한잔 할 수 있어요?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들죠?"

왠만하면 같이 한잔 하며 넉두리라도 들어주련만 상황이 전혀 왠만하지가 않은 관계로 다음에 보자고 했다.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생활

뻐꾸기님의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은 DVD (나중에 자세히 자랑해야쥐)  다큐 녹화시켜놓고 이 영화부터 봤다. 지난 한주동안 평택에 오실 일이 있다고 했지만 내 상황이 상황인지라 만나보는 걸 포기하고 DVD 선택.

 

 

아~ 피곤하다. 내일은 또 병원 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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